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57화
18장. 지각변동의 전조(2)
“스으읍, 이걸 어쩐다.”
“오우! 연락을 거는 것입니다요!”
“하아,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현성은 쪽지를 보며 심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설마하니 기면증에 빠져 있는 동안 누군가가 와서 정체를 들키다니.
이런 일은 상정하지 않았건만.
앞으로는 더 주의해야겠다.
라이브 방송이 또 처음이라 일어난 실수.
이제부터는 조심하면 된다 치지만 이미 일어난 일은 어찌하면 좋을까.
현성은 그걸 고민하면서 턱을 쓸었다.
연락하는 건 이미 결정 나 있었다.
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쪽지가 협박 조로 쓰여 있는 건 아니지만. 추신에 적힌 글이 신경이 쓰인단 말이지.’
그래도 악의가 묻어나는 글은 아니었다.
장난이 가득한 글에 가까운 느낌.
하지만 또 느낌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것은 얘기가 다르니.
현성은 최대한 조심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연락을 하는 건 결정 났으나 이제 문제는 연락을 해서 어쩌는가.
먼저 연락하는 거까지는 할 수 있다.
다만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건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단서는 생각보다 많았다.
리베우스가 말하기론 둘이 함께 덤벼도 이기지 못할 상대.
즉 최소한 랭커라는 거다.
무엇보다 이곳까지 찾아왔다는 건 분명 길드 영입일 확률이 높다는 것.
저쪽에서 비밀을 물고 늘어지면 현성은 방도가 딱히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해서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거지.’
당장 현성은 누군가의 길드에 들어갈 마음이 없었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다니면서 직접 파티를 구하고 하는 게 즐거운 것인데.
길드에 들어가면 그게 어느 정도 제한되지 않겠나.
조건을 달면 괜찮을 수는 있지만.
당장 불리한 건 현성이니까.
이런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일단 상대가 누구인가 먼저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
우선 이름을 남기지 않았던가.
‘비네샤라.’
꽤 들어본 이름이긴 했다.
현성은 바로 유튜브로 접속했다.
그러곤 비네샤를 검색하자 상당히 많은 영상들이 떠올랐다.
여러 정보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랭킹 8위, 그리고 성기사 랭킹 1위에 빛나는 대공의 성기사라 불리는 하이랭커.
이런 거물이 움직였을 줄이야.
“후우, 확실히 거물이긴 했네.”
“오우! 제 눈이 확실합니다요!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요!”
“그래그래. 문제는 이 사람 길드가 상당하다는 거지.”
7대 길드의 바로 턱밑에서 쫓고 있는 12 길드 중 하나.
그 12 길드에서도 상위권이라고 불리는 발할라의 수장이었다.
이런 이상 어떻게든 자신을 영입을 하려 할 텐데.
현성은 잠시 고민을 했다 고개를 저었다.
끌려다니는 건 현성답지 않다.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는 게 더 좋을 터.
정체가 까발려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최후의 수인 아수라라는 사실은 들킬 리가 없으니까.
‘강경하게 나가자.’
현성이 그렇게 다짐하고 쪽지에 달린 코드를 입력했다.
그러자 메신저 창이 떠올랐다.
비네샤에게 연결된 메신저 창에 현성은 바로 망설임 없이 채팅을 쳤다.
아이디는 당연히 퍼시벌로 정하고 보낸 메시지였다.
[퍼시벌: 쪽지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정말 간결하다 못해 짧기까지 한 메시지였다.
이제 보고 알아서 답을 주겠거니 생각하고 다음 할 걸 하려던 찰나.
시간이 얼마나 지났다고 답장이 떠올랐다.
연락을 기다리기라도 한 건가.
칼답장이 오다니.
현성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하기야 자신을 영입하기 위해 라이브 영상을 보고 빠르게 찾아온 거물 아니던가.
충분히 기다릴 수 있지.
무엇보다 12 길드에서 7대 길드 안에 들어가 하나를 밀어내느냐 마느냐가 퍼시벌인 현성에게 달려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현성은 그렇게까지는 알지 못했지만, 자신의 가치가 높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렇게 메신저 창을 다시 열자.
