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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4화 (330/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4화

2장. 낯선 게임, 익숙한 녀석(2)

이데아와 로스트 이데아.

둘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기술력도 생각 이상으로 차이가 나진 않았다.

더 좋아진 건 사실이다만, 어마어마한 차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라졌느냐?

크게 꼽자면 두 가지였다.

하나는 통합 서버.

전 세계인들이 동시에 한 대륙에서 접속을 한다는 거다.

처음에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했지만.

큰일이 벌어지진 않았다.

오히려 많은 유저들이 만족했다.

과거에는 가상현실임에도 서버가 다르다는 점이 상당히 답답했었으니.

통합 서버만 달라졌다면 이데아의 아성을 넘보진 못했을 터.

다른 하나는 다름 아닌 스토리였다.

‘게임에서 스토리는 중요하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토리를 스킵하던 PC게임과는 다르다.

직접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게임이지 않나.

그러다 보니 뛰어난 스토리 하나가 어마어마한 영향을 주곤 했다.

이데아의 아쉬운 점을 꼽자면 스토리지 않았나.

물론 메인 퀘스트가 있긴 했지만.

그거야 현성이 모두 독점하지 않았나.

한데 이번 로스트 이데아에서는 그런 게 전면 삭제가 되고, 모든 이들이 스토리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놨다.

각자에게 주어진 스토리가 있다는 점.

그 점이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데아 때보다 난이도가 올랐음에도 오히려 사람들이 더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무엇보다.

‘메인 퀘스트를 깨도 이러면 남은 유저들은 각자 스토리를 깬다고 남을 수 있으니.’

장기집권하기도 좋은 구조라는 것.

무엇보다 모든 사람의 스토리가 같지 않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광고 역시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라’.

라는 슬로건으로 홍보를 하지 않았던가.

각자가 만들어가는 스토리를 저장할 수 있는 스크랩북이라는 시스템도 있었으니.

사람들이 여기에 상당히 열광한다고 했다.

자신의 플레이로 영화를 만들고 보는 거 같다고 했나?

현성 역시 그 매력을 잘 알기에 상당히 기대했다.

그리고 나온 튜토리얼의 스토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세계를 구원하고 깊은 잠에 빠진 당신.]

[어느 날 당신에게 의문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타나노스여】

…….

【타나노스여】

….

【타나노스여】

묵직하고 강렬한 목소리였다.

현성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데아부터 이어진 스토리라니.

이건 진짜 기대 이상이지 않나.

저도 모르게 빠져든 현성은 그대로 떠오른 내레이션에 집중했다.

[그저 꿈이라고 생각했건만.]

[간절한 그 목소리에 저도 모르게 잠에서 깬 당신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간절한 목소리.

너무 희미하고 옅은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들을 수 있었다.

【타나노스여, 부디 우리 세계를 구원해 주십시오.】

[어느 기도보다도 간절한 기도.]

[당신은 그것에 이끌려 정신을 집중하였습니다.]

[너무나도 먼 곳에서 들려온 기도였지만, 당신은 그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 나섰습니다.]

이데아의 현성의 캐릭터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는 영상.

사람들이 이러니 뻑이 가지.

다른 사람들 역시 이데아 때 플레이부터 이어지는 스토리라던데.

진짜 끝내준다.

하기야 인공지능인 이데아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긴 하다.

이데아를 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성향에 따라 또 다른 스토리라던데.

그런 사람이 많진 않았다.

하긴, 이데아를 안 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으니까.

[거리가 먼 곳이었기에 당신은 혹시 몰라 자신의 기억을 보호하기 위한 방책으로 사도 하나를 데려가기로 마음을 가집니다.]

[그렇게 선택된 사도 리베우스.]

[너무 말썽꾸러기에 과도한 충성으로 곤란하기도 했던 리베우스였으나.]

[당신에게 누구보다도 믿음직스러운 사도입니다.]

[그렇게 먼 여정을 떠나온 당신.]

[무수히 많은 차원을 넘어서일까, 당신은 과거 넘쳐나던 힘을 잠시 소진하여 약해진 상태입니다.]

[정신을 차리니, 신들의 기운이 희미한 대륙.]

[당신의 힘 역시 약해져 희미한 것일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기도를 이뤄주기란 쉽지 않군요.]

[이곳에서 힘을 키우기 위한 단서를 획득하십시오.]

[부디 조심하십시오.]

[저 멀리서 무언가 소리가 들립니다.]

마지막 내레이션을 끝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확대되듯 집중이 되었다.

숲속 깊숙한 곳.

그리고 꽤 멀리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이걸로 전투가 시작되는 모양이다.

인상적인 인트로였다.

‘상당히 흥미롭네.’

꿀꺽.

이러니 몰입도가 높을 수밖에 없지.

자신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짜놨는데.

재미가 없을 수가 있나.

재환이 왜 이데아와 비교도 못 한다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래서 로스트 이데아인가?

잃어버린 이데아.

다른 이들도 전생의 힘을 잃고, 다시 힘을 키우는 시작을 알린다 한다.

그래서 로스트 이데아.

이데아 때를 버리고 새로 시작하라는.

그런 암시가 담겨 있는 모양.

끝내줬다.

몹시 마음에 든다는 듯 현성이 미소를 짓자.

기본 무기를 고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흐음, 뭘로 하지?’

역시 익숙한 검으로 할까?

어떤 무기든 적응이야 할 수 있으니.

판시아 때는 창을 주로 사용하긴 했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신성 계열이니.

사제나 뭉크, 성기사 쪽을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마법이라든가?

