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41화
14장. 두 번째 유튜브 데뷔(1)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여관방으로 돌아온 현성은 방을 둘러봤다.
생각해 보니 여기서도 꽤 많은 일이 일어났다.
얻은 것도 많았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무슨 미신인 것마냥 좋은 스킬 나오라고 굳이 여관까지 와서 스킬을 확인하다니.
하지만 게이머라면 누구나 이해할 거다.
자기만의 좋은 장소가 누구나 있는 법이니까.
미신이긴 하지만 현성도 어쩔 수 없는 게이머였다.
‘그럼 어디 한 번 볼까?’
길드전 때 받은 스킬북은 아직 사용하지도 않았다.
아직도 두 개나 있었으나.
리베우스에게 줬는데 아직은 때가 아니라나 뭐라나?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라며 현성은 리베우스를 봤다.
“오우? 무슨 일이십니까요, 주인님?”
“아니다.”
그냥 레벨 50 때 얻은 스킬하고 신성력 150 때 얻는 신성 스킬이나 선택해야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먼저 획득한 스킬을 열었다.
이름 자체는 익숙한데 막상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진짜 그랬다.
‘타나노스의 안식이었나?’
뭔가 비슷한 이름이 있었는데 팍하고 떠오르진 않았다.
보면 확실하겠지 싶어 현성이 스킬을 확인하자.
【타나노스의 안식】
《신》
『액티브』
「LvMax」
-설명: 타나노스가 안식을 내린 자는 영원히 잠에 빠졌다고 한다.
-효과: 대상을 10초간 잠들게 한다. 잠이 든 동안 모든 데미지가 2배로 적용된다.
-MP 소모 없음.
-쿨타임 60분.
‘뭐야, 이거 죽음의 안식이잖아?’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스킬이었다.
이름이 바뀌어서 나온 거였다.
다만, 지속시간이 상당히 줄어 있었다.
전에는 무려 1분간 바인드에 데미지 2배였는데.
지금도 데미지 2배는 똑같았지만.
지속시간이 고작해야 10초였다.
‘사실 10초도 상당히 길긴 하지.’
상대를 묶는 걸로만 치면 10초는 그리 길다고는 못하겠지만, 10초간 묶어두고 데미지 2배?
현성이 생각해도 이건 너무 사기였다.
무엇보다 MP 소모가 없기도 했고, 쿨타임 역시 1시간으로 확 줄어 있었다.
이러면 쓰기는 확실히 효율이 오르긴 한다.
1시간에 한 번 개쩌는 바인드를 가지게 되는 거니까.
웬만한 몬스터는 이걸로 죽일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지.
현성은 어떻게 써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활용도가 거의 무궁무진했다.
필살기를 쓰기 전 타나노스의 안식을 사용하면 필살기를 두 번 때리는 거나 다름없지 않나.
어쨌든 너프라고 하기에는 효율 자체는 미치게 올랐으니.
상향이라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러면 다음은 신성 스킬인가?’
[신성 방패][신성 파동][신성 폭발][파마의 권][신뢰의 함성]
평소와 다르게 공격 스킬이 꽤 많이 나온 거 같다.
이 중 뭘 골라야 하나 고민하던 현성은 피식 웃으며 결정했다.
‘너무 사제 계열을 사용하긴 했어.’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신성 방패를 선택했다.
이 또한 사제가 자주 쓰는 스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 중 가장 유용해 보였다.
당장 이름만 보고 골라야 하니 가장 끌리는 걸로 고른 거였다.
신성 방패가 가장 효용성이 높아 보여서 고른 거였다.
참 현성다운 이유였다.
‘그럼 나가볼까?’
플레이 타임은 아직 꽤 남긴 했지만.
늦게 시작해서 그런가, 벌써 새벽 1시가 넘었다.
슬슬 자지 않으면 내일도 영향이 가기 때문에 슬슬 끄는 게 나았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자, 리베우스는 그런 현성을 보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오우! 주인님 조심히 다녀오시길 바랍니다요!”
“오냐. 다녀올게.”
