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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6화 (392/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6화

20장 파이튼의 지하 수로(3)

파룬 시장이 집사장에게 알려 대대적으로 파이튼 내부가 들끓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음지에서는 상당히 소란스러워졌다.

여러 정보 길드들을 기사단이 들치기 시작했고, 몇몇 암살 길드나 불법적인 불량배들은 대거 체포당하고 있었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

파룬 시장이 원래도 치안을 꽤나 신경 쓰는 인물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뒷세계에서는 너무 갑작스러운 폭풍이었다.

그런 곳에서도 그 폭풍을 조금은 빗겨 나간 곳이 있었으니.

‘제때 빼서 다행이군.’

팔뚝에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남자가 인상을 찌푸렸다.

파룬 시장 저택에 첩자를 들여놓길 잘했다.

그러지 않았으면 꼬리가 밟혔을 지도 모를 일이었으니.

그를 제외하고 다른 정보 길드원들은 털리고 있었으나 괜찮다.

저곳을 털어봐야 자신에 대한 정보는 영영 얻을 수 없을 테니.

문제는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차린 녀석이 있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들의 동료를 이미 처리한 모양.

‘그 이방인 심상치 않은 거 같군.’

자신 역시 첩자에게 전해 들었지만.

테라 교단의 사제라.

그것도 시장도 어려워하는 존재라 했다.

얼핏 듣기에는 주교가 나서서 부탁을 드린다고까지 했다지?

교단에서도 상당히 직위가 높은 인물이라는 건데.

테라 교단의 높으신 분들 중에서 이방인인 사람이 있던가.

‘내가 알기론 없다.’

한데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이라니.

이거 위험하게 되었다.

도시급 계획이 어그러지면 큰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냄새 나는 녀석을 보러 가는 것 역시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 따위가 내키지 않는다고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건 결사대의 신념을 위해서다.

도시급 계획이 어그러지면 조금이지만 결사대에 피해가 갈 수 있는 일.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고작 자신의 불쾌함 때문에 주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하 수도로 향한다.’

그곳에 있는 녀석을 만난다는 게 참으로 불쾌했으나.

어쩔 수 없다.

대화라도 통한다면 또 모르지만 그게 아니었으니.

저런 녀석이 결사대에 속해 있다는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 그였으나 그저 이를 빠득 갈며 지하 수로로 향했다.

역겨운 냄새와 각종 오물들이 가득한 지하 수로.

그곳에서 몇몇 붉은 눈들을 볼 수 있었다.

하나하나가 녹빛의 불길해 보이는 마력을 품고 있는 녀석들.

그걸 본 남자는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 봐도 불쾌한 녀석들이군.’

쥐의 형상을 하고 있었지만, 사람과 합쳐진 거 같은 모습의 돌연변이.

끔찍한 시궁쥐의 모습에 남자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녀석들 주인에게 데려가라. 내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찌이이이이익!”

“찌지직찌이이익!”

“찌에에에에에에!”

포효를 내지르며 불만 가득하다는 듯 분개하는 녀석들.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녀석들이다.

남자는 인상을 쓰며 녀석들을 처치하고 놈에게 가야 하나 고민했으나.

이런 추레한 녀석들 역시 결사대의 귀중한 전력이다.

변수를 주는 행위는 해서는 안 되는 법.

그러기에 그저 으득 이를 갈며 다시 한번 말하려 했다.

한데 그때 수로에서 묵직하게 울리는 음성.

<나에게 데려와라.>

“찌직?”

“찍!”

“찌익!”

그 목소리를 들은 돌연변이 시궁쥐 녀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안 따라오고 뭐 하냐는 듯.

불쾌하기 짝이 없다.

지고의 인내심으로 참아낸 남자는 그렇게 시궁쥐들을 따라 지하 수로 길목 건너의 녀석이 있는 쪽을 향했다.

그리고 마침내.

거대한 수로 동공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치 이곳이 둥지라도 되는 듯이 거대한 넓이의 동공.

