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5화
6장. 개척마을, 마룬의 보물(1)
마을 근처 작은 동산.
그곳에는 인적이 드물고 발견하기 어려운 동굴 하나가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기 힘든 동굴.
그곳에 한 사람이 인상을 잔뜩 구긴 채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갑자기 사제가 와서 일이 틀어지게 생겼다.
하지만.
‘로브에 문양도 없는 걸 보아하니 약소 교단인 게 틀림없다.’
신을 모시는 사제들은 하나같이 신을 상징하는 문양을 로브에 새기곤 했다.
그런데 오늘 도착한 사제 녀석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문양이 없다는 건 밝히기 곤란하다는 뜻.
밝히기 곤란한 교단이라는 건 당연히 약한 교단이거나 적이 많은 곳이라는 것이니.
약한 곳일 게 틀림없다.
그나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동굴 안의 존재는 무슨 일이라도 꾸미는 양 피식 웃었다.
‘하긴, 나의 대계는 고작해야 사제 하나로 바꿀 수 없기는 하지.’
걱정했던 게 우스워질 정도.
심지어는 사제에게서 느껴지는 레벨조차 낮지 않았나.
그만한 힘이라면 자신에게 방해는커녕 신경조차 거슬리지 않을 거다.
미약한 사제만큼 별 볼 일 없는 건 없는 법이니.
무엇보다.
존재는 피식 웃으며 동굴 깊숙한 곳에 붉게 빛나는 수십 쌍의 눈동자들을 봤다.
이만한 아군이 있는데 뭐가 걱정이겠는가.
그저 계획을 실행하면 그만이다.
오늘 밤.
‘개척마을 마룬은 사라지고, 보물은 나의 손에 내려오고 말 것이다.’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미친 듯이 웃어 재끼는 그 존재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현성이 생각한 대로 흑막이 존재했다.
* * *
현성이 개척마을에 도착했을 때.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다름 아닌 김유나에게 모든 걸 보고받고 현성만 신경 쓰는 남자.
그의 이름은 정지환 대리였다.
하나같이 영문을 알 수 없는 강력함.
게다가 스킬까지 열람을 할 수 없다?
이건 진짜 심각한 사안이다.
하지만 무서워서 아직까지 보고를 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너무 난감했다.
보아하니 김유나 사원이 실수를 하거나 보고를 누락한 건 아니었다.
바로 오늘 캐릭터를 생성한 거였으니.
근데 그게 문제였다.
오늘 캐릭터를 바로 생성한 건데 어떻게 신등급 직업을 바로 전직할 수 있었을까?
전직 로그조차 볼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게 모든 열람이 본부장 이하는 불가하게 나왔다.
다르게 말하면 극비 중의 극비.
설마 이거 발견했다고 잘리는 일은 없겠지?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나 싶지만, 혹시 또 모른다.
찍힐 수도 있는 일이니.
그래서 차마 보고를 못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자기 선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한데 이게 웬걸.
‘미치겠네, 왜 하필 마룬 마을로 가냐.’
정지환 대리는 신경질적으로 손톱을 물어뜯으며 모니터를 봤다.
개척마을, 마룬.
이곳은 다름 아닌 정지환 대리가 기획하고 스토리를 짠 마을이었다.
그것도 꽤 비중 있는 스토리로 나왔다.
대륙 전체로 봤을 때 그리 비중 있는 이벤트나 스토리는 아니긴 하다.
룬 제국 중앙 지역에서 조금 비중 있는 정도?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정지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한데 그 시작이 되어야 할 마룬 마을의 파괴다.
‘저 유저가 관여하면 왠지 프로젝트 실패할 거 같은데…….’
단순히 불길한 예감이 아니다.
현성 유저라면 그만한 힘을 지니고 있지 않나.
예측불허의 신등급 직업과 막강한 펫까지.
