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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23화 (34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23화

9장. 불신 성기사 레이나(1)

갑자기 지나가던 사람에게 시비를 거는 리베우스를 보며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적은 또 처음인 거 같다.

리베우스가 경우가 없는 녀석이긴 해도 이렇게 대뜸 시비를 건 적은 NPC에게는 없었으니까.

한데 들어보니 불신자 성기사라니.

꽤 재미있는 느낌이긴 했다.

하지만 표정이 너무 굳어 있었다.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쁜 말이긴 했다.

리베우스가 사고를 치긴 했지만, 어쨌든 관리를 못 한 자신의 잘못이 맞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 펫이 민폐를 끼쳤네요.”

“……아.”

현성의 말에 무슨 상념에서 정신을 차린 건지 여자 성기사가 뒤늦게 반응했다.

다만 아직도 좀 넋이 나가 있는 모습이다.

리베우스의 말이 어지간히도 충격이었나?

하기야 이상한 행동은 많이 하긴 해도 없는 말을 하는 녀석은 아니니.

심지어 녀석은 신의 사도지 않나.

무언가를 꿰뚫어 봤을 수도.

전직 악마 출신이기도 하니 뭔가 보이는 게 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니 현성은 타나노스 그 자체인데.

아니 됐다.

굳이 필요 없는 거 같다.

“아닙니다. 그….”

“오우!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고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요.”

리베우스가 말을 끊고 말했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긴 했지만.

여자 성기사는 거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진짜였어?

현성은 그런 심정으로 리베우스를 봤다.

진짜 이 녀석은 뭘까?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그럴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

이만하면 됐겠지 싶어서 현성이 그대로 가던 길을 가려고 하던 찰나.

여자 성기사가 그런 현성을 보며 말을 걸어왔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동행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런 부탁을 하다니.

아무리 현성이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 잠시 제 이야기를 들어주실 수 있으신가요?”

당혹스러운 제안이었지만.

현성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리베우스가 말을 걸지 않았으면 무시했겠지만 그것도 아니었으니까.

무엇보다 다음 도시로 가는 데 꽤 오래 걸렸으니.

심심하기도 했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여자 성기사, 레이나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얼마나 이야기를 들었을까.

여러 단서를 통해 레이나가 생각보다 중요한 인물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우선 어릴 때부터 순도가 높은 신성력을 가진 아이라는 점.

그리고 신에 대한 불신.

레이나는 모르겠지만, 이미 현성은 알고 있지 않나.

이곳의 신들이 힘이 미약하다는 걸 말이다.

정확히는 미약해졌다고 추측하고 있었건만.

이렇게 단서를 획득할 줄이야.

‘레이나는 신들의 힘이 약해진 걸 느낀 거야.’

현성이 거기까지 생각하자.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직업 메인 스토리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 불신자 성기사 레이나가 생성됩니다.]

【불신 성기사 레이나】

-등급: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설명: 어렸을 적부터 높은 순도의 신성력과 뛰어난 신체를 타고난 레이나는 항상 고민해온 문제가 있었습니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자신들을 이리 버리는 것일까. 이 모순에 결국 레이나는 신이 없다고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선천적으로 높은 순도의 신성력으로 본능적으로 이 차원에 신의 힘이 미약해졌다는 걸 깨달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세계의 신.

이곳 세계의 신들이 약해진 원인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게 하십시오.

다시 말해 자신의 신도로 만드십시오.

-제한: 타나노스

-보상: 교단에 성기사 레이나가 포함됩니다. 신들의 힘이 약해진 이유의 단서. 그 외의 보상은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패 시 타나노스 메인 스토리가 약간 늦어질 수 있습니다.

진짜로 퀘스트가 떠버렸다.

다만 좀 퀘스트가 이상했다.

‘테라 교단의 견습 성기사라고 하지 않았나?’

분명 아까 들어서 똑똑히 기억한다.

한데 그런 성기사를 자신의 신도로 만들라고?

그게 올바른 길이고?

이거 완전….

아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겠다.

더 이야기하면 위험하다.

아무튼 현성은 꽤 곤란한 내용의 퀘스트를 보며 적게 한숨을 쉬었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그러다 문득 자신의 어깨 위에서 재미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레이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리베우스를 볼 수 있었다.

‘잠깐? 생각해 보면 여기서 가장 신앙심이 깊은 건 이 녀석 아니야?’

여기가 아닌 전 대륙을 포함해도 아마 없을 거다.

현성은 장담할 수 있었다.

리베우스보다 신앙심이 투철하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생각하니 이거 생각보다 쉬울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듣자 하니 지금 레이나는 최하급 마족을 잡으러 가는 길이라 한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계셨군요. 괜히 리베우스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니었네요.”

“……네, 사실 저도 상당히 놀랐습니다.”

“우후후! 제 앞에서 누구도 거짓된 신앙을 보일 수 없는 법입니다요! 오우!”

의기양양해진 리베우스가 좀 꼴 보기 싫었지만.

이번만큼은 봐줬다.

퀘스트를 얻은 게 다 리베우스 덕분이긴 했으니.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레이나가 이야기가 다 끝나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속이 좀 후련해졌습니다. 설마 이걸 다른 교단 사제에게 이야기할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허리를 숙여 깊게 감사를 표하는 레이나.

