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53화 (37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53화

17장. 대공(大空)의 성기사 비네샤(1)

붉은색과 황금색이 잘 어우러진 태양과도 같은 갑옷을 입은 성기사.

성기사 랭킹 1위이자 전체 랭킹 8위.

그리고 7대 길드의 바로 턱 밑까지 쫓아 들어간다는 12 길드 중 발할라의 길드장.

비네샤의 말에 길드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7대 길드보다 못하다고는 평가를 듣기는 하지만, 정보력이나 여타 다른 전력 자체는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듣는 발할라.

그런 발할라의 수장인 비네샤는 길드원들을 보며 근엄하게 외쳤다.

“흠! 미안하군! 내가 괜한 억지를 부려서 말이야!”

여리여리한 체구에 누가 보더라도 미소녀의 모습을 한 비네샤가 하기에는 너무 호탕한 말투였지만,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냥 또 그러는구나 하면서 지나칠 뿐.

겉모습으로만 보면 참 저런 천상 미소녀가 없는 예쁘장한 외모다.

심지어 금발 벽안의 서양 모델과도 같은 모습은 사람들도 절로 입을 모아 감탄을 하게 만들 정도였지만.

성격이 워낙 좀 그랬다.

지금도 그랬다.

“길드장님 왜 저러셔?”

“아, 몰랐구나. 얼마 전에 악멸의 칼날 극장판 보셨대.”

“아…… 한동안 저러시겠네. 근데 그 캐릭터….”

“조용. 안 그래도 언급하지 말라고 부길마가 신신당부하더라.”

“아, 오키. 어쩐지 얼마 전에 눈이 퉁퉁 부으셨던데 그거 때문이었구나.”

길드원들이 소곤거리며 비네샤를 보며 이야기를 하자.

그걸 들었는지 비네샤의 어깨가 잠시 움찔거린다.

‘아, 들으셨나 보다.’

‘그 컨셉 풀리실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하자.’

비네샤의 눈치를 본 길드원들이 조용히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비네샤는 최대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은은한 미소를 띠었다.

얼마전에 본 애니매이션을 감명 깊게 봐서 그 캐릭터를 따라 하는 것.

그렇다.

비네샤는 상당한 애니메이션 팬이었다.

이미 발할라 길드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히히. 진짜 멋있다니까.’

뭐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건 비네샤 자신은 스스로가 상당히 멋있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그 캐릭터를 본다면 다들 그렇게 생각하리라!

그런 멋있는 캐릭을 따라 하는데 어떻게 안 멋있을 수가 있겠나!

적어도 비네샤는 그렇게 생각했다.

물론 길드원들의 생각은 많이 달랐지만.

‘길드장님은 언제 봐도 귀여우시다니까.’

‘이번에는 또 다른 캐릭터 흉내 내시나 보네. 귀여우시다니까.’

‘아유, 절로 딸바보 미소가 나온다니까.’

‘훗, 길드장님의 안목은 탁월하시군. 악멸의 칼날이라니. 상당히 수작으로서…….’

아니면 그녀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길드원이라든가.

아무튼 다들 길드장인 그녀를 좋아했다.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그녀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게 피해는 주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처음부터 저러는 걸 알고 길드에 가입한 거 아니겠나.

저러고 다니는데 모를 수가 있겠나.

다만 길드원들은 그런 비네샤를 보며 걱정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근데 명색이 대공의 성기사인데 태양처럼 갑옷을 꾸며도 되는 거야?”

대공의 성기사.

다시 말해 룬 제국의 국교인 테라 교단과 라이벌이 되는 대공의 신 제피르를 모시는 성기사다.

그와 관련된 전설 등급 직업이기도 하니까.

한데 저래도 되는 건가?

누가 봐도 제피르를 모시는 대공의 성기사가 아닌 테라를 모시는 태양의 성기사같이 보이지 않는가.

제피르 교단에 찍히는 거 아닌가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태양이 아니라고 우기지 않았던가.

“태양이 아니라 화염을 표현하신 거래.”

“그, 그게 그거 아니야?”

“암튼 그렇대. 근데 뭐…… 이미 저러는 거 보면 어쩔 수 없지.”

그 말에 대부분의 길드원들이 고개를 저었다.

누가 비네샤를 말리겠나.

한 번 빠지면 다른 거에 빠지기 전까지 헤어나오지 못하니.

한동안 저러고 두는 게 신상에 옳았다.

그러던 중.

길드원 중 하나가 급하게 뛰어와 비네샤에게 다가왔다.

“비네샤 님! 찾았습니다. 다온 마을.”

“흠! 수고가 많군! 고맙네. 그럼 나는 그쪽으로 곧장 가도록 하지.”

