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7화
3장. 전 사제가 아니라 신인데요?(3)
대략 모든 준비가 끝난 거 같으니.
코브루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 제가 파티장이니, 제 오더에 따라주십시오.”
이건 중요한 문제다.
중요한 순간에 파티장의 오더에 불응하면 파티가 전멸로 이어지기도 하니.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장의 오더에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니.
하지만 다른 녀석은 아니었나 보다.
“물론이죠.”
“허어, 불…읍!”
“아하하, 이 녀석은 무시하시죠.”
어깨 위에 있는 작은 펫이 뭐라 웅얼거리긴 했지만.
뭐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코브루는 협조적인 현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티원들도 다들 흡족해하는 모습.
트롤이 아닌 게 어디인가 하는 느낌이다.
뉴비가 시련의 동굴이 궁금해 들어올 수도 있으니.
재수가 없었다고 다들 생각하는 편인 모양이다.
뉴비라 봐주는 느낌이었다.
자신들도 멋모르던 뉴비 시절 그랬으니까.
다들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파티를 시작했다.
물론 펫 하나 빼고.
“흥! 불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요.”
* * *
파티원들끼리 각자 자기소개를 마친 후.
몬스터에 대한 브리핑도 끝냈다.
시련의 동굴은 익히 알다시피 인공 던전이다.
룬 제국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던전.
그러다 보니 몬스터들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모두 골렘으로 이뤄져 있었다.
초보자 마을에서 골렘이라니.
벌써부터 난이도가 높은 게 느껴지지 않나.
토끼나 사슴 같은 동물형 몬스터를 잡는 게 평균이건만.
골렘은 허들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그래도 공략이 있다면 매우 어려운 몬스터는 아니었다.
적어도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오렌! 트리플 샷!”
“오케이!”
파파팟!
대략 2m는 되어 보이는 골렘을 향해 화살을 뿌려대는 궁수 오렌.
그 속도가 제법 날렵하긴 했지만, 군더더기가 많이 보이긴 했다.
툭툭툭!
트리플 샷으로 쏘아진 화살 세 발은 무력하게 골렘의 돌 표면에 충돌하고 힘을 잃고 떨어졌다.
방어력이 상당히 높다 보니 화살로는 쉽지 않을 수밖에.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펑! 퍼펑!
화살에 달려 있던 부적들이 갑자기 폭발하더니 골렘을 뒤흔들었다.
이번에는 트리플 샷 때와 달리 위력이 셌는지 중심이 흔들린 골렘.
그런 골렘을 향해 코브루가 달려갔다.
자신보다 거대한 방패를 쥐고 그대로 골렘을 향해 돌진하는 코브루.
그러면서 강하게 골렘과 충돌했다.
꽈앙! 쿠웅!
중심을 잃고 있던 골렘을 향해 그대로 방패로 돌진을 하니 당연히 적이 바닥에 쓰러지는 건 인지상정.
여기서 만족하면 파티 플레이가 아니지.
코브루가 눈빛으로 뒤를 돌아본다.
“으아아아압!”
그대로 뒤에 있던 망치를 쥔 근접 전사, 드레이가 빠르게 달려가 골렘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쾅! 쾅! 쾅! 쾅!
난타를 하듯 미친 듯이 휘두르는 망치.
하지만 그럼에도 골렘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코브루는 그걸 확인하고 외쳤다.
“빠져! 마멀!”
“준비 완료!”
콰가강!
갑자기 등장한 화염마법.
꽤 강한 스킬인 모양.
순간 동굴이 울리는 게 느껴졌으니.
어쩐지 시전 시간이 좀 길다 싶었는데 확실히.
강한 스킬이었다.
연계가 생각보다 괜찮았다.
당장은 현성이 나서서 서포터를 해줄 필요도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마법에 직격당하고도 자리에 멀쩡히 일어난 골렘이 그대로 탱커인 코브루의 후려갈겼다.
“크헉!”
순간적으로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온전히 막진 못한 모양.
HP바가 상당히 줄어든 걸 보면 알 수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공격력이 강하다.
