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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42화 (368/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42화

13장. 두 번째 유튜브 데뷔(2)

정시환은 영상을 보고도 자신이 본 게 맞나 싶어 다시 돌려봤다.

처음에 등장하는 건 사제의 흔한 데뷔 영상과도 같았다.

썸네일 어그로를 끈 것까지 생각하면 평범한 영상.

하지만 그 후의 영상들은 점점 그의 표정을 굳어가게 만들었다.

파티원들조차 그를 보고 무시하는 것을 보자 나갈까 싶었지만 썸네일 어그로의 궁금증이 컸다.

합성이라기에는 뭔가 있어 보이긴 했으니까.

뭔가 골렘에 대한 비밀이라도 나온 걸까?

그런 생각에 집중을 했다. 한데.

‘오오? 생각 이상으로 타이밍이 정확하네.’

버프나 힐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처음에만 정확하다는 느낌이었고, 그 후에는 완전히 달랐다.

마치 처음 버프를 준다는 듯 어색한 모습이었는데, 그 후에는 점점 빨라졌다.

타이밍이 오기 직전에 시전하고 타이밍이 왔을 그 순간에 버프와 힐이 들어간다.

이게 말이 되나?

스킬 시전 시간, 딜레이, 파티원의 체력이 깎이는 속도까지 모두를 예상해야 한다.

과연 그게 예상일까?

예측이나 예상으로 말하기 힘든 영역이다.

그야말로 예지에 가까운 능력 아닐까?

‘…….’

정시환은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다른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영상에 빨려들어 가듯 멍하니 영상만 시청했다.

어그로? 잠재력?

그딴 게 뭐가 중요한가.

지금은 그저 영상을 보는 게 가장 중요했다.

한데 그것도 잠시.

“아!”

정시환은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파티원의 실수일까,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골렘이 가장 방해되는 적으로 사제를 집은 것 같았다.

운이 안 좋았다.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딜을 아무리 넣어도 그 어떤 파티원들보다도 사제를 최고의 적이라 판단한 거 아닌가.

정확하지 않은가.

하긴 골렘은 그걸로 가장 유명하긴 했다.

MVP 인증기.

그런 별명이 있을 정도지 않나.

레벨 1인 거 같은데 안타깝지만 여기까지다.

정시환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기야 레벨 1이 골렘의 저 돌진공격을 막거나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것도 사제가 말이다.

한데 이게 웬걸.

투────────쾅!

영상이 뒤흔들릴 정도의 파괴력.

순간 사제의 어깨에서 빛이 나더니 엄청난 위력의 펀치로 골렘을 공격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골렘이 그대로 소멸하듯 파괴가 되었다는 것.

“……말이 되나?”

정시환은 그걸 보고 얼빠진 얼굴로 멍하니 영상만 봤다.

골렘이 진짜 파괴가 된다고?

여태껏 그런 일이 있었던가?

아니, 전혀 없었다.

그 어떤 랭커조차 달성하지 못한 업적이지 않나.

레벨 10 이전에 골렘을 파괴한다?

모두가 포기한 일이건만.

그걸 레벨 1로, 그것도 사제로 달성을 했다.

도대체 정체가 뭘까.

정시환은 잠시 생각해 본 결과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 마침 소문에 떠밀려 엄청난 이슈를 얻은 자가 누구인가.

모든 길드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찾고 있는 인물이 누구던가.

‘파이튼의 사제?’

그걸 깨달은 정시환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

이런 시기에 이 영상을 올린다?

의도가 다분했다.

‘몸값을 올리려는 거다!’

뻔하지 않나.

지금 모든 길드가 찾고 있는 이유가 뭐겠는가.

압도적인 서포팅 능력이지 않나.

한데 이 영상이 알려지고 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파이튼의 사제에게 딜링 능력도 있다는 걸 증명하게 되는 거다.

그냥 딜링 능력이 아니다.

레벨 1에 누구도 시도조차 못 한 골렘을 파괴한 업적을 달성한 딜링 능력이지.

정시환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무조건 전설이다.’