이대로 보내면 안 된다.

현성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막상 해드린 게 없는 거 같습니다.”

“예?”

“그래서 말인데 혹 최하급 마족을 잡으러 가는 거에 동행해도 되겠습니까?”

갑작스러운 제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퀘스트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으니까.

“예?”

그렇게 묘한 동행이 시작되었다.

* * *

레이나의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운 일의 연속이었다.

그럴 수밖에.

대뜸 길을 가던 중 리베우스가 먼저 불신자라며 깔깔거렸고, 거기에 찔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번에는 현성이 같이 마족이나 족치자고 한다.

사실 거절할 명분이야 너무나도 많았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견습 성기사의 시험이라고 해서 홀로 잡으라는 법은 없긴 했다.

원래는 테라 교단의 견습 사제들이나 다른 견습 성기사들끼리 팀을 꾸리고 최하급 마족을 사냥하러 다닌다.

하지만 레이나는 그것 자체가 너무 불편했다.

‘테라 신을 믿지도 않는 내가 그들하고 같이 있는 건 죄를 짓는 기분인걸.’

자신의 동기들과 함께 있으면 늘 마음이 불편했다.

자신의 순도 높은 신성력을 다들 부러워했고, 더 신을 열심히 믿겠다고 기도하는 동기가 있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도망치기까지 했다.

한데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도 신성모독이라는 말을 하기는커녕 그럴 수 있다며 받아주는 이상한 사제.

레이나는 왜인지 이 남자와 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순도 높은 신성력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현성이 뛰어난 신성력을 가졌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물론 리베우스에게 느껴지는 신성력도 자신보다도 훨씬 순도가 깊었다.

하지만 현성에 비하면 그마저도 태양 앞의 반딧불과도 같았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현성은 신이고, 리베우스는 그의 사도였으니.

태양과 반딧불이 딱 맞는 표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긴 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만한 건 추격 중인 최하급 마족이 이 근처에 있다는 거다.

현성과 같이 악을 처단하면 뭔가 생각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레이나는 그런 생각으로 현성의 제안을 받은 거였다.

저런 신성력을 가진 사제에게 버프를 받으면 좀 신의 기운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렇게 시작한 동행이었다.

“이쪽입니다.”

“최하급 마족이 이 근방에 있는 모양이군요.”

“네, 아마 이쪽 방향인 거 같기는 한데….”

“오우! 제가 느끼기에도 이쪽으로 쭉 가면 나올 거 같습니다요.”

레이나의 말을 끊고 리베우스가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레이나의 말에 보강을 해줬다.

자신감 없는 모습의 레이나의 말로 혼동이 올 수도 있었으니.

리베우스의 모습에 레이나는 조금 놀랐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지.

펫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틀릴 수도 있지 않나.

한데 어떻게 저렇게 확답을 내리는 것일까.

그때 리베우스가 그런 레이나를 보며 대답해 주었다.

“그저 자신을 믿는 것입니다요.”

“예?”

“방금까지 제가 어떻게 그리 확신을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으셨습니까요?”

“네, 네 맞아요.”

“딱 보면 나옵니다요. 오우!”

싱긋 웃으며 말해주는 리베우스를 보고 레이나는 생각했다.

정말 신비로운 펫이라고.

하지만 그보다도 더 신비로운 건 현성이긴 했다.

도대체 끝을 알 수 없이 깊은 신성력.

신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사실 그게 맞지만 상상도 못 하는 레이나였다.

어쨌든 그렇게 걷다 보니 점점 마기가 짙어지는 곳이 보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현성은 그냥 관련 스킬이 없어 이들이 말해주는 곳을 조용히 따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꽤 큰 동굴이 나타났다.

“오우! 마족의 냄새가 이곳에서 진동을 합니다요.”

“심한 악취가 느껴지네요.”

레이나는 물론이고, 리베우스조차 인상을 찌푸렸다.

하긴 리베우스도 마족이라 하면 끔찍이 싫어하긴 했으니까.

악마 출신이니 마족이랑도 친한 거 아니냐고 하면 정말 정색할 정도로 싫어한다.

이쪽 세계관에서 악마와 마족은 종 자체가 다른 모양이다.

악마는 신의 소속되어 있는 존재들.

그리고 마족은 신에게 반기를 드는 존재들로 설정되어 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

“그럼 들어가실까요?”

현성이 그렇게 말하자 레이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들어가기 전 모든 준비는 끝내는 게 좋다.

가장 먼저 준비를 시작한 건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샘솟는 용기, 미약한 기도.”

우선은 약한 버프 2종 세트.

하나같이 모두 레이나가 아는 버프들이었다.

모두 견습 사제들이 즐겨 쓰는 신성 스킬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이게 무슨?”

그 효과가 차원이 달랐다.

이게 신성력의 순도 차이인가?

레이나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을 때.

현성은 그런 것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은 채로 더 준비했다.

고작해야 자잘한 버프 2종 세트로 만족할 순 없지.

큰 거 하나 가자.

“헤븐즈 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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