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50화
16장. 퍼시벌 데뷔(2)
콰───직!
크워어어어어어어───!
눈을 그대로 터뜨리자마자 현성은 그 자리에서 창을 뺐다.
그러곤 빠르게 녀석의 머리를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언제 녀석이 반응할지 모르니.
현성이 그렇게 뒤로 물러나자 아니나 다를까 녀석이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현성에게 달려든다.
허공에 있어 도무지 피할 길이 없어 보이는 현성.
현성은 눈을 찌푸리며 빠르게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늦는다면 놈의 아가리에 물어뜯길 뻔한 긴급한 상황에 현성은 그대로 스킬을 사용했다.
허공에서도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을.
“신성 돌진.”
허공에서 세찬 빛과 함께 옆으로 이동하는 현성.
타이밍 좋게 녀석의 아가리는 그대로 허공을 물어뜯었다.
콰득!
녀석의 입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갈랐을 뿐이다.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 역시 그를 인지하고 고개를 돌린다.
다시 녀석이 아가리를 들이밀기엔 이미 달려들던 관성으로 인해 불가능하다.
여기서 현성이 다시 공격을 들어가려던 찰나.
녀석이 그대로 몸을 틀며 발을 내디딘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그대로 방패를 들어 올렸고, 세차게 회전하는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의 몸.
그 끝에 있는 녀석의 두껍고 긴 꼬리가 정확히 현성을 강타했다.
투────쾅!
퍼어어어어어엉!
허공에서 꼬리에 강타당한 현성은 그대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거대한 분화구가 생겨 그 안에 처박힌 현성.
데미지가 상당할 것으로 보였음에도 빠르게 일어났다.
현성은 일어나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불과 방금까지 있던 자리에 푸른색을 띤 흰 포탄이 날아들었다.
그대로 사방을 초토화시키는 포탄.
콰가가가가강!
현성의 판단이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저걸 정통으로 맞았을 거다. 그걸 생각하니 절로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떻게든 피해낸 현성은 거리가 벌어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보며 빠르게 달렸다.
그나마 방패로 막아 데미지를 최소화시킨 상태.
거기다 허공에서 맞아서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무엇보다.
‘레서 힐.’
현성에게는 각종 회복 스킬이 있었으니.
빠르게 힐을 걸고 발을 디뎌 녀석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녀석은 현성의 접근을 허용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다시 한번 아가리를 벌리고 방금과 같은 푸르고 흰 포탄을 내뱉었다.
퍼엉!
쏘아지는 포탄을 보곤 재빨리 현성은 몸을 틀며 옆으로 비켜났다.
대지에 기다란 선을 만들어낸 푸르고 흰 폭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의 스킬인 아이스 볼이었다.
어떻게든 거리를 좁히려 했으나, 간격이 줄어들 때마다 녀석이 아이스 볼을 뱉어냈다.
퍼엉! 퍼엉!
팟! 다다다다다, 팟!
옆으로 회전을 하듯 녀석의 주변을 원으로 달리고는 있으나 거리는 좁힐 수 없었다.
일정 거리 이상 좁히는 순간 녀석이 곧바로 아이스 볼을 뱉어 피해야 했으니.
‘쉽지 않네.’
현성은 기민하게 뒤로 물러나며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레이드 보스라 쉽지 않다.
무엇보다 패턴도 모르고 있으니.
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현성은 피식 웃으며 창을 꼬나쥐었다.
‘쉬우면 재미없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돌진했다.
어김없이 날아드는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의 아이스 볼.
주변을 초토화시킬 정도의 위력인 만큼 현성도 무시할 순 없었다.
하지만 쏜살같이 정면에 날아드는 걸 보고 현성은 피하지 않았다.
점차 가까워지는 아이스 볼.
현성은 그걸 보며 방패를 들어 올렸다.
고작해야 방패로 막을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현성은 방패 위로 스킬 하나를 더했다.
“신성 방패.”
고작해야 기본 스킬보다 조금 나은 희귀등급 스킬인 신성 방패.
하지만 그것만으로 녀석의 아이스 볼을 막아내기란 미지수에 가까웠다.
한없이 도박에 가까운 수.
그러나 현성은 그럼에도 눈을 빛냈다.
자신이 가득한 두 눈빛.
현성의 두 눈이 빛나는 순간 녀석의 아이스 볼을 향해 방패를 내밀었다.
