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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46화 (372/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46화

15장. 고결한 성기사(1)

현성은 떠오른 퀘스트를 보며 생각했다.

생각 이상으로 쉽겠다고.

【힘을 증명하라】

-등급: C(연계)

-설명: 설산 속 작은 마을, 다온 마을에서는 척박하지만 그럭저럭 살만한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설산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 다온 마을의 운명도 바뀌게 되었습니다.

강력한 몬스터인 설인들조차 산에서 쫓겨나 마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

그런 상황에 당신은 다온 마을을 도우려 합니다.

하나 현실적으로 홀로는 불가능하다 판단해 교단에 도움을 청해달라는 촌장의 말에 당신은 힘을 증명하겠다 말합니다.

설원의 옛 주인인 설인 전사를 쓰러뜨리고 힘을 증명하십시오.

-제한: 사제, 성기사 계열 유일 등급 이상 직업.

-보상: 신성력 +30.

-실패 시 테라 교단의 지원을 받아와야 합니다.

설인 전사.

방금 싸운 설인보다도 더 강한 보스 몬스터다.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미 레서 드레이크를 잡기로 마음먹은 현성에게 설인 전사라니.

생각 이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한데 거기에 대한 보상도 생각 이상으로 짭짤하다.

무려 신성력 +30이라니.

그것도 영구적으로 늘어나는 거다.

현성은 그걸 보며 투구에 가려진 채로 미소를 지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할만하다고.

게다가 성기사 영상 거리도 필요한 찰나였으니.

이거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면 무어겠는가.

무엇보다 신성력이 요즘 들어 생각 이상으로 늘지 않아 골치가 아프긴 했다.

‘레벨이 좀 막힌 것도 이유가 있긴 하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상태창을 봤다.

레벨이 50을 찍고 유난히 더 어려워진 거 같다.

【상태창】

『현성』

-Lv54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2.

「근력: 67(+20)」「순발력: 67(+20)」

「체력: 67(+20)」「마력: 127(+20)」

「신성력: 135(+20)」

-잔여 능력치: 20

설원에 와서 무려 레벨 4나 올렸지만.

여태 현성이 잡은 설인이나 그 외 몬스터들의 레벨이나 수를 생각하면 이만한 것도 너무 더딘 거긴 했다.

더 빠르게 늘었으면 좋으련만.

익숙하지 않은 전투법으로 사냥하는 것도 크긴 했다.

아무리 현성이라도 신경 쓰면서 전투 스타일을 바꿔서 사냥하는 건 고된 일이었으니.

덕분에 속도가 나지 않은 것도 있었는데.

퀘스트가 이렇게 나오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하지.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성기사님.”

“……알겠소.”

촌장의 말에 현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돌려 가려던 순간.

그때 누군가 현성을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

“오우?”

현성과 리베우스가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니.

촌장의 앞에 나선 아직 앳돼 보이는 소년? 청년? 이 현성을 불러 세웠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 앳된 청년을 바라보자.

청년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저도 데려가십시오!”

“하르칸! 이게 무슨 짓이냐!”

호되게 호통치는 촌장의 모습에 현성은 살짝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보이는 바로는 촌장의 손자인 모양.

강직한 외형이나 근육들을 보면 꽤 닮아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상당히 다부진 체형에 수련을 꼬박꼬박한 건지 몸에 몇몇 흉터들도 볼 수 있었다.

꽤 강해 보이는 모습까지.

무엇보다 창까지 쥐고 있는 걸 보고 전사라는 인상이 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래 봐야 앳돼 보이는 얼굴은 아직 완숙한 느낌을 주긴 힘들긴 했다.

“할아버지! 저 역시 전사가 되고자 하는 몸입니다. 성기사님의 전투를 보고 배우겠습니다.”

“허어! 하르칸 이 녀석이 그래도!”

“그리고 성기사님이 증거를 가지고 온다 하더라도 얼마나 여력이 있게 설인 전사를 잡을지도 누군가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면 레서 드레이크에게 죽을 수도 있을 텐데요!”

