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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28화 (354/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28화

10장. 자유도시 파이튼(1)

테라 교단의 룬 제국 중앙 교구.

다니엘 교주는 성전 앞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얼핏 보면 경건해 보이는 모습이긴 했으나.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 그가 하는 루틴 중 하나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일이 꼬였다는 걸 암시하고 있었다.

때문에 다니엘 교주에게 누구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을 때.

검은 사제복을 입은 누군가가 다니엘 교주에게 다가와 조용히 입을 열었다.

“펜던트가 다른 이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알고 있네.”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라면 하지 않아도 되네.”

“알겠습니다. 하지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다니엘 교주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했으니.

그렇게 물러나는 사제를 뒤로한 채로 다니엘 교주는 고개를 들어 테라의 조각상을 바라봤다.

‘어째서 응답이 없으십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생각으로,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하나 문제가 커졌다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레이나에게 추격대가 붙을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아무리 그가 주교라도 막을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

검은 사제가 붙었다는 건 적어도 대주교가 붙었다는 이야기.

하지만 아직 교황이나 추기경에게 닿진 않은 모양.

그렇다면 희망은 있다.

다만.

“레이나가 누구에게 펜던트를 건넸는지를 파악해야겠다.”

“예, 알겠습니다.”

다니엘 주교가 말하자 뒤에 갑자기 나타난 검은 사제복을 입은 사제.

암살자라도 되는 것처럼 나타났을 때와 같이 다시 사라졌다.

검은 사제도 보내고 나니.

다니엘 주교는 다시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생각했다.

‘누구기에 네가 그랬는지는 내가 보고 다시 판단해 보마.’

과연 누구이기에 레이나에게 신앙을 되찾아줬을까.

레이나의 숙부인 자신은 알 수 없지만.

차차 알게 될 터.

그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일 레이나에게 조금이라도 위해가 가해졌다는 판단이 든다면.

간단하다.

‘짓밟으면 그만이다.’

부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레이나가 상처받는 일이 없게끔 말이다.

* * *

레이나가 떠난 이후.

현성은 드디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대충 보상을 확인하고 스킬들을 확인했지만.

아직 할 게 산더미다.

신성 스킬도 선택해야 한다.

그것도 무려 세 개나.

능력치도 설정해야 하고, 제일 중요한 타나노스 스토리도 봐야 한다.

제일 기대되는 건 역시 마지막이다.

우선 가장 먼저 할 건?

당연히 스킬 선택이지.

언제나 뽑기는 기쁜 법이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목록을 봤다.

“오우! 더 강해질 시간인 거군요.”

“그치.”

현성은 리베우스의 말에 피식 웃고는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목록을 살폈다.

이번에도 역시 업적을 세워서 그런가.

추가적으로 보정이 들어갔다.

그 결과.

[절대악, 마족을 처단하였습니다.]

[스킬 선택에 추가보정이 들어갑니다.]

[총 열 가지 스킬 목록이 생성됩니다.]

[한 번에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하나만 고를 경우 다시 목록이 리셋됩니다.

*원하는 스킬이 있을 경우 세 가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성혈의 무구』〔블래싱〕[홀리 바인드][신성방패][성스러운 육체]

[신성폭발][성스러운 파동][디스펠][큐어][미약한 축복]

무려 열 가지의 스킬 중 셋이나 고를 수 있다.

그중 둘은 사실상 정해져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누가 봐도 좋은 스킬 성혈의 무구와 블래싱.

저 둘은 무조건 뽑아야 한다.

특히 블래싱은 꼭.

‘미약한 축복보다는 원조 블래싱이 최고지.’

현성은 그렇게 둘을 고르고 남은 여덟 가지 중에서 하나를 고르기 위해 살폈다.

생각보다 선택은 쉬웠다.

이번 마족과의 싸움에서 가장 부족한 게 무엇인지 느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공격 스킬?

아니다.

[신성 스킬, ‘성혈의 무구’를 습득하셨습니다.]

[신성 스킬, ‘블래싱’을 습득하셨습니다.]

[신성 스킬, ‘홀리 바인드’를 습득하셨습니다.]

