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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0화 (386/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0화

19장. 쌍둥이 사제와 성기사(1)

너무 똑같이 생긴 둘을 보며 비네샤는 생각했다.

혹시 이거 스킬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을.

하지만 그런 생각은 이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후우, 너 때문에 나까지 이렇게 나오게 하는 게 어디 있냐.”

“……미안, 근데 이럴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내기에서 졌으면 얼굴 가리기로 한 거 잊었냐?”

“방송 끝나서 벗고 있다가 쉬는데 들킨 걸 어떻게 하냐.”

“에휴.”

저걸 봐라.

누가 봐도 형제의 모습 아닌가.

그나마 저렇게 기죽고 있는 모습이 퍼시벌이라니.

분위기나 상황을 보건대 분신 스킬은 절대 아니었다.

분신 스킬은 저렇게까지 섬세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았으니까.

대화는커녕 말도 하지 못한다.

입력한 것만 할 수 있는 수준.

아무리 높은 등급의 분신 스킬이라 한들 그랬으니까.

비네샤는 여기서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어떻게든 조건을 달 수 있을 거라 기대했건만.

‘에휴, 속상하네요.’

어쩔 수 없다는 듯 비네샤가 고개를 숙였다.

이로써 남은 패가 없었으니까.

현성, 아니, 현성들은 그런 비네샤를 보며 슬며시 웃었다.

물론 로브에 가려져서 그 미소는 보이지 않았지만.

무슨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모습.

아니나 다를까.

먼저 현성1, 아니, 퍼시벌이 입을 열었다.

“우선 저희가 나온 건 오해를 풀기 위해서 온 것도 있지만… 협상하기 위해 온 것도 있습니다.”

“네?”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에 순간 비네샤가 당황했다.

갑자기 협상을 이야기하는데 놀라지 않을 리가.

무엇보다 너무 원하던 일 아니던가.

비네샤는 놀랄 수밖에.

침을 꼴깍 삼키며 비네샤가 퍼시벌에게 집중하려는 순간.

현성2, 그러니까 비슈누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저희를 길드에 영입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뒤이어 퍼시벌이 말을 이었다.

“저희가 누구 아래로 들어갈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셨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그게 맞긴 했다.

비네샤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더라도 컨샙을 왜 정해둔 건지 이런저런 사적인 질문도 하고 싶었지만.

둘이 쌍둥이라는 게 알려지고.

컨셉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으니까.

그건 접어 두었다.

물론 지금도 ‘쌍둥이’ 컨셉이라는 걸 모르는 비네샤는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하여튼 비네샤의 반응에 둘이 말했다.

“그래서 비네샤 님은 저희와의 협업, 혹은 동행을 생각하실 거 같습니다.”

“12 길드 중에서 최상위인 발할라와 협업하면 저희 입장에서도 나중에 길드를 세웠을 때 손해보다는 이득이 훨씬 클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비네샤님도 그걸 잘 아시리라 생각하고요.”

비네샤는 흘러가는 말들을 들으며 침을 다시 꼴깍 삼켰다.

원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겨서 포기하고 있었거늘.

이게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여기서 조건만 어떻게든 잘 나온다면 완벽할 텐데.

과연 어떤 조건을 걸지.

사실 비네샤도 잘 안다.

저들 입장에서 비네샤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퍼시벌과 비슈누가 형제라는 것만 알리더라도 12 길드까지는 충분히 빠르게 오를 수 있을 테니까.

굳이 비네샤와 동행, 혹은 협업을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거다.

그러니 무리한 조건을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신성류 스킬북.”

“최소 희귀등급 이상의 스킬북에 1회로 측정하겠습니다.”

“저희 용병 비용을요.”

“그 이상의 등급은 당연히 횟수를 늘리도록 하겠습니다.”

“유일은 3회, 영웅은 5회로요.”

“어?”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오히려 편했다.

돈이나 골드가 아닌 스킬북으로 요구한다?

솔직히 말해 그리 과한 요구가 아니다.

스킬북이 구하기 쉬운 건 아니라지만.

신성 계열 스킬북이라면 어느 정도 구할 수는 있다.