순식간에 5분의 1정도는 되어 보이는 피를 깎다니.
‘어려워하는 이유가 있었네.’
방어력도 단단하고, 공격력도 강하다.
괜히 보상을 많이 주는 게 아니었다.
역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인생의 진리지.
현성은 재미있겠다 생각함과 동시에 스킬을 시전했다.
대상은 당연히 코브루.
나중에 주면은 큰일 날 수도 있으니.
“레서 힐.”
혹시 모르니 버프는 사용하지 않았다.
은은한 노란빛이 그대로 코브루에게 스며들더니 순식간에 HP가 차올랐다.
그걸 본 드레이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외쳤다.
“나이스 힐!”
오더가 없어도 적절한 상황에 넣은 힐이니.
다들 드레이처럼 말은 안 했지만, 표정이 밝아졌다.
코브루만 빼고 말이다.
‘무, 뭐지?’
오더를 하지 않았는데 힐을 해서?
그런 이유가 아니다.
순식간에 차오른 HP.
그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엄청 빠른 속도.
스텐이 하더라도 이 정도는 나오지 않았었는데.
생각을 이어서 하려다 골렘이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 이따 생각하자.’
전투 중에 무슨 딴생각인가.
코브루는 움직이는 골렘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자신에게 끌려야 할 어그로가 순간 현성에게 튀었기 때문.
순간 코브루의 HP가 회복된 걸 느끼고, 가장 성가실 거 같은 사제를 노리는 거다.
확실히 뛰어난 인공지능이다.
하지만 그걸 그냥 두고 볼 코브루가 아니다.
“전사의 함성!”
크워어어!
스킬을 사용하자 순간 코브루의 등 뒤에서 사자의 형상 같은 것이 나타나더니 포효가 울려 퍼졌다.
포효에 직격당한 골렘은 그 순간 푸르던 눈이 붉게 변하더니, 현성을 노리던 걸 코브루를 향했다.
어그로 스킬.
타이밍도 상당히 좋았다.
다만 여기서 코브루 혼자 골렘을 상대할 순 없었기에.
코브루가 오더를 내렸다.
“현성 님! 버ㅍ….”
“미약한 기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어오는 버프.
하늘에서 무슨 꽃가루처럼 빛의 알갱이들이 떨어진다.
미약한 기도의 이펙트.
이건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한 영역이었다.
전황을 모두 살피고 파악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력이 상당하다.
그걸 느끼고 다들 점점 표정이 달라졌다.
이거 이러다 진짜 깰 수 있는 거 아닌가?
한편 파티원들이 경악하고 있자.
현성은 신경 쓰지도 않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포터는 또 처음이긴 한데 생각보다 재밌었다.
‘이거 진짜 재미있네.’
전황을 파악하고 서폿을 넣는 재미.
마치 지휘관이 된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현성의 생각을 모르는 파티원들은 다들 조금씩 반성하고 있었다.
뉴비라고 너무 무시했나.
모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코브루도 같은 생각이었다.
한데 그것보다 더 놀라운 거?
잠시 딴생각을 하는 순간 골렘이 거대한 팔을 휘둘러 그대로 휘갈겼다.
원래라면 방패를 쥐더라도 튕겨 나갈 만한 위력의 공격이다.
그런데.
쿠웅! 콰앙.
코브루는 정면으로 막아냈다.
그것도 방패 스킬도 사용하지 않은 채로.
‘이거 진짜 미약한 기도 맞아?’
무슨 버프 효과가 이렇게 좋지?
하지만 분명 현성이 스킬을 사용하는 걸 보지 않았나.
이펙트는 분명 미약한 기도였다.
꿀꺽.
‘근데도 이런 효과라고?’
레벨 1이 맞아?
코브루가 경악을 하고 있을 때.
드레이가 외쳤다.
“코브루 형! 오더!”
“아차, 미안! 드레이는 뒤로 빠지고, 오렌과 마멀만 공격!”
“오케이! 폭약화살! 트리플 샷!”
“타오르는 화염!”
탱커인 코브루가 골렘을 잡고 있는 순간.
