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61화
19장. 쌍둥이 사제와 성기사(2)
고고한 성기사의 모습을 보였던 퍼시벌.
그가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솔로로 레이드를 하면서도 흔들림 없는 굳건한 성기사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정의를 관철하는 고결한 성기사의 모습.
모두가 멋있어하는 모습이지 않나.
그러기에 퍼시벌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 것이었다.
한데 그러고 바로 다음 날.
퍼시벌의 두 번째 라이브 방송이 켜졌을 때 많은 시청자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방 제목에서부터 말이다.
【파티 사냥하겠습니다.】
그 고결해 보이던 퍼시벌이 파티 사냥이라니.
실망하긴 했지만.
퍼시벌이 첫 방송에서 보인 위용은 거짓이 아니었으니까.
정확히는 실망보다는 아쉬움이 맞으리라.
홀로 굳건하게 나아가는 모습이 보고 싶었건만.
파티를 하다니.
아쉬운 마음에 많은 시청자들이 댓글을 남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아, 파티라니.
-좀 아쉽다.
-솔로 레이드는 아니더라도 솔로 던전을 기대하긴 했는데.
-파티로 들어가야만 하는 던전도 있겠지.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거지.
-실망이 맞다!
채팅창도 썩 좋은 반응은 아니었다.
아쉬운 만큼 쓴소리를 하는 거다.
물론 그게 정당화된다는 이야긴 아니다.
쓴소리를 하는 채팅들도 이해가 되기에 다들 막아설 수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퍼시벌이 화면에 나왔을 때도 그랬다.
붉은 포인트를 둔 순백의 갑옷.
드디어 퍼시벌이 나오긴 했지만, 다들 아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누가 나오는지도 그다지 기대하지 못했다.
지금 가장 뜨거운 이슈가 퍼시벌이건만.
누가 나온들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거다.
게스트를 보기 전까지는 그랬다.
-어?
-?
-으응?
-what?
-?????
모든 채팅창에 물음표가 도배가 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게스트는 다름 아닌.
“안녕하십니까, 비슈누입니다.”
서로 비교 대상이었던, 라이벌이라 할 수 있는 비슈누였으니까.
모든 시청자들이 그 순간 얼어붙었다.
-아니, 형이 여기서 왜나와!?
-미친?! 이게 실화야?
-헐?
-아니 뭐, 뭐야 둘이 친분이 있는겨?
-둘이 원래 아는 사이라는 거야?
시청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역시나 예상한 반응.
현성도 속으로 슬며시 웃었다.
예상은 했지만, 더 뜨거운 반응이었다.
하기야 서로 라이벌로 사람들이 비교를 하고 있는 와중에 둘이 갑자기 합동 방송을 한다.
이것만큼 이슈를 몰 만한 게 뭐가 있겠나.
재환에게 말했을 때도 기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재환에게도 메시지가 나타났다.
[재환: 진짜 또라이 새끼. 진짜 넌 천재다. 방송 천재, 아니 신이다 신!]
진짜 이런 타이밍에 적절히 근면의 레벨이 오를 줄 누가 알았겠나.
기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정말 방송의 신이 지켜보기라도 하듯 말이다.
이 좋은 타이밍을 어떻게든 잡는 게 중요한 법.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바로 행동에 나섰다.
하여튼 현성은 그런 시청자들을 보며 어색하게 웃고는 말했다.
“하하하,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테지만, 퍼시벌의 방송을 위해 조용히 하겠습니다. 다만 제 동생을 좋게 봐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표해야겠죠. 감사합니다.”
“……”
그러면서 현성이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자 시청자들은 모두가 멘붕했다.
-동생?
-뭐야?
-형이라고?
-둘이 형제였어?
-아니 퍼시벌 꼼짝 못하는 게 저건 느껴진다, 친형을 만난 동생의 모습이야.
-어우, 끔찍하네.
-아니 그러면 동생보다 못하다고 형을 우리가 까던거였어?
-어우, 퍼시벌 입장에서 끔찍하겠네.
-제발 우리 비교 그만하자.
시청자들이 모두가 합심해서 채팅을 쳤고.
현성은 그런 흡족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가볍게 입을 열었다.
“퍼시벌의 방송은 최대한 자연스러운 전투를 보여주는 방송이니 저도 이만 말을 줄이겠습니다. 부디 저희 형제의 전투를 즐겨주시길.”
그렇게 말하며 살짝 몸을 숙여 인사를 하자.
귀공자의 모습과 잘 어우러져 신사의 모습이 연출됐다.
