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8화
3장. 전 사제가 아니라 신인데요?(4)
골렘을 죽일 수 있는 거였던가?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원래라면 마지막 돌진 패턴을 피하면 작동이 정지된다.
그걸 마무리로 다른 골렘들도 그렇게 처치를 하는 거였는데.
저걸 저렇게 파괴한다고?
‘우, 우리가 뭘 본 거지?”
시련의 동굴 자체가 룬 제국의 초보자 지역에만 있는 인공 던전이다.
당연하지만, 초보자 지역이라면 레벨 10 이상 유저가 있을 수 없다.
다르게 말한다면 레벨 10 이하만 입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출시 후 1년간 레벨 10 이하의 유저가 골렘을 파괴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나?
‘그럴 리가!’
단언컨대 없었다.
있었다면 몰랐을 리가 없다.
엄청난 이슈였을 테니.
그런 기억이 없다는 건 그런 적이 없다는 것.
다시 말해 날고 기는 랭커들조차 레벨 10 때는 골렘 파괴는 불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분명히 그럴진대.
어떻게 된 거냔 말인가.
골렘이 바스러져 가루가 되어버렸다.
치열한 접전이라도 있었으면 이해라도 했지.
고작 단 한 방에.
‘시련의 동굴에서 나오는 골렘은 그냥 일반 몬스터가 아니라고.’
무려 룬 제국의 마탑에서 신경을 써서 만든 골렘이다.
한데 그걸 고작 레벨 10도 되지 않은 유저가 깬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
하지만 모두가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압도적인 위력의 그 펀치를.
사제가 아니었던가?
‘아니, 애초에 레벨 1이 맞아?’
근본부터 의심이 드는 상황.
침 넘어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서 오로지 현성만이 고고히 천장을 바라봤다.
무슨 의미라도 있는 걸까.
다들 현성을 예의주시했다.
그도 그럴 게 그런 엄청난 모습을 보였으니.
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랐다.
지금 현성은.
‘이게 미친 무슨 일이야.’
현성조차 경악하고 놀라 있었다.
분명 자기도 모르게 몸이 먼저 반응해 골렘에게 카운터를 날리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골렘의 방어력을 뛰어넘는 힘이 지금 현성에겐 없다.
현성에게는 말이다.
시야 한편에 떠올라 있는 메시지 하나.
현성은 조용히 그걸 읽었다.
[펫, ‘리베우스’의 스킬 『관용Lv1』이 적용 중입니다.]
[1분간 모든 공격에 상대하는 적의 공격력까지 더해 공격을 가합니다.]
7대 주선 스킬.
대단하다고는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7대 죄악 스킬에 대비되는 스킬이라 강력한 줄은 알았는데.
무엇보다 아직 레벨 1에 불과한 스킬이 이만한 효과라니.
‘펫 스킬은 구체적으로 볼 수 없어서 그냥 뒀는데.’
생각보다 더 큰 전력을 얻은 모양이다.
문제는 그걸 리베우스가 쥐고 있다는 거.
현성은 얼토당토않은 짓을 해낸 리베우스를 봤다.
도끼눈으로 예리하게 노려봤으나.
리베우스는 그걸 보며 괜히 쑥쓰러워한다.
“오우! 그렇게 보시면 쑥스럽습니다요.”
칭찬하는 건 줄 아나 보다.
‘하아.’
뭐라 할 수도 없는 일.
리베우스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긴 했을 테니.
애초에 현성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한 게 문제긴 했다.
서포터가 아닌 딜러로서의 행동이 너무 배었다.
그래서 일어난 해프닝이라 할까.
다만 그 여파가 너무나도 컸다.
모두가 멍하니 현성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
지금은 누구를 탓하기보다 수습이 먼저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니.
‘애초에 약하다고 한 적이 없긴 한데.’
애초에 약한 척은 하진 않긴 했다.
여러 조건이 맞물려서 파티원들이 현성을 당연히 약하다 판단했을 뿐.
하긴 레벨 1에 사제 계열이라 하면 누가 강하다 생각하겠나.
사실 그냥 얼버무려도 상관은 없긴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사실이 퍼지면?
비밀이 탄로 날 수도 있다.
그게 문제지 그 외에는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저들더러 누구에게도 입 열지 말라 할 수 있을까.
‘영상이야, 남의 영상은 동의가 없으면 올리지 못하겠지만.’
설마 다른 이들이 이런 거까지 찾아볼까?
라고 생각했던 현성도 있었다.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면면들.
현성의 추종자인 아크와 이데아 때 아수라 길드원들.
응, 충분히 가능성 있다.
이거 어떻게든 부탁이라도 해서 비밀로 해달라 해야 한다.
아니면 들킬 수도 있다.
충분히.
다만 어떻게 말을 꺼내냐는 게 문제다.
깊은 고민에 빠진 현성.
바로 그때.
“대, 대박.”
드레이가 숨 막히는 적막을 깨고야 말았다.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
저도 모르게 드레이가 감탄을 내보이자 다른 파티원들도 하나둘씩 동참했다.
“지, 진짜 대박이에요!”
“저는 뭐 보지도 못했다니까요!?”
“아니, 애초에 골렘이 부서지는 거였는지도 몰랐어!”
“그보다 레벨 1이 진짜 맞는 거예요?”
“미친, 진짜! 도대체 뭐지?”
다들 잔뜩 흥분하여 말하면서도 조심스럽다.
현성의 정체가 궁금한데 차마 물어볼 수 없는 모양이다.
약간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러면 해명하기도 딱 좋지.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입을 열려는 순간.
