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43화
13장. 두 번째 유튜브 데뷔(3)
다음 날.
현성은 일어나자마자 난리가 난 인터넷을 보며 바로 재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비슈누가 뭐냐, 비슈누가. 뭔 아수라랑 비슷하잖아!”
-아니, 그러면 네가 짓든가, 나한테 부탁하고 불만이냐!
“아니, 그래도…… 후, 아니다. 뭐 그래도 이름 간지는 나네.”
-그치?
“응.”
그래도 이름이 멋있으니 참는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댓글들을 살폈다.
실력은 물론이고, 다들 잘생겼다며 댓글을 다는 이들도 있을 정도니.
팬들이 상당히 늘었다.
채널 자체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었고.
과거 아수라가 떠오를 만한 속도에 현성은 슬며시 웃었다.
이런 기분은 오랜만이라는 걸 느끼며.
-그래도 좋지, 인마?
“뭐?”
-그래도 방송 다시 하니까 좋냐는 거다.
“좋지. 이렇게 좋아해 주는데 싫을 리가 있나.”
-하긴 그것도 그렇다.
“그렇지.”
-게다가 다들 네가 얼굴을 까서 아수라라고 생각도 못 하는 거 같다. 뭐 원래 너를 아는 사람도 동일인물이라고 생각 못 하겠지만.
재환의 말에 현성은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 정도는 아닌 거 같은데.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굳이 말하진 않는 현성이었다.
말해봐야 좋은 꼴은 못 보니까.
아무튼 재환은 그런 현성을 뒤로하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떤 영상으로 할 거냐? 마을 퀘스트? 아니면 여성기사와 나오는 마족 퇴치?
“흐음.”
재환의 이야기에 현성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다들 매력적인 영상이긴 하지만.
이번 캐릭터 컨셉은 엄연한 사제이지 않나.
직접적인 전투가 너무 적나라하게 나오면 안 될 거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영상은 길드전으로 하자.”
-아예 사제 컨셉으로 가려나 보네.
역시 재환이다.
십수 년 지기 친구면 이 정도는 예측 가능이긴 하다.
재환의 말에 현성은 피식 웃으며 한 가지를 덧붙였다.
“그리고 채널 하나 더 개설하자.”
-채널을 하나 더?
재환의 목소리에는 굳이? 라는 의미가 가득 담겼지만.
현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이번에는 성기사 컨셉으로 갈 거거든.”
-성기사 컨셉으로? 하긴 네 스킬 보니까 둘 다 가능하긴 하겠다.
“응, 그래서 비슈누랑은 또 다른 컨셉으로 찍을까 해.”
재환은 현성의 말에 역시 감각이 있다 생각했다.
확실히 그렇게 분리를 하는 경우에 상당히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으니.
컨셉이 완전 다르면 거기에 따른 다른 방향이 있지 않겠나.
다만 여러 가지들이 걸리는 게 있었다.
우선.
-그러면 성기사는 얼굴을 가릴 거야?
“흐음, 그걸 보통 고려하고는 있는데? 또 가면 쓰면 되긴 하잖아.”
-야, 그러면 아수라라고 오해를 받을 수 있겠는데?
“그래도 아수라 이후에 가면 쓰는 애들 많아졌잖아. 지금 랭킹 3위의 블랙인가? 걔도 가면 쓰더만.”
-근데 너만큼 잘하면서 가면을 쓰는 사람은 또 없지.
“후후후, 그건 또 맞지.”
잘난 척을 하는 게 몹시 재수가 없지만, 뭐라 할 수도 없는 재환이었다.
사실이니.
확실히 아수라 이후에 가면을 쓰는 이들이 많아져서 바로 아수라라고 생각하진 않을 거긴 하다.
다만 그래도 덜미를 덜 주는 게 좋을 거 같긴 한데.
어쨌든 이게 좋은 컨탠츠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이거 잘만 기획하면 괜찮게 될 수도 있겠는데.
“그치?”
-응, 상당히 괜찮아. 엄청난 실력의 사제와 성기사가 동시에 나타났다? 이건 못 참긴 하지.
“좋아좋아. 그러면 성기사 컨셉도 하나 들어간다.”
