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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31화 (357/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31화

11장. 수호천사 길드 VS 데빌 길드(2)

“푸하하하! 이제 곧 수호천사? 그 버러지 같은 놈들을 치울 수 있겠구만!”

“맞습니다! 길드장님. 그 녀석들, 그리 강하지도 않으면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게 너무 같잖았습니다!”

“푸하하하! 그럼 그럼!”

옆에서 아첨을 떠는 녀석을 두고 껄껄 떠드는 거한.

마치 산적처럼 생긴 외모이긴 했지만, 다들 그런 그를 상당히 떠받들고 있었다.

왜냐? 바로 그가 수호천사 길드와 길드전을 앞둔 데빌 길드의 길드장이었으니까.

이름은 천익, 아직은 파이튼에 있는 만큼 레벨은 80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현재도 유망주라고 불리는 실력이 꽤 있는 사내였다.

무엇보다.

“천익 님은 유일등급 전사이지 않습니까!? 그런 녀석들은 정말 하등 쓸모도 없는 녀석들이지요.”

“푸흐흐, 그렇긴 하지.”

무려 유일등급의 전사.

희귀등급만 되더라도 높다고 평가가 되는 와중에 유일등급 전사다?

어느 길드에 가서도 대우를 받을 등급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이렇게 아첨을 받는 게 좋았으니까.

무엇보다 남의 밑에 들어간다는 게 견딜 수 없었다.

능력도 있고, 등급도 높다?

한데 왜 남 밑에 들어가 굽신거리겠나.

차라리 자신이 길드를 만들고 말지.

그렇게 설립한 기업형 길드다.

체계를 나눠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게끔 키웠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간다.’

아둔해 보이고 거칠어 보이는 외견과 다르게 상당한 수완가였던 천익은 그렇게 데빌 길드를 키울 수 있었다.

다만 걸리는 게 있었다.

데빌 길드는 신생 길드다.

이런 신생 길드는 아무리 커지더라도 도시의 주요 인사와 연이 없다면 언제든 와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천익이 선택한 게 바로 수호천사 길드.

‘파이튼에서 이름을 알리려면 시장과의 커넥션이 필요하다.’

만들어진 지 꽤 오래되었고 도시의 시장에게 어느 정도 신임을 받아 시장에게 의뢰까지 받지 않았던가.

그래서 수호천사 길드 녀석들이 길드전을 걸게끔 그들을 압박했다.

압박을 거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친목을 다지기 위해 만든 수호천사 길드와 데빌 길드처럼 소규모여도 기업형인 길드의 힘은 상당히 차이가 나니.

당연히 얼마 버티지 못한 수호천사 길드가 길드전을 신청해 왔다.

데빌 길드에서 원하는 건 딱 하나.

의뢰를 내놓으라 했고.

반대로 수호천사 길드는 막대한 자금을 달라 했다.

자칫 진다면 급격하게 성장한 데빌 길드라고 해도 한 번에 와해될 수 있는 금액.

하지만 질 자신이 없었다.

‘친목 길드는 이래서 쉽단 말이야.’

돈 몇 푼 쥐여주니 길드 주요 파티의 절반을 회유했다.

덕분에 놈들의 전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황.

하지만 여기서 천익은 방심하지 않았다.

저들이 어떤 복병을 가져올지 몰랐으니.

이 이상 개입해 방해하지 않았다.

‘궁지에 몰린 쥐새끼는 언제나 고양이를 물 준비가 되어 있지.’

산적 같고 무식할 거 같은 외모와는 정말 다른 수완가였다.

이런 외모 덕을 본 것도 있었다.

자신을 멍청하다 생각해 접근하는 놈들을 오히려 역이용할 수 있었으니.

덕분에 데빌 길드도 빠르게 클 수 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기, 길드장님! 녀석들이 유일등급의 사제를 고용했다고 합니다!”

“뭐?”

“유, 유일등급?”

“크, 큰일 난 거 아니야?”

길드 본부에서 술렁이는 길드원들을 보며 천익은 인상을 찌푸렸다.

이리도 오합지졸이어서야.

한심하긴 했지만, 급히 커진 길드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걸 천익도 잘 알았다.

그렇기에 뭐라 하지 않았다.

이미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래서 무리까지 하지 않았나.

천익은 그걸 떠올리며 큰 소리로 웃어 재꼈다.

“푸하하하하! 제깟 놈들이 용병을 불러봤자지! 이보시오! 이제 그만 나오시오.”

