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36화 (362/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36화

12장. 테라 교단 주교 다니엘(2)

타나노스의 기면증 상태에 빠지면 유저는 기존의 모습에서 유령처럼 된 아바타가 된다.

마치 3인칭 시점인 것처럼 자신의 캐릭터를 볼 수 있게 되는 거다.

현성은 지금 보고 있는데도 이게 뭔지 모르겠다.

현성은 지금 일어나는 사태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성기사와 함께 들어온 테라 교단의 고위 인사로 보이는 중년 남자.

그가 들어오고 바닥에서 처자고 있는 현성을 보더니 성기사들을 물렀다.

그러곤 의자를 가져와 앉아서 현성을 잠시 보다 성경을 읽고 있다.

아주 편안하게.

‘이게 대체 뭔 상황이지?’

오자마자 기면증이 발동된 자기부터 찢어 죽일 거라 생각했건만.

뭐가 이리 평화로운가.

물론 하나만 빼면.

현성은 자신이 자고 있는 앞에서 연신 절을 하며 경배하고 있는 리베우스를 봤다.

연신 절을 하면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다.

“아아, 위대하신 주인님이십니다요! 역시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도 본인의 근본을 잊지 않고 잠드시는 모습! 위대하십니다요! 오우! 오우우우!”

현성은 리베우스의 말을 듣곤 인상을 찌푸렸다.

저거는 돌려 까는 거 아닌가 싶어서.

뭐 그래도 리베우스가 그럴 리는 없으니 그냥 두긴 했지만.

찝찝하긴 했다.

일반적으론 이런 때 자기를 챙기고 튀는 게 보통 아닌가?

리베우스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현성의 생각엔 타나노스의 기면증이 발동되었을 때 리베우스는 마치 현성이 진정한 타나노스로 각성했다, 혹은 강림했다고 착각하는 거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도 무방비하게 있을 리가.

‘에휴.’

속으로 한숨을 쉰 현성은 그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잠들어 있을 때 찢어 죽이지 않은 걸 보면.

저 테라 교단 고위 인사는 일단 대화를 하려는 모양이니.

다만 수틀리면 어떻게 될진 불 보듯 뻔했다.

무엇보다 도망칠 수가 없을 거다.

고위 사제로 보이는 저 남자에게서 과연 도망칠 수 있을까?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아무리 현성이라도 압도적인 레벨 차를 무시할 순 없다.

한 교단의 고위 사제보다 자신이 우위라고 현성은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최대한 대화를 통해 말하는 수밖에.

‘NT…… 아니, 자기네 성기사, 그것도 성녀 후보를 빼앗겼으니.’

화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일단 이렇게 대화를 하려는 것만 봐도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니.

최대한 좋게 풀어보자.

마침 곧 1시간이 다 되어간다.

시야 한편에 있는 시계를 보니 고작해야 1분밖에 남지 않은 시간.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태연한 척을 하는 게 최대한 좋을 거 같긴 하지만 또 모르는 거니.

잠시 고민을 하니 1분은 금방 지나갔다.

이제 접속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뜨고, 보상을 고르라는 메시지는 일단 보류했다.

현성은 그렇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오우! 주인님! 일어나셨군요!”

“그래.”

최대한 과묵하게 대답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베우스 역시 그런 현성의 어깨 위로 올라왔다.

현성은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위 사제가 앉은 의자 맞은편에 앉았다.

대화를 하고자 한다는 최대한의 제스처.

그러자.

“일어나셨군요.”

존대?

원래 존대를 하는 인상은 아니었다.

성기사에게도 말을 놓는 살짝 권위적인 모습이 보였으니.

한데 존대를 했다는 건.

‘왜인진 모르겠지만, 날 존중하겠다는 의미인 거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고위 사제의 눈에는 호의가 가득한 눈빛이 가득했다.

들어올 때만 해도 살기등등한 눈빛이었건만.