-거기다 둘 다 신성계열이니 연관성도 찾을 거고 괜찮을 거 같다.
재환이 동의하자 다행이라 생각하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뭐 합방까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인 척은 할 수 있을 테니.
꽤 재미있는 그림이 만들어질 거 같았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재환이 현성에게 물었다.
-그거 영상은 언제 찍을 거냐?
“지금!”
* * *
현성에게 성기사 관련 스킬은 고작해야 딱 하나였다.
신성 돌진.
하나.
굳이 친다면 신창의 업화도 성기사 관련 스킬이긴 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강력해서 자주 쓰기도 힘들고 보인다면 좀 곤란할 수도 있으니.
나중에 나온다 친다면 결국 신성 돌진 하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그 모든 걸 뛰어넘는 스킬이 하나 있지 않은가.
다름 아닌 성혈의 무구가 있었다.
무려 전설 등급 스킬.
【성혈의 무구】
《전설》
『액티브』
「LvMax」
-설명: 신성력이 담긴 피로 성혈의 무구를 만들어낸다.
성혈의 무구는 사특한 것들을 몰아내며 절대 타락하지 않는다.
-효과1: HP를 소모하여 성혈의 무구를 소환할 수 있다.
-효과2: 크기에 따라 소모되는 HP의 양이 증가한다.
-효과3: 성혈의 무구는 부정한 것들과 사특한 것들을 몰아낸다.
‘효과를 봐도 상당히 괜찮아.’
이걸로 무구를 만든다면 나쁘지 않은 성기사의 모습을 할 수 있을 거다.
물론 정말 아이템처럼 효과가 있는 무구를 만들긴 힘들겠지만.
공격력이나 방어력은 상당할 거다.
심지어 이 스킬 역시 신성 스킬이기에 성혈의 효과를 받는다.
다시 말해 무구가 더 강력해진다는 뜻이다.
아무튼 성혈의 무구를 사용한다면 절대 사제로는 보이지 않을 거다.
그리고…….
‘성기사로 보이면 건들진 않겠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창문을 봤다.
그리고 드글드글한 인파.
엄청난 사람들이 몰려 저마다 큰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인파였다.
아니, 그보다도 훨씬 드글드글하다.
저런 곳에 사제복을 입고 나간다?
말도 못 하는 거다.
테라 교단의 사제복을 입어도 잡힐 거 같다.
아니나 다를까, 창문으로 보니 아무 사제나 붙잡고 이야기를 거는 걸 봐라.
‘절대 안 된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혈의 무구로 성기사처럼 꾸밀 생각을 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다.
정말 심각한 문제가.
현성은 그러면서 자신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는 리베우스를 바라봤다.
다름 아닌 이 녀석.
“오우? 무슨 일이십니까요? 주인님?”
“흐음.”
이 녀석을 어떻게 숨겨야 할까.
아니, 애초에 숨길 수 있는 녀석일까?
그런 생각을 하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한데 그때까지 현성의 눈앞에 아직도 떠 있는 성혈의 무구 스킬 설명창.
무구를 만든다 하지 않았나.
그러면 디자인을 떠올리면 그대로 나온다는 뜻 아닌가?
생각이 난 김에 바로 시험하는 게 인지상정.
현성은 그렇게 바로 리베우스를 숨길 수 있는 무구를 떠올렸다.
그리고 HP가 소모되면서 나타난 무구.
“오우!? 이, 이게!? 대체에에에! 뭐, 뭡니까요!?”
“후후.”
당황하면서까지 놀래 하는 리베우스를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현성이 만들언낸 것은 다름 아닌 펫장비.
그중에서도 강철과 천을 결합해 만든 새의 형상의 갑옷이었다.
작은 리베우스가 쓴다면 영락없는 하얗고 붉은 포인트가 있는 새의 모습으로 보일 거다.
뭐 좀 불편할 수는 있어도 어쩔 수 있겠나.
“좀 불편하겠지만, 참고 입어줘라.”
“허거걱! 아, 아니, 이 주인님의 성혈이 담긴 이 무구를 저에게 하, 하사하겠다는 것이옵니까요!?”
