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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33화 (35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33화

11장. 수호천사 길드 VS 데빌 길드(4)

머닉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수호천사 길드의 사제를 보고 저도 모르게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 하찮다는 듯 시시하게 쳐다보는 저 눈.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든 전황을 파악하고 힐과 버프를 쉴 새 없이 걸고 있다.

말이 되나?

머닉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게 가능하다고?

온몸이 부르르 떨었다.

‘……아.’

너무나 굴욕적이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뿐.

속으로 수많은 욕들이 떠올랐으나 빠르게 사라졌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하기보다 빠르게 데빌 길드원들을 돕는 게 맞으니까.

‘제기랄! 왜 저만한 실력자가 이딴 길드전에 나오는 거야!’

이러다가 승리 수당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하지만 머닉은 이미 어렴풋이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에게 승산이 과연 있을까 하고.

그래도 빠르게 버프와 힐을 넣는 머닉이었다.

비등해질 순 없지만, 그래도 더 벌어지지 않게.

최대한 차이를 벌리지 않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때.

퓻! 푸욱!

“컥.”

머닉은 자신의 어깨에 꽂힌 화살을 보며 어리둥절했다.

수호천사 길드원들은 모두 견제하고 있었기에 갑자기 눈먼 화살이 날아올 리는 없었다.

한데 이건 어디서 날아온 건가.

그렇게 생각한 머닉은 자신의 어깨에서 빛의 입자가 사그라드는 걸 볼 수 있었다.

설마 이거?

머닉은 그 생각을 하며 바로 상대 사제를 바라봤다.

여전히 자신을 보고 있는 저자.

무료하다는 듯 자신을 보고 있다.

허공에 화살을 띄운 채로.

‘홀리 애로우?’

지금 저렇게 버프와 힐을 난사하면서 공격까지 한다?

도대체 어떻게 돼버린 뇌란 말인가.

이번에는 절대 맞지 않으리라.

머닉은 그렇게 생각하며 홀리 애로우가 날아드는 걸 보고 타이밍에 맞춰서 신성 방패를 소환할 생각이었다.

푹! 씨잉!

“…큭.”

하지만 이게 웬걸.

이미 맞은 뒤 신성 방패가 생성됐다.

홀리 애로우가 이렇게 빠를 수 있던가.

머닉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시 화살을 봤다.

그리고 화살이 아까와는 조금은 다르게 사라지는 걸 보고 생각했다.

‘다른 스킬로 혼동을 줬다고?’

저렇게 버프를 줘가는 상황에서 말인가?

압도적.

경악을 넘어서 경외심마저 드는 실력이다.

왜 저런 자가 이런 곳에 나왔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으나.

자신의 승리 보수를 얻기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된 거 명령을 어기더라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버프를 천익에게 걸어야 한다.

정말 이제는 이것 외에 방법이 없다.

저자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사제인 이상 천익이 달려든다면 막을 수 없고 죽고 말 거다.

그렇게만 된다면 승리다.

머닉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익에게 빠르게 버프들을 걸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유일등급의 강력한 모든 버프를 걸었다.

이거라면 전황이 바뀔 수 있겠지?

머닉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한 눈으로 천익 쪽을 바라봤다.

분명 버프를 받고 강해진 천익이다.

한데, 왜일까.

“오우!”

저 기합 소리와 같은 소리를 듣고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 *

천익은 호언장담을 하고 나간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을 막아선 저 미친놈이 생각이상으로 너무 강했다.

어쩌면 자신보다도 더.

‘집사복을 입은 저 NPC 같은 놈은 어디서 나온 거야! 제기랄!’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에도 거리를 좁혀 자신에게 접근해 온다.

천익을 그를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튼튼한 하체를 바탕으로 천익의 일격을 고작 허리를 트는 것만으로 피하는 미친놈.

그리고 그 속도를 이용해 천익을 향해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저 집사의 주먹이 천익의 복부에 닿자.

엄청난 충격이 온몸을 휩쓸었다.

퉁────!

땅에 긴 두 줄을 그으며 뒤로 물러나는 천익.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다.

“크흑!”

분명 갑옷 위를 때렸건만.

무슨 방어를 무시하고 들어오는 공격마냥 쑤욱 빠지는 HP를 봐라.

이거 정말 자칫 잘못하면 질 수도 있겠다.

수호천사 길드와의 이 길드전에 모든 걸 걸었다.

여기서 진다면 파산한다.

그런 생각이 천익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자 섬뜩해졌다.

등골이 차가워진 그때.

멀리서 각종 버프들이 들어왔다.

하나하나 강력한 효과들을 지닌 버프.

천익의 명령을 어기고 버프를 넣은 머닉의 버프였다.

‘정말 고맙군.’

이게 아니라면 졌을 거란 생각을 하니.

아직까지 서늘했다.

자신이 오만을 부렸다는 걸 인정하고 눈빛을 바꾸고 눈앞의 미친놈, 집사를 바라봤다.

올백을 하고 정돈된 모습의 집사.

하지만 말하는 건 그렇지 못했다.

“오우! 미천한 불신자가 뭐 그리 재미있다고 보시는 겁니까요?”

상당히 거친 말.

하지만 그에 비해 표정은 전혀 화난 거 같지 않았다.

천익은 그게 오히려 자존심이 상했다.

마치 자신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모습.

그래, 강한 건 인정한다.

아무리 천익이라도 버프가 없었다면 이기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했으니.