리베우스의 마중을 맞고 난 뒤 현성은 그렇게 말하며 로그아웃을 했다.
역시 오래 접속하면 뻐근해서 힘들긴 했다.
뻐근한 몸을 가볍게 풀면서 캡슐에서 나왔다.
그러고 가볍게 침대에 누울까 싶어서 핸드폰을 찾으니.
‘뭐지?’
몇 개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보니까, 다름 아닌 재환이었다.
‘무슨 일이지?’
현성은 무슨 일인가 싶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재환이 벌써 자고 있을 리는 없으니까.
-어! 드디어 나왔냐!?
“응, 방금 나왔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은! 편집 끝났으니까 보라는 거지!
“아? 편집?”
잠시 현성이 생각하자 게임 시작하기 전에 재환에게 영상을 보냈었다.
그게 벌써 편집을 끝낸 모양이다.
역시 재환이다.
벌써 끝내다니.
-편집 끝났으니까, 다 보고 연락 줘라. 아니 근데 뭔 사제라는 새끼가 골렘을 한 번에 부숴 버리고 난리냐. 그래도 연출은 개쩔게 나왔으니까 한번 봐봐. 괜찮은가.
“오야, 알겠다. 보고 연락 줄게.”
-뭐 수정사항 있으면 말하고, 물론 상당히 잘 나와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신감이 뿜뿜한 재환의 목소리를 듣고 현성은 피식 웃었다.
하기야 재환의 실력이야 잘 알지 않나.
이번에도 기깔나게 뽑혔을 게 분명하다.
“그래 보고 다시 연락 줄게.”
-오케이~
현성은 그렇게 통화를 끊고 휴대폰으로 재환이 보낸 영상을 열었다.
영상의 시작은 경비병과의 대화로 시작했다.
-자네 같은 미약한 사제가 발을 들일 곳이 아니네. 썩 가게.
-예?
-더 수행을 하고 오라는 말일세 자네에게 아직 일러 이곳은.
전에도 이미 들었던 대사지만.
지금 들어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는 대사.
현성은 피식 웃으면서 영상에 집중했다.
그리고 경비병과의 내기가 성립되고 시련의 동굴에 들어가 파티에 가입했다.
여기서도 문제가 생겼다.
‘그래, 처음에는 저런 분위기였지.’
현성이 레벨 1에 사제라는 걸 보며 절망하는 파티원들을 보며 그때는 그럴 수 있다 생각했건만.
지금 생각해 보니 좀 그렇긴 했다.
그때는 뭐 레벨 1이었으니 현성 같아도 조금 그랬을 거 같기도 하고.
소소한 것들도 피식 웃으면서 넘어갔다.
그런 일들이 있고 난 후 전투에 돌입했을 때 파티원들의 반응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현성의 힐과 버프의 위력을 맛본 거다.
타이밍도 뛰어났고 효과도 엄청났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거기가 아니었다.
다름 아닌 골렘이 현성에게 달려드는 그 긴박했던 순간.
물론 현성은 그렇게 느끼진 않았지만, 영상에서는 매우 긴박하고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오죽하면 영상의 주인공인 현성도 영상을 보면서 조금 긴장했을 정도였다.
이윽고 그때 골렘을 향해 공격을 넣을 때 리베우스가 현성에게 버프를 걸어주었고, 골렘을 단 일격에 파괴해냈다.
압도적인 위용.
하지만 그리고 현성이 쓰러지는 걸 보며 웃기지도 않는다는 듯 피식 웃었다.
‘잘 만들었네.’
확실히 영상의 짜임새가 완전 달랐다.
그 이후는 영상미가 뛰어난 영상이라기보다는 스토리가 꽤 재미있었다.
갑자기 커진 리베우스에 당황한 파티원들.
그리고 그런 파티원들을 데리고 홀로 고군분투하는 리베우스의 모습까지.
집사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더 볼만했다.
마치 주인을 지키는 집사의 모습 같아서 그럴까.
그렇게 보스를 잡기 직전 현성이 일어나고 리베우스가 인사를 하는 걸로 영상은 끝나있었다.
