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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2화 (388/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2화

19장. 쌍둥이 사제와 성기사(3)

비슈누와 퍼시벌.

퍼시벌이 선두에 서고 그 뒤 보조를 비슈누가 한다.

뛰어난 성기사와 뛰어난 사제가 합을 맞춘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하지 않나.

그래서 저 둘이 그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느냐.

아니었다.

오히려 그 상상을 뛰어넘는 모습들을 보여주었다.

다시 나타나는 볼트 맨티스를 하나하나 격파하는 모습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했다.

-서로가 서로 틈을 완벽히 보완한다고? 저게 말이 되나?

-아니 어지간히 맞아야지 무슨 한사람마냥 맞출 수 있는거지?

-사실 형제가 아니라 무슨 진짜 클론인 거 아니야?

-생각이 이어져있나?

비슷하긴 했지만, 엄연히 달랐다.

인공지능과 현성은 생각이 이어져 있지 않았으니까.

엄밀히 따지자면 이 모든 건 현성이 대단한 거였다.

퍼시벌, 그러니까 인공지능이 움직임을 보고 다음을 예측한다.

몬스터를 예측하는 것 정도는 애초에 쉬웠다.

처음 습성만 파악하면 그 뒤로 나머지를 파악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

적어도 현성에겐 말이다.

‘다음은 뒤로 빠지겠군.’

볼트 맨티스.

녀석은 상당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철저히 사냥꾼인 녀석이다.

어떻게 사냥을 해야 상대가 당황하는지.

혹은 틈을 기가 막히게 파악해서 그 틈만을 노린다.

철저하게 사냥꾼의 뇌로 움직이는 녀석이다.

사마귀도 원래 그러지 않나.

현성은 그 점을 이용해 볼트 맨티스의 움직임을 예측했다.

그리고 퍼시벌은?

‘나라면 이렇게 할 거다.’

그런 식으로 자신이라면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거기에 맞춰서 보조한다.

때로는 버프를.

때로는 공격을 해서 상대를 견제한다.

자신의 플레이를 토대로 자신의 컨트롤대로 움직여 주는 거 아닌가.

그러다 보니 조금씩 정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기사라면 저렇게 움직여야 하는군.’

현성이 직접 퍼시벌이 되었을 때보다도 훨씬 성기사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쉽게 투창하지 않고, 방패를 놓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방패술이 기깔난다.

모든 공격을 흘리고 틈을 만들어 철저하게 창으로 찌른다.

성스러운 공격들을 놓치지 않고, 상대를 정화하기 위해 창을 쓴다.

누가 보더라도 성기사다운 면모.

거기다 현성이 했을 때보다 더 컨트롤이 좋은 느낌이었으니까.

현성은 레벨이 오르는 것도 무시하고 빠르게 던전을 주파했다.

배울 게 많았으니.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배우고 싶은 욕심에 템포를 더 빠르게 했다.

‘진짜 배울 게 너무 많다.’

자신이 했을 때보다 더 자연스러웠기에.

컨트롤이 좋아진 거 같은 착각까지 들게 되었다.

현성도 느끼긴 했지만, 몇몇 예리한 시청자들 역시 그걸 느꼈다.

-퍼시벌 컨트롤 저번보다 더 좋아진 거 같지 않아?

-ㅇㅇ; 어제는 무슨 탑 랭커들하고 견줄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찍어 누르는 느낌이다.

-형이랑 해서 더 안정돼서 그러는 건가?

-그럴 수도 있겠다.

-아니, 진짜 대박이다.

-1 더하기 1이 2가 아니라 무슨 100이 되냐.

-진짜 미쳤다.

-와 저걸 막는다고?

-와! 저기서 저렇게 공격을 하네!

보고 있자면 절로 전율이 흐르는 모습에 모든 시청자들이 열광했다.

둘의 호흡이 너무나도 잘 맞았다.

마치 한 몸인 거처럼 말이다.

너무나 잘 맞아서 시청자들도 더 채팅을 치기도 힘들어 그저 보기만 했다.

영상을 보느라 채팅을 조금 칠 시간조차 아까웠으니까.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와 벌써 보스라고?

-타임어택이었어?

-볼트 맨티스 최고 기록이 몇이었지?

-ㄱㄷ

-1시간 13분!

-몇 인이서?

-7인! 원래 볼트 맨티스 최소 기록이 7인임!

