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30화
11장. 수호천사 길드 VS 데빌 길드(1)
현성이 자유도시 파이튼에서 길드전에 휘말렸을 때.
한편 플라톤 관리본부 룬 제국 관리팀장 한문석 팀장은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화를 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
분명 현성, 저 유저가 하급 마족을 이길 확률은 현저히 낮았다.
타나노스라는 직업이나 스킬창, 그 외에 펫 정보는 모두 락이 걸려 있지만.
적어도 레벨은 보이지 않았나.
불과 23인 레벨.
원래라면 절대 깰 수 없는 하급 마족이다.
아무리 사제가 마족에게 우위를 점한다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나 그렇다.
하급 마족은 평균 레벨이 80이다.
특히 자신이 만든 하급 마족의 레벨은 무려 86레벨.
아무리 뛰어난 현성의 능력치를 고려하더라도 레벨 60 이하다.
펫인 리베우스도 마찬가지고.
한데, 한데.
‘어떻게 그걸 이겨낸 거지?’
다른 신등급 유저라면 가능할까?
순간 생각했지만 고개를 저었다.
세계에 내로라하는 게이머인 그들이다.
신등급 유저들조차 저 능력치로 무려 레벨 25 이상 차이나는 몬스터를 잡을 수 있나?
불가능하다.
한데 현성은 그걸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해냈다.
이건 다른 이야기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칼을 갈고 나왔다 이건가.’
레벨이 다가 아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는 이미 아수라로 증명이 된 사실이다.
하지만 한문석 팀장은 그런 걸 알 턱이 없었다.
애초에 게이머도 게임도 사랑하지 않는 작자였기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게임은 그저 도구에 불과했다.
한데 그 도구를 망쳐놓는 현성이라는 유저 하나.
한문석 팀장은 현성이라는 저 유저가 자신의 힘으로 플레이하는 유저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랬다면 처음 생성 때부터 신등급 전직을 과연 할 수나 있었겠나.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이런 부정행위를 하더라도 날 솎아내고 말겠다 이건가?”
혼잣말을 내뱉고 나니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어디까지 떨어진 것인지.
아니다, 이건 합리적인 추론이다.
한문석 팀장은 그리 자위를 하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마족을 때려잡고 레이나까지 손에 넣었다.
성녀가 될 재목을 타락하게 만들어 비밀 결사대의 주축으로 만들려고 했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거다.
‘다른 계획으로 가야겠어.’
당분간은 바빠질 예정이다.
치밀하게 다시 계획을 조정해야 하니.
그렇게 되면 현성을 관리하기 까다로워진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많다면 부하를 시키면 그만이다.
마침 자신과 같이 들어온 부하직원이 하나 있지 않은가.
한문석 팀장은 전화기의 내선 번호를 누르고는 연결되길 기다렸다.
얼마간 기다리자.
-네, 본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서는 팀장이다. 착각하지 말도록.”
-아, 맞다, 그랬죠? 그래서 무슨 일이신가요?
가볍기 짝이 없는 목소리.
하지만 능력만큼은 한문석 팀장조차 믿는 자였다.
그러니 녀석에게 부탁하는 거 아니겠나.
“내가 지금 유저 정보를 하나 보낼 테니, 녀석을 관리하도록.”
-흐음, 급한 거 같으니 알겠습니다. 얼마 전에 계획들이 꽤 많이 어그러졌더라고요. 그거 해결하려 하는 거죠? 아마 그 유저가 범인인 거 같고.
이래서 똑똑한 사람과의 대화가 편한 거다.
정보를 알아서 가지고 조합해서 결론을 도출해 내니.
하지만 그래서 한문석 팀장은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아직 한문석이 정보를 준 적도 없는데 이것들을 미리 알았다는 것에.
진작 이 녀석에게 맡길 걸 그랬나 보다.
“그럼 부탁하지.”
-저 모르십니까? 어떻게든 해드릴게요. 팀장님만큼의 권한은 없지만. 빌드업을 하면 팀장님보다도 더 크게 조율 가능하니까요.
