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69화
21장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2)
단 일격에 리타이어된 기사단장.
순식간에 장내가 싸늘하게 식어들어 갔다.
이 중 가장 강한 이가 누가 있냐 한다면 가장 으뜸에 오를 인물이 아니던가.
기사단장이란 그런 위치이므로.
한데 그런 기사단장이 고작 일격에 나가떨어져 리타이어 되었다.
비슈누가 그 순간 나서 기사단장을 향해 힐을 시전했다.
금세 회복해 정신을 차리는 기사단장.
사람들은 그걸 보며 생각했다.
이거다!
아무리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가 강하다 한들 자신들에게는 비슈누가 있다고!
그러니 승리할 수 있다.
“가자!”
“잡아버리자!”
“죽여!”
다들 나서서 줄리아를 공격하려 했다.
절대 비슈누에게 다가서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심정으로 달려들었다.
한데 그 찰나의 순간이었다.
<부패의 사안!>
줄리아의 스킬 발동.
시야에 닿는 모든 것을 썩게 만들고 이윽고 폭발하게 만드는 지독한 스킬.
거기에 비슈누가 닿고 말았다.
퍼엉!
폭발음과 함께 비슈누가 갑작스럽게 튕겨 나갔다.
아무리 그래도 일격에 비슈누가 당하진 않겠지.
사람들은 그렇게 믿었다.
곧장 일어날 것이라고.
한데, 비슈누는 쓰러진 채 그대로 있었다.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비, 비슈누 님?”
“다, 당한 거야?”
“죽었어?”
“아, 아니야. 로그아웃이 안 되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시니까 죽은 건 아니야!”
“다른 힐러! 빨리 비슈누 님을!”
“어서!”
다들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게 패닉에 휩싸이는 건 당연했다.
여태껏 비슈누 말고는 아무도 줄리아에게 반응조차 못 하지 않았나.
그나마 기사단장이 있는데 그마저도 일격에 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지금은 비슈누의 힐을 받고 회복되었다지만.
언제 또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이걸 실패하나?
모두의 머릿속을 지배한 그 생각.
패배를 생각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그 상황.
누군가 그 장내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쉬잇.”
비슈누의 인간형 펫.
게다가 또 언제 커진 건지 사람만 해진 모습으로 검지를 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곤 말한다.
“주인님께서 주무십니다요. 다들 정숙해 주시길.”
기사단과 유저들, 그리고 심지어 줄리아마저도 그 순간 압도되어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순간 느껴지는 그 기백은.
그 누구도 입도 뻥끗할 수 없을 정도였다.
위압감.
줄리아는 그것을 느끼고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그리고 느낄 수 있었다.
리베우스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걸.
<‘만만치 않다.’>
그 순간 리베우스는 싱긋 웃으며 두 손을 펼쳤다.
집사와도 같은 그 모습으로, 정중하게 한쪽 팔을 접으며 허리를 숙이는 인사.
리베우스는 그렇게 인사를 건넨 뒤 줄리아를 보며 말했다.
“주인님의 제1의 사도, 저 리베우스가 진정한 모습으로 상대해 드리겠습니다요.”
그 말과 함께 리베우스의 머리가 흑발에서 금발로 변해갔다.
신비로운 흑발과는 다르게 왜인지 모르게 위협적이고 강압적으로 보이는 금발 모습의 리베우스는 싱긋 웃었다.
저게 진정한 모습이라는 건가.
위협적으로 보이는 기운과 언뜻 보면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검은 기운이 넘실거린다.
“진정한 죽음을 선사해 드리지요.”
팟.
먼저 리베우스가 움직였다.
줄리아는 그런 리베우스를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생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
줄리아는 알 리가 없겠지만, 리베우스는 근면의 레벨이 올라 비슈누, 그러니까 현성의 능력치 90%까지 힘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해 현성의 모든 버프를 받은 퍼시벌과 별반 다르지 않은 능력치라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리베우스는 이미 현성의 블래싱도 받지 않았던가.
포탄처럼 쏘아진 리베우스를 보며 줄리아는 팔을 들어 올렸다.
그 위를 강타하는 리베우스의 흰 장갑을 낀 주먹.
콰앙!
<크흑.>
고통에 찬 목소리로 뒤로 밀려난다.
하지만 그리 많이 밀려나진 않았다.
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속도 자체에서는 리베우스가 조금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줄리아가 피하지 못하고 막았으니.
