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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화 (332/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화

3장. 전 사제가 아니라 신인데요?(2)

현성이 씨익 웃자 경비병은 헛기침을 했다.

순간이라도 현성에게 기백을 느낀 게 좀 민망했던 모양.

“아무튼 각오 단단히 하게. 그럼 바로 들어갈 건가?”

날카로운 눈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경비병을 보며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 기다려야 나올 것도 없지 않나.

할 것도 없는데 바로 들어가야지.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경비병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꼭 저렇게 용기와 만용을 착각하는 이들이 있단 말이지.

더 수련하고 와도 늦지 않건만.

굳이 매운맛을 보러 오는 사람들.

경비병은 그게 싫진 않았다.

다만 그 의지와 용기가 꺾이는 게 보기 싫었을 뿐.

그래서 말렸건만.

‘저렇게까지 나온다면 어쩔 도리가 없지.’

여기서 자신이 더 말리는 것도 우습다.

누구도 이곳을 통제할 수 없으니.

현성이 끝까지 가겠다고 했으면 내기가 없어도 들여보냈을 거다.

하지만 그게 보기 딱했기에 말렸건만.

이러면 수가 없다.

“자신감 넘치게 가는 건 좋지만. 부디 꺾이지 않기를 바라지.”

“별걱정을요.”

싸가지는 상당히 없어 보였지만.

왜일까?

저 모습이 만용이나 객기가 아닌 자신감으로 뭉쳐 있는 거처럼 보였다.

고작해야 사제에 낮은 레벨일 터인데.

무언가가 느껴지다니.

우습지도 않다.

현성은 경비병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오직 시련의 동굴만 궁금했기에.

재미있을 거 같은 느낌이 가득 든다.

과연 어떤 파티를 만날지.

‘이거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

현성이 그렇게 시련의 동굴 입구로 들어갔다.

“오우!”

신난 리베우스와 함께.

* * *

코브루는 시련의 동굴 내부에서 골치가 아프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하필이면 이렇게 됐냐면서 벅벅 긁는 모습이 꽤나 신경질적이었다.

그럴 수밖에.

원래 코브루의 파티는 5인 파티다.

시련의 동굴 딱 적정 인원이다.

그렇다. 이들은 시련의 동굴을 몇 번이고 트라이하고 있던 공략대였던 것.

다만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준비를 한 건데, 하아.”

모두 레벨 7이나 되는 초보자 마을에서는 꽤 높은 레벨.

무엇보다 모두 같은 길드 사람들이었다.

친분도 있었고, 아는 형이 하는 길드에 다 같이 모여서 파티를 꾸리고 있었다.

초보자 주제에 길드가 웬 말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미리 이렇게 모여서 합을 맞추면서 나가보면 나중에도 상당히 합이 좋았다.

문제는 그 파티원이었다.

원래라면 다섯이었어야 할 인원 중 하나가 없었다.

“하아, 어쩌면 좋냐.”

“그냥 나가야 하나?”

시련의 동굴로 들어오는 순간.

플레이 타임을 계산하지 못해 하나가 강제 로그아웃을 당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인원은 고작 넷.

만반의 준비를 했건만.

나가야 하나?

한 명 없이 도전하는 건 좀 그렇긴 했으니까.

하지만 준비해온 것들이 너무 아까웠다.

기간제 음식 버프라든가 비싼 돈을 주고 얻은 포션들도 이미 다 마신 상태.

시련의 동굴에서 나가려면 로그아웃밖에 없으니.

로그아웃을 하면 모든 효과가 풀리고 만다.

그건 너무 아까운데.

코브루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일단 우리끼리 해보자. 매칭으로 한 명쯤은 오겠지.”

시련의 동굴의 매칭 시스템이 이럴 때는 도움이 되긴 한다.

문제는 누가 걸릴지 모른다는 거.

그나마 매칭 시스템이 부족한 역할을 보내주기로 유명한데.