정확히는 하수 처리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으나 이제는 시궁쥐들의 둥지가 되어버린 곳.

이곳에 둥지를 틀었으니 하수도가 잘 막힐 수밖에 없지 않겠나.

각종 오물과 쓰레기들로 가득한 이곳은 한시라도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공간이었다.

그러다 남자는 그 동공에 여왕처럼 있는 거대한 거구의 존재를 바라봤다.

‘여전하군.’

인간도 아니면서 인간의 행세를 하는 꼬라지라니.

하지만 녀석이 없으면 파이튼의 도시급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다.

물론 녀석 역시 존귀한 결사대의 인원이긴 했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는 그런 녀석을 바라봤다.

시궁쥐들의 여왕이자 신의 저주를 받은 녀석을.

<그래서 무슨 일인가? 귀염둥이.>

“후우, 시장이 우리 결사대가 있다는 걸 눈치챘다.”

<호오? 그건 좀 큰일이 맞군.>

“너와 나를 제외하면 다른 결사대 인원은 없는 게 다행이긴 하다만, 솔직히 말해 내일 있을 탐사 인원들을 주의해야 할 거다.”

<흐음? 고작해야 이방인들 아니던가. 한데 무슨 주의를 해야 하는 거지?>

시궁쥐 여왕은 진심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

하긴 그 역시 그렇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테라 교단이 껴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테라 교단은 그저 룬 제국의 국교라는 위치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테라 교단은 대륙의 역사와 함께 성장한 교단 중 하나다.

테라 교단은 3신이라 불리는 존재 중 하나인 태양의 신 테라를 모시는 교단.

결코 만만하게 볼 단체가 아니었다.

“이방인들 중 테라 교단의 높은 위치에 있는 녀석이 있더군.”

<호옹? 그 이방인이 시장에게 알렸다?>

“이야기가 빨라서 다행이군.”

오랜만에 대화가 통하다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이상은 위험하다.

“그럼 네게도 알렸으니 나는 이만 가마.”

<보고는 올렸나?>

그 말에 그가 흠칫 몸을 떨었다.

설마?

“……아니, 올리지 않았다.”

<이런, 이런. 정보원이 이리도 거짓말을 못 해서야. 모든 보고는 이미 올렸구나. 나에게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말이야?>

“…….”

<쿄쿄쿄쿄쿄쿄!>

정곡을 찔리기라도 한 듯 가만히 있는 그를 보며 여왕이 미친 듯이 웃어재꼈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더니.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이를 갈면서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하얗게 질린 두 주먹 사이로 흘러나오는 피.

하지만 이내 모든 힘을 풀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얼굴로 시궁쥐들의 여왕을 보며 말했다.

“…좋다, 결코 실패하지 마라.”

<하앙, 물론이지~ 우리 귀염둥이를 먹고 났는데도 실패할 리가 있으면 쓰나~>

교태가 가득한 목소리.

남자는 질끈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이 모든 것은 결사대를 위한 것이라고.

눈을 감고 있었음에도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공포는 없었다.

자신은 결사대를 위한 거름으로 쓰이는 것이니.

콰직!

그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모습은 거대한 존재에게 삼켜지고 말았다.

아주 끔찍한 소리가 동공 내부에 가득 차 울려 퍼졌다.

콰득! 콰득! 콰득!

<흐으으응! 역시 우리 귀염둥이 맛이 환상적이야! 이로써 거의 완성이 되어가는구나!>

시궁쥐의 여왕은 그렇게 외치며 두 팔을 벌려 외쳤다.

<우리 아이들아! 이 도시를 집어삼켜 제물로 바칠 준비를 하거라! 곧 우리가 지상으로 올라간다!>

자신의 동료를 그대로 씹어 삼킨 것만큼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

두 눈마저 붉게 빛나지만, 그 동공이 흐릿했다.

광인의 눈마냥 흐릿한 두 눈.