궁수인 오렌과 마법사인 마렌이 스킬을 시전한다.
골렘의 머리 위에서 나타나는 마법 스킬과 동시에 쏘아지는 세 발의 화살.
그리고 화염이 타오르는 순간 화살도 골렘에 도착했다.
두 스킬이 합쳐지는 순간 코브루가 뒤로 재빠르게 빠졌다.
동시에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
콰가아아아앙!
화살의 폭약과 타오르는 화염의 연계기.
상당히 좋은 타이밍이었다.
물론 코브루가 빠지는 타이밍이 조금 늦어서 HP가 닳긴 했지만.
진짜 조금이었다.
평소였다면 이에 배는 더 닳았어야 했는데.
도대체 저 사람 정체가 뭐지?
코브루는 그런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것도 그리 길진 않았다.
그리 강대한 폭렬 속에서도 꿋꿋이 서 있는 골렘.
난이도가 높아도 너무 높은 거 아닌가.
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파티원들은 다 알고 있지 않았나.
현성만 좀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뜰 뿐이었다.
그때 골렘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이미 코브루의 어그로 스킬인 전사의 함성은 풀린 지 오래다.
붉은 눈이 푸르게 돌아와야 하건만.
왜인지 붉은색도, 푸른색도 아닌 노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온다! 다들 주의해!”
코브루의 말에 다들 준비를 했다.
현성도 마찬가지.
이미 사냥에 들어가기 전 미리 들었던 정보이지 않나.
저 상태가 되면 빠르게 돌격을 한다고.
그 순간 모두 흩어져서 공격을 피하면 그대로 골렘이 작동을 멈춘다.
이번만 버티면 한 마리를 잡는 거다.
파티원들이 다 준비하고 있었던 그때.
예상보다 조금 더 빠르게 골렘이 움직였다.
쿵! 쿵! 쿵! 쿵! 쿵!
지천을 울리는 거대한 발 구름 소리.
그 거대한 소리에 걸맞은 재빠른 속도!
모두가 피하기 직전이었지만, 골렘의 목표는 다른 파티원들이 아니었다.
오직 하나.
사제인 현성이었다.
뛰어난 전투 지능으로 현성이 가장 복병이라는 걸 눈치챈 모양.
다들 그걸 보며 절망에 물들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하나라도 리타이어되면 끝이다.
한데 레벨도 제일 낮고 스탯도 제일 낮을 현성을 향해 골렘이 돌격한다?
한 방에 죽을 게 뻔하다.
이대로 리타이어되는 건가?
코브루가 최선을 다해 달렸지만, 이미 늦었다.
누구도 현성을 구할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다들 실패라는 걸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뻔하지 않나.
아무리 상황 판단이 빠르고, 실력이 좋으면 뭐하나.
골렘의 저 일격은 레벨 10짜리 사제도 한 방에 죽일 위력을 가지고 있거늘.
‘또 실패다.’
다들 패배감과 절망감에 물들어 있던 때.
현성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대로 그냥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된 습관이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그대로 주먹을 내뻗었다.
그 순간.
리베우스의 손에서 미약한 빛이 나더니 현성에게로 스며들었다.
빛이 스며든 직후였다.
현성의 손이 빨라진 것은.
어느 때보다도 빠른 손으로 뻗은 주먹.
어떤 주먹보다도 빠르게 골렘의 안면에 박혔다.
투──────쾅!
강렬한 일격.
얼마나 강력한지 여태껏 가장 강했던 폭약화살들과 타오르는 화염의 연계보다도 강렬한 진동이 동굴을 강타했다.
쿠르르르르르르.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떨리는 동굴.
모두가 현성이 죽었으리라 생각했건만.
시련의 동굴에서 처음 듣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스스스.
골렘의 몸이 가루가 되어 무너지는 소리.
뿌연 흙먼지가 주변을 너저분하게 만들고 있을 때.
완전히 바스러진 골렘의 가루 사이에 현성만이 유유히 서 있었다.
압도적인 광경.
모두가 입을 벌리고 있을 때.
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본인조차 영문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