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39화
13장. 붉은 형제!(2)
현성이 나선다고는 말했지만, 진짜 나서는 건 아니었다.
물론 전투에는 참여하겠지만, 육체적으로가 아닌 사제로서 말하는 거다.
우선 현성은 전투 양상을 살폈다.
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봐야 서포트할 수 있으니까.
둘 다 HP를 사용하는 직업군.
그러다보니 사제의 역할이 바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도 봐라.
“으랴하!”
거대한 대검을 무슨 숏소드마냥 휘두르는 마르코.
재빠르고 파괴적인 검술로 흡혈 박쥐를 밀어붙였다.
흡혈박쥐도 그리 만만한 존재는 아니었다.
대검이 날아오자 처음 공격을 당해 찢어진 날개임에도 한쪽 날개에 힘을 강하게 주어 돌풍을 일으킨다.
살짝 밀려나는 마르코를 보며 몸을 틀어 그대로 날개로 마르코를 가격한다.
방어구를 입지 않은 마르코가 공격을 당한다면 큰 데미지를 입을 게 분명한 상황.
원래라면 현성이 나서야 할 적절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성은 나서지 않았다.
파앙!
그대로 날아드는 날개를 두 다리로 받아 들고 공격을 상쇄하며 그대로 발을 차서 뒤로 멀찍이 튀어간다.
절묘한 회피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날개를 발로 차서 그 반동으로 뒤로 물러날 줄은 몰랐다.
흡혈박쥐 역시 놀랐는지 잠시 주춤한 순간.
그때 미구엘이 나섰다.
피가 허공에 응집되더니 가시로 변하며 주변을 옥죄는 감옥으로 변한 스킬.
이름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대로 흡혈박쥐가 움직임이 멈추자.
다시 마르코가 튀어 나갔다.
둘 다 스킬을 사용해 HP가 적당히 떨어진 상태.
이 정도면 실력을 웬만큼 보긴 했다.
‘상당하네.’
현성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력들.
개인적으로 길드전에서 본 그 사제가 생각 이상으로 잘하긴 했지만.
컨트롤만 보면 그 사제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현성이 본 바로는 저들의 데미지가 심상치 않다.
스킬 이펙트도 상당히 유려한 걸 보면…….
‘최소 영웅이겠네.’
전설까지는 아닌 거 같고 유일은 이상인 거 같으니.
영웅 말고 있겠나.
근데 형제가 나란히 영웅등급이라니.
현성은 자기가 아는 쌍둥이 자매를 떠올리곤 피식 웃었다.
그녀들도 한 명이 영웅 등급이고 하나는 유일등급이었건만.
저 둘은 둘 다 영웅등급이라니.
현성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돌아가는 상황에 피식 웃고는 가볍게 몸을 풀었다.
뭐 직접 움직이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준비는 해야지 않겠나.
‘그럼 시작해 볼까?’
현성이 그렇게 생각을 하고 전황을 살폈다.
여전히 흡혈박쥐는 피의 가시들로 묶여 있는 상황.
마르코는 그때 미친 듯이 공격을 한다.
공격을 하는데 자기 HP도 조금씩 회복을 하긴 했지만, 소모하는 게 더 많았다.
마치 이것도 채울 수 있으면 채워보시지!
이런 느낌이 강한 모습.
현성이 이런 걸 또 그냥 둘 리가 없지.
‘따스한 햇살.’
이번에 새로 받은 힐.
무려 희귀등급 힐이다.
당연하지만 희귀등급 힐이라 한들 한 번에 HP를 전부회복시킬 순 없다.
하지만 현성이 누구인가.
어느새 30%이나 떨어진 HP가 한번에 회복되는 마르코.
그리고 마찬가지로 동생인 미구엘에게도 힐을 걸어줬다.
‘레서 힐.’
당연하지만 마르코보다는 적었어도 꽤 소비된 HP였건만.
둘 다 빠르게 차오른다.
현성의 힐들을 느끼며 둘 다 부르르 떨며 잠시 멈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빠르게 전투를 이어가면서 흡혈박쥐를 압박해 나갔다.
피의 가시에 묶인 건 풀렸지만, 그 후로 압도적으로 이겨냈다.
무엇보다 현성의 버프들이 빛을 발했다.
‘이게 뭐야? 능력치가 이렇게 오른다고?’
‘평소의 10%? 아니, 30%는 족히 더 오른 거 같은데?’
분명 미묘한 버프들만 걸어준 거 같은데.
이만한 펌핑 효과를 낸다?
마르코랑 미구엘은 둘 다 침을 꿀꺽 삼켰다.
현성, 저 사람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사람일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르코는 순간 묘한 경쟁심을 느꼈다.