이윽고 거대하고 추레한 시궁쥐의 거대한 모습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자를 먹은 뒤여서 그럴까.

인간의 형상으로 점차 변해갔다.

중간중간 옷을 입은 거처럼 시궁쥐의 털이 모두 사라지진 않았지만.

거의 완벽한 인간의 형상이었다.

머리 역시 그랬다.

마침내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으로 변한 여왕.

마치 수인의 모습과도 같았다.

<아하하하하! 드디어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거의 모두 완벽하게 돌아왔다! 이제는 우리를 이렇게 만든 신들에게 복수할 차례다!>

광기에 사로잡힌 모습으로 외치는 그 말엔.

불길한 음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 * *

시장 저택에서 나온 현성은 보상이 늘어났다는 메시지를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설마 탐문의 결과가 이렇게 나올 줄이야.

큰 기대도 안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나왔다.

뜻하지 않은 이득은 항상 신이 나는 법.

현성은 그렇게 리베우스를 두고 간 하수구로 돌아갔다.

이제 파룬 시장에게도 알리고 나왔으니.

하수구 내부로 진입해도 되지 않을까.

‘상관은 없겠지.’

내일 퀘스트에서 활약하는 거보다 홀로 쳐들어가는 것도 나쁘진 않으니까.

그러던 그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퀘스트, 【자유도시 파이튼의 지하 수로】의 등급이 B에서 A++로 변경됩니다.]

이게 무슨 메시지지?

갑자기 퀘스트 등급이 올랐다.

현성은 그 등급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A+등급도 아니고 +가 하나 더 붙은 등급이라고?

그렇다는 건 레서 드레이크 때보다도 더 높다는 거 아닌가.

심지어 그건 현성 혼자 돌았을 때 있었던 일이다.

한데 이건 단체로 움직이는 일 아닌가.

그런데도 A++등급으로 변경된 거다.

현성은 그 메시지를 보면서 생각했다.

‘나…… 때문이겠지?’

사실상 무조건이다.

현성이 나서고 나서 갑작스럽게 퀘스트 등급이 변경되었는데 어떻게 연관이 없겠다 할 수 있겠나.

그러면 양심이 없는 거지.

이거 큰일 난 건가?

현성이 그렇게 하수구 근처에서 멀뚱히 서 있을 때였다.

리베우스가 현성을 발견하고 달려온 게.

“주인님! 하수구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마력이 더 강해졌습니다요!”

“아, 그래?”

“심상치 않습니다요.”

리베우스가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상승 폭이 상당히 크다는 건데.

현성은 그걸 들으며 조금 고민했다.

이를 어쩌면 좋나 싶어서.

이대로 하수구로 향할까 했는데 이번에는 메신저가 울리기 시작했다.

비네샤인가 했는데 아니었다.

[티미: 현성 님! 죄송합니다만, 지금 파룬 시장이 호출을 해왔습니다! 긴급으로 퀘스트가 내일이 아닌 오늘로 변경된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등급이 변경된 게 원인인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시장 저택으로 1시간 내로 집합해 달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혹시 지금 가능하실까요?]

글자에서부터 긴급함이 느껴지는 메시지.

현성은 그걸 보며 눈을 꽉 감았다.

하기야 이러는 것도 당연하지.

현성은 그렇게 눈을 질끈 감고 답장을 보냈다.

[현성: 네, 물론입니다.]

현성은 그렇게 답한 뒤 리베우스를 자신의 어깨에 올리곤 사제복을 갈아입었다.

아무 문양이 없는 사제복으로 갈아입은 후.

한숨을 쉬며 방금까지 있었던 시장 저택을 향해 갔다.

‘진짜 미안하네.’

그래도 수로로 가서 최선을 다하면 되지.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시장 저택으로 향하고 있었을 때.

문득 무언가 떠올랐다.

‘내가 오늘 기면증이 발동이 되었던가?’

기억이 좀 가물가물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현성은 그렇게 시장 저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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