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73화 (399/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73화

22장 거대한 파도(3)

“하하하, 현성 군. 언제든지 놀러 오시게.”

“아, 물론이죠. 아버님.”

“우리 예린이도 잘 부탁하겠네.”

마지막에 그렇게 악수를 나누고서야 현성은 회사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정말 의외의 자리이긴 했다.

설마 장인어른이 될 분이 팬이라고 하니.

얼마나 당황했겠나.

게다가 재벌이라 돈 봉투니, 헤어지라니 묘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예린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으니.

하긴 차정민 회장의 입장에서 현성이 어떻게 밉게 보이겠는가.

판시아를 런칭할 수 있게 해준 1등 공신이지 않나.

이데아를 어떻게든 종료하게 만든 사람이니.

사업에 있어서 현성보다도 공로를 세운 사람이 없었다.

“휴우.”

그게 현성에겐 참으로 다행이었지만.

사실 딸 가진 아버지들의 유난은 누구나 아는 바 아닌가.

당장 현성도 딸이 생긴다는 생각을 하면 그런데 실제 딸을 가진 분들은 어떻겠는가.

그 생각으로 잔뜩 긴장했는데 참 다행이다.

팬이라고 정말 좋아해 주시는 모습이 참 다행이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모습에서 저렇게 좋아해 주시니.

‘다행이다.’

진짜 큰 산을 넘긴 기분이었다.

별일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참.

사람 일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니까.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다름 아닌 예린이었다.

‘걱정되서 전화했나 보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괜찮아요? 아빠가 이상한 말 하지 않았어요?

“응, 오히려 너무 좋아해 주셔서 얼떨떨했어.”

-진짜죠? 저 안심시키려고 하는 빈말이나 거짓말 아니고?

“응, 아니야.”

-하아, 진짜 다행이다.

현성의 확답에 예린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심할 수 있었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아버지가 반대하면 예린의 입장에서도 곤란할 테니까.

게다가 남자끼리 이야기하겠다고 예린도 못 끼게 했으니.

사실 그게 팬으로서 만나고 싶어서 그랬다는 걸 알면 어떤 표정일지.

물론 얘기는 하지 않을 거다.

예린이 주책이라며 뭐라 할까 봐 현성에게도 비밀로 해달라 했으니.

“하하, 진짜 별일 없었어.”

-그러면 다행이에요, 진짜. 그래도 잘해주셨다니까 아빠가 오빠 마음에 들었나 보네요.

“응, 아마 그러신 거 같아. 계속 표정도 좋으셨고, 예린이 너도 잘 부탁한다고 하셨으니까.”

-그렇게까지 말하셨다면 다행이네요.

안도하는 예린을 더 달래주며 현성은 웃었다.

그리고 뜻밖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오빠 퍼시벌하고, 비슈누 둘 다 오빠예요?

“으응? 어, 어떻게 알았어?”

컨트롤이야 티가 나니 퍼시벌은 알 수도 있겠다 했는데 비슈누까지 들킬 줄은 몰랐다.

이미 예린이야 현성이 로스트 이데아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알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만약 티가 나는 거면 좀 곤란하다.

하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현성의 우려와는 달리 그런 건 아닌 모양.

-아,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아무리 봐도 저만한 컨트롤이 갑자기 둘이나 나타나는 건 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서요.

“하긴 그렇긴 한가?”

-그래도 판시아 이후로 아수라를 뛰어넘는 컨트롤이 없다고 하던 것과는 달리 로스트 이데아에서는 거기에 비교되는 컨트롤을 가진 사람들은 꽤 많이 나타났어요!

“아 그래?”

-네! 비네샤라든가 랭킹 2위인 블랙, 그리고 랭킹 1위인 데우스는 진짜 오빠랑 많이 비교되긴 해요. 그래도 오빠보다는 못하다는 의견이 많긴 하지만. 그 외에도 루키 중에서도 상당한 실력자들이 제법 많이 있죠.

“오호?”

예린의 말에 현성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거 이렇게 들으니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많겠는걸?

당연하지만 예린도 그걸 예상하고 말해준 거였다.

-얘기해 주면 오빠가 좋아할 줄 알았어요.

“응, 비네샤는 직접 보긴 했는데 컨트롤은 보지 못해서.”

-어? 왜요?

갑자기 살짝 싸늘해지는 예린의 목소리에 현성은 피식 웃었다.

은근 질투하는 게 귀여웠다.

현성은 그런 예린의 목소리를 듣곤 장난기가 발동했다.

“흐음, 뭐 별일은 없었어.”

-뭐예요? 수상한데. 어쩌다 만나게 된 거예요? 오빠 정체 숨긴다고 다른 길드랑 안 만나고 다니는 거 아니었어요?

“하하, 아니, 어쩌다 보니 내 위치를 들켰지.”

-그래서요?

“당연히 길드에는 안 들어가고 용병으로 몇 번 뛰어주기로 했는데 대신 스킬북을 받기로 했어.”

-진짜 별일 없는 거죠?

“그럼, 우리 예린이 두고 내가 별일이라도 있을까 봐?”

진짜 삐질까 봐 바로 이야기해 줬다.

그 외에도 어쩌다 보니 비슈누와 퍼시벌이 동일인물이라는 걸 들킬 뻔한 썰과 어떻게 무마했는지도 알려주니 예린도 그제야 진정했다.

-어쨌든 다행이네요. 비네샤가 상당히 수완가라 오빠가 넘어가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에이, 설마 내가 넘어가겠어?”

-헤헤, 당연 아니죠. 그러면 저도 일하러 다시 가볼게요. 다음 주에 봬요!