갑자기 이렇게 호의 가득한 눈빛이라고?

도대체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기에.

이러는 거지?

현성은 이해가 안 되긴 했지만, 최대한 티 내지 않았다.

이럴수록 좀 있어 보이는 게 좋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니.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저는 테라 교단의 다니엘 위벨 주교라고 합니다.”

역시 주교급.

고위 사제였다.

한데 다니엘 위벨?

어디서 들어본…….

현성은 조금 생각한 뒤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마침 자신에게 그 펜던트가 있지 않았던가.

위벨 가문의 가보라는 펜던트가.

그러니까, 자신의 앞에 있는 이 주교는…….

“당신께 펜던트를 준 레이나의 숙부 되는 사람입니다.”

“…….”

자세한 소개에 현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여기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당신 조카를 제가 개종시켰습니다.

할 수는 없는 거 아니겠나.

현성은 다니엘이 의중을 비치기 전에는 최대한 조용히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그저 기다렸다.

다니엘이 떠들기를.

현성의 예상대로 다니엘이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

역시.

죽이려 했구나.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대한 담담하게 있었다.

마치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듯이.

그 권태로운 연기가 잘 먹힌 것인지, 다니엘 주교는 피식 웃으며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고갤 끄덕였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오우! 당연합니다요! 주인님께서는 위대하신 타나노스시니까요!”

리베우스의 말에도 수긍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다니엘 주교.

아니, 도대체 뭘 알고 저러는 건지.

현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무슨 종교가 고위로 갈수록 다들 또라이들인가?

그러기엔 이전 타나노스 교의 교황이나 추기경인 캐럿도 정상이었는데.

현성은 그냥 생각하지 말자는 듯이 일단 얘기를 듣기로 했다.

그러자 다니엘 주교가 고개를 숙였다.

정말 죄송하다는 듯.

“우선 결례를 범한 점에 사죄를 드리겠습니다. 제가 당신을 먼저 알아봤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현성은 답답해서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리고 너무 답답함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무엇을 알아봤는지요?”

“아, 죄송합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저조차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기에 그저 추측만 할 뿐인지라. 그저 이계의 위대하신 존재라는 것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군요.”

“……흠.”

이계의 위대한 존재.

이미 다 안 거 아닌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니엘 주교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이런 결례를 저질렀으면서 염치없게도 부탁을 드려야 하는 상황인지라 면목이 없습니다. 하여 사죄의 의미로…….”

다니엘 주교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속에서 무언갈 꺼냈다.

다름 아닌 책 다섯 권.

하지만 그냥 책이 아니었다.

현성조차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책들을 봤다.

다니엘 주교가 꺼낸 것들은 다름 아닌 스킬북이다.

그것도 무려 희귀등급 책 다섯 권!

결례를 저질러 죄송하다는 의미로 주는 게 저거라고?

현성이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을 때.

다니엘 주교가 말을 이었다.

“당연히 부탁의 대가로 드리는 건 아닙니다. 추후 부탁에 대한 성의는 다시 표하겠습니다. 다만 지금 교단이 처한 상황이 쉽지 않기에 조금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현성은 그 말을 듣고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치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입을 열었다가는 별 밑천도 없는 놈이라는 게 바로 티 날 같아서.

“그리고 제 부탁은…… 염치 불고하고 저희 레이나를 부디 잘 돌봐주십시오.”

“으음?”

정말 뜻밖의 부탁이었다.

되돌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잘 돌봐달라고?

이게 무슨 말일까.

현성이 살짝 의문을 품은 눈으로 바라보자 다니엘 주교는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쉬었다.

“후우, 사실은 테라 교단의 내부 사정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교황께서도 정상이 아닙니다. 심지어 레이나의 아비이자 제 형님이신 라이머 추기경께서도 정상이 아니시지요. 이미 위대하신 존재께서는 아시겠지만, 테라 신의 기운이 사라진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현성이 그 말을 듣고 이거 스토리에 중요한 단서를 얻은 거 같다는 생각을 했을 때.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태양의 신, 테라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추후 직업 메인 스토리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하셨습니다.]

