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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22화 (348/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22화

8장. 마룬의 성자

현성이 로그아웃을 한 시간이 대략 12시에서 1시 사이였다.

그리고 다시 로그인을 한 지금 시간이 6시 정도다.

대략 17시간에서 18시간 만에 접속을 한 거다.

당연하지만 짧은 시간은 아니다.

거의 반나절이 지난 시간이니.

하지만 무언가가 바뀌기엔 참 짧은 시간 아니겠나.

적어도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선 로그인을 하자마자 반겨준 메시지.

별건 아니었다.

[개척마을, 마룬의 모든 주민을 신도로 만들었습니다.]

[이미 마룬 마을에서 얻을 수 있는 신성력의 최대치를 획득하셨습니다.]

[더 이상 마룬 마을에서 신성력을 획득할 수 없습니다.]

[마룬 마을에서 새롭게 타나노스의 신전을 건설합니다.]

[마을에서 획득할 수 있는 최대치를 초과하더라도 신전이 건설되면 추가 신성력을 획득합니다.]

‘……스읍.’

메시지를 보는 현성의 심정?

표정으로 다 드러나 있었다.

도대체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심정.

마치 중학생이 학교를 잘못 찾아서 고등학교 시험을 보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문구들뿐이었다.

아니, 어째서 모든 주민이 신도가 될 수 있는 걸까.

도무지 알고 싶지 않았지만.

숙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때문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 수밖에 없었다.

“오우! 거쪽 기둥 좀 제대로 잡아보라고!”

“오우? 오우, 거기! 거기 똑바로 좀 하자고!”

“오우! 기도를 드리세!”

“오우!”

마을 주민들이 다들 어쩌다 저렇게 된 걸까.

현성은 그것들을 보며 묘하게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타나노스교 본교에 갔을 때.

사제들이 다 저랬던 기억이 있었는데.

아니다.

그건 꿈이었지.

그딴 종교가 어디에 있겠는가.

한데 그러면 이건 뭐란 말인가.

“후우우.”

한숨을 쉬며 숙소 밖으로 나온 현성.

그런 현성을 반겨주는 건 다름 아닌 땀과 노력이 가득한 건설 현장이었다.

심지어 어디서 구한 건지 뽀얀 흰색의 돌들을 깎아다가 신전을 만들고 있었다.

솔직한 현성의 심정을 말하자면 좀 멋있긴 했다.

조각도 넣고 말이다.

역시 개척마을의 노동력은 최고구나.

그런 심정이었다.

현성이 그렇게 저도 모르게 넋이 나가기 직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후후후, 다들 불신자에서 벗어난 모습, 너무나도 보기 좋습니다요!”

저기 원흉이 있었다.

현성은 그 원흉을 노려보며 그를 불렀다.

“리베우스!”

“오, 오우!?”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외친 현성의 말에 리베우스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나 이내 그런 현성을 보고 빵끗 웃으며 외쳤다.

“오우! 주인님! 이 모든 게 제 지휘 아래 이뤄진 일입니다요!”

“씨X! 그렇겠지! 네놈이 아니면 누구겠어!”

군대를 다녀오더니 한껏 거칠어진 현성이었으나.

리베우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우! 하지만 주인님을 기리기 위해 만든 신전입니다요!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겁니다요!”

리베우스의 항변은 듣기 싫다는 듯 현성이 성큼성큼 다가가자.

다른 마을 주민들 역시 현성에게 다가가 빵긋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하는 말.

“오우! 성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오우! 성자님! 리베우스님께 많은 걸 배웠습니다! 저희를 위해 리베우스님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우!”

“오우입니다! 성자님! 오우!”

“으허허! 오우라는 겁니다! 성자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정말 오우만 말하는 부족에 온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게 말이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순간 현성은 현기증이 핑 도는 것을 느끼곤 리베우스를 보며 외쳤다.

“리, 리베우스! 가자!”

“오우! 알겠습니다요! 신도 여러분들은 주인님과 제가 없더라도 착실히 신전을 지으시라는 겁니다요!”

“오우! 물론이죠!”

“오우! 걱정 마십쇼!”

“성자님!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우!”

마지막은 정상적인 말일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오우를 붙임으로써 진짜 뭔가 듣기가 싫어진 현성이었다.

그래서 급하게 마을을 벗어나기 위해 리베우스를 데리고 빠르게 마을 밖으로 나갔다.

물론 가는 길에도 계속 인사를 건네는 마을 주민들.

“정말 감사했어요! 성자님!”

“성자님 덕분에 우리가 끝까지 여기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타나노스 님 만세! 성자님 만세!”

“타나노스 님 만세! 성자님 만세!”

처음에는 한둘만 만세를 외치더니.

이제는 마을 전체가 타나노스와 성자를 위해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정말 민망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물며 현성 자신은 성자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성자는 리베우스 아닌가.

한데 왜 자신에게 성자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성이었다.

“오우, 둘 다 주인님이지만, 아직 우매한 신도들을 용서해 주시는 겁니다요.”

“하아. 됐다.”

좀 더 일찍 들어올 걸 그랬나.

아니, 그래도 데이트가 있는 날은 그러기는 좀 힘들긴 했으니.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이었다.

민망하고 부담스럽긴 했지만.

다들 나쁜 마음으로 저러는 게 아니지 않나.

리베우스한테 물들어서 문제지.

마찬가지로 리베우스도 나쁜 마음으로 그러는 게 아니지 않나.

‘에휴.’

현성이 포기하는 수밖에.

어쨌든 현성은 그렇게 개척마을 마룬 밖으로 나갔다.