코브루가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
“말씀을 안 하신 데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 저희는 조용히 하겠습니다.”
“……?”
“다들 알겠지? 이건 우리도 어디 가서 이야기하지 말자고.”
“아! 물론이지!”
“진짜, 우리 이번에도 실패하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깨는구나!”
“스텐은 아까워서 어쩌냐!”
“플레이 타임 관리 못 한 자기 잘못이지!”
다들 알아서 입을 다물어준다고 한다.
얼떨결에 비밀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되니 현성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잘 풀린다.
역시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더니.
현성은 중간 이상 가버렸다.
자, 그러면 이제 다시 정상적으로 돌아가겠구나.
딱 그렇게 생각했을 때.
이데아 때 지겹도록 본 메시지가 떠올랐다.
결코 그립지 않은 그 메시지가.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됩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캐릭터를 조종하실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보고 저절로 힘이 풀렸다.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지는 현성.
털썩.
“헉?”
“뭐, 뭐야?”
“괜찮으세요?!”
“뭐지!?”
현성이 쓰러지자 모두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들 달려들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다들 달려왔을 때.
오직 리베우스만이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
“오우! 역시 주인님은 위대하신 타나노스이십니다요! 오우우!”
대환장 파티.
현성은 수면 상태에 빠진 캐릭터로 그것들을 모두 보곤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씨X.’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안 되는 법이다.
* * *
플라톤.
로스트 이데아를 개발해 낸 회사.
다시 말해 가상현실게임 이데아를 만들어내고, 인공지능 이데아의 창조주, 민유라의 회사였다.
당연하지만, 이번 로스트 이데아 역시 그걸 관리하는 관리본부가 따로 존재했다.
과거 이데아 때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철저하게 관리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
이데아 때는 여러 서버가 나눠져 있어서 그나마 널널했었지만.
로스트 이데아에 와서는 서버를 모두 통합하는 바람에 많이 힘들어졌다.
회사에서 가장 분주한 본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직원 수도 가장 많았다.
김유나 사원 역시 관리본부의 직원 중 하나였다.
그것도 룬 제국의 라하르트 마을을 전담하는 직원이었다.
‘오늘도 열심히 하자.’
세계 굴지의 대기업 반열에 순식간에 든 회사인 만큼 김유나 사원의 자부심도 뛰어났다.
일이 힘들긴 했지만.
달마다 들어오는 월급을 보면 애사심이 절로 생겨났다.
그런 김유나는 묘한 코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코드다.
김유나가 담당을 맡은 지도 이제 2개월이 되어가는데, 처음 보는 코드?
뭔가 이상하다.
‘이건….’
분명 매뉴얼에서 본 기억이 있다.
똑바로 찾아보기 위해 다시 매뉴얼을 검색해 본 결과.
정말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어라?”
시련의 동굴 골렘이 파괴가 되었다는 코드였다.
거기 골렘이 파괴가 되는 거였나?
지난 1년간 일을 하면서 처음 보는 코드.
어찌 되었건 일이 생겼다는 건 맞다는 것 아니겠나.
김유나는 빠르게 원인을 찾기 위해 시련의 동굴을 모니터했다.
곧바로 코드가 발생한 채널의 시련의 동굴을 모니터하자.
귀공자로 보이는 남성 하나가 쓰러져 있고, 그 주변에 파티원들이 몰려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귀공자 남성 옆에서 미친 듯이 절을 하면서 기뻐하는 SD 펫 하나.
‘이, 이게 뭐지?’
겉으로만 보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쓰러진 남성부터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련의 동굴은 쓰러지면 자동으로 밖으로 내보내지는 구조다.
한데 어떻게 쓰러져 있는데 나가지지 않는 거지?
이것저것 알아보니.
남성은 HP나 다른 이상이 아닌 수면 상태였다.
그것도 상태이상으로 분류된 수면 상태다.
‘뭐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상황.
그래서 유저 정보를 열람했다.
한데 열어서 보니 더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 펼쳐졌다.
【상태창】
『현성』
-Lv1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2.
「근력: 5(+20)」「순발력: 5(+20)」
「체력: 5(+20)」「마력: 5(+20)」
「신성력: 10(+20)」
-잔여 능력치: 11
*현재 타나노스의 기면증 상태로 수면에 빠짐.*
‘이, 이게 뭐야!?’
신등급 직업?
출시 후 고작 셋밖에 얻지 못한 직업을 레벨 1부터 획득했다고?
말이 되나?
무엇보다.
처음 보는 직업이다.
타나노스?
그런 신등급 직업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
‘매뉴얼에도 없어…….’
모든 신등급 직업에는 보통 후예라든가 화신이라 적혀 있다.
한데 타나노스라니.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하다.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본다.
김유나 사원이 이곳에서 일한 지 고작 2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그간 사건 사고들은 다 파악해 놓은 편인데.
이런 일은 단언컨대 없었다.
‘뭐지? 해킹인가?’
순간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인지하고 고개를 저었다.
로스트 이데아를 총괄 담당하는 인공지능 이데아가 해킹을 포함한 모든 부정행위를 막아주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일어난 일 아니던가.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야.’
꿀꺽.
하필이면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보고를 하자.
김유나는 그렇게 다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모니터를 봤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직 수면 상태였다.
이 사이에 빠르게 보고하러 가자.
‘제발 별일 없길 바라고 가자.’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고, 시말서를 써야 할 수도 있는 일이니.
예전 이데아 때는 유저 하나 때문에 단체 시말서를 썼다고도 하던데.
제발 그런 일은 없길.
김유나는 그렇게 바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마 이데아가 부여한 특전이라는 사실은 상상도 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