조금은 상큼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비네샤: 우와! 생각보다 빠르게 연락 와서 놀랐어요! 반가워요! 연락 주셔서 감사하고요!]
“흐음.”
생각보다 어린 느낌.
현성은 이러면 조금은 더 쉽게 풀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어린데도 저만큼 높은 위치에 오른 사람이라면 그만큼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적어도 정체를 가지고 협박을 두는 악수는 두진 않겠지.
현성은 그렇게 판단했다.
사업을 한다면 그 정도의 판단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12 길드 정도 되는 길드라면 웬만한 기업보다도 규모가 훨씬 컸으니.
적어도 그런 악수를 두진 않으리라.
그래도 사람은 또 모르는 것 아니겠나.
그렇기에 현성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퍼시벌: 대화를 하고 싶으실 거 같습니다. 내일 대륙 시간으로 3시에 파이튼에서 봅시다.]
어차피 오늘 다시 파이튼으로 돌아가려 했다.
시장 퀘스트도 내일 모레니까.
슬슬 돌아가는 게 낫긴 했으니까.
무엇보다 이 근처에서 만나는 거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
파이튼은 전에야 비슈누로 이슈가 되어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지금은 퍼시벌이 그걸 다 이끌었으니.
조만간 이곳이 미어터지도록 사람들이 더 많아질 거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메시지를 보내자.
얼마 있지 않아서 답장이 왔다.
[비네샤: 저는 매우 좋습니다! 그러면 내일은 누구로 뵙는 걸까요? 파이튼이니 아무래도 비슈누일까요?]
[퍼시벌: 예, 그렇게 알고 계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비네샤: 네! 그러면 내일 뵙겠습니다!]
주도권 자체는 자연스럽게 현성에게 넘어왔다.
오히려 비네샤는 크게 생각이 없어 보이기까지 했지만.
현성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흐음, 쉽지 않네.’
마냥 어려서 그런갑다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런 마냥 어린 사람이 12 길드의 수장이 될 수 있었을까?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다.
지금 현성이 주도권을 가져온 것 자체가 비네샤의 호의라고 생각하는 게 편했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당장 현성보다는 현성의 정체를 알고 있는 비네샤가 주도권을 쥔 것이 실질적으로 맞았으니.
일단 이건 접어두도록 하자.
더 생각해 봐야 쓸데없이 머리만 아플 뿐이다.
지금은 단지.
‘보상 먼저 고르자.’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일어나면서부터 한편에 있던 메시지를 봤다.
[타나노스의 기면증으로 세 가지 중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잔여 능력치+5][랜덤 스킬][랜덤 아이템]
타나노스 기면증 보상.
이번에는 뭘 고를까 하다.
마침 아이템도 스킬도 많이 얻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전설 스킬 얻었었지?!’
마지막에 전설 스킬을 뽑고 기면증에 빠졌던 것도 떠올랐다.
전설 스킬을 까먹을 정도로 비네샤의 여파가 크긴 했지.
아무튼 현성은 기면증 보상으로 뭘 받을까 고민하다.
결국 하나를 골랐다.
[잔여 능력치+5를 선택하셨습니다.]
당장 스킬 자체는 모자라지 않았으니까.
무엇보다 내일 모레 있을 시장 퀘스트에서 유일 등급 스킬북을 또 얻지 않나.
차라리 그걸 까는 게 낫다.
아이템도 거기서 또 얻을 수 있으니.
능력치는 또 영구적인 거 아니겠나.
지금은 능력치가 제일 괜찮았다.
마력에 2개를 주고 나머지 근력, 순발력, 체력에 각각 1개씩 찍어줬다.
레벨에 비해 상당히 높아진 능력치.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러면 이제 새로 얻은 전설 스킬만이 남아 있었다.
‘이게 메인이긴 하지.’
과연 어떤 스킬이 나왔을까.
기대하면서 스킬창을 열자.
기대 이상의 스킬이 눈앞에 떠올랐다.
【나선투창】
《전설》
『액티브』
「Lv1」
-설명: 하나의 창을 던져 하늘을 꿰뚫었다는 전설이 있다.