한참 고민하고 있던 그때.

“주인님, 이번에는 저에게 맡겨주실 수 있으십니까요?”

“응?”

“부디 제게 맡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요.”

평소와 달리 진지해 보이는 리베우스.

현성은 그걸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해진 현성을 지키려고 하는 걸까?

꽤 진지해 보이는 리베우스의 모습에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맡겨도 될지 고민하는 건 아니었다.

리베우스에게 맡겨도 자신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거다.

리베우스의 실력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다만 무슨 이유일까 싶어 물어보려던 찰나.

리베우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약해진 제 자신에 적응할 시간이 있어야 주인님을 성실히 보좌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요!”

당차게 외치는 리베우스.

기특한 생각이긴 하다.

이데아에서 늘 입던 후드가 아닌 집사의 모습이지 않나.

뭔가 믿음직스럽구만.

현성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본 무기는 이걸로 하자.’

피식 웃으며 단 한 번도 골라본 적 없는 무기를 골랐다.

사실 무기가 맞긴 한가 의문스럽긴 하지만.

[성경책을 선택하셨습니다.]

[사제의 스킬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궁합이 매우 잘 맞습니다.]

그런 메시지들이 떠오르고 나타난 성경책.

사제를 컨셉으로 해보자.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을 거 같다.

사제 흉내를 내는 신이라니.

원래 RPG는 이런 맛이지 않나.

피식 웃으면서 현성은 그대로 바스락거리는 곳을 바라봤다.

먼저 준비하고 있었던 리베우스.

저 작은 몸으로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작아도 자신의 능력치 80%나 적용 중이지 않나.

다시 말해 레벨 1 중에서는 넘사급으로 강하다는 뜻이었다.

“오우!”

“크룩?”

“끼루룩?”

리베우스가 기합을 외치자 바스락거리는 곳에서 나타난 고블린 무리.

무려 여섯이나 되었다.

확실히 이러면 튜토리얼부터 어렵다고 할 만하지.

여러 가상현실게임에서 적응했다고 해서 레벨 1의 능력치로 더 높은 몬스터 여럿을 상대하는 일?

과연 몇이나 가능할까?

애초에 가능했다면 이미 유명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리베우스에게는?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지.

“오우!”

파앗!

빠르게 움직인 리베우스.

스킬을 사용하나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순수한 능력치를 확인하고 싶은 모양인가 보다.

고블린 여섯의 위치는 서로 가깝게 뭉쳐 있었다.

섣불리 다가가서 공격을 했다간 그대로 낭패를 보기 십상.

일명 다구리를 맞기 가장 좋은 대형.

하지만 리베우스는 그런 걸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빠르게 달려들었다.

고블린보다도 작은 신체.

거의 인형만 했으니 고블린의 절반이나 될까?

그렇기에 고블린들은 그런 리베우스를 보며 비웃었다.

마치 자신들을 당해낼 재간이라도 있느냐고 말하듯이 마찬가지로 고블린 녀석들도 공격할 준비를 한다.

‘오호. 확실히 난이도가 높네.’

원래 몬스터의 지능과 난이도는 비례하게 마련이다.

고작해야 고블린에게 있을 지능은 낮아야 정상.

다시 말해 저 고블린들은 리베우스가 달려드는 걸 보고 자기들도 달려들어야 한다.

이데아 때 고블린들이었다면 말이다.

한데 그러지 않고 제자리에서 리베우스를 공격할 준비를 한다?

대형이 흐트러져 합공할 수 없어서 그런 거다.

저만한 지능이라면 리베우스라도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달려드는 리베우스.

이윽고 고블린 대형과 맞부딪칠 수준으로 가까워졌을 때, 먼저 움직인 건 고블린 무리였다.

“키루국!”

“키엑!”

“끼룩!”

세차게 휘두른 몽둥이들.

리베우스와 맞닿아 있던 고블린의 수는 딱 세 마리.

엉키지 않게 공격을 시간 차로 하는 걸 봐라.

쉽지 않아 보이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리베우스는 그 공격들을 보며 실눈을 뜬 웃는 얼굴.

마치 다 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우.”

파바밧!

순식간에 휘둘러진 주먹.

분명 고블린 녀석들이 먼저 몽둥이를 휘둘렀건만.

리베우스의 주먹이 먼저 녀석들에게 닿았다.

작아서 그런지 더 빠른 느낌.

그 이점을 완벽하게 이용하여 공격했다.

“커헉!”

“크헉!”

“컥!”

셋이 맞고 뒤로 물러나자 대형이 엉키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여차하면 버프나 힐을 넣어주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럴 필요는 전혀 없어 보였다.

대형이 엉키기 시작하면서 이미 녀석들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순식간에 녀석들을 묵살시켜 버리는 리베우스.

그야말로 광전사가 따로 없었다.

“신의 벌을 받으시라는 겁니다요! 오우! 오우우우!”

퍼억! 퍽! 빠각!

저건 좀 무서운데?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이윽고 리베우스가 녀석들을 다 처치했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압도적인 차이로 튜토리얼 기록을 세웠습니다.]

[튜토리얼 클리어 타임-52초]

확실히 빠르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니.

리베우스의 능력치를 생각하면 당연하지만.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손쉽게 이긴 거니.

“주인님을 방해하는 녀석들을 모두 처치하고 왔습니다요. 오우!”

“그래, 잘했다.”

현성이 칭찬하며 웃어주자.

리베우스는 뛸 듯이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

저리 좋을까.

그렇게 웃고 있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지정한 마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칭호 ‘괴물신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출발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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