-야 근데 저 둘 시간 얼마나 됐냐?

-……23분.

고작 2인이서 23분.

최고 기록인 7인이서 1시간 13분을.

압도적으로 깨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시청자들은 더욱 고요해졌다.

볼트 맨티스의 던전이 그리 유명한 던전은 아니긴 했다.

인기를 그리 끈 던전은 아니지만, 기록이란 공공연한 기록이지 않나.

일부러 그 기록을 찾아다니면서 깨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한데 그것도 아니고 고작해야 둘이서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다?

역사의 한순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모두가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자 이윽고 보스 방으로 진입했다.

휴식?

극딜기 타임 조정?

그런 것 따윈 없었다.

무작정 들어간 보스 방에서는 생각 이상으로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키에엑?

동족의 머리를 뜯어먹고 있던 거대한 사마귀.

보아하니 암컷으로 보였다.

수컷보다도 더 강력해 보이는 암컷 볼트 맨티스.

시청자들은 그걸 보며 저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일반 볼트 맨티스보다도 배는 커 보이는 덩치.

낫에서 흐르는 전류도 더욱 강해 보였다.

파지직! 파직!

스파크가 튀면서 주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걸 보면서도 움츠러들지 않은 퍼시벌과 비슈누.

-후.

-진짜 긴장된다.

-어, 어떻게 되려는 거지?

다들 저마다 말을 하며 긴장하던 순간.

자신의 식사가 방해받은 것에 불쾌했는지 퀸 볼트 맨티스가 먼저 움직였다.

거대한 날개를 펼쳐 날아들었다.

그 속도가 화살보다도 빨랐다.

보스다운 위용.

하지만 그런 퀸 볼트 맨티스의 모습에도 퍼시벌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홀리 크로스를 발동했다.

쿠웅!

허공에 나타나 그대로 바닥을 내려찍는 성스러운 십자가.

거대한 그 십자가는 퀸 볼트 맨티스가 달려드는 순간 녀석의 앞에 나타났고, 그 순간 사라지지 않고 녀석의 돌진을 저지했다.

콰아아앙!

키에에에에!

퀸이 그대로 고통에 소리를 질렀지만, 막상 그리 충격을 받은 모습은 아니었다.

고작해야 직접 데미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돌진을 저지했을 뿐이었으니.

당연히 데미지는 크지 않았다.

그런 퀸이 저지당하는 순간 비슈누는 그대로 퍼시벌에게 버프를 사용했다.

우선 쓸 수 있는 자잘한 버프는 이미 다 걸어둔 상태.

하지만 지금부터는 그 버프의 스케일이 달랐다.

“블래싱.”

아아아아아─!

어디선가 나타난 아기 천사들이 나팔과 노랫소리를 흥얼거리며 하늘에서 퍼시벌을 향해 축복했다.

그 빛이 깃들며 순간 퍼시벌의 몸이 신성히 빛났다.

고작 이걸로 끝내려면 버프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비슈누는 뒤이어 다른 스킬 역시 사용했다.

다름 아닌 하늘의 은총을 발동했다.

그러자 동굴인데도 갑작스럽게 하늘에서 단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투툭, 투두두두두두두.

키에에에엑!

퀸 볼트 맨티스는 언데드가 아니기에 데미지를 입진 않았으나 불쾌한지 괴성을 지르며 퍼시벌이 아닌 비슈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퍼시벌보다도 비슈누를 상대하기 위해.

-미친!

-위험한 거 아니야?

-피해!

시청자들도 순간 당황해 채팅을 쳤다.

퍼시벌이 막기에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고, 그렇다고 비슈누가 상대하기엔 상대는 보스이지 않나.

그래서 다들 피하라며 외쳤지만.

피하기는 이미 늦어 보인다.

그러나 비슈누는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외치는 한마디.

“홀리 바인드.”

순간 그 외침에 멈춘 퀸 볼트 맨티스.

이때를 노리고 피하면 되는 거였다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타오르는 빛.”

화르륵!

녀석을 공격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홀리 바인드가 풀렸을 그 시점.

퀸 볼트 맨티스의 머리를 그대로 강타했다.

투콰앙!

상당한 위력의 펀치.

그것도 신성력이 담겨 있는 펀치였다.

키에에에엑!

퀸 볼트 맨티스는 그대로 비슈누를 향해 낫을 휘둘렀으나 이미 늦었다.