-효과1: 공격력의 500%의 데미지로 창을 던진다.
-효과2: 기본 MP 소모 1,000.
-효과3: MP의 소모의 따라 데미지가 비례하여 올라간다.
-쿨타임 30초.
‘어?’
운이 이렇게 좋을까 싶을 때가 간혹 있긴 하다.
한데 이게 말이 되나?
아이템 상자에서는 창이 나왔다.
그것도 회수 스킬이 붙어 있는 창이.
그런데 스킬에서는 전설 등급 투창 스킬이라고?
이게 겹칠 수 있는 우연인가?
아니면.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그러고 보니 스킬을 뽑기 전에 타나노스에게 기도하지 않았던가.
즉 자신에게 말이다.
‘이, 이게 통한다고?’
꿀꺽.
흰소리를 하면서 침을 꿀꺽 삼켰지만.
고개를 저었다.
헛생각은 여기까지.
일단 스킬을 확인했으니까 스킬을 한번 실험해 봐야겠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이번에 얻은 얼어붙은 서리를 꺼냈다.
회수 스킬이 붙은 창.
확실히 투창용으로 만들어진 듯 좀 얇은 창대와 창날이 인상적이었다.
투창으로는 적합하지만 직접 쥐고 싸우기에는 아무래도 좀 불안정한 감이 있는 창.
하지만 그럼 투창으로 쓰면 그만이다.
“스으읍.”
현성이 숨을 들이마시고 자세를 취했다.
튼튼한 두 다리로 바닥을 지지하곤 그대로 자세를 좀 낮췄다.
창을 쥔 손과 어깨는 뒤로 빼곤 그대로 허리를 튼다.
그러곤 창을 쥔 손은 강하게 창을 붙잡는다.
얇은 창대가 그대로 손에 감기면서 단단한 창대를 느끼게 해준다.
그립감이 나쁘지 않다.
정확히는 잡아 던지기 딱 좋은 그립감.
현성은 그걸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오우!”
현성의 그 모습에 리베우스가 외치자.
그대로 현성 역시 낮게 읊었다.
“나선투창.”
낮은 현성의 목소리가 울리자.
주변에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살랑, 살랑.
처음에는 산들바람처럼 잔잔하게.
콧잔등을 간질거리는 봄바람과도 같은 꽃의 향기가 날 듯한 산들거리는 바람.
다음에 불어오는 바람은 산들바람보다는 강했다.
무더운 열기에서 땀을 식혀주는 여름의 시원한 바람처럼.
휘우우웅!
시원한 바람이 점차 몰리더니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바람은 뭉치고 뭉쳐 점차 그 덩치를 불리더니 점차 쌀쌀하게 변해갔다.
아직까지는 열기를 식혀주는 바람.
하지만 그 바람은 그리 가벼이 볼 수만은 없었다.
후우우우우우웅!
서늘하다 못해 싸늘해진 바람은 그 예리함조차 이전과는 달랐다.
덩치를 불려 강하기만 한 바람이 아닌.
예리하다 못해 살갗을 에는 바람이 되었다.
사아아아아아아아.
점차 덩치를 불린 그 바람은 이윽고 창대에 휘감기고 살갗을 에는 바람은 그대로 창대에 휘감겨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는 태풍이 되었다.
그 상태가 되었을 때.
현성이 그대로 창을 내던졌다.
세상을 뒤덮을 살랑이던 바람은 이내 모든 것을 휩쓸고 파괴하는 소용돌이가 되어 창과 함께 허공을 갈랐다.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나아가는 투창.
대지에 기다란 상처를 남기고 그 끝엔…….
────────────!
창날이 꽂힌 그곳에서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소용돌이가 용처럼 하늘로 승천했다.
압도적인 광경에 현성은 그걸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자신의 MP를 봤다.
고작 스킬 하나에 거의 대부분의 MP가 소모된 걸 보고 저도 모르게 말했다.
“개쩌네.”
가성비는 좋지 못했지만.
성능 하나는 확실한 필살기를 얻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