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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5화 (391/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5화

20장 파이튼의 지하 수로(2)

혹시나 하고 조사한 게 진짜였다니.

현성은 설마가 사람 잡는 심정으로 멍하니 메시지를 봤다.

뭔가 일이 커지는 느낌.

하지만 나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좋다고 볼 수 있었다.

미리 시장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거 아니겠나.

귀족과 미리 접촉해서 나쁠 게 있었던가.

아니, 현성의 기억으론 결코 없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위를 걱정하고 움직일 정도의 귀족이라면 더욱.

이건 좋은 기회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오우! 뭔가 구린내가 진동을 합니다요.”

“그렇지?”

하수구에서 나는 구린내를 말하는 게 아니었다.

리베우스는 현성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기분 나쁜 마력의 냄새가 느껴집니다요.”

“흐음.”

현성은 여기서 살짝 고민했다.

이대로 가서 시장에게 알릴 건지.

아니면 조금 더 조사를 할지.

잠시 고민을 했으나 결론은 빠르게 나왔다.

사제가 혼자 무턱대고 들어가 조사를 해 왔다는 말을 과연 믿을 만할까?

적어도 현성이 들었을 때 아니었다.

차라리 이쯤에서 손을 떼고 시장에게 가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일단 이대로 잠시 후퇴를 하는 게 좋을 거 같지만.

뭔가 걸렸다.

‘찝찝하단 말이지.’

이대로 가면 뭔가 놓칠 거 같은 생각이 심히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가면?

그것도 또 찝찝하다.

보통 하나만 느낌이 오는데 이번엔 둘이다.

이럴 때는 어쩌면 좋을까.

잠시 고민한 현성은 그대로 자신의 어깨 위에 있던 리베우스를 봤다.

오우? 거리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리베우스.

‘그래 이거다.’

현성은 그렇게 리베우스를 보며 싱긋 웃었다.

이럴 땐 또 리베우스가 있으니 편하다는 걸 느꼈다.

‘작전명은 대충 미친개를 풀어라겠군.’

이만한 작전명은 없지.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리베우스를 보자.

뭔진 몰라도 리베우스는 신나하며 대답했다.

“오우! 열심히 하겠습니다요!”

그 모습이 왠지 좀 못 미더웠지만.

어디 리베우스가 실망시킨 적이 있던가.

모든 일을 처리했으면 몰라도 말이다.

현성은 좋게좋게 생각하자며 이곳에서 지키라고 리베우스에게 말하곤 시장 저택으로 향했다.

그렇게 남겨진 리베우스는 작아진 상태로 주변에 남아 충직한 모습으로 서서 현성이 지키라는 하수구를 바라봤다.

여전히 불쾌한 마력이 느껴지는 하수구.

마음 같아선 쳐들어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현성이 이곳을 지키라 했으니.

‘오우!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지킬 것입니다요!’

어떻게든 현성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하는 리베우스였다.

* * *

파룬 밀리오.

파이튼 영지의 시장이자 룬 제국의 엄연한 귀족인 남작 위에 오른 자였다.

그런 파룬 시장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찾아온 이방인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례했기에?

아니, 그런 게 아니었다.

얼토당토않은 말로 이곳까지 온 이방인을 어떻게 곱게 보겠는가.

하지만 그냥 돌려보낼 수도 없었다.

들고 왔다는 정보가 다름 아닌 지하 수로에 대한 정보였으니까.

안 그래도 지하 수로로 골머리를 앓던 파룬 시장이었기에 그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테라 교단의 사제라.’

혹시 사칭이진 않을까 싶어 테라 교단에게 알아보니.

그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주교께서 직접 나섰다는 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이야기인데.’

귀족인 파룬 시장이었으나 테라 교단의 주교와 비빌 수 있는 신분이 결코 아니었다.

백작이 와야 그나마 비슷할까.

한데 남작인 파룬 시장이었으니.

오죽하겠는가.

테라 교단의 주교가 콕 찝어 부탁드린다 했으니.

그냥 대충 이방인 취급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그런 인물이 과연 허투루 정보를 가지고 오진 않았겠지.

파룬 시장은 그런 생각도 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최근 지하 수로로 이상한 소문이 들리고 있었으니.

신경이 쓰일 만했다.

“어서 오시지요. 부족하나만, 자유도시 파이튼의 시장을 맡고 있는 파룬 밀리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귀족의 신분임에도 파룬 시장은 자신을 찾아온 이방인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존대를 했다.

거기에 놀라는 모습을 보인 이방인이긴 하지만.

개의치 않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테라 교단에 신세를 지고 있는 현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파룬 시장을 찾아온 이방인은 역시나 현성이었다.

파룬 시장은 그런 현성을 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겉으로 보이는 신성력만으로도 상당한 느낌이었다.

예전에 먼발치에서나마 테라 교단의 추기경이나 대주교를 본 적이 있었으나 그보다도 더 순도가 높은 신성력에 저도 모르게 마음이 풀어지는 기분마저 느껴졌다.

저런 지고한 신성력이라니.

파룬 시장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주교의 부탁이 아니었더라도 현성을 봤다면 결코 하대가 나오진 않았으리라.

파룬 시장이 그렇게 살짝 긴장을 하며 현성에게 자리를 권하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았다.

“지하 수로 때문에 저를 찾으셨다 들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긴 체면이 좀 그렇긴 했지만.

지하 수로는 체면을 생각하며 이야기하긴 급한 이야기였으니.

파룬 시장은 저도 모르게 먼저 본론부터 꺼냈다.

현성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파룬 시장에게 건넸다.

“혹시 이 문양을 보신 적 있으십니까?”

“……이 문양은?”

“비밀 결사대의 문양입니다. 그리고 이 지도를 보시면…….”

