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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2화 (338/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2화

5장. 개척마을, 마룬(1)

현성은 라하르트 마을에서 사제로 보일 만한 흰 로브를 하나 사 착용하고 곧바로 마룬으로 향했다.

시련의 동굴 외에 딱히 볼일도 없었으니까.

개척마을, 마룬.

시작 마을인 라하르트와 달리 인기가 전혀 없는 마을이었다.

애초에 개척마을이지 않나.

주민도 적고, 딱히 할 것도 없는 곳.

요즘은 조금만 찾아봐도 마룬이 좋지 않다는 걸 알아서 대부분의 유저들은 다른 마을로 갔다.

사실상 유저는 찾기 힘든 곳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현성이 그곳으로 가려는 이유?

크게 없었다.

‘완전 중앙 쪽 도시로 가는 방향이라 가는 거지.’

일단 목적이 대륙의 중앙에서 어디로 갈지 정하는 거였지 않나.

그러다 보니 선택한 거였다.

대륙의 중앙이라 할 수 있는 룬 제국의 자유도시 파이튼으로 향하는 지름길이었으니.

향하는 거다.

완전 즐겜러 입장으로 플레이하는 거다.

조금이라도 재미있어 보이는 거라면 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현성이 그랬다.

“오우!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되는군요!”

“흐음, 너만 아니면 별 큰일은 없지 않을까?”

“에헤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개무량한 것입니다요!”

“……칑츤흔 그 으니다.”

이를 꽉 깨물고 말하는 현성.

사실 이렇게 반응하긴 해도 현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리베우스가 있어서 더 재미있는 건 사실이긴 했으니.

그런 생각을 하니 다른 애들도 보고 싶긴 했다.

스승님들인 유리아나 카론도 보고 싶고, 타나나 라이도 좀 그리웠다.

이렇게 리베우스도 만나게 되었으니 그래도 언젠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리베우스와 마찬가지로 그 둘도 사도였으니.

언젠간 볼 수 있을 거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룬으로 향했다.

‘가는 데 별일은 없겠지?’

유저도 별로 없는 곳으로 가는데.

별일이 있을 리가.

아마 없을 거다.

아마.

* * *

개척마을, 마룬 인근 지역.

그곳에 모여 있는 유저들이 있었다.

총 세 명으로 하나는 창지기와 궁수, 마법사로 이뤄진 파티였다.

하나같이 강력해 보이는 장비들을 착용하고 있는 파티.

꽤 고레벨 파티라도 되어 보였다.

레벨대는 대략 20에서 30 사이.

로스트 이데아에서 레벨을 올리기 쉽지 않은 구간.

초보는 살짝 뗐다고 할 수 있는 레벨대로 보였다.

하나같이 머리 위에 검붉은색으로 닉네임이 쓰여 있는 모습을 보아.

평범한 유저와는 좀 달라 보였다.

흔히 레드 유저라고 불리는 악명 유저들.

쉽게 말해 PK를 즐겨 하는 녀석들이라는 거다.

그것도 꽤 오래 했는지 이름이 검붉은색이었다.

상당히 많은 수의 유저를 죽였다는 증거였다.

그런 그들 중 머리 위에 유키라고 쓰여 있는 여자, 창지기가 자신의 동료들을 보며 운을 뗐다.

“이제 이곳은 별로인 거 같네.”

이곳에서 잠복해서 초보자 녀석들을 사냥 중이었건만.

그것도 이제 쉽지 않았다.

워낙 마룬에 오는 사람이 없어야 말이지.

오는 유저들은 족족 이들이 죽였지만.

어쨌든 유키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그녀의 말에 궁수 유저 타케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원래도 적었지만, 요즘 더 적어진 모양.

“아무래도 소문이 퍼진 거 같은데?”

“하긴, 소문이 안 퍼질 수가 없긴 하지.”

“슬슬 자리를 이동해야 할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여자 마법사 야마토가 말했다.

다들 야마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셋은 현실에서도 친하다 보니 마음이 곧잘 맞았는데.

처음에는 다들 정상적인 플레이를 유지했었다.

한데 그게 어디 쉬워야 말이지.

