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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68화 (394/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68화

21장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1)

A++등급의 퀘스트.

레벨 80대의 퀘스트 중에서 사실 상 최고 난이도였다.

여태껏 레벨 80 이하의 퀘스트 중에서 S급 퀘스트가 나온 적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등급에 비해서 진행이 너무 순조로웠다.

기사들이 몇몇 배치가 되어 최전방에서 유저들을 도와 시궁쥐들을 처치하고 있다.

수가 많긴 했지만, 빠르게 죽어 나가는 시궁쥐들.

유저들은 그런 시궁쥐들을 보면서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기사들이 있으니 든든하네!”

“괜히 기사겠어!?”

“우리 길드도 좀 알아준다지만 저 기사들은 진짜 뭐 넘볼 수가 없네.”

“게다가 우리에겐 비슈누 님도 계신다고!”

저마다 신나서 떠드는 모습을 보며 현성은 짧게 혀를 찼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나.

A++등급치고 몬스터들이 너무 약하다.

무엇보다 너무 순조롭다.

다들 사기가 오르고 있기에 말은 안 했지만, 현성은 생각했다.

이거 좀 위험하다고.

아니나 다를까 현성의 어깨 위에 있던 리베우스도 불길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깊숙한 곳에서 끔찍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예전의 그 군단을 보는 느낌도 듭니다요.”

“흐음.”

그 군단이라면, 이데아의 썩어가는 죽음 녀석들을 말하는 것이리라.

신에게 저주를 받은 존재들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라.

하지만 이 대륙에서 신들은 이미 자취를 감춘 상태 아니던가.

현성은 어쩌면 이곳이 자신의 직업 퀘스트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

사라진 신들.

그리고 그런 신들에게 저주받은 존재라.

누가 보더라도 뭔가 있어 보이지 않나.

하지만 그 난이도가 쉬워 보이진 않았다.

‘S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하기야 S였다면 정말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을 거다.

A++도 상당히 그런 감이 있었는데.

지금 대부분의 유저들이 방심하고 있는 터라.

현성은 자신이라도 정신을 차리자고 생각했다.

통솔권이 현성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알려봐야 효과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굳이 지금 좋은 사기를 어그러뜨릴 필요는 없었으니까.

보통 이렇게 몬스터들이 시시하게 끝난다면 결론은 하나다.

보스.

‘보스가 엄청나겠네.’

상상만으로 끔찍하다.

몬스터들이 고작 이 정도면 A++등급이라는 모든 비율이 보스에게 치중되어 있다는 뜻이니까.

그때가 되면 현성이 직접 나서야 할지도 모르겠다.

퍼시벌처럼 직접 전투를 하진 않더라도 리베우스를 앞세워서 버프로 도와준다면.

충분히 클리어 가능성이 있으리라.

현성도 리베우스의 악마의 현상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숨겨둔 한 수가 있지 않나.

7대 주선 스킬이 7대 대죄 스킬로 바뀐다.

이 7대 대죄 스킬이 어떨지.

현성도 궁금했다.

‘기대가 되네.’

다른 유저들이 전부 방심해도 자신만 정신 차리면 된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긴 했다.

현성이라면 어느 정도 혼자 해낼 수 있을 테니.

지금은 그때를 위해 힘을 비축해 놓자.

버프도 필요 없이 다들 시궁쥐들을 처치하고 있었으니.

마력과 신성력을 한참 아낄 수 있었다.

그렇게 종횡무진으로 빠르게 지하 수로를 잠재우고 있었다.

그러다.

“여기 뭔가 있습니다!”

“흐음! 이건?”

현성이 표시를 해둔 하수구가 있던 자리.

그곳에 거대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무언가가 있었다.

영지의 마법사가 나섰음에도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일단 위험하다 판단한 후 기사 몇이 남기로 하고, 계속해서 지하 수로를 정리해 갔다.

빠르게 정리되는 시궁쥐들.

그러다 총 8개의 금속 구조물을 또 발견하고 기사들에게 지키게 했다.

마지막으로.