리베우스는 그런 줄리아를 보며 생각했다.
‘흐음, 아직 전력이 아닌 모양이군요.’
곤란하다는 생각을 하며 리베우스는 슬쩍 현성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주인님답게 갑자기 잠든 모습.
어떻게든 저 모습을 유지하게 하는 게 충실한 종의 역할이지 않겠나.
리베우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한번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줄리아의 앞에 나타난 순간.
근면이 유지된 상태로 스킬을 사용했다.
“분노.”
7대 대죄 스킬.
분노.
리베우스가 스킬을 발동하자 온몸을 불태울 듯한 검은 불꽃이 리베우스를 감싸기 시작했다.
잠깐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훨씬 강해졌다.’>
줄리아는 그걸 느끼며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추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건만.
이대로 가다가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
그녀에게는 아직 일이 남아 있지 않나.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증오스러운 신들에게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게 생각하면 줄리아는 이 추한 모습을 드러내도 상관없다 생각했다.
당장 저 신의 사자를 찢어 죽여야겠다.
콰드득, 콰드드드득!
리베우스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걸 보던 줄리아는 뒤로 밀려나며 점차 그 덩치가 불어나기 시작했다.
점점 커지는 골격과 덩치.
이제는 도무지 인간형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시궁쥐와 흡사해진 모습이었다.
<죽어!>
“호오?”
그렇게 거대해진 시궁쥐의 여왕 줄리아의 주먹과 리베우스의 흰 장갑을 낀 주먹이 맞부딪혔다.
콰────────앙!
분명 허공에서 충돌했건만.
그 충격이 지면까지 전달되어 순식간에 지하 수로 전체가 뒤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리베우스와 줄리아 모두 뒤로 밀려나며 서로를 바라봤다.
밀려난 거리는 엇비슷했다.
리베우스는 터져 나간 자신의 소매와 장갑을 바라봤다.
오른쪽 어깨까지 집사복의 소매가 터져 나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확실히 강력한 위력이었다.
저릿한 주먹을 느끼며 리베우스는 싱긋 웃었다.
‘쉽지 않겠군요.’
그리고 그 생각을 하는 건 리베우스만이 아니었다.
줄리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어려운 싸움이 되겠어.’>
전력을 다해 조금이라도 실수가 있으면 밀리는 거다.
둘 다 그렇게 판단하고 빠르게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든 서로 죽이려 들면서 고작 1초가 넘는 순간 서로에게 주먹을 빠르게 갈겼다.
슈슈슈슈슈슈슈슈슉!
순식간에 오가는 무수히 많은 주먹들.
리베우스와 줄리아는 서로 주먹들을 막고 피하면서 빠르게 반격에 나섰다.
더 빨리!
좀 더 빠르게!
더!
리베우스가 그렇게 속도를 더 높이자.
줄리아는 조금 힘에 부치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콰득!
<커헉!>
“드디어 한 방 먹었군요.”
싱긋 웃으며 다시 반격을 해오는 리베우스를 보던 줄리아는 고통을 채 추스르지도 못하고 반격을 넣었다.
밀리겠다 싶었는지 줄리아는 순간순간 스킬을 사용했다.
처음에는 현성을 쓰러뜨린 스킬.
<부패의 사안!>
그러나 리베우스도 역시 스킬을 쓰는 건 마찬가지였다.
순간 모든 걸 부패하게 만들어 폭발을 일으키는 사안.
리베우스는 그걸 보며 외쳤다.
“탐욕.”
리베우스의 외침에 허공에 블랙홀 같은 검은 구멍이 생겨났다.
검은 구멍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겠다는 듯 부패의 사안과 함께 줄리아 역시 빨아들였다.
쉬우우우우우우우우!
너무나도 강력한 인력.
정말 블랙홀이라도 되기라도 한단 말인가.
<크흐윽!>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줄리아가 바닥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역병의 파동!>
순식간에 모든 것을 병들게 하는 파동이 쏘아지자 바닥이 허물어지고 그 파동을 블랙홀이 흡수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사그라지는 블랙홀.
역병의 파동 효과로 블랙홀의 수명을 줄여버린 거다.
금방 사라진 탐욕의 블랙홀을 보며 리베우스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쩝. 아쉽군요.”
<가만 안 두겠다!>
“이러지 않았어도 그랬을 예정 아니셨나요?”