현성의 실력도, 리베우스의 뛰어남과 충성심, 그리고 거기에 이끌리는 파티원들까지.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영상이었다.
‘이거 대박 나겠는데?’
현성은 역시 재환이라 생각하면서 피식 웃었다.
이만하면 다시 데뷔해도 손색이 없겠다.
그렇게 영상을 다 본 현성은 바로 재환에게 연락을 걸었다.
그렇게 유튜브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여러 길드 스카우터들이 주목하는 영상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시련의 동굴 영상이다.
룬 제국에만 있는 인공 던전.
뉴비를 발굴하기 가장 좋은 던전이기도 했다.
흔히 룬 제국에서 시작하는 이들은 으레 이런 이야기를 하곤 한다.
룬 제국에서 시작한 이들이라면 시련의 동굴에서부터 활약을 할 수밖에 없다.
라고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한다.
대부분의 길드 스카우터들은 공감할만한 말.
정시환도 공감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련의 동굴 영상을 미치도록 찾아보는 거 아니겠나.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상당히 지루한 작업이었다.
‘하아, 차라리 파이튼으로 가고 싶은데.’
파이튼에서 나온 사제.
길드전에서 엄청난 성적을 낸 사제가 있지 않나.
그 사제를 찾으려고 모두가 혈안이 되어있었다.
덕분에 파이튼이 너무 북적거린다고 불만의 소리가 상당했다.
정시환은 하지만 그래도 그쪽으로 가고 싶었다.
정시환이 파이튼에 가서 그 사제와 계약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애초에 만날 수 있을 확률 자체가 희박하다.
한데 왜 가고 싶냐고?
뻔한 일이다.
‘가면 선배들처럼 쉴 수 있을 텐데. 에휴.’
다름 아닌 쉴 수 있었기에.
그 유저를 찾을 수도 없는 건 당연하니 못 찾아도 위에선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거의 쉬어도 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정시환처럼 앉아서 영상만 주구장창 보는 것보단 훨씬 낫다.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정시환이 검색하면서 이것저것 찾아보려던 중.
묘한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썸네일이 확 이목을 끄는 건 아니었다.
다만, 제목이 어마어마했다.
‘시련의 동굴 골렘 파괴?’
이게 무슨 말일까?
시련의 동굴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골렘이 파괴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한데 골렘 파괴?
질 낮은 어그로가 분명하다.
하지만 제목을 보고 나니 썸네일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균열이 가 금방이라도 파괴될 거 같은 모습의 썸네일.
이걸 보고 누르지 않는다?
당장 승천해도 되는 도를 닦은 사람일 거다.
정시환은 이걸 어떻게 참느냐며 영상을 클릭했다.
“뭐지?”
처음은 경비병과의 대사로 시작했다.
마치 넌 절대 못 한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비병의 모습에 정시환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 대사는 분명 레벨이 5 이하일 때 나오는 대사다.
시련의 동굴에 대해 조사를 열심히 한 정시환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것도 사제에 레벨이 5 이하?
듣자 하니 레벨도 엄청 낮은 거 같았다.
‘레벨 1인가?’
으레 있긴 하다.
레벨 1부터 시련의 동굴을 클리어하면 이슈를 엄청나게 받으니까.
아무리 파티원들이 레벨을 채웠다 해도 레벨 1에 시련의 동굴을 클리어하는 건 크다.
한데 보니 조금 이상했다.
‘파티원이 없어?’
랜덤으로 파티원을 정한다?
레벨 1이?
이건 좀 흥미로운 이야기다.
‘무슨 자신인 걸까.’
호기심이 동한 정시환은 그대로 봤다.
그리고 경비병과 내기를 하고 파티원들조차 주인공을 무시하는 걸 보니.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레벨 1에 시련의 동굴로 왔으니.
그럴 수밖에.
‘역시 골렘은 썸네일 어그로였나?’
정시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영상을 계속해서 봤다.
그래도 잘 만든 영상임은 틀림없었으니.
한데 그때부터였다.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