“그래, 알았다.”
-네입!
그러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녀석과 통화를 하면 기가 다 빨리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골치 아픈 녀석을 맡아준다니.
든든했다.
그러면 한동안 바빠질 걸 대비해 빠르게 움직여야겠다.
당분간은 야근만 해야 할 거 같다.
* * *
자신을 티미라 소개한 유저는 알고 보니 수호천사 길드의 길드장이었다고 한다.
다시 보니 장비들도 꽤 괜찮아 보이긴 하는데.
설마 길드장이었을 줄이야.
수호천사 길드는 큰 길드는 아니고 이곳 파이튼에서 주로 활동하는 길드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파이튼에서는 그래도 좀 알아주는 길드라고 한다.
현성이야 잘 몰랐지만, 그러려니 했다.
애당초 로스트 이데아도 어제 시작했으니.
모르는 거투성이었으니까.
그 유명한 7대 길드도 누가 속해 있는지 몰랐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고.
‘전처럼 막 헤집고 다닐 나이는 지났지.’
내년이면 서른인데.
예전처럼 천지 분간 안 되는 것마냥 부수고 다닐 순 없지.
지금도 그러고 있었지만, 적어도 현성은 요즘은 안 그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리베우스랑 다니면서 깽판은 다 치는 주제에 말이다.
양심 없는 생각을 하며 티미를 따라가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길드 본부였다.
확실히 길드가 큰 규모가 아니어서인지 본부도 그리 크진 않았다.
지하에 위치한 술집을 개조해서 만든 본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아지트 느낌도 나고 길드 본부라니 좀 있어 보였다.
“이곳입니다.”
“본부 분위기 자체는 괜찮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나름 신경을 쓰긴 했어서 이번에 지면 이것도 끝이지만요.”
상당히 초조해 보이고 힘들어 보이긴 했지만.
현성은 그걸 보며 그냥 넌지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용병이니 용병만큼은 해주겠지만, 그 이상은 관여하는 건 좀 그러니.
아무튼 길드장인 티미가 돌아오자.
이미 본부에 있던 서른에 가까운 길드원들이 티미를 보며 외쳤다.
“길드장! 옆에는 누구야?”
“미치겠다! 벌써 20명째 탈주했어!”
“스파이도 있었다는데, 하아, 최근에 가입한 그 새끼들인 거 같아.”
“그래서 옆은 누구야? 힐러?”
“미친, 힐러라고?”
소란도 이런 소란이 없었다.
게다가 이야기를 들어보니 탈주를 했다?
오면서 전후 사정을 대충 듣긴 했다.
주력 파티의 절반이 사정이 있어서 빠지게 되어 곤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그 빠진 파티원 중 하나가 힐러였다고 한다.
종합적으로 상황을 보아하니 파악을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주인님, 여기가 질 거 같습니다요.”
“그러게.”
현성과 리베우스가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나눌 때.
다른 길드원들은 이미 난리가 났다.
주력 파티가 절반이나 빠진 상황에서 이 길드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
현저히 낮다.
바로 그거 때문에 현성을 급하게 구한 거라고 말해줬다.
현성이야 뭐 개이득 보긴 했다.
여기서 지더라도 희귀 등급 스킬북은 이미 둘이나 받지 않았나.
물론 현성의 사전에 적당히 한다는 말은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서포팅을 하긴 하겠지만.’
딜러로 나서진 않을 거다.
자신이 참여한 길드전이 지는 건 좀 그렇긴 하지만.
거기까지 현성이 나서줄 의무는 없다.
어디까지나 현성이 고용된 건 힐러로서이니까.
다만.
‘시장이 의뢰한 내용이 좀 궁금하긴 하네.’
거기에 참여하고 싶긴 했지만.
안 된다면 어쩔 수 없다.
현성이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정 하다 궁금하면 직접 나서겠지만.
이렇게 유저가 많은 곳에서 직접 나선다?
‘들킬 수밖에 없지.’
아수라 길드.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현성을 찾아낼 거다.