퍼시벌이 도착해 그대로 거대하고 강력한 낫을 방패를 들어 막았다.

전류가 그대로 퍼시벌의 몸을 휘어 감으려는 순간.

퍼시벌이 스킬을 사용했다.

“홀리 웨이브.”

순간 빛이 퍼시벌을 향해 몰려들더니 그대로 반구의 형태로 퍼져 나가는 파동.

성스러운 빛의 파동은 퀸 볼트 맨티스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당연히 퍼시벌의 몸을 휘어 감으려던 전류는 애꿎은 허공만 휘감을 뿐이었다.

그 순간 뒤로 물러나 다시 달려들려던 순간.

무언가 퀸 볼트 맨티스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그늘이 생기기는커녕 오히려 빛이 생겨 눈부신 무언가.

퀸 볼트 맨티스는 그걸 느끼고 고개를 들자.

성스러운 거대한 십자가를 볼 수 있었다.

피하려 했으나 그 순간 날아드는 두 발의 화살이 그걸 허용하지 않았다.

푹! 푹!

성가신 화살에 한눈을 팔자마자 하늘에서 거대한 성스러운 십자가가 떨어졌다.

콰직!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에!

고통스러움에 비명을 내질렀다.

몸통에 큰 데미지를 입은 건지 상당히 찌그러진 상태의 몸이었다.

그걸 보던 퀸 볼트 맨티스는 분노를 한 건지 아가리를 벌리며 둘을 휩쓸어버리기 위해 전류를 모았다.

순식간에 모인 전류의 기운.

퍼시벌은 그걸 보고 빠르게 창을 쥔 채로 그걸 내뻗었다.

그와 동시에 퀸 볼트 맨티스의 아가리에서 쏟아지는 거대한 전류의 폭풍.

그야말로 용종의 권능과도 같은 브레스에 가까운 전류 폭풍이었다.

퍼시벌이 창과 함께 휩쓸려 사라질 것만 같은 그림.

하지만 그런 퍼시벌의 창에서 빛이 몰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창끝에 몰려든 빛의 구슬.

전류의 폭풍이 퍼시벌을 휩쓸기 직전 창끝에 모인 그 구슬이 쏘아졌다.

성스러운 섬광.

아까보다도 훨씬 강력한 위력의 섬광이 그대로 전류의 폭풍을 갈랐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

갈라진 전류의 폭풍은 그대로 던전 내부를 진탕으로 만들어버렸으나 그걸 갈라버린 섬광이 퍼시벌과 비슈누를 완벽히 보호했다.

아쉽게도 퀸 볼트 맨티스 역시 전류의 폭풍 덕에 섬광을 막아낼 수 있었다.

서로 강력한 한 방을 소모하기라도 한 듯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아직 비슈누의 공격이 남아 있었으니까.

딱!

어디선가 울린 손가락 튕기는 소리.

그리고 그 후에 들려오는 피아노의 선율까지.

키엑?

퀸 볼트 맨티스는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에도 소리가 나는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머리를 새하얗게 질리게 만드는 압도적인 기운이 머리 위에서 느껴져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사특한 모든 것을 정화하기 위해 나타난 고요한 하얀 번개를.

번───────────쩍!

……!

비명도 내지를 수 없는 압도적인 데미지.

어떻게든 몸을 벗어나려 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다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퀸 볼트 맨티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려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빠르게 경직을 풀고 벗어나려던 순간.

어디선가 느껴졌다.

살랑이는 바람이.

그리고 이윽고 그 바람이 점차 거세지고, 싸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퀸 볼트 맨티스가 경직된 머리로 끼긱거리며 고개를 아래로 내리자.

그제야 볼 수 있었다.

휘몰아치는 창을 쥐고 자신을 노려보는 순백의 성기사를.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려는 폭풍의 창.

퍼시벌은 그 창을 강하게 꼬나쥐곤 외쳤다.

“나선투창.”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

태풍이 퀸 볼트 맨티스를 향해 쏘아졌다.

모든 걸 삼키는 그 거대한 태풍은 그대로 녀석을 집어삼켰고 이윽고 남은 건 하나도 없었다.

모든 걸 집어삼킨 태풍이 사라지자.

그제야 시청자들도 정신을 차리고 침을 삼키며 채팅을 쳤다.

-몇 분임?

-……32분.

-……와

새로운 역사가 쓰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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