그리고 살짝 방패를 틀었다.
비스듬하게 꺾인 방패.
녀석의 아이스 볼은 그대로 방패를 강타했다.
터엉!
거대한 폭격 소리가 아닌 가볍게 철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방패와 함께 현성째로 폭격을 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아이스 볼의 궤도를 틀어버렸다.
원래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신성 방패가 그걸 가능케 만들어주었다.
신성 방패의 효과 중 하나인 막는다라는 효과.
막는다는 효과를 방패에 적용하고, 효과가 실린 방패를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맞춰 아이스볼을 밀어내 궤도를 틀어버린 것이다.
신기에 가까운 컨트롤.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 역시 놀랐는지 순간 움찔거렸다.
자신의 공격이 통한 줄 알고 달려들려던 찰나였건만.
순간 그게 틀어져 움찔거린 것.
현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공격해야 해.’
하지만 거리가 멀다.
움찔거렸다고는 하나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라면 빠르게 자세를 고쳐잡을 게 틀림없다.
지금도 봐라, 자세를 최대한 재빨리 잡으려는 모습을.
현성은 그걸 보며 빠르게 생각했다.
빠르게 떠올렸다.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공격을.
투창?
아니다. 창을 하나 소비하고 다시 만드는 데 HP 소모가 상당히 많이 든다.
창을 만드는 데 드는 HP 소모량이 꽤 컸으니.
힐을 하더라도 완전히 회복할 수 없는 양이었으니.
‘게다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머릿속에 빠르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녀석은 자세를 거의 고쳐가고 있었다.
거의 다 고쳐져 가는 자세.
지금이 적기다.
녀석을 지금 공격한다면 피할 수 없을 터.
그 순간 현성은 아직까지 사제 때 사용하지 않고, 성기사에게 적임인 스킬을 떠올릴 수 있었다.
불과 얼마 전에 얻었던 스킬.
아직까지 시험해 보지 않은 스킬, 그것을 발동했다.
“신창의 업화.”
묵직하게 울리는 현성의 목소리와 함께 현성의 손에 원래 있던 창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거대한 창이 쥐어졌다.
성스러운 빛에 휩싸여 붉게 타오르는 창.
화르르륵!
신창은 주변에 있는 모든 눈을 순식간에 녹여냈다.
그 즉시 증기로 휩싸인 현성의 주변.
치이이이이이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성스럽게 타오르는 신창을 강하게 쥔 현성은 그대로 창을 내던졌다.
신창은 허공에 붉은 수를 놓으며 그대로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향해 날아들었다.
쏘아진 창은 불꽃을 발산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눈을 녹였다.
이윽고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에게 도달했을 때.
녀석은 남은 한쪽 눈으로 신창의 모습을 보곤 어떻게든 막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
아류의 아류라고 하더라도 드래곤의 피가 섞인 존재들에게만 허락된 스킬.
레서 아이스 브레스가 작렬했다.
카가가가가가가가!
주변을 모두 얼어붙게 만들 시리도록 흰 거대한 숨결.
그리고 주변을 모두 업화로 물들이는 거대한 신창.
─────────!
빛이 주변 일대를 모조리 휘감았다.
빛이 주변을 휩쓸고 그 후 일대에 있는 모든 것을 날려버릴 거대한 폭풍이 몰아쳤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
이 일대의 모든 눈이 그 폭풍에 휘말려 흰 바람이 주변에 타고 흘렀다.
한순간의 폭풍이 지나간 후 그 자리에 남은 것은 거대한 형체를 한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
하나 그 모습은 그리 멀쩡하지 않았다.
빛과 폭풍에 휘말려 넝마가 돼버린 외피.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린 녀석이 포효를 내질렀다.
크라라라라라라라라!
마치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알리기라도 하듯.
그리고 그 포효와 함께 상처투성이였던 녀석의 주변으로 스멀스멀 얼음으로 만들어진 작은 도마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걸 포며 눈살을 찌푸렸다.
‘레이드 보스답군.’
2페이즈를 알리는 녀석의 패턴이었다.
* * *
재환은 라이브 영상을 보면서 각도나 여러 방향을 생각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넋을 잃고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미친.’
처음 현성이 녀석의 눈을 파열시켰을 때도 그랬다.
당연하지만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미친, 컨트롤 봐.
-대박이다.
-창기사? 아니 성기사구나. 미쳤네.