대부분 영웅등급이지 않을까 감히 추측하고 있는 와중에.

이 영상을 보면 모두가 그리 생각할 거다.

레벨 1에 전설등급 전직.

그 누구도 이뤄내진 못했지만, 이전 이데아를 떠올리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실제로 레벨 10 이전에 전설 등급을 달성한 흑사자 길드의 길드장이자 랭킹 3위 블랙이 있지 않나.

그걸 생각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충분하고도 남는 일.

만일 이게 리스크 없이 발동한 스킬이라면?

‘설마 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후에 이어진 영상으로 정시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골렘을 파괴하고 그대로 쓰러지는 사제의 모습.

하긴 쓰러지는 게 당연하지.

저만한 위력의 스킬을 발동했다면, 리스크가 있는 게 당연하다.

쓰러지는 리스크는 생각보다 큰 편이니.

아무리 위력이 있다 해도 신 등급은 아니리라.

그 후 나오는 집사 캐릭터를 보고 정시환은 확신에 확신을 더할 수 있었다.

저 집사 캐릭터야말로 파이튼의 사제가 데리고 다닌 펫이지 않나.

무려 유일등급인 천익을 압살한 펫!

저 펫 역시 높은 등급일 게 분명하다.

그런 저 유저를 영입하게 된다면?

보너스나 성과급은 상상할 수도 없을 지경!

‘아무튼 어서 알려야 해!’

영상을 더 보고 싶긴 했지만, 보고가 우선이다.

영상이야 보고 후에 더 봐도 되지 않는가.

누구보다 빠르게 알려야 한다.

“여보세요? 아 팀장님, 다름이 아니라 파이튼의 사제가 영상을 올렸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일단 보시면 아실 거 같습니다! 파이튼의 사제가 레벨 1 때 시련의 동굴을 플레이한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뭐!? 그게 사실이야!?

“예! 예! 확실합니다. 문양이 없는 사제복을 입은 것도 그렇고, 그 집사 같은 펫도 나옵니다!”

-맞겠구만! 그래 그래서 그 닉네임이 뭔가? 유튜브 이름이 뭐야?

“예, 아! 잠시만요.”

그러고 보니 이름을 보지 않았다.

정시환은 깜빡했다면서 빠르게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빠르게 팀장에게 말했다.

“비슈누……라고 합니다.”

-비슈누?

인도 신화의 3대 주신으로 유명한 신이기도 한 그 이름을 듣고 둘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그러한 유저가 하나 있었기에.

“……아.”

-……아수라랑 비슷하군.

* * *

비슈누.

하루아침에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된 한 사제 유저의 채널명이었다.

그가 인기를 몰게 된 건은 단순한 이유가 아니었다.

우선 당연하지만 실력이 압도적이었다.

서포터 직업을 가진 유저 중에서는 단연코 1위라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때문에 모든 이들이 거기에 열광했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비슈누라는 이름.

어찌 보면 흔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느끼지 않았던가.

과거 이데아 모든 유저를 전율하게 만든, 아니, 이데아를 하지 않은 이들조차 전율하게 만든 유일한 유저.

아수라.

비슈누의 등장은 모두가 아수라의 등장 때를 떠올리게 했다.

결정적으로 가장 컸던 건 그것이었다.

-도대체 아수라는 어디갔어!

-비슈누가 아수라 아님? 진짜 영상보고 이런 전율 진짜 오랜만이었는데.

-그치 압도적이라는 느낌은 진짜 오랜만이다.

└비슈누=아수라 이건 진짜 삽소리라고 본다.

└ㅋㅋㅋㅋㅋ그걸 모르는 새끼가 어딨냐!

└아니 그럼 아수라는 어디갔는데!

-아수라 제발 돌아와주세요!

-당신이 없으니 엄한놈이 신을 자처합니다! 제발 모습을 드러내주세요!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댓글은 정말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슈가 몰린 비슈누의 영상 댓글은 뭐 말할 것도 없었다.

영상을 올린 지 3시간도 되지 않아 무려 십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으니.

말도 안 될 지경이다.