다름 아닌 홀리 바인드였다.

‘서폿의 꽃이지.’

몬스터를 묶는 기술.

디스펠도 상당히 탐나긴 했지만, 이번 마족을 겪으면서 공격이 있어도 타격하기 쉽지 않은 걸 보고 느꼈다.

바인드가 있었다면 훨씬 쉽게 이겼으리라.

타나노스의 야상곡을 꽂아 넣으려고 미친 듯이 공격을 어떻게든 욱여넣었지만.

바인드가 있으면 저절로 스택을 빠르게 쌓고 바인드가 풀렸을 때 야상곡을 사용하면 되니.

다시 말하지만 디스펠도 상당히 탐났지만, 마법만 디스펠 할 수 있었기에.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걸로 전력이 더 올랐네.’

신의 권위가 레벨이 올라 성혈과 신창의 업화를 얻은 게 상당히 큰 성과였다.

단점은 이제 신성력 50의 배수 때마다 스킬을 얻을 수 있다는 거.

그거 외에는 단점이 없었다.

애당초 스킬을 준다는 게 엄청난 사기이긴 하지.

그러면 새로 얻은 스킬들을 확인해 볼까?

홀리 바인드는 간단하게 살폈다.

쿨타임은 좀 긴 180초였고.

바인드 유지 시간은 5초.

나쁘지 않은 수준이었다.

그러면 이제 메인을 먹을 차례다.

【성혈의 무구】

《전설》

『액티브』

「LvMax」

-설명: 신성력이 담긴 피로 성혈의 무구를 만들어낸다.

성혈의 무구는 사특한 것들을 몰아내며 절대 타락하지 않는다.

-효과1: HP를 소모하여 성혈의 무구를 소환할 수 있다.

-효과2: 크기에 따라 소모되는 HP의 양이 증가한다.

-효과3: 성혈의 무구는 부정한 것들과 사특한 것들을 몰아낸다.

【블래싱】

《영웅》

『액티브』

「Lv1」

-설명: 자신의 신성력으로 강력한 축복을 내린다.

-효과1: 모든 능력치 5% 상승.

-효과2: 블래싱에 유지되는 동안 모든 공격에 신성 속성 부여.

-효과3: 블래싱이 유지되는 동안의 자연 회복 30% 상승.

-효과4: 180초 유지한다.

-쿨타임 600초.

“오!”

성혈의 무구는 생각 이상으로 좋아 보였다.

장비류를 만들 수 있는 스킬이라.

거기다 신성력에 비례해서 강력해지다니.

현성을 위한 스킬 아닌가.

심지어 전설 스킬 중에서도 꽤 준수한 효과를 가졌다.

‘이거랑 신창까지 사용하면…….’

완전 성기사 되는 거 아니겠나.

현성은 사제에서 갑자기 성기사로 스위치 되는 모습을 상상하고 피식 웃었다.

상당히 간지는 날 거 같았다.

성혈의 무구도 그렇고.

블래싱도 상당히 좋았다.

‘지금 내가 가진 버프 중에서는 헤븐즈 링 다음으로 좋네.’

하늘의 은총도 좋지만.

쿨타임이 너무 길고, 단순 버프 효과보다 즉시 회복이 좋은 효과이기에.

버프로는 블래싱이 더 나았다.

둘 다 있으면 둘 다 쓰면 되니.

굳이 비교하는 건 그리 좋지 못하지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으로 넘겼다.

다음은 당연히 능력치.

즉 상태창이었다.

‘상태창.’

【상태창】

『현성』

-Lv49+26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2.

「근력: 37(+20)」「순발력: 37(+20)」

「체력: 37(+20)」「마력: 37(+20)」

「신성력: 84(+20)」

-잔여 능력치: 180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다는 건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까?

현성은 상태창을 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신성력은 아직 찍기 좀 그랬다.

‘지금이 104니까. 새로운 스킬을 얻으려면 46이나 투자해야 하는데 의미가 없지.’

영구적으로 올릴 수 있는 스킬이 있는데.

이제 굳이 투자를 하는 건 너무 손실이 크다.