워낙 그쪽 직업을 하는 사람이 적기도 했었으니까.

그리 비싼 편도 아니었고.

한데 그런 희귀등급에 용병 한 번을 이용한다?

거기다 퍼시벌만 용병으로 부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비슈누도 포함되어 있다는 뜻.

거기에 비네샤는 눈을 빛냈다.

‘이건 기회야!’

자신의 루키들을 키울 수 있고, 동행이든 협업이든 잘 이끌어 나간다면 발할라의 주가도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무엇보다 저 둘이 길드를 세운다면?

그때도 발할라와 우호적인 관계까지 이어갈 수 있으리라.

너무 신나는 일!

비네샤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너무 좋아요!”

“단, 저희가 레벨이 높아지면, 이를테면 120레벨 이상이 넘어간다면 횟수는 줄어들게 될 겁니다.”

“유일 등급에 1회, 희귀등급 3개에 1회로 말입니다.”

“좋습니다! 계약서를 쓰도록 하죠!”

이때야말로 기회라 생각한 비네샤가 그렇게 계약을 했고, 퍼시벌과 비슈누는 미소를 지었다.

주도권을 끌었고, 딱 자신이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한다.

이것보다 좋을 순 없었으니까.

그렇게 계약서를 작성하며 둘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12 길드의 수장이라 불리기도 하는 발할라와의 계약을 성사하고 말았다.

“그럼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

상큼하게 웃으며 나가는 비네샤를 보며 현성들은 서로를 바라보고 피식 웃었다.

리베우스의 근면 스킬.

정확히는 분신을 만드는 스킬이 아니었다.

근면. 부지런하다, 성실하다는 말과 같이 캐릭터가 하나 더 늘어나는 거다.

현성이 거기서 직접 두 캐릭터를 조종하는 거였다.

물론 쉽지 않았지만.

캐릭터 하나는 어느 정도 인공지능이 보조해 줬기에 가능한 일.

전투에서는 스타일을 고정하기만 하면 몽유병처럼 자동으로 사냥해 준다.

이미 실험해 본 결과였으니 확실하다.

‘진짜 최고다.’

방금처럼만 대화할 때만 좀 신경 써서 조종하면 되는 일이니.

평상시에는 너무 쉬웠다.

이걸로 컨텐츠도 할 수 있으리라.

비슈누와 퍼시벌의 파티 사냥.

어느 시청자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리베우스 네 덕이다.”

“오우! 주인님께 도움이 되었다니 한없이 기쁠 뿐입니다요!”

로브 안에 숨어 있던 리베우스가 불쑥 튀어나와 외쳤다.

현성은 그런 리베우스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럼 사냥하러 가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설마 근면 스킬로 늘린 캐릭터도 인원에 체크가 될까?

펫인 리베우스는 안 되는 걸 이미 확인하지 않았나.

한데 이거는 가능할까?

‘이것도 한번 봐야겠네.’

씨익 미소를 지은 현성이 그대로 카페에서 일어났다.

생각만 하면 뭐하나.

둘이 파티로 어디 한번 가보자.

그리고.

‘라이브를 또 켜는 것도 좋겠네.’

* * *

무려 하루가 지났음에도 로이 커뮤니티에선 퍼시벌에 대한 이야기가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당연히 누구와 누가 더 뛰어난지 비교를 하는 글이 제일 많았다.

안 그래도 가장 핫한 건 최근에 등장한 비슈누와의 비교였다.

누가 더 가치가 있는가.

이게 지금 로스트 이데아에서 가장 뜨겁게 타오르고 있는 화두였다.

대형 길드들도 고민하게 만드는 라인업이지 않나.

최고의 사제냐, 최고의 성기사냐.

그 이야기로 인터넷은 아주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다.

[솔직히 스타성은 퍼시벌이긴 해.]

-작성자: 간짜장은꾸덕

『솔직히 말해서 길드들 입장에선 스타성 있는 플레이어를 영입하고 싶어하는데 거기에 딱 맏는 건 퍼시벌이긴 하다.

사제라고 해도 눈에 잘 띄지도 않아서 스타성은 그리 뛰어나진 않지.