‘예스!’

역시나.

정말 단서였다.

그것도 신 하나에 대한 단서!

현성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다니엘 주교를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해결할 문제이지 않은가.

무엇보다 퀘스트기도 하고.

그러기에 현성은 알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레이나뿐만이 아닌 테라 신 역시 제가 알아볼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해놓고 현성은 순간 자신의 말투가 너무 오만했나 아차 싶었다.

하지만.

“아아아,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살짝 울먹이는 표정으로 다니엘 주교가 감사 인사를 하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말로도 위안을 줄 수 있구나 싶어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니엘 주교는 그런 현성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말했다.

“그러면 저는 해결할 문제들이 많다 보니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조만간 선물을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정체를 숨기고 싶으시다면 이걸….”

다니엘 주교는 그렇게 말하고는 현성에게 테라 교단의 문양이 새겨진 사제복을 건네주었다.

아까 보니 스킬북도 랜덤 스킬이 아닌 테라 교단의 스킬들 같던데.

이러면 정체를 숨기기도 용이할 거 같았다.

확실히 효과적인 선물에 현성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부디 위대하신 존재에게 영광만 가득하시길.”

다니엘 주교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이만 물러갔다.

현성이 그런 주교를 보며 만족스럽게 있자.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테라 교단의 주교 다니엘이 당신에게 미약한 신앙심을 품습니다.]

[타 교단의 주교에게 신앙을 심었습니다.]

[신성력이 10 상승합니다.]

‘와.’

현성이 감탄하고 있자.

리베우스는 그걸 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우! 뭘 좀 아는 주교군요!”

“그러게.”

* * *

한편 여관방에서 나간 다니엘 주교는 온몸이 잔뜩 젖은 채였다.

모두 다 식은땀.

그는 처음 자신이 여관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를 떠올렸다.

자고 있는 현성에게서 보인 어마어마한 기운.

자신의 신인 테라의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도 느껴본 적 없는 압도적인 기운이었다.

거기에 다니엘 주교는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기운의 존재.

게다가 이방인이라는 신분.

다니엘 주교는 그걸 떠올리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계의 위대한 존재.

즉 외신.

‘그런 존재가 이곳으로 왔을 줄이야.’

그런 존재를 알아보지도 않고 죽이려고 찾아오다니.

아직도 목에 서늘한 느낌이 드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결례를 용서하고 레이나는 물론 테라에 대해서도 알아봐 준다고 하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다니엘은 그 어느 때보다도 든든함을 느꼈다.

교황과 자신의 형님인 추기경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그들에 비하면 자신은 한낱 주교에 불과하지만.

시간은 끌 수 있을 터.

그리고 그동안 현성을 돕는다면?

‘될 거다.’

어떻게든 자신이 가림막이 되리라.

다니엘 주교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본단으로 향했다.

다만 그 집사처럼 보이는 펫에게는 꽤 익숙한 느낌이 있었다.

‘그 광신도 집단이랑 무슨 연관이…….’

거기까지 생각한 다니엘 주교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저런 위대한 존재가 그깟 광신도 집단과 연관이 있을 리가 없다고.

그저 착각에 불과하다 생각하며 자리를 떠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군.’

현성이 자기도 모르게 든든한 뒷배를 얻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 작가 워럭입니다. 요즘 좀 전개가 처지는 거 같아 연참했습니다 ㅠㅠ 연참 중의 연참은 3연참이라는 걸 알긴 합니다만 라이브로 쓰는 처지이다 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흑흑!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꽤 빠르게 나가려 노력은 하겠습니다! 또 좀 지지부진해진다 싶으면 다시 연참으로 용서를...구...하겠습니다.. ㅎㅎ!

모두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오우입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