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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37화 (363/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37화

12장. 테라 교단 주교 다니엘(3)

다니엘 주교가 떠난 여관방.

현성은 그 적막한 방 안에서 멍하니 책상 위에 놓인 다섯 권의 책을 봤다.

모두가 희귀등급의 스킬북.

하나같이 랜덤 스킬북이 아닌 지정된 스킬이 담긴 스킬북이라지만, 오히려 좋았다.

“오우! 뭘 아는 주교군요.”

“그러게 말이야.”

설마 처단이 아니라 이렇게 선물을 베풀고 가다니.

솔직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무렴 좋은 거 아니겠나.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스킬북들을 살폈다.

앞서 본 대로 하나같이 테라 교단의 스킬들이었다.

원래라면 테라 교단에 들어가 배워야 하거나, 관련 직업을 얻어야만 습득할 수 있는 스킬들.

이걸 이렇게 얻을 줄이야.

운이 좋아도 너무 좋았다.

‘전부 익힌다.’

뺄 게 뭐가 있겠나.

마침 모두 사제 스킬이지 않나.

현성에게도 잘 어울리고 잘 쓸 수 있는 스킬.

성기사 스킬이 없는 게 좀 흠이긴 하지만.

그거야 차차 현성이 얻으면 되는 일이지 않나.

당장은 이것만으로도 좋은 게 사실이니, 현성은 불만 없이 모두 익혔다.

그렇게 익힌 스킬들의 이름은 이랬다.

[테라 교단의 스킬들이 모두 신의 권위에 속하게 됩니다.]

「따스한 햇살Lv1《희귀》」

「솟구치는 빛Lv1《희귀》」

「반짝이는 볕Lv1《희귀》」

「햇빛의 세례Lv1《희귀》」

「타오르는 빛Lv1《희귀》」

모두 다섯 개의 스킬.

따스한 햇살은 힐 스킬이었고, 솟구치는 빛은 버프 스킬, 반짝이는 볕은 현성이 없던 큐어 스킬이었다.

햇빛의 세례는 버프라기보다 파티원에게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스킬이었고, 마지막 타오르는 빛은 예상대로 공격 스킬이었다.

모두 희귀 스킬들답게 준수한 능력치들을 자랑했다.

신의 권위에 속하게 된 건 좀 의외긴 했지만.

현성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의 모든 신성 스킬은 신의 권위에 속했으니.

‘여기에 테라 교단 사제복까지 있으니까.’

남들에게 정체를 숨기기에는 딱이겠다.

안 그래도 길드전에서 너무 활약한 거 아닌가 걱정했더니.

이렇게 해결이 될 줄이야.

현성,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눈에 띄는 짓을 했다.

자중을 해야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관중들이 있을 줄은 몰랐지.’

그 난리를 치던 걸 생각하면 역시 실수였다.

앞으로는 조심하자고 생각하며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플레이 타임까지는 여유가 있긴 하지만.

너무 늦게 자는 것도 현성 입장에서는 좀 그러니.

바로 로그아웃할까 싶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벌써 끄기는 좀 아쉬우니까.

딱 던전 하나만 돌자.

그렇게 마음먹고 여관을 나서는 현성이었다.

이렇게 테라 교단 5종 세트를 받았는데 시험 안 해볼 수가 없지.

“가즈아!”

“오우! 사냥입니다요!”

리베우스도 신나게 외쳤다.

사제 스킬들을 익혔으니, 역시 파티를 구해야겠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침 괜찮은 던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늘 많다고 소문이 자자한 던전.

그곳으로 가면 파티를 구할 수 있을 거다.

이번에는 어떤 파티를 만날지 이것도 또 기대가 되는 현성이었다.

* * *

수호천사 길드와 데빌 길드의 길드전 후.

몇몇 관중들이 촬영한 영상이 로스트 이데아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파이튼은 로스트 이데아에서도 나름 이름이 있는 지역이었기에.