“제가 같이 가겠습니다.”

“흠!”

비네샤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최대한 호쾌하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여리여리한 그녀의 몸으로는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귀엽게 보일 뿐이었다.

마치 아빠를 따라 하는 귀여운 딸내미 같은 모습.

그런 비네샤를 안내하는 길드원은 생각했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만약에 그게 아니었다면 진작 관두지 않았을까.

아무튼 길드원 둘과 비네샤는 곧장 찾았다는 곳으로 향했다.

룬 제국 가장 최북단을 향해.

그리고 그곳으로 향하는 텔레포터를 타는 비네샤는 생각했다.

‘히히! 제자로 들어오라고 해야지!’

아무래도 현성을 제자로 삼으려는 모양인가 보다.

과연 어떻게 될지.

* * *

한편 레이드가 이제 막 끝나 누군가 자신을 찾아온다는 걸 꿈에도 모르는 현성은 수북한 아이템들을 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아이템들이었기에.

현성은 그걸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미쳤네.”

감탄의 의미로 한 말인가?

맞긴 했다.

환장할 거 같은 감탄의 의미로.

“무슨 아이템이 재료템밖에 안 나오냐.”

절로 한숨을 흘리던 현성은 다시 아이템들이 깔린 바닥을 봤다.

솔로 레이드를 했는데 무슨 장비 아이템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원래 레이드라는 게 이런 거라는 건 알고는 있긴 했다.

아이템 뜨는 건 원래 운빨이니까.

그래도 뭐라도 하나 나올 줄 알았건만!

이게 뭔가!

성질이 났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는 아이템들을 회수했다.

그래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이 많긴 했다.

‘레서 드레이크라고 해도 부산물이 돈은 좀 되긴 하지.’

좀 되는 수준이 아닌 상당한 축에 속하지만.

현성에겐 뭐 좀 되는 수준이긴 했다.

돈이 굳이 필요한 현성은 아니었기에 대충 인벤토리에 박아놓곤 그나마 제일 잘 뜬 아이템을 봤다.

그마저도 장비템이 아닌 재료템이긴 했지만.

등급이 높은 게 다행이었다.

【서리 정수】

《유일》

-종류: 재료 아이템

-설명: 극음의 기운을 가진 서리 정수는 어디에서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한다.

-제한: 유일 등급 이상 제작계열 직업.

‘나쁘지 않네.’

이건 팔면 돈이 상당히 되긴 하겠지만.

당장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에 다른 재료템들과 같이 인벤토리에 박아놨다.

그러면 진짜 보상은 퀘스트 보상이랑 레벨업 보상 등인가?

게다가 업적으로 인한 칭호까지 얻었으니까.

봐야 할 게 많았다.

‘우선 칭호부터 보자.’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먼저 획득한 칭호를 살폈다.

그래도 솔로 레이드를 하고 얻은 거니 좋지 않을까 생각하고 보니.

『고독한 용사냥꾼』

《영웅》

-설명: 홀로 용종 레이드 보스를 사냥한 유저만이 얻을 수 있는 칭호이다.

-효과: 모든 능력치 +15

“와.”

상상 이상의 효과인 걸 볼 수 있었다.

영웅등급에 모든 능력치 +15라니.

준수하고 상당히 괜찮은 효과였다.

당장 현성에게는 매우 좋은 효과지 않나.

드랍 아이템은 별로였건만, 보상이 엄청났다.

업적 보상이 상당했다.

‘다음은…….’

다음으로는 신성 스킬을 선택하는 게 좋을 거 같았다.

스킬북에 아이템 상자까지 있었으니.

신성 스킬은 뭔지 확인하고 고르는 거지 않나.

그래도 랜덤보다는 보고 고르는 걸 먼저 하는 게 낫지.

게다가 느낌이 좋았다.

현성은 그걸 기대하면서 다시 메시지를 떠올렸다.

[신성력의 총합이 300을 넘어 새로운 신성 스킬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총 세 가지 스킬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벌써 300이구나.’

진짜 빨리도 오른다고 생각했다.

느리게 오르는 것보단 훨씬 낫긴 하니까.

현성은 그렇게 신성 스킬을 선택하기 위해 목록을 띄웠다.

그러자 생각하지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용종을 사냥하셨습니다.]

[스킬 선택에 추가 보정이 들어갑니다.]

[총 열 가지 스킬 목록이 생성됩니다.]

[한 번에 세 가지를 고를 수 있습니다.]

*하나만 고를 경우 다시 목록이 리셋됩니다.

*원하는 스킬이 있을 경우 세 가지를 선택해 주십시오.

‘오!’

다름 아닌 스킬 추가 보정.

더 좋은 스킬이 추가가 된다는 거였다.