어떻게든 말이다.
부르르.
다시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진절머리가 나니 최대한 서포터만 하자고 현성이 생각했다.
괜히 퀘스트 하나 궁금하다고 나섰다가 된통 당할 수 있으니.
최대한 몸을 사리는 게 맞다.
현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길드장인 티미가 길드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입을 열었다.
“길드전까지 불과 2시간도 안 남았습니다. 주력 파티의 절반이 빠졌지만, 저를 포함해 절반은 남았습니다. 거기다….”
티미는 그렇게 말을 흐리며 현성을 봤다.
그리고 길드원들 앞에 선 현성을 보며 소개했다.
“저희를 도와줄 현성 님이십니다. 직업은 사제계열이시고, 유일 등급의 직업이라고 하십니다.”
티미의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유일 등급은 이데아 때도 그랬듯이, 상당히 높은 등급이었으니.
“미친, 유일?”
“우, 우리 설마 이길 수 있나?”
“유일 등급 사제면 대규모 버프도 있잖아!”
“야, 그럼 뭐 하냐! 주력 딜러 둘이 빠졌는데. 길드장님도 탱커잖아! 딜러가 없는데 어떻게 이겨?!”
“그, 그거야 유일 등급 버프 받으면….”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우리 길드 망했어 씨X!”
“틀린 말은 아니지.”
몇몇은 유일 등급이라는 말을 들어도 부정적인 견해를 내밀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티미는 작게 한숨을 쉬곤 뒤로 가 현성에게 고개를 숙였다.
못 볼 꼴 보여서 죄송하다는 건가?
“죄송합니다, 원래는 이러지 않았는데 주력 파티가 나가고 이러네요.”
“아닙니다. 그럴 수 있죠. 그보다 길드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군요.”
“예, 상대 길드가 급격히 커진 길드다 보니 아무래도 모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흐음, 상대 길드에 대해 좀 아시나요?”
현성의 말에 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다마다.
모를 수가 없었다.
항상 수호천사 길드와 부딪히며 싸우던 길드였으니.
티미는 상대인 데빌 길드에 대해서 자신이 아는 것을 말해줬다.
데빌 길드는 그간 수호천사 길드가 맡은 것들을 수차례 빼앗아왔고, 그로 인해 대항하다 길드전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수호천사 길드는 각자 친해지며 차근차근 성장한 것과 달리.
데빌 길드는 급격하게 사람들을 모아 만든 기업형 길드라고 했다.
당연히 전력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을 부른 것도 어떻게든 희망을 가지기 위해서였지만.
전력의 차이를 생각하면 난감한 건 매한가지였다.
“다른 길드에 용병이라도 요청하려 했는데 데빌 길드가 돈을 이미 먹였더라고요.”
“주력 파티 절반도 어쩌면….”
“어쩌면이 아니라 확실한 거 같습니다.”
이 정도까지 해서 가지고 싶은 자리라는 건가?
기업형 길드에 대해 현성도 잘 알지 않나.
그런 이들이 절대 돈이 안 되는 일에 관여할 리가 없다.
뭔가 재미있는 냄새가 나는데?
어떻게든 이기게 해줘야 하나.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리베우스가 그런 현성의 귓가에 속삭였다.
“주인님, 이거 저희가 이기면 신도가 늘어나겠는 것입니다요.”
“오?”
듣고 보니 그럴싸했다.
이거 생각보다 꿀 이벤트잖아.
“저는 그럼 준비가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2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그동안 재미난 계획 좀 짜둬야겠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워럭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룰렛 돌리는 무신님 외전으로 찾아뵈려 했지만, 생각보다 슬럼프가 지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제가 가장 즐겁게 썼던 소설 잠자랭을 생각하던 중 웹툰화라는 좋은 기회가 찾아와 2부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많이 극복한 상태입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2부 열심히! 재미있게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 참고로 2부는 최소 150화 이상 생각 중입니다!
쓰다 보면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줄진 않을 거 같습니다.
부디 웹툰과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