그렇다면 빠진 사제가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보는 수밖에.

코브루는 그러면서 남은 인원들을 살폈다.

우선 방패 전사인 자신과 궁수인 오렌, 마법사인 마멀, 마지막으로 근접 전사 드레이까지.

다들 전직한 건 아니긴 했지만, 관련 스킬을 익히고 전직하기 직전이었으니.

원래 사제인 스텐까지 있었으면 황금 밸런스였건만.

이번에 실패하면 어쩔 수 없지.

코브루가 한숨을 쉬자.

마법사인 마멀이 괜찮다는 듯 그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괜찮아. 그래도 요즘 매칭에서 트롤은 안 온다고 하니까, 그걸 기대해 보자.”

“고맙다.”

“맞아요, 형. 괜찮은 사람이 올 수도 있으니까요. 매칭 시스템이 똑똑해서 아마 사제 스킬 익힌 사람이 오겠죠.”

근접 전사 드레이도 위로를 해주니 꽤 괜찮아졌다.

이게 파티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사냥하면 더 사이가 돈독해지니.

말은 안 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궁수 오렌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괜찮다며 응원 중이다.

그러면서 드레이가 너스레까지 떨었다.

“혹시 모르죠! 스텐 없이 우리끼리 깰 수도 있잖아요?!”

“헤헤헤, 맞지! 맞지!”

“우리 넷도 많이 늘었으니까.”

이번에는 궁수인 오렌도 피식 웃으며 말해주었다.

힘이 잔뜩 되는 응원이다.

가뜩이나 여러 트라이로 지쳐 있었던 코브루였건만.

파티장이라 책임도 꽤 막중해서 더 그랬다.

한데 파티원들이 이리도 자신을 응원해 주니.

기운이 났다.

이 기세로 확 클리어하자!

딱 그런 마음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보자고!”

코브루가 딱 그렇게 말한 순간.

파티 근처에 스스스거리며 생성되는 빛무리가 있었다.

매칭이 되었다는 이펙트.

다들 그걸 기대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과연 어떤 사람일까?

그러나 나타난 사람을 보자마자 모두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졌다.

[Lv1 사제 계열 유저가 파티에 합류하였습니다.]

“레, 레벨 1?”

“아…….”

“어…….”

“하아…….”

다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도 실패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새로 합류한 유저의 어깨 위에 빵긋 미소를 짓고 있는 인형 같은 펫이 외쳤다.

“오우! 여행이 시작되는 것입니다요!”

“야, 조용히 해.”

또 그걸 말리는 유저.

신기한 펫이네.

코브루는 그렇게 생각하며 순간 이상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레벨 1에 사제 계열 스킬을 배울 수 있던가?’

살짝 들어간 의문이었지만, 이내 거두었다.

상황을 어떻게든 수습해야 하니.

이상한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레벨 1에 시련의 동굴이라니.

이거 완전 뉴비다.

골이 아파오는 걸 느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생각해 보면 자신들도 그리 오래된 유저는 아니지 않나.

굳이 인색하게 나갈 필요는 없지.

안 그래도 다들 코브루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파티장은 엄연히 그였으니까.

“반갑습니다, 코브루라고 합니다.”

“아, 현성이라고 합니다.”

닉네임이 현성?

한국 쪽 유저인 모양이다.

그래도 한국이면 게임 강국이니.

무려 그 아수라가 있는 나라지 않는가.

코브루는 제법 실력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희망을 품어봤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시련의 동굴은 그런 컨트롤 피지컬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까.

스탯도 상당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사제에게 뭘 바라.’

그것도 레벨 1 사제 계열에게 뭘 바라겠나.

코브루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현성을 보고 차근차근 설명해 나갔다.

“레벨을 보고 놀라긴 했지만, 차근차근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로이는 오늘 처음이라.”

처음이라는 말에 좀 굳어질 수도 있었지만.

어느 정도 예상한 거 아닌가.

