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27화
9장. 불신 성기사 레이나(5)
마족을 잡았다는 게 처음에는 실감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잡고 난 뒤 미친 듯이 나타나는 메시지들 덕에.
[정체불명의 하급 마족을 쓰러뜨리셨습니다.]
[레벨 업!]*21
[원인 모를 힘에 의해 각성한 하급 마족을 처단하였습니다.]
[사악한 영혼을 처단하여 신성력이 30 상승합니다.]
[신성력의 총합이 100을 넘어 새로운 신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특수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레벨 보상으로 획득할 스킬들이 스킬, ‘신의 권위’에 흡수됩니다.]
[스킬, ‘신의 권위’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스킬, ‘신의 권위’의 레벨 상승으로 새로운 스킬 두 개를 획득합니다.]
[스킬, ‘신의 권위’의 레벨 상승으로 신성력 10단위가 아닌 50단위마다 신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절대악, 마족을 처단하였습니다.]
[스킬 선택에 추가보정이 들어갑니다.]
[총 열 가지 스킬 목록이 생성됩니다.]
[한 번에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하나만 고를 경우 다시 목록이 리셋됩니다.
*원하는 스킬이 있을 경우 세 가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길이만 봐도 끝이 없을 정도로 현성의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의 향연.
게임 짬바가 어디 가겠나.
빠르게 읽었다.
신성 스킬이야 지금은 고르기 힘들지만.
레벨 업 보상은 보고 싶어서 살피니.
‘이게 뭐야?’
레벨 업 보상 대신 신의 권위가 상승했단다.
그리고 레벨 상승으로 스킬 두 개를 획득한다고?
현성은 그걸 보며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꼈다.
이건 참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곧바로 스킬창을 열어 신의 권위를 살폈다.
【신의 권위】
《신》
『액티브』
「Lv3」
-설명: 모든 신들의 위에 있는 타나노스의 권위는 그 무엇보다도 높다.
-효과: 신도의 수에 따라 신성력의 수치가 증가한다. 또한 신성력의 수치에 따라 신성 스킬들을 획득할 수 있다.
-현재 획득한 신성 스킬:
「레서 힐Lv1《일반》」
「미약한 기도Lv1《일반》」
「신성돌진Lv1《희귀》」
「홀리 에로우Lv1《일반》」
「샘솟는 용기Lv1《희귀》」
『헤븐스 링Lv1《전설》』
「하늘의 은총Lv1《영웅》」
【성혈LvMax《신》】
【신창의 업화Lv1《신》】
스킬 설명을 포함해 달라진 거라곤 레벨 외에 없었다.
한데 마지막에 추가된 두 스킬은 뭔가.
그것도 둘 다 신 등급 스킬이다.
이게 가능한가?
신등급 스킬에 신등급 스킬이 추가가 되었다고?
말도 안 되는 걸 봤지만.
이미 적용되어 있는 걸 보지 않았나.
그렇다는 건 된다는 뜻.
‘무, 무슨 스킬이지?’
이름만 봐도 엄청난 스킬.
짐작해 보자면 성혈은 왠지 패시브 스킬일 거 같고.
신창의 업화?
이건 무조건 공격 스킬이다.
신성계열 신등급 공격 스킬.
그토록 원하던 걸 얻는 건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스킬 설명을 눌렀다.
【성혈】
《신》
『패시브』
「LvMax」
-설명: 신의 피는 그 어떠한 피보다도 고결하고, 성스럽다.
-효과1: 신성 스킬의 효과 100% 상승.
-효과2: 신성 스킬의 쿨타임 30% 감소.
-효과3: 신성력의 순도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진다.
-효과4: 모든 악의 천적이 된다.
【신창(神槍)의 업화(嶪火)】
《신》
『액티브』
「Lv1」
-설명: 신이 만든 창을 던져 모든 악을 멸하는 겁화를 발산한다.
-효과1: 신이 만들어낸 신창을 투척 시 창에 업화가 휩싸여 창이 꽂힌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린다.
-효과2: 신창은 그 어떠한 무구보다도 뛰어나다. 신창을 투창하지 않고 쥐고 있을 경우 그 크기는 더 길어지고 굵어진다. 또한 유지 시간이 늘어난다.
-겁화의 범위는 신창에 담긴 신성력에 따라 증가한다.
-신창의 유지시간은 최대 10분이다.
-재사용 대기 시간 180분.
‘와.’
둘 다 넘사라고 할 수 있는 스킬들.
신창의 업화도 좋았지만.
성혈은 정말로 미쳤다.
‘애매한 효과들이 있긴 한데. 오히려 좋아.’
저런 경우 보통 엄청난 모습을 보이곤 했으니까.
힘들게 싸운 보람이 있었다.
마족에게 머리가 바스러졌을 때는 진짜 좀 끔찍한 감각이긴 했지만.
보상을 보니 모두 잊을 정도였다.
현성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럼 정리를 해볼까?
현성은 그렇게 시야를 가린 메시지들을 보류창에 던져놓자 그제야 자신의 주변을 볼 수 있었다.
‘으응?’
자신에게 절을 하는 리베우스와 레이나.
리베우스야 늘 그러던 거니 그러려니 하는데 레이나도?
현성은 찝찝한 얼굴로 레이나를 봤다.
구해줘서 고마워서 그런가.
‘쟤, 쟤는 왜 저래.’
또 이렇게 광신도가 생기는 건가?
싶었을 때.
또 메시지가 떠올랐다.