그곳에서 유명한 두 길드의 길드전은 나름 기대를 모으고 있었는데.

마침 그때 영상이 올라온 거다.

당연하지만 허가받고 찍은 게 아니기에 개개인의 얼굴은 모자이크가 되어 있었으나.

길드전의 양상은 잘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을 본 이들은 모두 뜨겁게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댓글]

-미친! 아니 수호천사 길드쪽 사제 뭐야? 대박이다.

-아니 뭔 각을 저렇게 딱딱 맞출 수가 있지? 뭐 말뚝박았나?

-진짜 끝내주는데?

-솔직히 데빌 길드 사제도 못하는 건 아닌데 너무 괴물이잖아;;;

-ㅋㅋㅋㅋㅋ진짜 와 소리밖에 안나온다.

-파이튼에서 이만한 수준의 사제가 나올 수 있다고?

-데빌 길드 사제도 유일등급은 되고 그중에서도 컨트롤은 상당한 거 같은데 수호천사 쪽은 말이 안되는데?

-랭커들 수준의 컨트롤임;;;

└ㄴㄴㄴㄴㄴ그것보다 뛰어난 듯 하이랭커 수준인 거 같음.

└ㄹㅇㅋㅋ

당연하게도 인터넷에서는 난리가 났다.

순식간에 여러 곳으로 퍼지게 되었고.

어느새 로스트 이데아를 하는 유저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지게 되었다.

유명세가 있는 길드라면 영상을 안본 길드가 없을 정도로.

여러 길드에서는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새로운 루키의 등장.

누구든 잡으면 상당히 떡상을 할 수 있는 상황!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조건!”

“우리가 먼저 계약해야 해!”

“야 근데 무슨 수로! 저 사제 소재 아는 사람 있어?!”

“아니, 사제복도 그냥 일반 사제복 입었잖아!? 어느 교단인지 아는 사람 있냐고!”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다.

단서가 너무 적었으니까.

저만한 사제라면 당연히 교단에 속해 있을 수밖에 없었건만.

아무런 문양도 없었기에.

모두가 의아해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냈다.

“수호천사 길드에 연락을 넣으면 되지 않을까?”

“오! 그거다!”

수호천사 길드.

누가 보더라도 그 길드에 속한 유저가 아니었다.

용병으로 나선 게 뻔해 보였으니.

수호천사 길드에게 물어보면 알려주지 않을까?

대형 길드들이 딜을 하면 소형 중에서도 소형인 수호천사는 들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하지만 이게 웬걸.

[저희 수호천사 길드는 사제님에 대한 정보를 일절 풀지 않겠습니다.]

완고하기 짝이 없는 입장문.

대형 길드들이 압박을 넣으려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제길! 다른 유저들에게 이미 다 퍼져서 저기서 압박해 봐야 이미지만 안 좋아진다.”

“다른 방법을…….”

이미 유저들에게 입소문이 타서 다른 유저들도 수호천사 길드를 옹호하고 있었다.

간만에 재미있는 것이 나왔으니.

유저들이 어디 참을 수나 있겠나.

모두가 한마음으로 막고 있었다.

그렇게 대형 길드들이 고민하고 있었을 그때.

소문이 불기 시작했다.

[흑사자 길드가 파이튼의 사제를 찾는단다!]

로스트 이데아의 7대 길드, 흑사자.

그곳에서 움직였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원래라면 라이징 뉴비가 나타나더라도 움직이지 않는 게 7대 길드였다.

라이징 뉴비 스타들보다는 자신들이 발굴하는 신인들이 더 가치 있다 판단했으니까.

실제로 그게 맞기도 했고.

항상 홀로 떠오르는 라이징 스타들은 7대 길드의 뉴비들을 이길 수 없었다.

흥행 면에서나 컨트롤 면에서나.

한데 갑자기 흑사자 길드가 움직인다?