현실에서는 직장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다.

그런데 게임에서까지 어려워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견딜 수 없었다.

셋이 그렇게 생각한 결론은 바로 초보자 사냥!

몬스터를 죽이는 거보다도 쉽고, 심지어 소득도 좋았다.

이제 막 초보자 마을을 벗어나는 초보들.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려고 제일 많이 투자하는 구간이기도 했다.

그런 녀석들을 쏙쏙 빼먹으니 어디 소득이 안 좋을 수가.

게다가 경험치까지 쏠쏠했으니.

단점으로는 마을을 들어가지 못한다는 거였는데.

그 정도쯤이야 스트레스 풀이에 비하면 상관없었다.

다만.

“에휴, 처음에는 무적이 된 거 같고 좋았는데 이젠 그러지도 않네.”

“아무래도 추격당하기 좋긴 하니까요.”

“어쩔 수 없지.”

초보자들이 당하고 강력한 지인을 끌고 오는 때도 있었다.

용의주도하게 그전에 도망치고 흔적을 지우긴 했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이제는 이 짓도 관둬야 하나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는 걸 어쩌나.

이미 셋 다 PK에 중독이 되어버렸다.

“일단 여기서 한 놈만 더 처치하고 가자.”

“그 정도면 좋겠다.”

“아직 여기 우리가 있다는 소문도 퍼진 거 같지 않고요.”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 마룬 마을로 가는 길목들을 지켜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볼 수 있었다.

“유키, 저기요.”

“응?”

야마토가 처음 발견해 한쪽을 가리키자 마룬 쪽으로 향하는 유저가 하나 보였다.

영락없는 초보자의 모습.

다만 흰색 로브를 쓴 걸 보고 알 수 있었다.

“사제?”

“그런 거 같네.”

“사제 혼자서 돌아다니는 건가요?”

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있는 유저라고는 사제 혼자인 듯싶었다.

당연하지만, 보통은 사제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

무엇보다 솔로잉을 하는 사람 중 사제를 하는 사람도 사실상 거의 없다.

누가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게임에서 서포팅 직업인 사제를 하고 싶겠나.

당연하게도 거의 없었다.

이들처럼 지인끼리 같이하는 경우에나 좀 고르는 편이지.

솔로로 하는데 사제를 한다?

진짜 특이하지 않고서야 힘들다.

하지만 이들에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저 특이한 사제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

그것만이 모두의 관심사였다.

“저 남자 어깨 좀 봐봐.”

“어깨?”

“어? 인형 같은 게 있네요?”

“잘 보면 움직여.”

“인간형 펫인가요?”

야마토의 물음에 다들 입가에 기다란 호선을 그렸다.

참 잘된 거 같다.

인간형 펫은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

그리고 그런 비싼 축에 속하는 펫을 보유하고 있다?

무슨 의미겠는가.

당연히 저 남자가 돈이 많다는 거다.

“하나뿐이라 실망했는데, 저 정도면 대박이네.”

“거하게 털고 가자고.”

“너무 좋네요.”

셋 다 탐욕에 젖은 눈으로 사제를 바라봤다.

결정을 했으면 행동은 빨라야 하는 법.

누가 먼저라고 말할 것도 없이 셋 다 동시에 나서기 시작했다.

마법사인 야마토는 가장 빠른 스킬인 애로우류 스킬을 시전했고, 궁수인 타케시는 시위를 화살에 걸고 저격 스킬을 사용했다.

마지막으로 창지기 유키는 빠르게 거리를 주파해 사제에게 달리는 중이었다.

다른 두 사람의 스킬보다야 늦겠지만, 마지막 결정타는 날릴 수 있게.

두 사람의 스킬을 모두 맞고 견딘 초보자는 거의 없었지만.

이 사제도 마찬가지일 거다.

‘사제이니 체력도 낮겠지.’

레벨 10을 달성하고 이제 막 전직한 햇병아리라면 더욱 그렇다.

모두의 비릿한 미소와 함께 스킬이 시전되려는 순간.

사제의 어깨 위에 있던 인형의 눈빛이 달라졌다.