하기야 신성력도 300이 넘었는데 좋은 게 나올 법도 하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목록을 살폈다.

〔성스러운 섬광〕[신성 폭발][태양의 세례]

[디스펠][큐어][미약한 축복][홀리 크로스]

[속성 부여-성][홀리 웨이브][거룩한 은총]

총 10가지의 스킬들.

저 중 세 가지를 골라야 한다.

“흐음.”

이름들만 봐서는 다소 고민이 되긴 했지만.

현성은 이번 전투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그러기에 선택은 생각 이상으로 쉬웠다.

[스킬 세 개를 선택하셨습니다.]

[신의 권위에 스킬이 새롭게 추가됩니다.]

「성스러운 섬광Lv1《영웅》」

「홀리 웨이브Lv1《유일》」

「홀리 크로스Lv1《유일》」

총 이렇게 세 가지를 골랐다.

성스러운 섬광은 당연히 높은 등급이라 선택지가 없었다.

나머지 홀리 웨이브와 홀리 크로스는 상당히 고민하긴 했지만, 선택은 쉬웠다.

‘성기사 스킬이 너무 부족해.’

그리고 마침 홀리 웨이브는 신성 파동의 상위 호환 스킬이지 않나.

게다가 성기사 전용 스킬이기도 했고.

홀리 크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버프류인 속성 부여를 생각하다가 그것보다는 아무래도 공격 스킬인 홀리 크로스를 선택했다.

당장은 성기사 전용 공격스킬이 부족했으니까.

‘신성 파동같이 신성한 파도를 사방으로 퍼뜨리는 충격파 스킬이고, 홀리 크로스는 지정한 대상의 머리 위에서 신성력으로 만든 십자가를 떨구는 스킬이구나.’

대략 알고 있었지만 혹시 모르니.

스킬들을 모두 살피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알고 가는 건 중요하니.

현성은 그렇게 마지막으로 성스러운 섬광의 스킬 설명을 열었다.

그리고.

【성스러운 섬광】

《영웅》

『액티브』

「Lv1」

-설명: 자신의 신성력으로 빛으로 현현하여 섬광을 뿜어낸다.

-효과: 공격력과 신성력을 더한 수치의 150% 데미지의 섬광을 쏘아낸다.

-쿨타임 300초.

“오!”

“오우! 축하합니다요. 주인님!”

옆에서 리베우스가 축하를 해줄 정도로 좋은 스킬이다.

현성도 보고 깜짝 놀랐을 정도.

일단 스킬들을 하나씩 모두 사용해 봐야겠다.

최대한 까보고 말이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걸 떠올렸다.

레벨업 보상으로 얻은 스킬.

타나노스 전용 스킬로 받을 줄 알았는데 신성 스킬로 받았었다.

현성은 그걸 떠올리며 다시 메시지를 봤다.

[레벨 60을 달성하셨습니다.]

[레벨 업 보상으로 신성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신성 스킬이 신의 권위 스킬에 부속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신성 스킬로 획득했다는 메시지.

저번 레벨 업 보상으로 받은 게 타나노스 스킬이었으니 번갈아 가면서 받은 걸까?

현성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획득한 스킬을 열어봤다.

이거야말로 꽝 없는 뽑기 아니겠나.

무려 레벨 업 보상으로 얻는 스킬들은 대부분 직업과 관련 있었으니까.

현성이 그런 기대를 가지고 스킬창을 열자.

기대 이상의 스킬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체】

《신》

『패시브』

「Lv Max」

-설명: 신의 육신은 그 어떠한 피보다도 고결하고, 성스럽다.

-효과1: 신성력의 10%만큼 모든 능력치가 오른다.

-효과2: 마력을 대신해 신성력을 소모해 마력으로 치환할 수 있다.

-효과3: 신성력의 순도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진다.

-효과4: 모든 악의 천적이 된다.

“이게 대체 뭐야?”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새로 얻은 성체 효과를 읽었다.

신성력의 10%만큼 모든 능력치를 상승시킨다는 것도 사기적인 효과인데 신성력을 마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효과에 현성은 멍하니 그걸 봤다.

그러니까, MP를 다 쓰면 신성력을 MP 대신 쓸 수 있다는 애기인데 현성은 그걸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바라봤다.

지금 현성의 신성력은 마력보다도 높다.

사실상 이제 스킬을 난사해도 모자라지 않아진다는 얘기가 된다.

‘허어.’

이름을 보아하니 성혈과 세트로 이어진 스킬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좋았다.

이러니 뭔가 좀 불안해지기까지 한 현성이었다.

‘무슨 일 나는 거 아니겠지?’

아직까지 현성은 알지 못했다.

지금 자신을 향해 찾아오는 비네샤의 존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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