-저거 스킬임? 모션은 없었던 거 같은데???
-ㅇㅇ; 스킬 아님 이팩트도 없고 그냥 일반 공격 같음.
-근데 저게 말이 된다고?
시청자들도 얼토당토않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현성이 아수라라는 걸 아는 재환도 그럴진대, 그걸 모르는 시청자들은 오죽하겠나.
한데 그 이후가 더 대박이었다.
창을 빼고 그대로 물러나려는 현성.
그리고 그런 현성을 공격하려는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현성의 중저음 목소리가 울렸다.
“신성 돌진.”
도무지 피할 길이 보이지 않던 순간, 세찬 빛과 함께 옆으로 날아가는 현성.
하지만 그 순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 역시 몸을 틀며 그대로 꼬리로 현성을 강타했다.
-미친, 아니 레이드 보스인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는 몰라도 저 유저는 미쳤는데?
-방금도 씨X 허공에서 공격을 바로 막은 것도 봄?
-아니 어떻게 저 순간에 신성 돌진으로 피할 생각을 했지?
-꼬리에 강타당하긴 했는데 순간 방패를 들고 그걸 막아낸 것도 레전드다;;;
땅에 처박혀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 아이스 볼을 피하는 것 역시 그랬다.
마치 미리 알기라도 하듯 피한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
저걸 피할 수 있구나.
하면서 모두가 숨을 죽이며 보고 있었다.
-다들 숨쉬면서 봐! 그러다 죽어!
-미쳤다.
-허…….
이윽고 녀석의 아이스 볼을 정면에서 신성 방패와 방패의 콤보로 흘리는 것을 봤을 때 시청자들은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저게 가능한 것이었던가?
보스의 스킬을 저렇게 궤도를 바꿀 수 있던 것이었나?
아니, 모든 시청자들이 알고 있었다.
불가능하다고.
한데 그걸 해낸 저자는 뭐란 말인가.
거기까지만 하더라도 감탄만 하고 있었을 거다.
한데 그 후 이어진 스킬.
화르르르륵!
마치 세상의 모든 악한 것들을 불태울 것만 같은 신성한 불꽃과 빛에 휩싸인 거창.
시청자들은 그걸 보곤 순간 채팅을 치는 것도 잊을 정도로 전율하면서 화면을 응시했다.
재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극적인 상황에 나타난 거창, 아니, 신창에 모두가 숨죽이며 그걸 바라봤다.
주변의 모든 눈을 녹이며 쏘아지는 신창.
세상의 악을 정화하기 위해 날아드는 신창은 당장에라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정화할 듯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 순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의 아가리가 벌어지며 시리도록 흰 기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허공에 붉은 수를 놓으며 날아드는 신창을 향해 그 기운을 내뱉었다.
드래곤의 피를 조금이라도 이어받아야만 허락된 권능.
레서 아이스 브레스가 쏘아지는 순간 모두가 손에 땀을 쥐었다.
과연 누가 승리할까.
세상의 모든 사특한 것을 정화하는 거대한 불꽃의 신창과 모든 것을 얼어붙게 만드는 거대한 숨결.
그 둘이 충돌하는 순간 세찬 빛.
시리도록 눈부신 그 빛에 누구라도 눈을 감을 법했으나 그걸 보고 있던 모든 시청자들은 어떻게든 눈을 뜨며 버텼다.
결과를 보기 위해.
그리고 모든 폭풍이 사라지고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가 남아 있는 걸 확인 했을 때.
모두가 탄식을 내뱉었다.
-미친!
-저러고도 살아있네!
-아니! 살아있는 게 당연하지 레이드 보슨데! 근데 진짜 난 죽었을 거라 생각하긴 했다.
-22222
-나도.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다들 전율에 순식간에 몰린 채팅창.
1초에 수백, 아니, 수천 개씩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며 재환도 전율했다.
회사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시청자가 몰리다니.
역시 현성의 실력이 대단하다는 걸 새삼 느끼던 순간.
크라라라라라라라라!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가 포효하는 걸 들었다.
그렇게 나타나는 얼음 도마뱀들.
시청자들은 그걸 보며 채팅을 쳤다.
-2페이즈다!
-아니 벌써?
-미친! 데미지가 얼마나 센 거야?!
-ㅗㅜㅑ 뭔 스킬이길래…….
-야! 퍼시벌이 달려든다!
-시벌!
그렇게 2차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