“여기가 끝인가?”

“예, 그렇습니다.”

“가장 큰 곳이구나.”

“이곳에 둥지를 튼 모양이네.”

“여기가 보스 방이군.”

기사들과 유저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지하 수로의 하수 처리장.

지하 수로의 중심에 있고,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공동.

이곳만 정리하면 이제 지하 수로는 모두 정리가 된다.

현성은 그걸 보며 나름 긴장했다.

여태껏 너무 쉬웠기에.

도대체 얼마나 강하면 여태까지가 너무 쉬웠을까.

그것도 기사들을 대동하고도 A++등급 아니던가.

만약 대동을 안 했더라면?

‘S급이었을 수도 있겠네.’

S급은 모르지만, 최소 S-등급까지는 올랐으리라.

추측이 아니다. 현성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도 느껴지는 저 불길한 검은 오라.

다른 유저들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현성에겐 신의 권위로 인해 보이는 이펙트에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쩌면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보다도 훨씬 어려울 수 있다.

그때도 컨트롤 적응이 안 돼서 어려운 감이 있었는데, 그보다도 훨씬 더하다.

심지어 전투직도 아니지 않나.

‘어느 정도 힘을 써도 되긴 하지만….’

이전 골렘 파괴 영상 때문에 비슈누도 일반 사제는 아닐 거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하기야 그만한 파괴력을 보여줬으니.

정확한 추측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보여주는 건 또 다른 일이니.

최후의 보루로 남겨두는 게 좋다.

무엇보다 비슈누는 사제 컨셉으로 나가기로 했는데 그럼 성기사인 퍼시벌과 나눈 이유가 없지 않나.

최대한 컨셉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재미있게 게임을 하는 법이다.

애초에 즐기기 위해 로스트 이데아를 시작한 거 아니던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최후까지 자신은 전투로 나서지 말자고.

다짐을 한 순간 선두에 서 있던 기사단장이 외쳤다.

“문을 열겠소!”

드디어 보스가 등장하는구나.

다들 저마다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기사 단장이 문을 열자 전체 메시지가 떠올랐다.

너무나도 불길해 보이는 검붉은 메시지가.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와 조우합니다.]

[신을 부정하는 사특한 존재가 당신들을 주시합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능력치가 20% 감소합니다.]

말도 안 되는 메시지.

그 후 깊숙한 곳에서 불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쿄쿄쿄쿄쿄쿄! 드디어 왔구나! 나의 사랑스러운 먹이들이!>

너무도 강력한 피어.

다들 순간적으로 상태이상에 잠깐 걸렸다 풀려났다.

압도적인 격차이지 않나.

이곳까지 오면서 올랐던 사기가 모두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과연 이걸 이길 수 있을까?

모두가 패닉 상태에 빠져 있을 그때.

현성이 외쳤다.

“블래싱.”

기사단 여럿이 빠져 200에 가까운 숫자였다. 이제는 고작 50밖에 남지 않은 인원을 모두 감싸는 따스한 빛.

그리고 하늘에서 천상의 노랫소리가 퍼지며 나팔을 부는 아기 천사들이 그들에게 축복을 내린다.

성스러운 깃털이 흩날리며 따스한 빛이 모두를 축복하였다.

축복을 받은 이들은 모두 같은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축복을 받았습니다.]

[500초 동안 축복이 지속됩니다.]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축복이 유지되는 동안 자연 회복이 +50% 상승합니다.]

[모든 공격에 신성 속성이 부여됩니다.]

말도 안 되는 버프 효과.

다들 그걸 보자마자 뒤를 돌아봤다.

현성은 자신을 돌아보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뭣들 하는 겁니까! 집중하십쇼!”

“아!”

“전부 돌격!”

“비슈누 님 버프 받고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대박이다!”

“가즈아!”

사기가 다시 오른 상태로 돌격하는 그들.

그런 그들을 짜증 난다는 듯 노려보며 느긋하게 걸어 나오는 여성 하나.