아수라의 팬들 중에서도 극명히 그 반응이 갈렸다.

비슈누가 아수라와 같은 엄청난 유저라는 파와.

아무리 그래도 아수라에게는 비빌 수 없다는 파.

그 둘로 나뉘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하나였다.

[댓글]

-아수라와 비슈누는 동일인물은 절대 아니지 ㅋㅋ

└너무 당연함 둘은 너무 차이가 나지.

└그치. 무엇보다 비슈누는 가면 안썼잖아!

-이미 얼굴에서 아수라는 졌다 ㅋㅋ

└ㅈㄹㄴ라고 하기에는…… 죄송합니다 아수라님.

-와 뭔 게임을 저리 잘하는데 저렇게 잘생겼냐.

-ㅗㅜㅑ…… 형! 사랑해요!

-오빠 사랑해!

-엉엉! 날 가져!

-형냐 나 죽어!

└이건 또 무야;;

└무야? 무야호~

└미친놈 철지난지 언젠데;;

아주 난리가 아니었다.

엄청난 호응 속에 남는 건 하나였다.

비슈누가 아수라는 아니라는 것.

아수라였다면 얼굴을 저리 당당하게 내놓고 다니진 않았을 거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슈를 생각보다 좋아하지 않고, 얼굴만큼은 늘 가면을 쓰고 나왔던 아수라지 않나.

저렇게 대놓고 활동할 리가 없었다.

이데아뿐만이 아닌 그 후의 게임들에서도 그랬으니까.

어찌 보면 아수라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결론은 하나였다.

아수라와 대등할지도 모를 유저가 나타났다!

그것 하나만으로 엄청난 이슈를 부를 수 있었다.

7대 길드 모두가 나설 정도의 엄청난 여파가.

물론 그 모두가 움직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 중 누구도 파이튼으로 향하는 이는 없었다.

7대 길드 모두가 느낀 거다.

이만큼 홍보를 했다면 과연 그곳에 남아 있을까?

이슈가 되었을 때 영상을 올려 제 몸값을 올리려 하는 작자다.

그런 미친 작자가 과연 여기서 모습을 드러내고 누군가와 계약을 할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머리가 있는 누구라도 그리 생각하리라.

그러기에 7대 길드는 대부분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부터 나섰던 흑사자를 제외하고 말이다.

“크흐,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빨리 나설 걸 그랬습니다.”

로스트 이데아의 랭킹 12위이자 흑사자 길드의 2인자라 할 수 있는 위잔이 안타깝다는 듯 이를 갈며 말했다.

길드장인 블랙은 오늘 공석.

블랙을 제외한 임원들만 모인 자리였기에 더 아쉬움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위잔님. 누가 알았… 크흠.”

그렇게 말하기에는 이미 블랙이 먼저 나서라 명령을 내렸던 게 있지 않았나.

길드장인 블랙의 명령이긴 했지만.

위잔의 의견에도 동의해서 너무 위세가 빠지지 않게 좀 소극적으로 움직이긴 했다.

그것만으로도 위잔이 뭐라 하긴 했지만.

오히려 그래선 안 됐다.

위잔의 말대로.

“역시 길드장님은 다르긴 하군.”

이렇게 된 이상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렇게 될 걸 어떻게 알고 그랬을까.

단순히 컨트롤이 뛰어난 정도가 아니라 시련의 동굴 골렘을 파괴할 정도였다니.

이건 그냥 둬서는 절대 안 된다.

무엇보다 7대 길드 중 홀로 움직인 흑사자이지 않나.

이런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더 모양 빠지는 거다.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데.

“길드장님은 어디로 가신 건가?”

“……어, 볼일이 있으시다 하셨습니다. 누굴 봐야 한다고.”

“……흐음, 알겠네.”

어디로 갔는지 모를 길드장 대신해서 일을 해야 하게 된 위잔은 골머리를 쌓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그때 블랙은.

어디선가 몰래 누군가와 대면하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가 왔다.”

검은 가면을 쓴 그의 말에 블랙과 대면하고 있던 하얀 가면을 쓴 여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때가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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