마을 밖으로 나가면 괜찮겠지 생각하고.

하지만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현성이었다.

마을을 정화하고 나왔던 메시지는 까맣게 잊고 말았다.

[개척마을, 마룬 마을 전체를 정화하였습니다.]

[당신의 명성이 퍼지기 시작합니다.]

매우 중요한 메시지였건만.

아니나 다를까.

“아니, 마룬 마을에 이런 건축물을 만들다니. 저게 무슨 건축물이오?”

“아, 우리 성자님을 기리기 위해 만든 신전이라오우.”

“오우?”

“아하하, 우리 마을의 말버릇 같은 거니 신경 쓰지 말게나. 아무튼 우리 성자님은 대단하신 분이지. 마을 전체를 한 번에 정화하신 분이라고.”

“허어.”

“뿐만 아니라 그 저주받은 트롤을 단 일격에 잡아내신 위대하신 분이라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대륙에 또 다른 영웅이 등장한 거겠구만.”

“아니, 그 정도가 아닐세. 어쩌면 새로운 신께서 이 대륙에 오신 것일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점차 알음알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마룬의 성자와 타나노스라는 이름이.

하지만 아직 현성의 귀에 들어가기는 먼 이야기기도 했다.

* * *

레이나는 태양신인 테라를 믿는 테라 교단의 성기사였다.

정확히 따진다면 정식 성기사가 아닌 아직 견습 딱지를 떼지 못한 성기사였지만.

어쨌든 성기사는 성기사였다.

고작해야 20살에 견습 성기사까지 오른 인물은 그 큰 테라 교단에서도 많지 않았다.

룬 제국의 국교인 테라교에서 20살에 견습 성기사라는 건 상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가졌다.

대륙에서도 알아주는 천재라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만족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후우.”

선천적으로 타고난 순수한 신성력.

그리고 뛰어난 육체를 타고 태어난 그녀였으나.

항상 자신의 자질을 의심해왔다.

과연 자신이 정말 자질이 있는 자인가?

정말 성기사를 해도 되는 재목인가 하는 고민.

견습 성기사가 된다면 또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최선을 다해왔다.

문자 그대로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남은 게 무엇이었나.

끊임없는 의심뿐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의심이 아니었다.

‘신이 과연 존재할까?’

누구라도 한 번쯤 생각해 본 생각일 거다.

일반 신자라면 그럴 수 있다.

신의 존재는 누구라도 의심해 보는 것이니.

하나 레이나는 그래선 안 된다.

단순히 견습 성기사이기 때문이 아니다.

순도가 높은 신성력을 가지고 태어난 이상 그녀야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증거라 불리고 있었으니.

한데 그런 그녀가 신을 의심한다?

불경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다.

신에 대한 원론적인 의심.

만일 테라 교단 안에서 직접 입 밖으로 내뱉었다면 신성모독이라며 사형에 처했겠지만.

레이나 역시 그를 잘 알기에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의심하고 존재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건만.

그 누구보다도 순수한 신성력을 가지고 태어났다니.

이 아이러니함을 어쩌면 좋겠는가.

“하아아.”

견습 성기사의 마지막 시험을 치르기 위해 나서는 지금도 그랬다.

신에 대한 의심은 가득했지만, 그에 비해 아이러니한 순도 높은 신성력.

이 괴리감에 레이나는 상당히 괴로워했다.

과연 자신이 성기사가 되어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우선 나아가 보자.’

여태 그래왔던 거처럼.

더 노력하자.

그러면 언젠가 보답을 받지 않을까?

너무나도 막연한 생각이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 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앞을 보고 나아가는 것.

그거야말로 태양신 테라가 전한 복음이라 했으니.

물론 그마저도 의심하는 건 아니다.

신에 대해서는 물론 믿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좋은 말이라고는 생각하긴 했다.

망설이고 나아가지 못해봐야 주저앉을 뿐이다.

적어도 그렇게 무력하게 있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견습 성기사의 마지막 시험 최하급 마족을 잡기 위해 떠나고 있는 길이었다.

한데 그때.

“…….”

“오우! 주인님, 저기 성기사가 있습니다요!”

“야, 그러면 안 된다. 죄송합니다. 이 녀석이 버릇이 좀 없어서.”

이상한 사람들이다.

하나는 사제복을 입고 있으면서 문양은 없고, 다른 하나는 인간형 펫인 건지 사제복을 입은 남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러면서 싱긋 싱긋 웃는 모습.

겉으로 보기에는 멋있고 귀여운 모습의 올백 머리의 집사 복장을 한 펫.

하나, 레이나는 저도 모르게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감은 눈 사이로 보이는 검은 눈동자.

뭐든 꿰뚫어 볼 것 같은 예리한 눈이었다.

‘얼른 자리를 뜨자.’

그리 생각하고 자리를 박차려는 순간.

올백 머리의 집사 펫이 입을 열었다.

“아하하하! 주인님! 저 성기사 좀 보십시오! 신은 믿지 않으면서 신성력은 높은 성기사입니다요.”

“야! 조용히 하랬지.”

덜컹.

그 말에 레이나의 무언가가 덜컥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알아본 거지?

섬뜩한 기분을 느끼며 레오나가 집사복을 한 펫을 바라봤다.

차마 어떻게 알았느냐고는 하지 못했다.

그랬다가는 정말 그 말을 긍정하는 게 될까 봐.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저 꼬맹이는 상관도 쓰지 않는다는 듯 싱긋 웃어 보인다.

그러곤 또다시 입을 열었다.

“불신자 성기사는 또 처음 보는군요! 재미있으신 분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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