현성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가져온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표시가 되어 있는 곳들을 하나씩 이어 방금 비밀 결사대의 문양과 똑같은 문양이 지도에 그려져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파룬 시장은 그걸 보더니 두 눈을 부릅떴다.

자세히 보니 표시된 곳들은 모두 지하 수로와 이어진 하수구였다.

우연일 수 있었으나.

이걸 확신하고 가져왔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파룬 시장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운을 띄웠다.

“시민들에게 묻던 도중 붉은 눈의 괴수를 보았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허어.”

“그래서 그 하수구를 조사해 보니 1-6이라는 표시가 있어서 다른 하수구도 조사를 해보니 1-1부터 1-8까지 표시가 된 하수구들이 있었습니다.”

“그렇지요. 다른 하수구들에는 틀림없이 그런 표시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표시들이 있는 하수구들을 다 체크를 해보니…….”

“이런 문양이 나왔다.”

“예, 바로 그겁니다.”

현성의 말에 파룬 시장의 표정이 상당히 깊어졌다.

비밀 결사대.

그리고 자신의 도시에 표기된 문양까지.

시장인 이상 결코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일.

그보다도 먼저.

“이거 사제님께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아닙니다, 제 일인걸요.”

“아아, 겸손하시군요.”

“네? 아뇨.”

“으음?”

파룬 시장의 말에 현성이 처음에는 겸양을 떠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뜻일까?

파룬 시장이 의문을 가진 그때.

현성이 웃으며 말했다.

“내일 조사단에 저도 껴 있습니다.”

“예, 예에?”

“그래서 미리 조사를 할 겸 탐문을 하다 얻어걸린 정보입니다. 정말 제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니 너무 괘념치 마시지요.”

“……허!”

이런 사람이 자신의 조사단에 참여하다니.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선발대를 보내 지하 수로에 대한 정보를 알아 오려 했던 거였건만.

현성 같은 거물이 나타날 줄이야.

이거야말로 파이튼의 복이 아니겠는가.

파룬 시장은 그렇게 생각하며 현성을 보며 말했다.

“하나 그렇다 한들 다른 조사단 인원은 이렇게 제 일처럼 발 뻗고 나서는 이들이 없지요. 조사단을 파견 후 사제님에게 어떻게든 감사를 표하도록 하겠습니다.”

파룬 시장의 말 이후.

현성에게만 보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자유도시 파이튼의 지하 수로】의 보상이 대폭 상향됩니다.]

현성은 그 메시지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안 그래도 좋던 보상이 대폭 상향된다.

여기선 그냥 닥치고 있는 게 신상에 좋으리라.

현성은 그렇게 그저 웃으며 인자한 표정을 짓고는 그저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사제다운 미소였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아닙니다. 그러면 저는 내일 있을 조사단을 위해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십시오, 현성 사제님.”

현성은 그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파룬 시장의 저택에서 나올 수 있었다.

한편 그렇게 현성이 나간 후 파룬 시장은 심상치 않은 눈으로 현성이 남기고 간 지도를 바라봤다.

비밀 결사대의 증표는 현성이 되받아 갔지만, 지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었으니.

지도는 놓고 간 것이다.

그걸 본 파룬 시장은 조용히 집사장을 불렀다.

“예, 부르셨습니까?”

“집사장, 저 문양 어디서 보지 않았나.”

“아! 저 문양은?!”

“그래, 얼마 전에 내가 찾은 정보 길드의 지부장이라는 자의 팔뚝에도 있던 문양이었지.”

“서, 설마?”

집사장의 반응에 파룬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예상대로이리라.

“예상보다 우리 도시에 깊숙이 들어온 모양이야.”

“빠르게 기사단을 소집하겠습니다.”

“최대한 조용히 움직여야 하네. 은밀하게 준비하게.”

파룬 시장의 말에 집사장은 고개와 허리를 숙여 답했다.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사안으로 번진 일.

거기에 파룬 시장은 창밖을 바라보며 어두운 먹구름을 바라봤다.

자유도시 파이튼에 자신도 모르게 어둠이 들어선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뿌리를 뽑아야겠다.

그리고.

‘이걸 알려준 현성 사제님께도 공헌을 드려야겠군.’

* * *

로스트 이데아를 서비스하는 플라톤의 블랙리스트 전담팀 부장 이연희는 모니터를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사태가 흘러가는 게 심상치 않았다.

‘어렵게 됐어.’

보통의 유저라면 퀘스트만 순순히 진행했을 텐데.

현성은 그러지 않고 탐문을 했다.

그러고 어떻게든 발견해 낸 비밀 결사의 흔적.

여기까지만 본다면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시장까지 알아버렸어.’

재빠르게 움직인 현성이라 어떻게 손쓸 방도가 없었다.

그렇다고 지하 수로에서 비밀 결사대를 빼내기에는 리베우스가 지키고 있는 곳이 핵심이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만일 뺀다면 현성의 펫인 리베우스가 얼마나 잘 막을는진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버텨 현성이 오게 된다면 끝이다.

‘레벨 80대의 비밀 결사 NPC들로 막을 수 있는 유저가 아니야.’

안타깝게도 파이튼의 계획 역시 와르르 무너지게 되었다.

개척 마을인 마룬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의 일이 무너지게 된 거다.

이 타격을 계산한다면 얼마나 될까?

이연희는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결전은 내일 있을 조사단.

이미 현성의 실력은 퍼시벌을 통해 살짝 엿보지 않았던가.

‘힘으로는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레벨 80대의 최고봉인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잡은 현성이지 않나.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자신의 권한만으로 역부족이었기에.

“예, 한문석 팀장님 접니다.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요.”

-알겠다.

지원을 요청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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