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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59화 (385/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59화

18장. 지각변동의 전조(4)

다음 날.

비네샤가 어떤 패를 들고 올지 몰라 여러 준비를 했던 현성.

그런 현성이 접속하자마자 보인 것은 다름 아닌 꽤 긴 메시지들이었다.

[당신의 펫, 리베우스가 희귀등급 랜덤 스킬북에서 리베우스 전용 스킬, ‘마(魔)’을 습득했습니다.]

[당신의 펫, 리베우스가 전용 스킬, ‘마(魔)’를 습득하여 본연의 힘 악마의 힘을 개화합니다.]

[이제부터 리베우스는 언제든 천사의 형상과 악마의 형상으로 변환이 가능합니다.]

[기본 형상은 천사의 형상으로 7대 주선 스킬을 사용합니다.]

[악마의 형상으로 변환 시 7대 주선 스킬이 7대 대죄 스킬로 변환합니다.]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현성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메시지를 읽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는 이해할 수 있었다.

현성이 문맹도 아니고 당연히 이해했다.

하지만 이게 갑자기 왜?

현성은 그런 심정으로 리베우스를 바라봤다.

자기가 로그아웃을 한 사이에 스킬북을 사용했다.

그런데 거기서 전용 스킬이 나왔다는 거 아닌가.

“오우! 모두 주인님 덕분입니다요!”

“아, 아니.”

자기가 뭘 했는데 자기 덕분이라는 건지.

현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메시지들을 다시 봤다.

다시 봐도 꿈인지 생시인지 인지가 잘되지 않는 메시지들.

무엇보다 마(魔)라는 스킬이 무슨 스킬인지도 잘 나와 있지 않은가.

악마의 형상으로 변할 수 있는 스킬.

그리고 7대 주선 스킬이 7대 대죄 스킬로 변환된다라.

이거 개사기 스킬 아닌가.

상황을 파악하려면 우선 리베우스 상태창을 보는 게 우선일 거 같았다.

‘……펫 정보.’

현성이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자.

리베우스의 상태창이 떠올랐다.

【펫 정보】

『리베우스』

-종류:『타나노스의 사도』

-등급:『신』

「근력: 69(+49)」「순발력: 69(+49)」

「체력: 69(+49)」「마력: 120(+49)」

「신성력: 212(+28)」

*리베우스의 능력치는 주인의 능력치 80%로 적용됩니다.

-스킬:

「순결Lv1」「겸손Lv1」

「관용Lv1」「근면Lv2」

「인내Lv1」「절제Lv1」

「자비Lv1」「마(魔)Lv1」

「성자의 빛Lv1」

*현재 천사의 형상입니다.

*악마의 형상으로 변환 시 7대 주선 스킬이 7대 대죄 스킬로 변환합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지는 상태창에 현성은 아득함을 느꼈다.

이게 진짜였다니.

현성은 이제 좀 실감이 나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진짜 깜빡이 좀 켜고 나왔으면 좋겠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넘어갈까 싶다가.

순간 리베우스의 스킬에 변동이 하나 생긴 걸 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근면의 레벨이 오른 걸 볼 수 있었다.

너무 뜬금없긴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현성은 생각했다.

사실 리베우스의 스킬 중 가장 많이 쓴 게 저 근면이었다.

전투 모드로 변할 수 있는 스킬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긴 했다.

스킬 이름부터 근면이니 이름값은 제대로 한 셈.

“너무 뜬금없어서 놀랐다.”

현성이 그렇게 말하자.

리베우스가 그런 현성을 보며 신나서 외쳤다.

“오우! 그리고 주인님! 제 스킬 중 하나가 성장했습니다요!”

리베우스도 알고 있는 모양.

하기야 스킬의 주인이 느끼는 건 당연한 거 아니겠나.

현성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나도 봤다. 근면이 성장했지?”

“오우! 덕분에 근면을 주인님께도 걸어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요!”

“오, 그래? 나도 전투 모드로… 어? 잠깐?”

현성은 리베우스의 말에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베우스는 미니미 버전으로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전투 모드로 되었을 때 몸이 성인의 사이즈로 변한다.

한데 이미 성인의 모습인 현성은 어떻게 변하는 거지?

현성은 그걸 느끼며 호기심이 가득해졌다.

이건 많이 궁금하긴 했다.

“상대에게 쓰면 어떻게 되는데?”

“오우! 그건 말입니다요!”

리베우스가 그렇게 외치며 현성에게 몰래 귓속말로 말해줬다.

아무도 듣는 이도 없는 여관방인데도 저렇게 조용히 속닥이며 말해줬을 때.

현성은 두 눈을 크게 뜨며 침을 꿀꺽 삼켰다.

“지, 진짜?”

“오우! 물론입니다요! 제 말엔 한 치 거짓이 없습니다요!”

“허!”

현성은 그렇게 리베우스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잘하면 비네샤에게 대항할 수 있는 아주 좋은 패가 생긴 거 같다고.

아니, 이건 무조건이다.

‘주도권이 나한테 넘어오겠네.’

현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피식 웃었다.

이거라면 된다.

확신했다.

그러면 일단 이것저것 실험을 좀 해봐야지 않겠나.

이따 비네샤를 만났을 때가 기대가 되었다.

“후후후, 리베우스 네가 최고다!”

“오우! 주인님에게 힘이 돼서 그저 기쁩니다요!”

신난 리베우스와 신난 현성은 서로 웃으며 스킬을 실험해 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룬 제국의 시간으로 오후 2시 40분경.

정확히 한국의 시간과 일치하는 시간이었다.

비네샤는 그 시간에 맞추기 위해 최대한 일찍 파이튼으로 와 있었다.

어떻게든 여러 위장을 하고 홀로 왔기에.