아니, 정확히는 여성의 형상을 한, 쥐와 섞인 수인처럼 보이는 존재였다.

저자가 바로 시궁쥐들의 여왕.

다들 그렇게 생각하며 돌격하고 있던 그때.

시궁쥐의 여왕이 입을 열었다.

<역겹고도, 더러운 신의 하수인이 왔구나.>

아까처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표독스럽고 독기가 가득한 목소리.

저주가 가득 담긴 음성이었다.

현성은 그렇게 줄리아와 눈이 마주쳤을 때.

피식 미소를 지었다.

[신의 권위로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의 모든 영향에서 벗어납니다.]

[성혈이 들끓습니다.]

[성체가 꿈틀거립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두 스킬도 발작하고 있었다.

빨리 저 사특한 것을 정화하라는 듯.

덕분에 신성력이 일순간 높아지는 펌핑 효과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스킬을 쓴다면.

최고겠군.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신성력을 담은 홀리 애로우를 발사했다.

원래 MP를 사용해 발사하던 홀리 애로우와는 달랐다.

모션부터가 차이 났다.

빛이 일순간 모이더니 성스럽게 빛나는 화살이 만들어지고 그대로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에게 쏘아진다.

─────────!

너무나도 빠른 화살.

라이트 애로우보다도 훨씬 빨랐다.

위력도 남달랐다.

휘우우우우우우!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어도 화살이 아닌 창살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 위력!

시궁쥐 여왕 줄리아에게 쇄도하던 그 성스러운 화살은, 줄리아가 인상을 쓰며 손으로 파리를 쫓듯 휘젓자 가볍게 튕겨 나갔다.

콰────앙!

튕겨 나간 화살이 벽면에 충돌하자 상당히 크게 벽면이 허물어질 정도의 위력.

줄리아는 화살을 가볍게 걷어치운 거다.

그걸 보고 모두가 느꼈다.

이거 정말 어려운 싸움이 되겠노라고.

설마 자신들이 있어도 소용없는 거 아닐까.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든 순간.

줄리아가 움직였다.

팟──────

너무나도 빨랐다.

보기는 했지만, 반응할 수 없었다.

대부분 그 속도조차 볼 수도 없었던 속도.

그 끝에 있는 건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죽어라! 신의 종자여!>

줄리아가 빠르게 달려들어 현성을 죽이기 위해 손톱을 세웠으나.

안타깝게도 거대한 방패에 가로막힐 수밖에 없었다.

까드드드득!

“크헉!”

어떻게든 막기 위해 기사단장이 나섰으나.

방패가 우그러지며 그대로 튕겨 나간다.

그 충격으로 바닥을 한 번 튕기고, 쏘아지는 힘이 줄지 않아 기사단장이 벽에 처박히고 말았다.

쿠웅!

“끄어어억.”

고작 일격에 리타이어가 된 기사 단장.

현성은 그런 기사 단장을 보곤 각종 힐을 넣어주며 뒤로 물러났다.

빠르게 뒤로 물러나는 모습에 줄리아가 독기 가득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외쳤다.

<부패의 사안!>

쩌저저저저적!

줄리아가 스킬을 외치자 그녀가 바라본 모든 곳이 썩어들기 시작했다.

그 끝에 있던 현성도 그대로 그 사안에 노출되고 말았다.

퍼엉!

폭발과 함께 밀려난 현성.

현성은 부패의 사안에 맞기 직전 허공에 신성 방패를 소환하여 그걸 막아냈다.

다만 폭발의 영향으로 뒤로 밀려나 타격을 입은 것처럼 보일 뿐.

이제 일어나서 응수하면 그만이다.

현성이 그렇게 일어나서 전투를 마저 하려던 순간.

그에게만 보이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 됩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캐릭터를 조종하실 수 없습니다.]

“아.”

하필 이럴 때 기면증이라니.

현성이 절망하고 있을 때, 소란스러워진 장내를 순식간에 잠재우는 소리.

“쉬잇.”

어느새 커진 리베우스가 검지를 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주인님께서 주무십니다요. 다들 정숙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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