[불신 성기사 레이나가 당신에 대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신앙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불신 성기사라 부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레이라는 그 어떤 신도 믿지 않고 당신을 섬길 것입니다.]
‘이건 또 뭐냐.’
그냥 마족만 때려잡은 건데.
뭔 소리지?
현성이 차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메시지를 보고 있었을 때.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직업 전용 퀘스트, ‘불신자 성기사 레이나’를 클리어하셨습니다!]
[레벨 업!]*5
[스토리 보상을 획득하셨습니다.]
[언제든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추가 보상은 레이나에게 받으실 수 있습니다.]
퀘스트 역시 클리어할 수 있었다.
‘오오!’
스토리 보상을 결국 획득했다.
남은 보상은 레이나에게 받으라는 말은.
아무래도 단서나 힌트 같은 걸 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성은 아무렴 퀘스트를 깼으면 됐지, 라고 생각하며 리베우스와 레이나를 보고 말했다.
“이만 일어나죠.”
“오우!”
“예! 저의 신이시여!”
레이나의 말에 현성은 저게 뭔 소리냐는 듯이 경악한 표정으로 레이나를 봤지만.
리베우스는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 불신 성기사가 드디어 뭘 알게 되었군요. 환영합니다요, 자매님.”
“감사합니다, 리베우스 님.”
“당신에게도 오우를 외칠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요.”
“정말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오, 오우!”
“아하하! 꽤 괜찮은 오우입니다요. 울림이 느껴지는군요.”
처음이라 어색하게 외치는 레이나와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리베우스.
둘 다 그냥 미친 거 같다.
어째 왜 저런 사람들만 늘어나는 건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현성은 순간 흠칫했다.
옛말에 끼리끼리라고 했다.
사자성어로는 유유상종.
한데 그 모두의 중심에 있는 건….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꿀꺽.
애써 사실을 무시하며 동굴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동굴을 나가면서 리베우스는 레이나를 보더니 기특하다는 듯 웃고는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요?”
“아…….”
그제야 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실감할 수 있는 레이나였다.
자신이 한 행위는 엄연히 테라 교단의 율법을 어긴 일이다.
율법을 어긴 걸로 끝이 아니다.
말 그대로 율법의 전체를 무시하는 행위.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나의 표정은 굳건했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달리 흔들림 없는 모습.
“저는 현성 님을 모시려고 합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레이나.
현성은 그걸 보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참, 곤란하게 되었네.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을까, 현성이 생각하고 있었을 때.
리베우스가 나섰다.
“저희를 따라다니는 건 무모한 짓이지요.”
“아.”
레이나도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고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버림받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리베우스는 괜찮다는 듯 인자한 미소를 짓고는 두 팔을 벌리고 외쳤다.
“하지만 우리 인자하신 주인님께서는 자신을 믿는 자를 결코 버리지 않습니다요!”
리베우스의 말에 뭐라 대꾸하고 싶었으나 현성은 그럴 수 없었다.
저기서 부정하면 버린다는 뜻이지 않나.
나서면 바로 쓰레기 확정이다.
그럴 바에 리베우스가 하는 말을 일단 듣는 게 좋을 거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리베우스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이성적이고 현명한 방법을 들을 수 있었다.
“개척마을 마룬. 그곳으로 가서 주인님을 섬기는 겁니다요. 그곳에 주인님의 신전이 지어지고 있으니 마을 주민들도 격하게 환영해 주실 겁니다요.”
“아아! 알겠습니다!”
“오우!”
“오우!”
뒤에가 좀 비정상적이고 비이성적인 느낌이긴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레이나와 같이 다니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그보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레이나에게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한데, 정확히 뭘 받아야 하는 걸까.
현성이 마침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구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나 당장은 제가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혹 이게 도움이 될 줄 모르겠는데 지금 드릴 수 있는 거라곤 이것뿐인지라….”
“으음? 펜던트군요?”
레이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펜던트를 건넸다.
갑자기 웬 펜던트?
현성이 의문을 가지고 펜던트를 보자.
아이템 정보가 떠올랐다.
[보상으로 퀘스트 아이템 ‘테라의 기운이 담긴 펜던트’를 획득하셨습니다.]
테라?
분명 태양의 신이자 대륙에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교단이 섬기는 신이지 않나.
그 기운이 담긴 펜던트다.
심지어 장비도 아닌 퀘스트 아이템.
레이나는 그걸 건네며 아련한 듯 펜던트를 바라봤다.
그리고 현성에게 말했다.
“저희 가문의 가보로 있던 펜던트입니다. 미약하지만 테라 신의 기운이 담겨 있다고 하는 펜던트입니다. 그리고 전 이걸 어릴 적부터 가져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세상에 이 기운을 지닌 존재는 없다는 걸.”
누구보다 신성력의 순도가 뛰어났던 레이나는 그걸 느낄 수 있었다.
테라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되면 테라 신의 기운이 담긴 이 펜던트는 무어란 말인가?
레이나는 그동안 자신이 최대한 고민하고 생각해왔던 걸 비로소 말할 수 있었다.
“저는 신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레이나의 말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직업 스토리에 대한 단서를 습득하셨습니다.]
마음에 드는 보상이 아닐 수 없었다.
현성은 그런 레이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면 충분합니다. 가보라는 소중한 물건이라 선뜻 받긴 좀 그랬지만, 이야기를 듣고 제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 오도록 하죠. 그때 이 가보도 돌려드리겠습니다.”
“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현성은 레이나라는 성기사와 직업 스토리와 관련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