그 누구도 비네샤가 이곳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히히, 기대된다.’

비네샤가 애매한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그래도 주도권은 주도권.

이걸 토대로 몇 가지 계약을 할 생각이었다.

거부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 계약.

게다가 비네샤가 쥐고 있는 패가 너무 강력하지 않았던가.

비슈누와 퍼시벌이 동일인물이라는 것.

어떻게든 그 사실을 지켜줄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걸 본인에게 알리는 일은 하지 않을 거다.

그래도 비네샤가 더 유리하게 일을 이끌어가야지 않겠나.

무엇보다 거부하기 힘든 제안이기도 했고.

‘어차피 길드를 만드실 거 같으니까.’

비네샤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퍼시벌은 절대 누군가의 밑에 있을 성격이 아니다.

홀로 레이드를 했다는 거부터가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일 테니까.

비네샤 역시 그래서 스스로 길드를 만든 거 아니겠나.

그러니 거기에 맞는 제안을 들고 온 거다.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우리 길드 루키들과 같이 사냥을 3번 해줄 것, 그리고 우리 길드 소속이냐는 물음에 대응하지 않을 것.’

고작해야 이 두 가지 조건이다.

저 두 가지 조건으로 걸리는 보상이 어마어마했기에.

안 할 수가 없는 조건이었다.

항상 소녀 같은 비네샤이긴 하지만.

이럴 때는 냉철하리만큼 철저했다.

어쨌든 한 거대한 기업과도 같은 길드를 운영하는 자이지 않나.

이런 면에서 철저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절대 손해가 나지 않는 조건인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는가.

비네샤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퍼시벌: 곧 시간이 되겠네요. 어디서 뵐까요?]

퍼시벌에게서 연락이 왔다.

드디어 제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비네샤: 저는 여기 파윈 카페라는 곳에 있어요!]

[퍼시벌: 그러면 제가 지금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퍼시벌의 답장에 비네샤는 마음에 든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자신과 통하는 유저를 만나게 되는구나.

그런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비네샤는 현성을 기다렸다.

컨셉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정말 인상적이지 않았나.

조건도 조건이지만, 그런 것들을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다.

길드장으로서는 조건을 달고 영입을 시도하겠지만.

그와 별개로 한 명의 유저로서, 팬으로서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물론 인지도나 인기는 당장 비네샤가 더 많았지만.

비네샤는 글쎄라고 생각했다.

‘당장은 내가 더 높을 수 있어도 그리 머지않았지.’

짧아도 3개월? 아니, 4개월 정도.

그 정도면 자신의 레벨은 따라잡히지 않을까?

라고 비네샤는 판단했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레벨 100 이하인데 벌써 솔로 레이드를 성공했다면 그만한 직업과 능력치를 보유했다는 이야기다.

당연하지만 컨트롤 역시 마찬가지.

그 모든 걸 가지고 있는데 레벨링이 느리다?

말이 안 된다.

적어도 조만간 추월당하는 순간이 오리라.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말이다.

‘그때는 또 최대한 우호적인 포지션으로 있어야지.’

비네샤가 그렇게 생각하며 이것저것 질문들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였다.

누군가 카페에 들어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순간 퍼시벌인가 싶어 비네샤가 봤지만, 고개를 저었다.

깊은 로브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볼 순 없었지만.

일행이 있었다.

하나가 아닌 두 명의 사람.

퍼시벌이 동료랑 같이 다닐 그런 위인은 아니니.

절대 퍼시벌이 아니라 생각했다.

한데 이게 웬걸.

카페를 두리번거리다 비네샤와 눈이 마주치곤 다가오는 거 아닌가.

‘어? 설마 알아본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 설마 그럴 리가 있나 싶었다.

지금 비네샤도 로브를 깊게 눌러쓰고 있지 않은가.

웬만한 눈썰미로는 못 알아볼 정도였다.

한데 그런데도 알아봤다고?

이곳에 자신이 있단 사실을 알고 있지 않은 이상 힘들 텐데?

비네샤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메신저 창이 떠올랐다.

[퍼시벌: 방금 저와 눈이 마주치신 분입니까?]

그 메시지를 보며 비네샤는 자기도 모르게 얼떨떨한 목소리를 냈다.

“어……?”

설마?

하지만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고 하지 않던가.

아니나 다를까 로브를 쓴 두 사람이 얼빠진 소리를 낸 비네샤를 향해 다가왔다.

퍼시벌에게 동료가 있었다고?

이것도 역시 특급 소식이지 않을까?

비네샤가 그렇게 속으로 수만 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던 그때 퍼시벌이 입을 열었다.

“오해가 있어서 풀기 위해 불렀습니다.”

“……네에?”

오해라니?

무슨 오해…….

비네샤가 물으려던 그때.

퍼시벌, 그러니까 현성과 똑같은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울렸다.

“바로 이런 오해입니다.”

“어, 어어? 어어어어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비네샤.

그런 비네샤를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돌아봤지만, 이내 다들 관심을 껐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니었으니까.

비네샤도 안다.

이목을 끌면 안 된다는 걸.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볍게 얼굴을 드러낸 두 사람.

그리고 목소리도 같은 두 사람을 보고 어떻게 참을 수 있었겠나.

꿀꺽.

비네샤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고.

그런 비네샤를 보며 현성.

아니, 현성들이 말했다.

“비슈누와 퍼시벌은 동일 인물이 아닙니다.”

“비슈누와 퍼시벌은 동일 인물이 아닙니다.”

거의 동시에 말하는 두 사람을 보며 비네샤가 생각했다.

‘싸, 쌍둥이였다니!’

비네샤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을 때 그런 비네샤를 보며 현성들, 아니, 정확히는 현성과 현성의 분신이 속으로 씨익 미소 지었다.

이걸로 주도권은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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