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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3화 (33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3화

5장. 개척마을, 마룬(2)

‘이, 이게 무슨?’

창지기 유키는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인지하지 못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거다.

성경책으로 창을 쳐낸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이지 않은가.

아무리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그냥 내지른 공격이라지만.

책으로 창을 쳐낼 수 있는 건가.

정확한 타이밍과 정확한 힘의 분배가 아니고서야 힘들다.

도대체 이 사람은 정체가 뭐지?

유키가 순간 그렇게 생각한 찰나.

사제, 아니, 현성이 미소를 지었다.

참 학습 능력이 없다.

“또 그렇게 틈을 보이면 참을 수가 없는데.”

“바로 그 말입니다요!”

스슥.

다시 생성되는 빛의 화살.

아까의 속도를 생각하면 피할 수 없다.

어떻게든 창으로 쳐내는 수밖에.

집중하자. 집중해.

창지기 유키는 빠르게 사고를 가속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까의 그 일격도 그렇고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이 좋았다.

왜인지 그 빠른 화살이라도 쳐낼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샘솟았다.

이윽고 빛의 화살이 만들어졌을 때 유키는 그대로 꼬나쥔 창을 휘둘렀다.

분명 아까 봤던 속도라면 이 타이밍이 맞다.

한데 어째서일까.

창은 그저 허공을 갈랐다.

그 뒤에 날아오는 성스러운 빛의 화살을 보며 유키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느……려?’

화살이 방금 본 빛의 화살보다 현저히 느리다는 것을.

이게 가능한 일일까?

각자 다른 스킬이 아니고서야.

뭔가 거기에 답이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 순간.

더 생각을 이을 수 없었다.

푹!

“꺄아아아악!”

타케시와 마찬가지로 눈에 박힌 화살.

순간 눈이 암전되더니 움찔거리며 창을 쥐던 손에 힘이 풀렸다.

끝까지 놓진 않았지만, 순간의 그 타격은 잊을 수 없다.

눈에 무언가 날아와 박히는 그 불쾌한 감각.

도무지 적응할 수 없는 감각.

현성은 피식 웃으며 그런 그녀의 머리를 향해 정권을 내질렀다.

그것도 성경책을 쥔 상태로.

빠각!

상당히 강력한 일격.

시스템이 그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큰 데미지를 연달아 입었습니다.]

[3초간 상태이상 ‘경직’에 빠집니다.]

“아, 아.”

유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현성을 봤다.

회복된 시야로 본 모습은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고작해야 초보자인 줄 안 상대에게 이리 당할 줄이야.

하지만 괜찮다.

‘타케시랑 야마토가….’

그렇게 생각한 바로 직후.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끼야아아아악!”

야마토의 비명.

분명 앞에 있는 사제, 그러니까 현성은 아무 스킬도 발동하지 않았건만.

갑자기 왜 비명을 지르는 걸까.

사고를 하며 현성을 바라보니.

아까까지만 해도 현성의 어깨 위에 있던 인형 크기의 펫이 사라져 있었다.

설마 그 펫이 나선 건가.

처음 섬뜩함을 느꼈던 게 진짜였던 거였구나.

창지기 유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고작 두 방 맞았는데 벌써 포기하기는 이르지 않느냐.

누군가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고작 그 두 방으로 체력의 3분의 1이 날아갔다.

한데 경직이 3초나 남아 있다?

이미 끝난 거다.

‘이 남자 절대 초보자가 아니다.’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이나 잘못 고른 거 같다.

결국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창지기 유키는 그렇게 눈을 감았을 때 섬뜩한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콰직! 콰직!

분명 성경책으로 내려찍는 것이리라.

그래서 눈을 감았다.

차마 보고 있을 수 없었으니.

[HP가 0으로 떨어집니다.]

[사망하셨습니다.]

[악명 수치가 너무나도 높습니다.]

[모든 아이템과 레벨이 극심히 떨어집니다.]

PK범에게 어울리는 최후였다.

* * *

현성이 창지기를 쓰러뜨리자.

리베우스 역시 비슷하게 두 녀석을 쓰러뜨렸다.

궁수는 이미 현성에게 당해 멘탈이 떨어진 상태였고, 다른 하나도 마법사라 HP가 낮았다.

궁수 역시 HP가 낮은 직업 중 하나니.

리베우스의 실력이면 금방 처리하고도 남았다.