정말이지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런 형의 옆에 서 있는 퍼시벌 역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해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저 둘이 같이 사냥을 한다?
상상으로만 있었던 일이지 않나.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이야.
시청자들은 그 기대감에 난리가 났지만, 현성들, 그러니까 퍼시벌과 비슈누는 그러고 채팅창을 꺼버렸다.
‘이제 소통은 필요 없지.’
현성도 집중할 때다.
지금 현성이 본인이 직접 움직일 건 비슈누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기사 컨셉이 아직 조금 미숙했으니까.
적응하긴 했어도 당장은 현성보다 인공지능이 움직이는 성기사의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우리라.
현성의 컨트롤로 그대로 성기사의 모습을 재현한다.
이건 공부해야 하는 영상이다.
몽유병의 모습은 실제로 보기 힘들지 않나.
그러니 이렇게 실제로 보면서 공부를 한다면?
‘실제로 퍼시벌을 내가 했을 때 훨씬 컨트롤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전투 준비를 마쳤다.
사실 비슈누의 컨셉으로 전투를 할 게 그리 많지 않았으니.
이번에 고른 사냥터는 최소 7인 이상의 파티로 구성해야 깰 수 있다는 볼트 맨티스의 던전이었다.
전기 속성의 사마귀인 녀석들은 하나하나가 강력한 몬스터였으니까.
적정 레벨은 최소 70에서 80까지도 아우르는 사냥터다.
그리고 적정 파티 수는 아까도 말했지만 7인에서 10인으로 대규모 파티를 요구한다.
물론 최소 조건은 2인 이상 파티.
다행히 근면 스킬로 만들어진 퍼시벌과 같이 들어올 수 있는 사냥터였다.
마침 시청자들도 그걸 느낀 건지 저마다 채팅을 쳤다.
-볼트 맨티스 동굴이네!?
-거기 최소 7인 이상 파티 해야 하는 곳 아님?
-아니 그런 곳을 둘이서 간 거야?
-미쳤네.
-아무리 쟤들이라도 힘들지 않을까? 일반 몹 하나하나가 다른 곳 보스 같은 곳이잖아.
-그러게;; 아무리 그래도 둘이서는 좀 힘들 듯?
-퍼시벌은 몰라도 비슈누는 레벨이 아직 좀 달리지 않나?
-흥미롭네.
시청자들도 어느 정도 다들 긴장한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볼트 맨티스가 그리 만만한 녀석들이 아니었으니.
당연히 나올 만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둘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그리고 한편으론 이곳이 아니면 둘의 전력을 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그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이만큼은 되어야 저 둘의 전력을 볼 수 있겠구나.
시청자들은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이윽고 동굴 내부로 들어서자.
먼발치에서 보이는 거대한 사마귀의 형상.
파지지직.
전류가 흐르는 낫과 같은 두 팔은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퍼시벌과 비슈누를 발견하고 삼각형의 머리가 90도로 꺾여 기이한 방향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사냥감을 포착하고 사냥 준비를 마치는 모습.
아니나 다를까 기이한 각도로 꺾여있는 녀석의 입에서 침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뚜욱, 뚜욱.
공포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
2m나 되는 거대한 사마귀가 고개를 꺾으며 침을 뚝뚝 흘리는 모습이란.
용감한 사람들조차 움츠러들게 만드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우야.
-미친;;
-ㅋㅋ 뭐가 무섭다고. 아 변기에서 보길 잘했다.
시청자들도 무서워 덜덜 떨고 있던 그때.
녀석이 달려들었다.
힘차게 네 개의 다리로 강하게 도약하고, 그걸로도 모자라 기다란 등에서 날개를 펼쳐 저공비행으로 날아든다.
파다다다다다!
기괴하고 끔찍하다 할 수 있는 장면이었건만.
퍼시벌은 그런 볼트 맨티스를 향해 방패를 쥐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콰앙!
엄청난 힘이 담긴 돌진이었지만 퍼시벌이 방패로 굳건하게 막아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충돌한 방패에 그대로 낫을 닮은 두 다리를 휘두른다.
끼기기기기기기기기!
철을 긁는 기분 나쁜 소리가 울려 퍼진 그때.
녀석의 두 팔에 담긴 전류가 방패를 타고 퍼시벌을 강타하려 했다.
파지지지직! 팡!
하지만 그 순간 뒤에서 날아든 보호막.
비슈누가 타이밍 좋게 보호막으로 방어해 준 거다.