“허어!”

하르칸이라 불린 앳된 청년의 말도 일리가 있긴 했다.

일단 현성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논리긴 했다.

충분히 옳은 의견이다.

하지만 그래도 부모의 심정이라는 게 어디 이성으로 해결되는 일이겠는가.

촌장 역시 그랬다.

이곳에 누구보다 전사의 인상이 강한 촌장의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래도 안 된다. 차라리 나나 팔락이 가마.”

“할아버지!”

떼를 쓰는 거라고 보기에는 조금은 절박해 보이는 모습에 현성은 다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기에 나지막하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꼭 가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묵직하게 묻는 현성의 물음.

거기에 다소 하르칸이 압도되기라도 한 듯 살짝 뒤로 물러나긴 했으나 더 물러서지 않고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설인 전사 녀석은 우리 마을의 원수입니다! 저희 부모님의 원수이기도 하고요! 그러니 성기사님이 놈을 처치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담고 싶습니다.”

하르칸의 말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런 스토리가 있어줘야 더 재미있는 법이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잠시 고민하는 듯 하르칸을 바라봤다.

애초에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바로 대답하면 간지가 나지 않았기에.

무엇보다 지금도 영상 촬영 중이지 않나.

그러니 컨셉은 무조건 지켜야지.

현성이 그리 고민을 하는 척하고 있을 때.

하르칸이 그대로 자세를 낮추며 무릎을 꿇으려 했다.

아무래도 어떻게든 부탁을 하려던 모양.

하지만 현성은 재빠르게 하르칸의 어깨를 부여잡고 그것을 저지했다.

그러곤.

“부모의 원수를 위한다 한들 함부로 무릎을 꿇진 마라.”

“……아.”

“허어, 성기사님…….”

어깨를 붙잡힌 하르칸은 저도 모르게 절절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봤고.

옆에서 그걸 똑똑히 바라본 촌장 역시 눈가가 촉촉하게 젖어 들어갔다.

그리고 비단 두 사람만 그런 게 아니었다.

하르칸의 무릎을 꿇리지 않게 막은 현성을 보며 주변에 있던 모든 마을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지, 진정한 기사시다.”

“신을 모시는 기사란 저리도 고결하신 분이구나.”

“……아아, 저런 분을 우리는 의심을…….”

“진짜 우리는 못났네요.”

“하…… 진정한 신의 기사란 저런 분을 두고 하는 말인가 보군.”

모두가 현성에게 감동하며 눈빛이 아까와 현저히 달라졌다.

확실히 현성의 행동에 감복한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걸 알려주는 시스템까지.

[많은 주민들이 당신의 고결함에 감탄합니다.]

[신성력이 +15 상승합니다.]

그냥 좀 컨셉에 맞춰서 연기를 했을 뿐이건만.

이런 부가 수익까지 얻다니.

기쁘긴 했지만, 너무 마을 사람들이 감탄하니 좀 민망해졌다.

그냥도 민망했는데 여기서 리베우스마저 울렁이는 눈빛으로 감동하며 현성을 바라본다.

그리고 현성에게만 들릴 정도로 조용히 말했다.

“역시, 자비로우신 주인님이십니다요! 오우!”

별거 아닌 말을 했을 뿐인데 다들 감격하니 민망할 뿐이었다.

어쨌든 현성은 그런 하르칸을 보며 말을 이었다.

“데려가 주마.”

가타부타 말할 것 없이.

그저 데려간다고만 하는 현성의 말에 하르칸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사함에 무어라 말하지도 못하고 그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현할 뿐이었다.

그리고 현성은 다소 걱정 어린 눈으로 하르칸을 바라보는 촌장을 향해서도 한마디 꺼냈다.

“지키겠소.”

백 마디 말보다도 무게가 느껴지는 단 한 마디 말.

촌장은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 고결한 기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누구를 신뢰하겠는가.

부디 부탁한다는 듯 고개를 숙이는 촌장을 뒤로하고 현성은 하르칸을 봤다.