“어, 어.”
“으헝헝! 감사합니다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겁니다요! 오우! 오우! 아버지 오우! 어마니도 오우입니다요!”
기뻐서 거의 동서남북으로 오우를 외치는 리베우스.
오히려 좋아하니 다행이라 생각하며 펫장비 무구를 입혀주었다.
그러자 처음에는 큰가 싶더니 딱 맞는 모습으로 줄어들었다.
맞춤 시스템도 있구나.
진짜 개사기 스킬이라고 생각하며 현성은 장비를 찬 리베우스를 봤다.
자세히 봐도 새처럼 보이는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부엉이나 올빼미 계열의 흰 새의 모습.
보기도 꽤 귀엽고 괜찮다.
게다가.
“오우! 오우!”
“…….”
오우거리기까지 하니 진짜 새 같았다.
아무튼 리베우스는 이걸로 됐고, 이제는 현성의 차례였다.
그래도 디자인도 꽤 멋있게 하는 게 중요하니.
리베우스처럼 흰색을 바탕으로 붉은 계열의 풀플레이트 갑옷을 떠올렸다.
투구까지 모든 면이 덮히는 그런 갑옷을 상상하니.
그 높던 현성의 HP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너무 빠르게 사라지는 나머지 현성도 놀라 레서 힐과 따스한 햇살까지 사용해야 얼추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완성된 무구는 엄청났다.
거울로 보니 상당히 멋들어진 흰 갑옷의 모습과 더불어 창까지 있는 걸 보며 만족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설에나 나올 법한 성기사의 모습이지 않은가.
“오.”
이거라면 충분할 거다.
현성은 그리 확신을 하고 리베우스를 어깨에 태우고는 여관 밖으로 나갔다.
여전히 인파가 넘치는 사람들.
그걸 보며 현성은 너무 어그로를 끌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니.
감수하자고 생각하며 드글거리는 사람들 틈 속으로 끼어들려고 했다.
한데.
“뭐, 뭐야?!”
“서, 성기사?”
“미친, 엄청나네.”
현성의 엄청난 무구의 포스 때문일까?
다들 길을 터주었다.
‘이건 예상외인데?’
침을 삼키는 소리만 들리고 고요해진 거리.
현성은 그런 거리를 한번 쓱 둘러보고는 그대로 앞으로 나갔다.
길을 터주면 고맙지.
오히려 꿀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 리베우스도 마음에 들었는지 외쳤다.
“오우! 오우!”
“…….”
들키는 거 아닌가 싶어 좀 조마조마했는데 아무도 그런 일은 없었다.
다들 그저 현성의 갑옷과 모습을 보고 주눅이 든 모습.
거기에 다행이라고 안심하며 현성은 그대로 텔레포트 게이트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더 이상 파이튼에 있을 이유가 없었으니.
마침내 현성이 파이튼을 떠나자.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감탄 섞인 목소리를 냈다.
“어우, 진짜 무슨 포스가 장난이 아니던데?”
“랭커인가?”
“아무래도 그러겠지? 다들 파이튼의 사제 영입하려고 몰렸잖아.”
“근데 랭커 중에 저런 순백의 기사가 있었던가?”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정체를 숨기고 온 거 아닐까?”
“기백만 보면 비네샤 느낌도 나네.”
“그 사람은 여자잖아! 근데 무슨 말인진 알겠네.”
저마다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랭커에게만 느껴지는 기백이 있긴 했다.
랭커들 특유의 그 권태로움의 모습.
때문에 자신들도 모르게 길을 터준 거 아니겠나.
게다가 그런 분위기 때문에 아무도 길드 영입 제안은 떠올리지도 못했다.
하기야 저런 분위기를 내는데 어떻게 그러겠나.
랭커로 보이니 길드도 있겠지.
“자자! 다들 파이튼의 사제나 찾읍시다!”
“옳소!”
“아무리 성기사 랭커라도 파이튼의 사제가 더 중요하긴 하지.”
다들 그렇게 떠들며 현성이 간 자리는 뒤돌아보지도 않았다.
파이튼의 사제가 파이튼을 떠나는 줄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