심지어 모두 열람도 불가능해서 깰 수 있다 없다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만일 이대로 있다가 깨버리기라도 하면?
‘프로젝트 하나가 날아가는 거다.’
꿀꺽.
지금 현성 유저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다.
프로젝트가 날아가냐 마냐의 문제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하나의 스토리지 않나.
이게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사라진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무슨 수를 써야 하나.
‘내 평가도 떨어진다.’
프로젝트 하나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만 생각해도 정지환 대리의 연봉은 우습게 깨진다.
근데 그걸 말아먹는다?
단순히 평가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다.
신뢰가 깨지는 거다.
신뢰가.
일을 못 하는 직원에게 누가 일을 맡기겠는가.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에서도 멀어지고.
승진에서 멀어지면?
연봉도 동결되는 거다.
이대로 그냥 연봉 동결?
절대 안 된다.
‘어떻게든 막아야 해.’
지금은 현성 자체를 보고하냐 마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의 연봉이 달렸다.
정지환 대리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슨 수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이모저모 찾아봤다.
그리고 그 결과.
“이거다!”
순간 찾은 것에 기뻐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모두 정지환 대리를 쳐다봤다.
이렇게 뻘쭘할 수가.
“크흠, 죄, 죄송합니다.”
사과를 하며 다시 자리에 앉은 정지환 대리는 씨익 웃고는 자신의 프로젝트 창을 열었다.
거기에 나온 한 인물.
다름 아닌 개척마을 마룬의 흑막으로 설정한 캐릭터다.
비밀 결사의 일원 중 하나로 마룬 마을의 보물을 탐내 이곳에 잠입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
원래 그 흑막 캐릭터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군단을 이끄는 힘만 좀 있는 수준이었다.
‘여기에 지원군을 하나 보내면 될 거야.’
정지환 대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유저를 건드는 것은 절대 불가의 영역이다.
하지만 유저가 어디에 도달하지 못하게 어느 정도 막는 것은 괜찮다.
물론 너무 과하게 하면 문제가 일어나지만.
그가 한 건 그리 과한 선도 아니었다.
딱 프로젝트만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만 설정했다.
그로 인해 현성이 퀘스트를 실패하긴 하겠지만.
대신 다른 보상을 얻을 수 있게 설정했다.
‘마룬 마을의 보물은 흑막이 가져가야 하니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할 거다.
아무리 그래도 레벨 10에 불과한 현성 유저가 이걸 돌파한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니까.
조력자까지 더해지는 흑막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하니.
차라리 잘되었다.
‘현성 유저 펫이 전설 등급 스킬을 뽑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도도 상정 외지.’
어떤 스킬을 뽑았는지는 알 수 없어서 미지수지만.
전설 스킬이면 저 대군단과 조력자까지 막을 순 없으리라.
‘즉사기에 가까운 극딜 스킬이 아닌 이상에야 힘들지.’
정지환 대리는 그렇게 피식 웃었다.
설마 사제 컨셉으로 하는 현성 유저의 펫에게 딱 타이밍 좋게 즉사기나, 극딜기 전설 스킬이 뜬다?
진짜 신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정지환 대리는 알 수 없었다.
현성, 그는 신이라는 걸.
* * *
흑막을 잡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당장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당장 잡는 건 불가능하다.
모르는데 어떻게 잡나.
그래서 처음 현성은 수사의 초점을 왜 사제가 오지 않았냐는 것부터 시작했다.
한데 그거부터가 의문이었다.
‘흐음, 그런데 사제가 오는 건 어떻게 막은 거지?’
처음에는 PK범들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아무리 개척마을의 부탁이라도 교단에 부탁을 한다는 건 꽤 큰일이다.
한데 그 부탁해서 도달한 사제가 PK범들이 건드릴까?
절대 아니다.
‘초보자를 잡는 거랑 NPC를 건드는 건 차원이 다르니.’
PK범이라고 해도 사람이다.