그래도 나는 비슈누 정도면 스타성이 없진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사제들보다도 뛰어나서 더 부각된다고 생각한다.』

[댓글]

-ㅇㅇㅇ 맞는 말이지.

└둘 다 대단해.

-근데 그래도 둘 중 하나만 고르자면 퍼시벌이긴 해.

-능력 좋은 딜러는 인정이긴 한데, 서포터 역시 있으면 전력 자체가 달라진다니까?

└이건 맞지.

-둘 다 대단한 건 맞지;;; 근데 그 둘 중 누가 더 강하냐 이게 중요한 거 아님?

-ㅋㅋ둘이 싸우면 퍼시벌이 떡바르지.

└ㅋㅋㅋㅋㅋ이게 마따!

대부분 퍼시벌의 손을 들고는 있었으나, 그렇다고 비슈누가 평가절하되는 일은 없었다.

둘 다 대단한 건 맞았으니.

길드들도 퍼시벌을 우선시하긴 했지만.

당연히 비슈누도 포기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딜링에서는 퍼시벌이 뛰어나긴 했지만.

한편 이런 의견들도 다수 존재했다.

[ㅋㅋㅋ퍼시벌 빠는 새끼들 봐라.]

-작성자: 유리아짜응

『진짜 너무 알못들이 많아서 정리해준다.

퍼시벌? ㅇㅇ 딜링 존X 세고 강한 거 인정, 컨트롤도 상당하긴 하다.

탑 랭커들 수준의 컨트롤임.

근데 니들 그거 잊으면 안된다.

비슈누는 처음 아수라랑 비교할 만큼의 컨트롤을 보였다.

사제가 컨트롤이 필요 없다고 하는 머저리들이 많은데 오히려 그 어떤 직업보다도 컨트롤이 타는 게 사제다.

버퍼들이 컨트롤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걸로 봐서는 지금 비슈누보다 컨트롤 잘하는 사제나 버퍼 있냐?

난 탑 랭커들 중에서도 못본 거 같은데?

이거까지 생각하면 비슈누가 압도적인 탑이 맞다.』

[댓글]

-ㅇㅇㅇㅇㅇㅇㅇ 이게 마즘.

-진짜 존X 답답했는데 덕분에 사이다 마셨습니다.

-맞말추.

-이게 맞지, 비슈누는 등장부터 아수라랑 비교할 만큼 컨트롤이 좋았음. 퍼시벌은 기껏해야 다른 탑 랭커들보다 뛰어나다 라는 거였지.

-아수라는 건들지말자;;

└이건 맞지.

└222222

└아그신! 아그신!

└이건 뭐야?

└아수라 그는 신이야! 그는 신이야!

└미친놈 ㅋㅋㅋㅋㅋ

상당히 많은 찬성글이 달린 분석이었다.

사실 아수라와 비교를 했던 비슈누긴 했다.

퍼시벌은 그것보단 못하는 컨트롤을 보여주긴 했었으니까.

대부분 저 의견에 동조했다.

사제나 버퍼야말로 컨트롤이 정말 중요한 캐릭터였으니까.

전황을 살피면서 제각기 필요한 상황에 그걸 조정해 주는 게 쉬운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전투보다도 컨트롤이 더 필요한 거 아니겠나.

타이밍과 버프의 효과들도 모조리 외우고 제각기 맞는 상황마다 써줘야 했으니까.

한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다 보니 다들 아쉬워하긴 했다.

-이렇게 싸우지 말고 비슈누랑 퍼시벌이랑 같이 라이브 하면 안됨?

-ㄹㅇㅋㅋ

-아니 진짜 둘이 같이 사냥하는 거 라이브가 아니더라도 영상으로 올라왔음 좋겠다.

-ㅋㅋㅋㅋ둘이 라이벌처럼 구도 형성됐는데 무슨 같이 사냥을 하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오! 퍼시벌 라이브 켰다!

└야! 진짜 둘이 라이브 하는데?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왜진??????

└어? 진짜라고?

└ㅇㅇㅇ; 진짠데?

└뭐, 뭐야?

그때 마침 열린 라이브.

그리고 방송 제목은 이랬다.

【파티 사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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