아무리 기면증을 사용해서 잔여 능력치를 하루에 한 번씩 선택할 수 있다 해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차라리 그럴 잔여 능력치로 육체 능력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

다만.

‘마력도 꽤 부족했지.’

MP가 모자라도 너무 모자랐다.

관련 스킬을 얻든가 마력을 찍어야 하는데.

골고루 스탯을 찍는 게 좋기는 해서 고민에 빠졌다.

그래도 사제 컨셉이니.

마력을 올리는 게 좋긴 할 거 같다.

초반인데도 이렇게 MP가 달린다는 건.

후반으로 갈수록 더 달린다는 거다.

차라리 초반에 잡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 이후는 골고루 찍는다 하더라도 당장은 잡는 게 맞다.

현성은 그렇게 판단하고.

과감하게 90의 능력치를 마력에 투자하고, 남은 90은 다른 세 능력치에 분배했다.

【상태창】

『현성』

-Lv49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2.

「근력: 67(+20)」「순발력: 67(+20)」

「체력: 67(+20)」「마력: 127(+20)」

「신성력: 84(+20)」

-잔여 능력치: 0

‘마력이 제일 높아졌네.’

다음이 신성력.

지금은 이래도 나중 되면 신성력이 더 높아질 수도 있었다.

그래도 그건 나중의 일.

이제 당장은 MP가 부족한 일은 없을 거 같다.

그럼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으니.

제일 중요한 걸 할 때가 되었다.

직업 스토리.

‘과연 어떤 내용이려나.’

전에는 타나노스를 이곳으로 찾은 신들의 부름이었건만.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일지.

현성은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스토리를 열었다.

묘하게 기대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타나노스의 스토리를 보시겠습니까?]

[잠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예.”

현성이 대답하자 바로 스토리가 나타났다.

처음에 어두운 배경으로 시작하면서 흰 글씨가 새겨졌다.

[신이시여.]

테라 교단의 문양이 나타나면서 머리가 희끗한 사제가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장면으로 전환되었지만, 사제의 기도에 누군가가 응답하는 일은 결코 없었다.

그런 와중에 그런 사제를 부르는 다른 사제.

“교황 성하. 이제는 일어나셔야 합니다. 모두 걱정하십니다.”

“아니, 그럴 수 없다. 우리의 신 테라께서 응답이 없으시다.”

“…….”

사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다.

교황이 쥐고 있던 한 펜던트를 보며 교황에게 말을 건 사제가 눈을 감았다.

현성은 그 펜던트가 레이나에게 받은 펜던트임을 알 수 있었다.

가문의 가보라더니.

여기서 나타났다.

아무래도 펜던트에 새겨진 기억과 같은 느낌인 모양.

현성은 다시 스토리에 집중했다.

이내 교황이라 불린 사제는 그 펜던트를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사제에게 건네며 말했다.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선 안 되네. 테라께서 잠이 드신 게 분명해. 이 펜던트에 남겨주신 기운조차 이리도 옅어졌으니. 무슨 일이 생기신 게 분명하네.”

차마 신이 사라졌다고 할 수 없는 교황은 그렇게 침음을 삼켰다.

그런 교황을 앞에 둔 사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혹, 마신, 아니, 마왕에게.”

“입조심하게, 추기경.”

그 말에 추기경이라 불린 사제는 입을 다물었다.

그저 고개를 숙일 뿐.

교황은 그런 추기경에게 말을 이었다.

“그 펜던트를 자네 딸, 아니, 성녀가 될 그 아이에게 맡기게. 아직 어린 아이에게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지만, 부디 그 아이를 잘 돌보게나.”

“예, 교황 성하시여.”

그 대답을 끝으로 스토리는 끝났다는 듯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모든 스토리를 보고 난 뒤 현성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레이나가 성녀가 될 아이였구나.’

근데 그런 그녀를 꼬신 게 자신이고?

현성은 그렇게 미소를 지으며 생각했다.

‘일단 튀자.’

목적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자유도시 파이튼.

그곳으로 빠르게 가야 한다.

도망치는 게 아니다.

현성은 그저 이제 마을이 아닌 도시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가자 리베우스!”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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