자신이 스킬을 사용하는데 그걸 감당한 사제는 여태껏 없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나는 못 이겨!’
이상한 경쟁심을 불태우는 형을 보며 미구엘이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미구엘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다.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그런 상황.
마침 그때 현성이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세 마리입니다.”
저게 무슨 소리일까?
형제는 그 말에 둘 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구엘이야 그래도 중위에 거리에 있으니 몬스터를 탐지 못 했을 순 있다.
하지만 전위인 마르코가 몬스터를 느끼지 못할 리가 없는데.
먼저 저렇게 말한다고?
그 순간 마르코 역시 뒤늦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세 마리의 흡혈박쥐가 자신들을 향해 오는 것을.
“……세 마리다.”
마르코의 말에 미구엘은 진짜 놀랐다는 듯 현성을 봤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싱긋거리며 웃는 현성.
도대체 정체가 뭔가.
그런 생각을 했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전투가 중요하니.
그것도 세 마리다.
무리는 아니겠지만, 성가신 녀석들인 건 사실이니까.
당연하지만 먼저 마르코가 나서서 녀석들의 사이로 달려들었다.
팟! 팟!
방어구가 없어서 그럴까.
엄청나게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야만전사의 그것 같은 느낌의 움직임.
현성은 그걸 보며 약간 예전 생각이 났다.
마치 검은 가면을 썼던 아수라를 떠올리게 했으니까.
이데아 때는 자신도 저렇게 비슷하게 움직이긴 했지.
‘더 정교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자신은 후에 갈수록 거친 느낌보다는 더 깔끔해지고 정교해지긴 했지만.
그 전에는 마르코처럼 저랬다.
컨트롤에서는 확실히 매우 뛰어났다.
현성의 눈에 찰 정도로 말이다.
현성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른 채 빠르게 마르코가 몬스터들 사이로 들어가 대검을 크게 휘두른다.
붉은 검기가 담긴 걸 보면 당연히도 스킬이다.
HP도 꽤 크게 달았으니.
하지만 그 효과만큼은 매우 뛰어났다.
서어어걱!
“키에에엑!”
“키에에에에에엑!”
“키엑!”
놈들의 가운데에서 사용한 스킬은 붙어있던 녀석들을 모두 따로따로 밀려나게 만들었다.
데미지 역시 꽤 준수했고.
하지만 그 후 그 사이에 몰린 마르코가 위험해졌다.
여기서는 당연히 미구엘이 나설 차례.
미구엘은 그런 자신의 형 주위에 스킬을 사용했다.
정확히 피의 폭풍마냥 회오리가 생겨났고, 마르코는 그 중앙 부분에 정확히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회오리의 중앙에 있는 마르코는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고, 흡혈박쥐들만 폭풍이 강타했다.
서로 간의 간격이 더 벌어지는 흡혈박쥐들.
어느 몬스터건 협력하면 골치 아파지니 그대로 떨어뜨려 놓으려는 목적이었나 보다.
‘대단하네?’
마르코도 그렇고 미구엘의 컨트롤도 뛰어날 수밖에 없어야 가능한 신기에 가까운 묘기였다.
무엇보다 셋이라는 걸 늦게 알았는데도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판단력 역시 뛰어나다.
물론 현성만큼은 아니었지만.
셋이 폭풍에 당했지만, 그 몇 방의 공격으로 당할 녀석들은 아니다.
빠르게 데미지를 회복하고 폭풍이 사그라지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폭풍이 사라지는 틈을 보고는 셋이 동시에 돌풍을 일으킨다.
누가 보더라도 흡혈박쥐의 스킬이다.
아까도 마르코가 돌풍에 맞고 뒤로 좀 물러나지 않았던가.
마르코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스킬을 사용했다.
피를 두른 거대한 대검을 휘두르며 마찬가지로 피의 돌풍을 일으킨다.
무려 세 마리가 만들어낸 돌풍을 막아내는 피의 돌풍.
마르코는 그걸 보며 피식 웃고는 다시 공격을 하려 했으나.
“형!”
“아차!”
흡혈박쥐 하나가 돌풍을 쏘아내고는 바로 달려들었다.
피의 돌풍은 마찬가지로 돌풍에 상쇄되었기에 흡혈박쥐에게 간 데미지는 약했다.
때문에 흡혈박쥐가 멈출 리가 없었다.
그대로 달려드는 흡혈박쥐의 날개 공격!
이미 마르코 역시 달려들 준비를 했고, 스킬로 인한 딜레이 때문에 대검으로 막기는 힘들다.
자세를 취했기에 피할 수도 없는 상황.
그래, 한 대는 그대로 맞을 수 있다.
마르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맞은 후에 상황을 생각했다.
