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25화
9장. 불신 성기사 레이나(3)
동굴 내부로 들어서자 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상당히 협소하고 좁은 공간이었다.
이런 곳에서 전투를 해야 한다니.
천장에 내려오는 종유석들이나 바닥과 벽면이 온통 울퉁불퉁하다.
지형을 이용하기도 상당히 까다로워 보이는 악조건.
원래라면 몬스터를 유인하여 밖에서 싸우는 것이 현명하다.
현성의 생각대로다.
하지만 추격을 당하던 최하급 마족이 과연 유인을 당해 밖으로 나오려 할까?
아무리 최하급이라지만 인간 수준의 지능은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안으로 들어와 싸워야 한다.
한데.
“최하급이 아닙니다요.”
진지하게 말하는 리베우스.
현성도 느꼈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동굴 바닥에서 옅은 진동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다가오는 소리.
어떻게 봐도 최하급은 절대 아니다.
‘위험한데?’
현성조차 당장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
리베우스 역시 옅게 떠는 게 느껴졌다.
현재로서는 그만한 존재라는 거다.
최소 하급 마족.
그렇다면 다 방법이 있다.
아껴두었던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상태창.”
【상태창】
『현성』
-Lv23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2.
「근력: 21(+20)」「순발력: 21(+20)」
「체력: 21(+20)」「마력: 21(+20)」
「신성력: 53(+20)」
-잔여 능력치: 65
전에 레벨이 오르고도 내버려 두었던 잔여 능력치.
현성은 그대로 잔여 능력치를 16으로 나눠 근순체마에 골고루 나눠줬다.
그리고 남은 1은 당연히 신성력에 분배했다.
지금은 하나라도 아쉬운 상황이니.
당연하지만 그에 따라 리베우스의 능력치도 늘어났다.
【펫 정보】
『리베우스』
-종류:『타나노스의 사도』
-등급:『신』
「근력: 30(+16)」「순발력: 30(+16)」
「체력: 30(+16)」「마력: 30(+16)」
「신성력: 43(+16)」
*리베우스의 능력치는 주인의 능력치 80%로 적용됩니다.
-스킬:
「순결Lv1」「겸손Lv1」
「관용Lv1」「근면Lv1」
「인내Lv1」「절제Lv1」
「자비Lv1」
「성자의 빛Lv1」
둘 다 순간적으로 2배에 살짝 못 미칠 정도로 강해졌다.
남은 건 버프.
헤븐즈 링은 이미 걸려 있다.
남은 건 2종 세트.
그리고.
“리베우스!”
“오우! 물론입니다요!”
현성의 외침에 곧바로 스킬을 사용하는 리베우스.
순식간에 7대 주선 스킬 중 세 가지가 들어왔다.
[펫, ‘리베우스’의 스킬 『관용Lv1』이 적용 중입니다.]
[1분간 모든 공격에 상대하는 적의 공격력까지 더해 공격을 가합니다.]
[펫, ‘리베우스’의 스킬 『자비Lv1』가 적용 중입니다.]
[10분간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펫, ‘리베우스’의 스킬 『절제Lv1』가 적용 중입니다.]
[5분간 모든 소모가 50% 줄어듭니다.]
“후우우우우.”
순식간에 오른 능력치 때문일까.
입에서 허연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충분히 모을 대로 모았다.
준비는 끝났으니 녀석을 기다리는 것뿐.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오직 레이나만이 상황을 온전히 다 파악하지 못했다.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왜 저 둘이 저렇게까지 긴장하는지.
심지어.
‘어, 엄청나다.’
현성의 모습을 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저만한 힘을 가졌는데 사제를 한다고?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아까까지만 해도 딱 인형 크기였던 리베우스가 갑자기 성인 남성만 해졌다.
큰 키인 현성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조금 더 큰 감이 있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힘조차 늘어 있었다.
도대체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지?
레이나가 그런 의문을 품었을 때.
“욱.”
꽤 가까운 데서 느껴지는 토악질이 나오는 악취.
이건 절대 최하급이 아니다.
저 둘이 왜 저런 장대한 준비를 했는지도 느낄 수 있었다.
‘나, 나는 못 싸워. 절대.’
지금 자신의 수준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으리라.
확신했다.
자신은 절대 낄 수 있는 전투가 아니리라고.
저 하급 마족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신성력이 제아무리 마기에 강하다고는 하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저런 압도적인 마기 앞에서는 무얼 할 수가 없다.
한데 그럼에도 물러서지 않고 창을 꼬나쥐는 현성을 봤다.
현성?
충분히 강하다. 당장 레이나가 싸운다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하지만 자신보다 압도적이진 않다.
절대.
그런데 어째서.
‘피하지 않는 거지?’
이미 도망치기엔 늦었다고 판단하는 건가?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저런 녀석에게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는 레이나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무모하게 싸우는 거보다 그게 낫지 않을까?
레이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샘솟는 용기.”
화아아아!
붉은 오라가 생겨나더니 다시금 레이나의 몸에 깃들었다.
곧 레이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
방금까지 자신은 상태이상에 휩싸였던 거구나.
자각하고 나니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모두 현성 덕분이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무기력하게 패배자가 되었겠지.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십시오.”
“옵니다요.”
쿵! 쿵! 쿵!
소리만 들어보면 거대한 몸집을 자랑할 거 같았지만, 그러지도 않았다.
고작해야 190 정도 되어 보이는 신장이다.
현성보다 약간 더 큰 수준.
한데 저런 몸에서 육중한 소리가 났다.
심각한 일이다.
그만큼 녀석의 근육이 가득 찼다는 이야기니.