섬뜩.

뭔가 이상했다.

분명 고작해야 펫에 불과할 텐데.

무슨 저런 압박감을 가지고 있는 거지?

가장 가까이에 있던 유키만이 느낄 수 있었다.

슬며시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둘은 못 느낀 모양.

하지만 그래 봐야 달라질 건 없다.

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더 빠르게 땅을 박찼다.

저 둘이 실패하더라도 자신이 그걸 막기 위해 있는 거 아닌가.

리치가 긴 창으로 녀석들을 꽂아버리면 아무것도 하지도 못할 터.

“파이어 애로우!”

“스나이핑!”

화르르륵! 휘유우우우우!

빠른 속도로 거리를 주파하여 사제를 노리는 두 개의 화살.

아무래도 더 빠른 것은 궁수 타케시가 쏘아낸 화살이었다.

저격 스킬 스나이핑답게 그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동 레벨의 유저라도 피하거나 막기 쉽지 않은 속도.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그대로 꿰뚫리기 십상이다.

분명 그랬어야 한다.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사제.

두 개의 화살 중 더 빠르게 날아드는 스나이핑을 보며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혔다.

휘이이이익! 푹!

허무하리만치 그대로 애꿎은 바닥에 꽂힌 화살.

하지만 아직 화염의 화살인 파이어 애로우가 남아 있다.

속도는 스나이핑보다 느렸지만, 그대로 고개를 젖힌 사제에게 날아드는 화살.

피하긴 쉽지 않을 거다.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스킬을 사용하기 전까지는.

현성은 타오르는 화염의 화살을 보고는 그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을 사용하고 생성한 장소는 다름 아닌 파이어 애로우가 날아오는 정확한 위치.

그가 사용한 스킬은 빛으로 만들어진 화살이었다.

생성되자마자 그대로 화살끼리 충돌했다.

푸슛! 파앙!

“미, 미친.”

“마, 말도 안 돼.”

“허, 허억.”

저렇게 스킬을 막을 수 있었다고?

모두가 경악하며 순간 멈칫했지만 전투 중 그러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동은 없었다.

아주 잠시의 멈칫거림도 거대한 틈을 만들어내기에.

사제가 그 틈을 파악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틈을 확인하자마자 다시 스킬을 사용한다.

방금과 똑같은 빛의 화살.

분명 방금 썼을 텐데?

‘쿨타임이라는 게 없는 스킬인가!?’

제일 선두에 선 창지기 유키가 창을 꼬나쥐고 이를 앙다물었다.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거 같다.

초보자가 아니었던 걸까?

아니, 아니어야 한다.

고작해야 이제 막 초보자 마을을 나온 초보자가 저런다는 건 너무나도 자괴감이 드니.

분명 초보자가 아니어야 한다.

창지기 유키는 그렇게 생각하고 생성되는 빛의 화살을 막아내려 했는데.

대상은 그녀가 아니었다.

퓻!

너무나도 빠른 속도의 화살.

홀리 애로우라기에는 너무나도 빨랐다.

피할 새도 없이 날아간 화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고 날아간 화살은 그대로 궁수인 타케시의 눈에 박혔다.

“끄아아아악!”

통각 수치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눈에 무언가 날아와 박힌다는 건.

상상만 하더라도 고통스러운 일.

타케시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쌌지만, 이미 화살은 소멸한 뒤였다.

순간적으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 일어났으나 그딴 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궁수인 타케시가 잠시 리타이어됐다.

셋 중 가장 판단력이 빠른 창지기 유키는 생각했다.

‘내가 해야 해.’

어떻게든 자신이 나서서 사제의 시선을 끌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사제는 사제.

결국 근접에서 약하리라.

방금 스킬을 사용해서 그런지 잠시 멈칫하는 녀석.

유키는 그리 생각하고 빠르게 거리를 좁혀 창을 내질렀다.

깔끔하기 짝이 없는 일격이다.

근래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일격이기도 했다.

하지만….

팡!

고작해야 성경책으로 창을 튕겨내는 사제.

그러곤 싱긋 웃으며 말했다.

“PK도 오랜만이네.”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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