갑자기 호탕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부르는 천익에 길드원들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천익의 뒤쪽을 봤다.

그러자 녹색을 바탕으로 금색 자수가 수 놓인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사제 한 명이 나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 다들 어리둥절해 있자.

천익은 그런 그들을 보며 호통을 쳤다.

“뭣들 하나! 우리를 돕기 위해 용병으로 고용한 사제 유저시다!”

“반갑습니다.”

싱긋 웃으며 얇은 눈으로 인사를 해오는 사제.

족제비와 비슷하게 생긴 모습이 누가 봐도 간신처럼 생겼지만 무언가 여유로운 모습에 강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조용해진 길드원들을 보며 천익은 비릿하게 웃고는 외쳤다.

“이분이 바로 마레스 교단에서 오신 유일등급 사제, 머닉 님이시다!”

“오, 오오!”

“유일등급 사제!? 우리도 유일등급 사제가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아니, 멍청한 놈아! 우리 길드장님인 천익 님도 유일등급이시잖아! 그러면 우리는 유일등급이 둘이나 된다고!”

“으하하하! 우리가 이긴 거나 다름없네!”

“무조건이지!”

“으아아아! 우리가 이긴다!”

“크하하하! 데빌 길드 만세!”

고작해야 이런 걸로 저리 이겼다고 경거망동하다니.

천익은 한심함에 살짝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저 말에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자신의 길드가 유리한 게 맞았으니.

유일등급 사제.

그것도 풍요와 전쟁을 상징하는 마레스 교단 출신의 사제 유저.

저 사람을 부르는 데 쓴 돈만 해도 꽤 출혈이 있었지만.

‘확실한 게 훨씬 좋지.’

이거라면 확실하다.

자신들이 이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너무 많으니.

앞으로 길드전까지 불과 1시간.

이 시간이라면 절대 뒤집을 수가 없다.

수호천사 길드 놈들이 비밀리에 무언가를 했을 리도 없다.

스파이가 있는 한 그들이 뭘 하든 즉각적으로 보고를 해오니.

그리고 천익은 놈들이 뭘 더 준비할 수도 없으리라고 확신했다.

무려 유일등급 사제이지 않나.

‘유일등급 사제를 불러오는 게 한계일 테지.’

그 이상 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천익이 뿌린 치졸한 수들에 이리 쉽게 무너지진 않았을 거다.

이제 정말 데빌 길드가 자리를 잡는 데까지 코앞이다.

천익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마레스 교단의 사제 유저 머닉은 속으로 피식 웃으며 길드를 살폈다.

‘엉망이네요.’

상당히 지저분하고 너저분하다.

정돈되지 않은 오합지졸의 느낌이 다분하다.

하지만.

‘천익 길드장이 아니라면 이런 길드, 금방 망하겠군요. 아니, 오히려 이런 길드를 이 정도로 키운 천익의 수완을 인정해야겠지요.’

속으로 그리 생각했지만, 이내 생각을 지웠다.

뭐가 어쨌든 자신과는 상관없었다.

자신은 그저 돈만 받고 일하는 용병이니.

선금으로 받은 골드는 그리 많진 않았지만, 승리 보상도 상당히 컸다.

천익을 알기에 수락했다.

더러운 수를 쓰더라도 승리하는 천익의 성정은 이미 잘 아니.

무조건 이길 거라 생각한다면 승리 보상도 거저라는 소리.

확신이 있으니 이렇게 온 거였다.

다만 변수가 있긴 했다.

‘상대측에도 유일 등급 사제라…….’

변수가 될 수 있는 요소로는 충분하다.

어디 유일등급이 간단한 등급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어떤 사제가 오건 자신 있었다.

‘이미 흑사자 길드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는 저를 이길 수는 없겠죠.’

흔히 7대 길드라 불리는 거대 길드 중 하나인 흑사자 길드.

높은 등급이라고 무조건 받아주는 게 아닌 깐깐하게 심사를 보는 길드로도 유명하다.

길드원 수는 7대 길드 중 가장 적지만, 개개인의 실력 자체는 그 어떤 길드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흑사자 길드다.

그곳에 들어가기로 내정되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머닉이 상당한 실력자라는 뜻.

적어도 사제전에서는 자신이 밀릴 일이 없다.

머닉은 확신했다.

심지어 유일등급이 아닌 영웅등급이라 할지라도 자신은 이기지 못할 거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상당한 실력자이니.