감내해야지.

파티원들도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뉴비를 배척해 봐야 뭐가 좋겠나.

연습한다고 생각을 하자.

“우선 저희는 같은 길드 사람들인데 한 명이 부득이하게 강제 로그아웃되다 보니 현성님이 매칭되신 거 같습니다.”

“아, 어쩐지 다들 친숙하다 느껴졌는데 그래서였군요.”

“예, 저희는 보시다시피 다들 레벨 7이다 보니… 죄송한 말씀이지만 현성 님을 보호하는 쪽으로 갈 거 같습니다. 사제 계열이시기도 하시니. 괜찮으시겠죠?”

혹시라도 기분이 나쁠 수 있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약간의 무시가 깔려 있긴 하지만.

그거야 레벨이 낮으니 당연한 일이지 않나.

현성도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레벨이 낮고 저들이 뭘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으니.

굳이 여기서 아니요! 저는 앞서서 싸울 건데요!? 할 수도 없지 않나.

사제 계열이라고 나왔으니.

이왕에 사제 코스프레 하는 것도 재밌겠다.

“네, 괜찮습니다. 배운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여기서 기분 나쁘다고 던지면 골치가 아파진다.

시련의 동굴은 다른 던전과 달리 특수 던전이지 않나.

하나라도 리타이어되면 모두가 나가게 되니.

최대한 현성을 보호하면서 가야 연습이라도 할 수 있다.

공략을 위해 만든 공략집도 있었으니.

그걸 연습한다 생각하자.

나중에 스텐도 오면 훨씬 나아지지 않겠나.

그러면 합을 맞춰보기 전 사전 브리핑이 중요하지 않은가.

모든 파티라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뭘 할 수 있는지 뭘 할 수 없는지.

레벨 1이니 좀 기대감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무시하는 거보다는 묻는 게 맞다.

“저 혹시 현성 님은 어떤 스킬을 가지고 있으십니까?”

“아,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신성 계열 스킬은 현성도 잘 보지 않아서.

기억이 나지 않아 확인해 보니.

【신의 권위】

《신》

『액티브』

「Lv1」

-설명: 모든 신들의 위에 있는 타나노스의 권위는 그 무엇보다도 높다.

-효과: 신도의 수에 따라 신성력의 수치가 증가한다. 또한 신성력의 수치에 따라 신성 스킬들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획득한 신성 스킬:

「레서 힐Lv1《일반》」

「미약한 기도Lv1《일반》」

「신성돌진Lv1《희귀》」

‘당장 쓸 수 있는 건 미약한 기도와 레서 힐 정도인가?’

신성돌진은 성기사 스킬인 거 같으니.

빼도 될 거 같았다.

그럼 고작 두 개인데,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감도 안 잡혔다.

아무래도 로스트 이데아는 오늘 처음이고 사제도 처음이었으니.

그냥 순수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듯싶었다.

현성이 뜸을 들이니 좀 불안해진 코브루가 초조하게 보고 있자.

바로 대답해 주었다.

“레서 힐과 미약한 기도를 할 수 있습니다.”

“어? 오! 그 정도면 충분할 거 같긴 합니다.”

코브루는 상당히 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나게 발목을 잡진 않겠구나 싶었다.

스텐은 스킬이 다섯이나 있었지만.

둘이어도 나쁘지 않았다.

힐과 버프 하나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니.

그래도 조금은 희망이 생긴 기분이다.

뭐 그래 봐야 실패할 게 분명하지만.

나쁘지 않은 건 사실이긴 하니까.

‘실패할 게 뻔하지만 연습이라고 생각하자.’

비단 코브루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다.

파티원 전체가 현성이 온 후부터 다 똑같은 생각 중이었으니까.

그런 파티원들을 보며 리베우스는 꿍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불신자들이군요. 쯧쯧, 믿어야 행복해지는 것입니다요.”

“쉿, 조용히 해.”

다행히 아무도 못 들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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