‘방어구가 없어서 데미지가 크게 온다, 상태이상도 준비한다.’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갑자기 현성이 뭐라 외쳤다.
“햇빛의 세례.”
희귀등급 보호막 스킬.
그게 순식간에 생겨나며 그대로 흡혈박쥐의 날개 공격을 막아주었다.
원래라면 이 순산 보호막이 깨져야 하건만.
그러지 않고 그대로 건재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걸 보며 마르코와 미구엘은 순간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신성력이 얼마나 높으면 이게 한 방에 안 깨지는 거지?
그런 생각을 했지만,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마르코가 먼저 움직였다.
날개로 공격한 흡혈박쥐는 당황해 움찔거린 순간 딜레이가 끝나 대검을 휘두르는 마르코.
그대로 가슴과 배를 강하게 베었다.
스킬이 아닌 일반공격이었음에도 큰 데미지가 들어간 일격.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일반공격을 한 뒤 틈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검의 단점을 보완해서 스킬을 사용했다.
“히합!”
대검이 저절로 움직이며 다시 한번 빠르게 흡혈박쥐를 베어냈다.
순식간에 두 번 베어낸 대검.
얼마나 빠른지 순간 한 번에 X자로 베인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현성은 그걸 보고 다시 마르코에게 힐을 넣어줬다.
빠르게 차오르는 HP.
무슨 쿨타임만 없었으면 무한으로 스킬을 쓸 수 있게 하려고 하는 건가?
타이밍이 기가 막혔다.
‘위험하다 생각을 하려는 순간 바로 힐이 들어와.’
마르코 역시 감탄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
미구엘도 그걸 보며 감탄했지만, 아직 전투가 끝난 게 아니다.
빠르게 스킬을 시전하려는 순간.
자신에게 여러 버프 스킬이 들어왔다.
마치 한 번에 세 마리를 처리하라는 듯이.
원래라면 그건 힘들긴 하다.
아무리 마법사의 마법이라고 해도 몬스터를 한 방에 보낼 위력은 아니었으니.
하지만 이게 뭘까?
‘이, 이거라면?’
자기도 모르게 미구엘은 셋을 모두 감쌀 수 있는 스킬을 사용했다.
피의 웅덩이.
데미지는 그리 크지 않지만 모두 묶을 수 있는 스킬이기도 하고 데미지가 크지 않다뿐이지 상당히 준수한 데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원래라면 아무리 데미지를 받은 세 흡혈박쥐라 해도 이걸로 죽일 순 없었다.
한데 이게 웬걸.
“끼에에에엑!”
“끼에엑!”
“키에엑!”
바닥에서 생겨난 피의 웅덩이가 그대로 흡혈박쥐 셋을 모두 잡아 삼켰다.
그리고 그대로 잿빛으로 변해 사라져가는 흡혈박쥐들.
마르코도 얼떨떨하며 미구엘을 봤다.
미구엘과 사냥을 하는 그는 잘 알지 않나.
그의 스킬과 위력을.
이 피의 웅덩이는 그만한 위력이 없다는 걸 잘 알았다.
한데 이렇게 다들 잡는다고?
원인은 하나다.
미구엘과 마르코는 저도 모르게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고 싱긋 웃는 현성.
‘도대체……?’
‘미친…….’
여태껏 이 도시에 자신들보다 뛰어난 자가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데 뭐 이런 위력의 스킬들이 있지?
두 형제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있자.
리베우스가 그런 형제를 보며 웃었다.
그리고 마치 괜찮다는 듯 말한다.
“오우! 주인님, 저 두 불신자분들이 주인님을 배려해서 스킬을 적당히 쓰시는 거 같습니다요.”
저게 무슨 소리일까?
아 힐을 주기 쉽다는 이야기다.
그 말을 듣고 살짝 발끈했지만, 문제는 그 뒤였다.
현성은 리베우스의 그 말을 듣고 원래라면 말렸겠지만.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아, 저 배려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포터 가능하니까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셔도 됩니다.”
“아하하하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
그리고 형제는 서로를 보고 눈빛을 교환했다.
‘진짜 빡세게 가자!’
‘스킬 난사를 해주마!’
형제의 자존심을 건든 현성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이러면 스킬 숙련도도 빠르게 오르겠네.’
스킬 숙련도 때문에 자존심을 건들다니.
정말 악독하다 해야 할지.
하지만 그런 현성을 보며 리베우스는 그저 감탄만 했다.
“오우! 역시 주인님은 대단하십니다요!”
“그럼 빨리 이동해 볼까요?”
산뜻하게 말하는 현성을 보며 왜인지 모르게 형제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걸 느꼈다.
무언가 자신들이 이상한 걸 깨운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었지만.
아직은 몰랐다.
자신들이 어떤 사람과 파티를 하게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