‘어떻게 될지 상당히 기대가 되네요.’

부디 시시하게 끝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는 머닉이었다.

* * *

길드전.

길드끼리 다툼이나 문제가 있을 때 전투로 풀라고 만든 시스템이었다.

당연하지만 각 도시마다 길드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다름 아닌 콜로세움처럼 만들어진 투기장.

길드전만이 아닌 1대1 PVP도 가능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수호천사 길드와 데빌 길드의 길드전이 준비가 되어 있었다.

보통 길드전은 각각 30명씩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웬일인지 그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으니.

“우와아아! 길드전이다!”

“이런 재미난 구경은 빠질 수가 없지!”

“싸움이야? 나도 끼어야지!”

“누구든 이겨라!”

“데빌 길드 이겨라!”

“수호천사 길드 개망해라!”

“개같이 멸망! 크하하하!”

다름 아닌 관중들이었다.

이런 구경거리 덕분에 관중석은 거의 만석에 가까웠다.

이래서 유저들이 관람 티켓을 미리 사느라 분주했던 거다.

길드전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보니 관람하기 쉽지 않은 구경거리였으니까.

엄청난 관중들의 함성과 떠드는 소리는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축시킬 정도의 울림이었다.

특히 수호천사 길드가 그랬다.

“다, 다들. 떨지 마.”

그렇게 말하는 길드장인 티미가 더 떠는 모습이었다.

현성은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대부분 떨긴 하지만 그래도 두 눈에 의지가 보였다.

어떻게든 이기겠노라는 의지가.

하지만 애초부터 의지가 박약해 보이던 한 유저도 있었는데.

그 유저가 작지만 모두에게 들릴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쪽에서도 유일등급 사제를 고용한 모양이야.”

“뭐?”

“미치겠다.”

“겨우 우리가 비등해졌나 생각했는데.”

다들 절망하고 있던 그때.

상대인 데빌 길드가 등장했다.

총 30명.

액면가로만 본다면 수호천사 길드와 전력 자체는 비슷했다.

레벨이야 이쪽이 조금 더 높았고, 실력도 수호천사 길드가 좀 더 우세했다.

문제는 다름 아닌 길드장.

데빌 길드의 길드장은 티미보다도 강하고 무엇보다 유일등급이다.

한데 거기에 유일등급 사제까지 하나 더 데려왔다고 한다.

“……졌다.”

“제길.”

“씨X.”

“X발.”

다들 절망한 상태의 모습.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쐐기를 박을 듯이, 데빌 길드의 사제가 앞으로 나와 스킬을 사용했다.

하늘에서 빛의 분자들이 흩날리며 30명을 대거로 축복해 주는 버프.

누가 보더라도 막강해 보이는 버프였다.

그걸 본 수호천사 길드원들은 다들 고개를 떨궜다.

현성을 고용해 희망을 봤건만.

이러면 똑같지 않은가.

심지어 저쪽은 유일등급이 둘이다.

진 거나 다름없다.

그때.

“저도 그럼 버프를 드릴게요.”

현성이 나섰다.

티미는 그런 현성을 보며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고개를 숙였다.

“제가 이렇게 불렀는데 죄송합니다. 승리 보상은 드리기 어려울 거 같네요.”

티미가 면목이 없다면서 말하는 걸 본 현성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거죠. 그러면 버프 드리겠습니다.”

현성이 그렇게 말하며 스킬을 사용했다.

현성의 두 손에서 웅장한 빛이 몽실거리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모습.

현성은 천주교에서 신자들을 위해 세례를 내리는 것처럼 길드원들의 머리를 향해 손을 올렸다.

그리고.

“블래싱.”

스킬을 시전하자 모든 길드원들이 볼 수 있었다.

[고위 축복을 받았습니다.]

[180초간, 모든 능력치가 5% 상승합니다.]

[180초간, 모든 공격에 신성속성이 부여됩니다.]

[180초간, 자연 회복이 30% 상승합니다.]

[특수한 힘으로 효과가 배로 늘어납니다.]

“이, 이게 무슨.”

“아, 아니?”

“이, 이게 뭐야?”

“버, 버프가 이 정도 효과를 낸다고?”

절망에 빠진 모든 길드원들이 어리둥절해지는 위력의 버프.

그걸 보고 누군가 말했다.

“어, 어쩌면 이기겠는데?”

현성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그리고 허공에 떠오른 메시지를 봤다.

[길드전이 10초 뒤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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