전류가 사라지자마자 퍼시벌은 방패를 긁고 있던 볼트 맨티스를 강하게 밀어냈다.
퍼엉! 콰지지직.
땅을 가르며 뒤로 밀려나는 녀석.
퍼시벌은 그런 녀석을 향해 창을 내지르고자 방패를 뒤로하고 창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녀석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대로 창이 뻗어지려는 순간 다시 한번 등 뒤의 날개를 펼쳐 뒤로 더 물러났다.
순식간에 벌어진 거리.
이미 내지르려던 창이었기에 투창을 하기에도 애매한 자세였다.
볼트 맨티스는 그대로 퍼시벌의 창을 피하곤 다시 공격을 위해 날개를 펼쳐 다시 도약하려 하던 순간 머리 위에 생겨난 빛을 보고 고개를 들어 올려 그것을 봤다.
갑자기 생겨난 거대한 빛의 십자가.
성스럽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한 그 거대한 십자가를 보곤 볼트 맨티스가 괴성을 내질렀다.
“키에에에에에에에──────!”
우렁찬 포효와 함께 녀석의 입에서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때문에 낙하하던 찬란하게 빛나던 거대한 십자가가 그대로 녀석에게서 빛나가 애꿎은 바닥을 강타했다.
볼트 맨티스는 그 순간의 충격으로 생긴 폭풍을 이용해 빠르게 날개를 펼쳤다.
그러곤 다시 한번 강력한 네 개의 다리로 도약하며 폭풍의 힘과 날개로 빠르게 비행하여 낫과 같은 두 다리로 그대로 퍼시벌을 베어버리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날아드는 성스러운 화살.
푸욱!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데미지가 들어가자 녀석은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키에에에엑!”
예상외의 공격에 순간 자세가 흐트러지자 낫의 공격을 피하곤 퍼시벌이 놈의 등 뒤로 이동해 이번에는 정확히 창을 내질렀다.
피할 수 없는 일격.
녀석은 아차 싶어서 몸을 틀어 퍼시벌을 걷어차려 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날아드는 화살이 그걸 방해했다.
푸욱!
아까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의 화살.
그 순간 다리까지 막히자 퍼시벌의 창을 피해낼 수 있는 재간이 없었다.
그대로 허용하는 수밖에.
퍼석!
“키에에에에에엑!”
생각보다 더 큰 데미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괜찮다.
이것뿐이라면 견디고 공격을 다시 할 수 있으리라.
볼트 맨티스는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을 산산이 조각내기라도 하듯 퍼시벌이 조용히 읊조렸다.
“성스러운 섬광.”
그 순간 녀석의 가슴에 박혀 있던 창끝에서 빛이 모여들고 그대로 섬광이 뿜어졌다.
모든 것을 정화하기 위해 쏘아진 섬광.
콰가가가가가가가가!
섬광과 함께 벽으로 날아간 볼트 맨티스가 그대로 벽에 처박혔다.
그 사이에 있던 바닥은 만신창이로 쓸려 나갔고, 그걸 맞아 벽에 처박힌 볼트 맨티스 역시 만신창이었다.
그런 녀석이 어떻게든 움직여 후속타를 피하려 했으나.
퍼시벌에게서 뿜어져 나온 빛의 파동에 다시 한번 거대한 충격이 온몸을 강타했다.
콰직!
“키에에…….”
도무지 견딜 수 없었는지 힘없이 몸을 떨었다.
저 둘은 자신의 사냥감이 아니다.
자신이 사냥감이다.
그걸 인지한 녀석이 그대로 날개를 펼쳐 도망치려던 순간.
퍼시벌과 꽤 떨어진 등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딱.
손가락을 튕기는 소리.
그리고 볼트 맨티스는 들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의 선율을.
피아노 선율 외에 세상이 고요해졌다.
적막한 세상.
그걸 느끼며 볼트 맨티스는 느꼈다.
이게 끝이구나.
그리고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고요하고 하얀 벼락을 보고 그대로 포효를 내지르려 했다.
하지만.
“홀리 바인드.”
그마저도 허락받지 못한 채로.
벼락에 몸이 으스러지고 말았다.
압도적인 격차.
이보다도 더 합이 잘 맞는 전투가 있을까 싶은 그런 전투였다.
현성은 볼트 맨티스의 마지막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더 반응이 좋겠어.’
사실 그 정도가 아니었다.
-와.
-홀리.
-쉣.
-미쳤다.
-뭘 본 거지?
-버근가?
심지어 버그냐고 묻는 채팅도 있을 정도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