실제로 빠르게 처리했기도 하고.

악명이 얼마나 높았는지 아이템도 상당히 많이 떨궜다.

그리고 얻은 건 아이템뿐만이 아니었다.

[악명이 쌓인 유저를 처치하셨습니다.]

[악을 처단하여 신성력이 12 상승합니다.]

“진짜 뜻밖의 소득이네.”

현성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이어서 떠오르는 메시지까지.

[신성력의 총합이 50을 넘어 새로운 신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다섯 개의 스킬 중 원하는 신성 스킬을 고르십시오.]

스킬 수급이 상당히 좋다.

여기에 하루에 한 번 기면증까지 발동된 걸 스킬로 사용하면 하루에 하나 이상은 무조건 스킬을 얻는 거니.

이렇게 되면 경비병에게 얻은 랜덤 스킬북을 굳이 쓸 필요는 없겠다.

뭐 스킬이야 많으면 좋지만, 너무 많아봐야 다 쓸 수도 없어 애물단지가 되는 법이니.

당장 필요도 없는 스킬을 늘려봐야 선택지가 늘어 전투 시 막힐 때가 있었다.

‘뭐 지금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니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긴 한데. 일단 신성 스킬부터 고르자.’

신의 권위.

생각할수록 뛰어난 스킬 같았다.

자체적으로 신성력 수급도 가능하고 신성력에 따라 스킬까지 준다?

그냥 신을 뛰어넘는 성능 같다.

어쨌든.

이번에는 다섯 가지 스킬이 뭐가 나왔을까.

[미약한 축복][신성폭발][샘솟는 용기][홀리 라이트][타이니 힐]

“흐음.”

현성이 살펴보자 아까와 겹치는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새로 나온 건 우선 미약한 축복이랑 신성폭발, 타이니 힐 정도인가.

타이니 힐은 레서 힐의 상위 호환 같고, 미약한 축복은 미약한 기도와 비슷한 계열의 버프 스킬 같았다.

반면 신성폭발은 누가 봐도 공격 스킬.

사실 제일 끌리는 건 신성폭발이긴 했다.

‘근데 버프 스킬이 너무 없기도 하지.’

같은 스킬이 여러 번 나오는 걸 보니.

당장 버프 스킬을 선택해도 나중에 또 나올 거 같다.

그러니 좀 편하게 골라도 될 듯싶다.

버프 스킬이 너무 없긴 하니 먼저 미약한 축복과 샘솟는 용기 중 골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공격 스킬은 이전에 홀리 애로우를 골랐기도 했고.

그래서 현성이 결국 선택한 것은….

[신성 스킬, ‘샘솟는 용기’를 습득하셨습니다.]

미약한 축복은 비슷한 계열인 미약한 기도가 있으니.

아예 없는 새로운 종류인 샘솟는 용기를 선택했다.

효과를 보니 상태이상 저항과 각종 내성 효과들, 그리고 자잘한 HP 상승 효과가 있었다.

생각보다 쓸 만한 버프였다.

“오우! 주인님의 힘이 늘어나신 게 느껴집니다요!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음, 그래?”

현성은 그냥 그렇구나 생각하고 PK범들이 떨군 아이템들을 모두 수거 후 떠나려 했다.

그런데 문득.

‘잠깐? 스킬북이면 내가 아니라 리베우스도 익힐 수 있지 않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인의 아이템을 펫이 대신 장착할 수도 있지 않던가.

스킬북 역시 그랬다.

리베우스가 강해지는 거 역시 현성이 강해지는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현성은 스킬 수급이 원활하지 않나.

기면증도 있고 신의 권위도 있다.

심지어 레벨 업으로 얻는 보상으로도 스킬을 얻을 수 있다.

반면 리베우스는?

레벨도 없고, 얻을 수 있는 스킬도 없다.

물론 리베우스가 특수해서 현성이 리베우스의 펫 스킬 정보를 읽을 수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신의 권위 같은 스킬이 또 있다고는 보기 힘들다.

게다가 그걸 리베우스가 가지고 있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

그러니 이런 스킬북이 나올 때는 리베우스에게 주는 게 나을 거 같다.

판단이 들고 나니 행동은 빨랐다.

마침 명목까지 있지 않나.

“리베우스, 잘했다.”