약 올리듯 말하는 리베우스에게 줄리아가 빠르게 달려들었다.
스킬까지 사용하니 확실하게 줄리아가 밀리기 시작했다.
서로 공격을 빠르게 오가며 줄리아 역시 리베우스를 타격하긴 했다.
하지만 모두 큰 의미가 없는 공격이거나 미미한 데미지.
서로 상처는 늘어갔으나 줄리아가 훨씬 타격이 컸다.
<끄어어어!>
상당한 피해를 입은 줄리아.
리베우스는 그런 줄리아를 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저도 아직 수련 부족입니다요. 이런 모습 타나나 라이에게 보이면 부끄럽겠군요.”
리베우스가 그렇게 말하며 어떻게든 끝을 내려던 순간이었다.
“가자!”
“우리도 돕자고!”
“끝나간다!”
유저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리베우스는 순간 당황했다.
여태 낄 수 없어서 덤비지 못한 유저들 아니었던가.
근데 갑자기 이렇게 달려든다니.
변수가 작용할 공산이 크다.
리베우스는 그걸 깨닫고 빠르게 외쳤다.
“오지 마시지요!”
그렇게 외쳤으나 이미 늦었다.
줄리아는 비릿하게 웃었다.
<쿄쿄쿄쿄쿄! 여기서 나를 살리는구나! 사랑스러운 먹잇감들아!>
그 외침에 리베우스가 빠르게 반응해 줄리아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줄리아가 외쳤다.
<역병의 파동!>
콰아아아앙!
주변을 밀어내는 거대한 역병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리베우스 역시 피할 순 없었다.
“크흑!”
파동에 의해 뒤로 물러나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줄리아는 유저 몇을 쥐고 입에 가져가 물어뜯었다.
그러자.
뿌득! 뿌드드득!
리베우스가 겨우 만들어놓은 상처들이 금세 회복되기 시작했다.
페이즈 2.
회복하는 모습만 보였던 것이냐?
아니었다.
아까보다도 더 커진 덩치.
더 강력해진 모습에 리베우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 강해졌군요.’
하지만 자신 역시 최선을 다하지 않았던가.
리베우스는 다시 힘을 내자고 생각하며 또 다른 7대 대죄 스킬을 사용했다.
“질투.”
스킬 사용과 함께 주륵 흐르는 선혈.
역시 한 번에 3개 이상의 7대 대죄 스킬을 쓰는 건 위험하건만.
어쩔 수 없었다.
강해진 줄리아를 막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
리베우스가 그렇게 자신을 강화할 그때.
<쿄쿄쿄쿄! 나를 막아보거라!>
줄리아는 있는 힘껏 뛰었다.
쏜살, 아니, 포탄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줄리아.
리베우스가 막으려 뒤따랐지만, 조금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그때.
줄리아가 향하는 위치를 바라보고 피식 웃었다.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군요.”
리베우스는 피식 웃으면서 스킬을 사용했다.
7대 대죄 스킬이 아닌.
자신의 주인께 바칠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성자의 빛.”
리베우스의 말을 들은 줄리아는 그걸 듣고 미친 듯이 웃었다.
<쿄쿄쿄쿄! 이미 늦었다! 네 주인을 죽이면 네놈도 사라지고! 우리의 계획이 완성된다!>
줄리아가 외쳤지만 순간 빛이 화악 뿜어졌다.
리베우스의 스킬인 성자의 빛.
<크흣!>
사특한 모든 것을 정화하는 성자의 빛 탓에 줄리아는 그 자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자신이라도 더 나아가면 저 빛에 정화되어 힘이 약해질 수 있었기에.
하지만 그렇다 한들 리베우스가 자신을 막을 순 없으리라.
이제 정말 코앞까지 왔으니.
스킬을 사용해 죽인다.
줄리아는 그렇게 생각하며 스킬을 외쳤다.
<파멸의 사안!>
콰직!
<크흑.>
눈 하나를 바치고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파멸시키는 최강의 사안!
이거까지는 쓰지 않으려 했으나 리베우스의 주인인 현성을 죽이려면 가장 강력한 스킬을 써야만 했다.
하지만 그 파멸의 사안은 무언가에 닿자 바로 소멸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나타난 성스러운 빛.
그리고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두 눈을 감은 채 성경책을 쥐고 있는 현성.
아니, 비슈누였다.
[타나노스의 몽유병이 발동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