“큭큭큭, 쥐새끼들이구나. 그자의 뜻에 따라 우선 너희 모두를 죽여주마.”
현성은 정확히 하급 마족이 ‘죽’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움직였다.
분명 현성이 먼저 움직였다.
한데도 조금 늦었다.
바닥을 박차고 벽을 다시금 걷어찼다.
그와 동시에 벽면을 강타하는 하급 악마의 주먹.
콰직!
무슨 스티로폼을 치듯 무너져 내리는 동굴 벽면을 보며 현성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빠르게 움직임과 동시에 스킬을 사용했다.
홀리 애로우와 라이트 애로우.
당연히 속도가 빠른 라이트 애로우가 먼저 녀석에게 도달했다.
그러나.
챙!
두 팔이 묵빛으로 물들더니 그대로 라이트 애로우를 막아냈다.
그대로 홀리 애로우도 막아내나 싶었더니.
푸욱.
“이런 같잖은!”
그대로 팔에 박혀버리는 홀리 애로우.
현성은 그걸 보며 인상을 썼다.
확실히 마족인 녀석에게 신성 계열 스킬이 데미지가 뛰어났다.
방어도 어느 정도 무시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들 어쩌리.
이미 버프 스킬로 도배해 버린 후지 않나.
다음에는 반드시 공격 계열 신성 스킬을 선택하겠다고 생각하며 창을 강하게 꼬나쥐고 벽면을 다시 박차올라 녀석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채앵!
역시나 막아내는 녀석.
하지만 이건 알지 못했을 거다.
“순결.”
우스꽝스러운 말투도 참아내고 효과를 극대화한 7대 주선 스킬.
악명이 높을수록 위력이 높아지는 엄청난 스킬이다.
[7대 주선 스킬, 순결이 발동됩니다.]
[악명 수치에 따라 위력이 결정됩니다.]
메시지가 떠오른 직후.
녀석은 그대로 두 팔을 들어 올려 리베우스의 공격에 막아섰다.
붉은 혈선이 생겨난 팔.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
“크아아아악!”
고작 하나만 자르고 끝이었다.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목표는 녀석을 죽이는 게 아니었다.
순결로도 압도적인 차이는 메우기 쉽지 않으니.
리베우스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팔 하나를 자르는 걸로 녀석의 판단을 보는 거다.
잘린 팔을 부여잡고 괴로워했지만, 그리 길진 않았다.
현성이 빠르게 치고 나오며 공격하는 것 역시 막아냈다.
판단력은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재생력은 그리 뛰어나진 않은 모양.
만일 녀석이 빠른 재생 능력이 있었다면 난감했을 수도 있지만, 다행히 그러진 않았다.
“죽인다! 이 벌레 새끼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드는 주먹.
현성은 아직 허공에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그대로 주먹에 직격당하게 생겼다.
하지만 현성은 자신을 향해 직방으로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빠르게 종유석을 걷어차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투쾅! 콰르르릉.
녀석의 강력한 오른손 주먹에서 나온 파동이 주변에 있던 종유석들을 모조리 깨부쉈다.
아직은 피하는 게 고작.
공격도 현재까지는 리베우스의 순결 이후에 들어간 건 모두 자잘한 것들이다.
순결은 당연하지만 쿨타임이 긴 스킬.
현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스킬을 사용했다.
얻고 나서 처음 사용하는 스킬.
“타나노스의 오르골.”
현성이 그렇게 외치는 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공간을 찢고 손이 튀어나왔다.
그 순간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존재가 움직일 수 없었다.
하급 마족조차도.
저 존재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현성만이 그 손을 보며 다음 준비를 했다.
기괴하기 짝이 없는 손이 그대로 공간을 할퀴더니 공간을 찢어서 무언가를 꺼낸다.
다름 아닌 오르골이었다.
그리고 울려 퍼지는 오르골 소리.
띵, 띠딩, 띵, 띵. 띵.
귀엽고 아기자기한 선율이었다.
하지만.
“크아아아아아아악!”
순결을 얻어맞았을 때보다도 괴로워 보이는 녀석의 모습.
현성은 그걸 보며 추가타를 위해 또 다른 스킬을 외쳤다.
“하늘의 은총.”
언데드에게 데미지 효과가 존재하는 스킬.
과연 마족에게도 먹히나 보자.
스킬을 사용하자 주변에 먹구름이 생겨나더니 황금빛 비가 먹구름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온몸이 젖으며 개운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실제로 젖진 않았기에 뽀송뽀송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었다.
기분적으로도 좋은 스킬.
하지만 아쉽게도 단비는 그리 길지 않았다.
기껏해야 10초.
물론 그 10초는 하급 악마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오르골과 단비의 동시에 들어오는 데미지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고통도 이제 끝났다.
“곱게 죽을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거라.”
머리끝까지 화가 난 하급 마족을 보며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오르골은 이미 끊은 상태.
더 유지했다가는 MP가 모두 소진될 확률이 높았다.
대신 하늘의 은총 버프까지 받지 않았나.
이거면 충분하다.
“후우우.”
현성은 괜히 마족의 말을 맞받아치지 않았다.
이렇게 했음에도 아직 밀리는 건 현성이었으니까.
집중을 조금이라도 풀게 되면 죽을 수도 있다.
느낌으로 현재 현성의 능력치적 레벨은 대략 50 정도 된다.
반면 녀석은 못해도 80에서 90 사이.
애초에 성립이 안 되는 전투 조건이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을 뚫는 것만큼 재미있는 게 또 몇 없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난해한 지형에 강력한 적.
어디 하나 유리한 건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옅은 미소를 지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질 거 같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