거추장스럽긴 하지만 부모의 원수가 죽는 걸 꼭 보고 싶다지 않은가.

그러면 데려가야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긴 했다.

[하르칸을 데려갈 시 보상이 증가합니다.]

모두가 감동한 와중에 굳이 말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민망하다는 듯 속으로 헛기침을 했다.

‘크흠.’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아무튼 이제 진짜 출발해야겠다.

현성이 그렇게 설인 전사를 향해 출발하려는 순간.

마침 떠오른 게 있었다.

이번에 성기사 컨셉으로 사냥한 영상.

우선 이걸 재환에게 보내줘야 한다.

그래도 미리 보내줘야 미리 편집한다고 재환이 말했으니.

되도록 지키려는 현성이었다.

‘이젠 시대도 좋아졌네.’

게임을 하면서도 저장된 영상도 메일로 보낼 수 있다니.

진짜 게임이 상당히 좋아지긴 했단 말이야.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걸으면서 영상을 보냈다.

그리고 묵묵히 뒤따라오는 하르칸을 보며 피식 웃었다.

이왕에 부모의 원수라니까.

힘 좀 써야겠다고 생각하면서.

* * *

현성이 영상을 보냈을 그 시점.

마침 재환은 현성의 영상을 편집하고 있었다.

캡슐에서 영상을 편집하던 중 현성의 메일이 온 걸 보곤 피식 웃었다.

“하여튼 이 녀석도 워커홀릭이란 말이야.”

군대에 가기 전 아수라를 은퇴한다고 했을 때 모두가 놀라지 않았던가.

다시 복귀를 할 거라고는 생각하긴 했는데.

생각보다도 더 빨라졌다.

하여튼 솔직하지 못한 녀석이다.

재환은 그렇게 생각하며 영상을 확인했다.

‘오! 이번에는 성기사 컨셉이네?’

마침 지금 사제의 영상 길드전을 편집하고 있었다.

마을이나 마족은 직접 전투를 하다 보니 사제 컨셉과는 어울리지 않아 길드전 영상을 편집 중이었는데 전투 영상이라니.

역시 현성 하면 전투 아니겠나.

압도적인 서포터 능력과 군중을 요리조리 지휘하는 것 역시 전율이 이르긴 했지만.

현성이 비로소 빛이 나는 건 아무래도 전투 때 아니겠나.

‘어째 나이가 들수록 더 잘하는 거 같아.’

보통 에이징 커브라고 나이가 들면 실력도 저절로 줄기 마련이건만.

현성은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완숙되는 느낌이었다.

마을 영상이나 마족 때도 느끼긴 했지만.

진짜 괴물이라고 생각하며 재환은 새로운 성기사 컨셉의 영상도 살폈다.

영상을 틀자 하얀 설원 위에 나온 순백의 기사.

갑주에는 포인트로 간혹 붉은 선들이 그어진 모습 자체가 상당히 멋들어진 모습이었다.

‘오오.’

이것부터 분위기가 있었는데 설인을 잡는 모습을 보건대 재환은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아수라 때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스스로 조종해 주던 하얀 가면, 그러니까 기사 아수라 때와도 상당히 다른 모습.

하얀 갑옷을 걸치고 방패와 창을 쥐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고결한 성기사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 어떠한 악을 용납하지 못하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관철하는 순백의 성기사.

방패로 어떠한 공격도 막고 흘려내며 틈을 놓치지 않고 창을 내지르며 악을 말살한다.

이보다도 전율이 돋는 장면이 있을까?

아수라 때보다도 더 멋들어진 전투.

실력 자체는 아수라 때가 조금은 더 나은 거 같은 느낌은 있긴 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전투법이니.

하지만 전율은 오히려 이쪽이 훨씬 압도적이다.

‘미쳤다.’

순간 재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간 생각 하나가 있었다.

이 아까운 걸 혼자 볼 수 없겠다는 그런 생각.

그리고 떠올릴 수 있었다.

이데아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바뀐 게 하나 있다는 것을.

다름 아닌…

“라이브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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