하지만 그뿐이다.

버프가 있으면 얘기가 다르지.

저 집사도 상대 사제에게 버프를 받을 수도 있으니 긴장했지만.

그럴 것 같진 않았다.

그때 집사가 입을 열었다.

“주인님께서 저에게 버프를 주실까 봐 걱정하는 모양이군요.”

“닥쳐라!”

정곡을 찔린 천익이 빠르게 거리를 좁히며 소리를 질렀다.

그런 천익을 보며 집사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하아.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군요. 주인님의 충실한 종, 저 리베우스는 그런 거에 당하지 않습니다요.”

정말 한심하다는 듯이 말하는 집사, 아니, 리베우스는 그대로 천익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천익은 그걸 보며 비릿하게 웃었다.

머리 위에서 들어 올린 검을 그대로 손목을 꺾어 방향을 튼 뒤에 스킬을 사용했다.

“부스트 소드!”

퍼퍼퍼퍼퍼펑!

그러자 검날에 폭발이 일어나며 검격의 속도와 위력이 높아졌다.

아무리 리베우스, 저 녀석이 강하더라도 이 스킬은 피할 수 없으리라.

일단 데미지를 입혀놓고 빠르게 정리하자.

리베우스를 정리하고 사제를 죽이면 아직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러니 머닉이 자신에게 버프를 걸어준 거 아니겠나.

다시 말해 리베우스를 잡아야 승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휘익!

폭발의 속도와 함께 더 빨라진 검을 가볍게 피하는 리베우스. 그리고 큰 동작 이후 자연스럽게 생기는 천익의 틈.

그대로 안면이 비어버렸다.

리베우스는 그걸 보며 지루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투─────쾅!

여러 번이 아니다. 그저 딱 한 방.

리베우스는 강력하게 천익의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얼마나 강력했는지, 순간 천익의 의식이 날아갈 뻔했다.

최대한 빠르게 정신을 차려 후속타에 대비를 해야 한다.

천익은 그렇게 생각하며 빠르게 자세를 취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치명타를 허용하셨습니다.]

[급소에 강력한 일격을 허용하셨습니다.]

[상태이상, 경직에 휩싸입니다.]

“아, 아아.”

“그만 자비를 배풀어 드리도록 하겠습다요.”

천익은 그 말에 고개를 젓고 싶었으나 리베우스는 그제야 싱긋 웃으며 말했다.

“오우!”

콰──직!

섬뜩한 소리가 울리며 그대로 머리가 깨진 천익.

그대로 몸이 잿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며 리베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고작해야 이런 실력으로 자신에게 덤비다니.

너무나도 안타까운 실력이다.

그러면서 리베우스는 상대 쪽 진영을 바라봤다.

머닉을 보는 눈도 그리 좋진 못했다.

저 사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 감히 자신의 주인과 대결을 하려 하는지.

가소롭기 짝이 없다고 리베우스는 생각했다.

“고작해야 사제이면서 말입니다요. 주인님은 신입니다요. 오우!”

싱긋 웃는 리베우스는 그대로 고전하는 머닉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세상이 순간 정적에 휩싸이는 걸 보며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현성이 참전하기로 한 이상 말이다.

그러면 느긋하게 즐겨볼까요?

라고 중얼거린 리베우스는 무슨 산책을 나가는 것처럼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걸 빠르게 보여드리는 게 충직한 종의 역할이니.

“오우!”

* * *

머닉은 전황을 보며 속으로 끊임 없이 욕을 내뱉었다.

‘제기랄, 제기랄, 제기랄!’

전황만 신경 쓰면서 버프와 힐을 걸어도 정신이 없는 상황이다.

상대가 현성이 아니었다 한들 정신이 없었을 건 똑같았을 테지만.

여기서 다시 날아오는 화살.

핑! 푹!

“크흑.”

신성 방패를 사용했건만 하나는 막지 못하고 그대로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떻게 된 게 공격을 빠르게 틈 사이로 보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무지 적응할 수가 없는 공격.

어떻게든 막으려 했지만서도 거듭해서 화살을 허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사라져 가는 화살을 보며 머닉은 빨리 해결하라는 듯 천익을 봤다.

한데, 천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집사의 모습을 한 펫은?

전장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이게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나.

‘……미친.’

천익이 졌다.

그렇다는 건 길드전도 이미 패배했다는 말과 같다.

아직 길드원들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데 결과는 모르는 거 아니냐 하는 작자가 있다면 입을 찢어버리고 싶을 머닉이었다.

어떻게 벗어날 방법이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세상이 정적에 휩싸였다.

도대체 이건 또 뭐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어디선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이 들렸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 소리.

하지만.

‘아, 아아.’

머닉은 느낄 수 있었다.

두려움이 가득한 공포의 느낌을.

무언가 일어난다.

피해야 한다.

머닉은 그렇게 생각하고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새하얀 벼락. 몇 줄기인지 셀 수조차 없는 그 벼락을 보며 머닉은 눈을 감았다.

‘애초에 정해진 거였어.’

그걸 깨닫고는 포기하고 말았다.

이미 진 거나 다름없다는 걸 알아차리고 고개를 떨궜다.

그와 동시에.

────────!

고요한 하얀 벼락이 그대로 머닉의 몸을 꿰뚫었고.

천벌에 휩싸인 머닉은 그대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마치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것처럼.

수호천사 길드의 압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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