그것도 7대 길드 중 가장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흑사자 길드가?

이 말은 즉.

[흑사자 길드조차 관심을 가졌으면 엄청난 라이징 스타일 게 분명하다!]

사실상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나 영입하지 않기로 유명한 흑사자 길드여서 더 그랬다.

흑사자가 움직였다는 소식에 대형 길드들은 더 발등에 불떨어진 양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누가 먼저라도 데려간다면 7대 길드 바로 밑까지는 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 그래봐야 현성에 대해 아는 이들이 누가 있겠나.

수호천사 길드도 알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황.

알려진 게 없어도 너무 없았다.

하지만 딱 하나.

알려진 게 있지 않았나.

“파이튼! 자유도시 파이튼에 모든 게 있다!”

“파이튼으로 가자!”

“스카우터들 보내! 아니, 내가 직접 간다!”

“간만에 반가운 얼굴들 보겠네! 놓치지 말고 바로 가자!”

파이튼.

현성이 있는 그 도시로 수많은 대형 길드 종사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흑사자가 나서고 상황이 달라졌다.

간혹 흑사자의 체통이 무너졌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길드전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모두가 인정했다.

흑사자가 움직일 만했다고.

그러나 흑사자 내부에서 역시 말은 많았다.

“고작해야 뉴비 하나 영입하기 위해 이 사달을 낸다? 난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길드장님.”

로스트 이데아 랭킹 12위, 위잔.

불사자라는 이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하이랭커들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로 유명한 랭커였다.

흑사자 길드에서도 길드장을 제외하고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

그런 인물이 인상을 찌푸리며 길드장에게 항의를 하고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불만까진 아니더라도 의문을 품은 이들은 꽤 많았기에 다들 길드장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이목을 집중했다.

과연 길드장이 어떤 생각일지.

흑사자 길드의 길드장이자 로스트 이데아의 랭킹 3위, 블랙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름처럼 검은 가면을 쓰고 눈동자만 빛내는 블랙.

그 모습에 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

꿀꺽.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건만 모두를 짓누르는 압도감.

카리스마가 어떤 것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그의 모습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블랙은 그런 이들을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길드의 중책을 맡은 이들이 불만인 이유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조용히 스카우터를 보내면 되는 일인데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서 왜 굳이 문제를 일으키냐는 거겠지.

블랙 역시 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나 모르는 게 있었다.

“실력을 보면 다들 영입하는 데 불만은 없는 모양이군.”

“……그걸 반대할 만큼 멍청하진 않습니다.”

위잔이 그렇게 말하자 모든 흑사자 인사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압도적인 실력이긴 했다.

위잔 역시 그걸 인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만한 실력은 저보다 압도적이라 생각하긴 합니다.”

“헉.”

“위잔 님보다도?”

위잔의 말은 모든 흑사자 인사들이 놀랄 정도였다.

그 자존심이 센 위잔이 저리 말할 정도라면 그 뉴비의 실력은 확실하다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사달을 내서야 저희와 계약할 확률이 적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 머닉이라는 녀석의 보고로도 꽤 조심스러운 성격 같던데, 이러면 오히려 숨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위잔 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평소에는 그리도 신중하신 길드장님이 너무 요란하게 움직이시는 건 아닌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말대로다.

엉덩이가 가장 무겁다는 소문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최대한 조용히 나서는 것이 블랙의 스타일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어째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다들 입을 모았다.

그런 길드 임원들을 보며 블랙은 고개를 숙였다.

가면 때문에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웃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이렇게 나선 거다.”

“예?”

“그래야 아무도 그를 얻을 수 없을 테니.”

“……그게 무슨?”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블랙을 보며 다들 어리둥절해할 때.

블랙만이 하늘을 보며 눈을 빛냈다.

‘여기까지 오르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겠지.’

그동안은 기다릴 수 있을 거다.

아무도 그자를 얻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누구의 밑으로도 들어갈 자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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