생각이라는 걸 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교단이라는 거대한 단체에 속한 NPC를 건든다?
멍청이도 하지 않을 짓이다.
그러면 교단으로 가는 연락망을 끊었다는 건데.
여기서 의문이었다.
현성은 바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개척마을, 마룬의 위기】
-등급: C
-설명: 룬 제국의 영토는 대륙의 으뜸이라 할 정도로 넓다.
그만큼 제국민들도 너무나도 많았다.
그 때문에 도시에서 견디지 못하고 도시 밖으로 나와 개척촌으로 모이는 제국민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하지만 으레 그런 개척마을들이 겪는 문제들이 있게 마련이다.
바로 몬스터들.
개척마을이다 보니, 제국에서 할당하는 경비병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개척을 위해 땅의 정화 역시 필요하건만 신전조차 없는 상황.
촌장은 며칠 전 개척마을에 보기 드문 마법사에게 인근 마을에 메시지를 보내 사제를 파견 내어 달라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라 한다.
그들을 도와 몬스터를 처리하거나 대지를 정화하자.
-제한: 사제, 혹은 용병 계열 직업.
-보상: 개척마을의 숨겨진 보물.
-실패 시, 개척마을, 마룬의 파괴.
다시 정독하기 위해 살펴본 결과.
확실히 탐탁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마법사?”
개척마을에 보기 드문 마법사라.
이거 척 봐도 수상한 냄새가 나지 않나.
바로 여기부터 뒤져봐야겠다.
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리베우스가 재빠르게 일어났다.
“오우! 주인님, 찾으신 모양이시군요!”
“응, 좀 수상한 구석이 있네.”
“오우! 역시 주인님입니다요!”
“몬스터가 쳐들어올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좀 그러니까.”
직접 나서서 움직이는 게 체질에 맞기도 하고.
현성은 그렇게 일어나 숙소 밖으로 나갔다.
마을 사람들이 와줘서 고맙다고 관리가 잘된 빈집 하나를 빌려준 거다.
그렇게 밖으로 나가자 분주하게 순찰을 도는 몇몇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들 역시 현성을 발견하곤 매우 반갑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왔다.
“아! 사제님이시군요! 안녕하십니까.”
“오우! 안녕하다는 겁니다요!”
“네, 안녕하세요. 혹시 마법사님의 집이 어딘지 아십니까?”
늦은 밤에 묻기에 상당히 수상한 질문.
현성도 조금은 긴장한 채로 물었지만.
경계심이나 의심은 추호도 없는 표정으로 마을 사람이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저쪽으로 가시면 마법사님의 집이 나옵니다.”
“아 감사합니다!”
친절하게 알려준 주민에게 감사를 표하고 곧바로 마법사의 집으로 향했다.
밖에서 보니 불은 아직 켜져 있는 모양.
다행히 아직 자지는 않는 거 같았다.
그러면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바로 간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바로 노크를 갈겨버렸다.
똑똑똑.
“실례하겠습니다.”
“오우!”
“…….”
하지만 들리는 소리나 인기척이 전혀 없었다.
안에 아무도 없나?
현성이 그렇게 생각한 찰나.
순간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현성과 리베우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을 때.
안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무슨 일이신가?”
근엄하게 생긴 노인 하나.
머리는 다 빠져서 번쩍이는 머리와 그와 반대로 풍성한 수염이 대비가 되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자신을 보는 현성을 보며 아는 체를 해왔다.
“오 아까 왔던 사제님 아니신가? 반갑네.”
“아, 네. 저도 반갑습니다.”
마법사의 말에 현성도 손을 내밀고 인사를 받았을 때.
리베우스가 현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우, 머리카락이 중력을 이기지 못한 모양입니다요.”
“쿠흡.”
“으음? 무슨 일인가?”
“크흡, 큭. 아, 아닙니다.”
본의 아니게 웃참을 할 수밖에 없는 현성이었다.
그런데 그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