“에헤헤! 아닙니다요! 주인님의 영원한 종! 충직한 종인 이 리베우스는 언제고 주인님께 봉사하겠습니다요! 오우!”

“그래도 상을 주지!”

“오, 오우?!”

“자, 받아라.”

현성이 그렇게 말하며 랜덤 스킬북을 건네자.

받아 든 리베우스는 끔뻑끔뻑 눈을 크게 감았다 떴다 했다.

평소에는 늘 타나노스처럼 자는 모습으로 보여야 한다며 눈을 감고 다닌더니.

저렇게 눈이 크면 왜 감고 다니는 건지.

아무튼 인형 같은 모습인 SD 리베우스가 눈을 크게 끔뻑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진짜로 감동이라도 한 듯 눈망울이 울먹인다.

“아, 아니, 왜 울고 그래.”

“흐엉, 감사합니다요. 주인님.”

“아, 아니야.”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줄 걸 그랬네.

현성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머쓱한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리베우스는 그런 현성을 보며 바닥에 내려가 연신 바닥에 머리를 찧어 절했다.

처음 리베우스를 봤을 때부터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바닥쿵.

“오우! 감사합니다요! 이 은총!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요! 오우우우!”

쿵! 쿵! 쿵! 쿵!

뭔 놈의 바닥을 찍는 게 저리도 센가.

땅 좀 울리는 걸 봐라.

약해진 거 맞지?

바닥이 좀 갈라진 거 같은데.

물론 그보다 더 철철 피가 뿜어져 나왔지만.

그걸 보던 현성은 기겁하며 말했다.

“아, 알았으니까 일어나! 바닥도 그만 찧고!”

“오우!”

현성이 말리자 바로 일어나 신난 듯 자기만 한 스킬북을 꼭 끌어안는 리베우스였다.

늘 사고를 치긴 해도 기특한 녀석이긴 하니.

일단 떨어진 HP 좀 회복해 줘야겠다.

간단하게 레서 힐을 넣어주자 금방 회복되었다.

“오우! 역시 주인님의 은총은 하늘과 같다는 겁니다요!”

“그렇게 좋아하지만 말고 한번 사용해 봐. 무슨 스킬 나오는지 궁금하니까.”

“오우! 그, 그래도 됩니까요?”

“쓰라고 준 건데 당연하지.”

“오우!”

현성의 말에 신나서 방방 뛰어다닌다.

그러고는 뭔가를 준비라도 하듯 바닥에 마법진 같은 걸 새기며 그 가운데에 스킬북을 올려놓는다.

저게 뭐 하는 거지?

의문 가득한 눈으로 현성이 바라보자.

리베우스는 뿌듯하다는 듯 미소를 짓고는 그대로 스킬북 위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저거 설마?

“아아, 은혜로우시고, 자애로우신 우리의 주인님 타나노스시여! 부디 저에게 좋은 스킬을 선사해 주시길 간절히 바라겠습니다요!”

설마 기도를 하는 거였나?

아니, 근데 이렇게 기도를 한다고?

‘그리고 타나노스면 나잖아?’

바로 앞에서 이렇게 기도를 한다고?

진짜 광신도인 줄은 알았지만, 정도가 심하긴 하다.

그래도 웃기긴 했다.

뭐 저런다고 좋은 게 뜨면 누가 기도를 안 하겠나.

처음 랜덤 스킬북을 사용하는 리베우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사람마다 뽑는 방식은 다른 거니까.

기도가 그제야 끝났는지 리베우스는 그대로 일어나서 스킬북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제 몸집만 한 책을 들어 올리곤 리베우스가 외쳤다.

“오우! 위대하신 주인님을 위하여입니다요!”

그렇게 외치고 사용한 스킬북.

리베우스가 스킬북을 사용하고, 스킬북이 허공에 녹듯이 사라지자.

정말 놀랍게도 허공에 신비로운 오로라의 빛깔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청록빛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빛의 커튼.

그리고 그 사이로 천상의 빛과 같은 찬란한 노란빛이 떨어졌을 때 현성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당신의 펫, 리베우스가 희귀등급 랜덤 스킬북에서 전설 등급 스킬, ‘성자의 빛’을 습득했습니다.]

“오우! 전설입니다요! 전설! 오우!”

기뻐하는 리베우스를 보며 현성은 인자한 미소를 짓곤 눈을 감았다.

‘이게 왜 진짜 되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기도를 들어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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