그렇게 통화를 마무리하고 현성은 피식 웃었다.

예린이 질투라.

정말 의외의 모습을 봤다며 피식 웃고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들어가면 비네샤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

아무래도 다음 목표가 없으니 그쪽을 통해 이용하는 게 좋으니까.

한데 비네샤 역시 양반은 못 되는 듯싶었다.

현성은 휴대폰에 설치된 로스트 이데아 메신저가 울린 걸 보고 피식 웃었다.

비네샤였다.

[비네샤: 혹시 용병으로 고용할 수 있을까요? 내일이나 모레요! 아니면 이번 주 중으로도 괜찮아용! 의뢰비는 충분히 챙겼답니다!]

과연 무슨 의뢰일지.

기대가 된다는 듯 현성은 피식 웃으며 답장을 보냈다.

[퍼시벌: 내일 의뢰비를 보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런데.

비네샤도 예상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비네샤: 아! 혹시 비슈누 님과 퍼시벌 님을 동시에 의뢰할 수 있을까요? 참고로 의뢰비는 이겁니다! 『하늘의 분노(전설)』]

무려 전설 스킬.

그것도 사제 전용 공격 스킬이다.

저걸 어디서 어떻게 구했는지도 궁금한데.

저걸로 용병을 구한다?

현성은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인가 보다.

또 큰 게 올 거 같은 기분이었다.

‘쉽지 않겠네.’

* * *

12 길드 중 수장이라 불리는 발할라 길드.

그곳의 수장, 비네샤는 얼마 전에 귀하게 얻은 스킬을 보며 미소가 만개하고 있었다.

이걸로 충분히 퍼시벌과 비슈누 둘 다 고용할 수 있다.

못해도 둘을 동시에 5회 정도는 용병으로 영입할 수 있으리라.

무조건이다.

‘이건 기회야!’

사실 전설 스킬 스킬북이 좀 아깝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장 발할라에서 저 스킬을 익힐 수 있는 사제가 없었다.

사용 조건 자체가 전설 등급 사제계열 직업만 쓸 수 있었다.

하지만 발할라에 전설 등급 사제계열이 없었다.

그렇다고 팔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나.

하지만 퍼시벌과 비슈누를 고용할 수 있다면?

그것도 둘 다 각각 5회씩?

이윤을 충분히 남기고도 남을 횟수였다.

가장 핫한 저 둘을 섭외한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흠! 만족스럽군!”

또 컨셉에 맞춰 소리를 지르는 비네샤를 보며 다들 고개를 저었다.

귀엽긴 했지만, 저런 컨셉은 자제해줬으면 좋겠건만.

아무튼 그런 비네샤를 보며 몇몇 길드원이 다가와 물었다.

“진짜 용병으로 그 둘을 쓰실 생각이십니까?”

“흐므! 물론이다! 그 둘이야말로 제격인 자들이 없어!”

“크흠.”

길드원.

아니, 정확히는 로스트 이데아 랭킹 15위, 하늘의 마녀라 불리는 루시아는 걱정이라는 듯 비네샤를 봤다.

부 길드장인 그녀가 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긴 했지만.

그래도 비네샤보다 많진 않았다.

생각 이상으로 비네샤가 길드에 힘을 쏟는 부분이 많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랭킹은 진작 8위가 아닌 3위 안에 들었을 거라는 말도 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비네샤가 하나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루키들이 불만이 많던데.’

레벨 100 이하의 1군들.

흔히 루키라 부르는 이들.

길드의 미래라 불리기도 하는 이들이지 않나.

지금 그들이 상당히 뿔나 있는 상태였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당장 루키인 자신들을 키워도 모자랄 판에 다른 곳에 시선을 쏟고 있는 비네샤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다.

하지만 어쩌겠나.

그래봐야 비네샤가 길드장이고 가장 실력이 좋은 것을.

무엇보다 은근히 비슈누와 퍼시벌보다 자신들이 뛰어나다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들이었어도 그 정도는 했으리라고.

‘불만이 나올 만도 해.’

루키들이 하는 생각들?

이해는 한다.

이미 계약한 자신들보다도 그저 용병인 외지인을 신경 쓰니.

기분이 나쁠 수 있다.

뭐 경쟁심을 일으키고 나쁘진 않긴 했다.

이 기회에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까.

12 길드나 7대 길드의 루키들 중 퍼시벌이나 비슈누를 무시하는 이들이 꽤 있긴 했다.

진짜 큰 무대에는 나온 적 없는 루저라면서.

당연하지만 발할라에서는 그런 루키는 없긴 했지만.

“흐므! 내가 모를 거라 생각하나, 루시아.”

“네, 네?”

“오만이야말로 성장에 득이 되는 법이 없다!”

“그, 그건 맞죠. 설마 그래서?”

“흐므! 무엇보다 퍼시벌 님과 비슈누 님을 영입한 것처럼 표면으로 한다면 7대 길드도 긴장을 할 수밖에 없지. 그러면 틈이 보이고 말 거다.”

“그건, 그렇죠.”

“우리는 그 틈을 노린다!”

말투는 만화 캐릭터와 같았으나.

눈빛만큼은 누구보다도 빛났다.

아주 맹렬하게 빛나는 눈을 보며 루시아는 그 카리스마에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누구보다도 소녀소녀다운 모습의 여리여리한 비네샤건만.

이럴 때 보이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도 압도적이었다.

그러기에 루시아가 그녀를 따르는 거였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이라고 하시니.

루시아도 더 말하진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사고가 터지진 않을까 걱정이 들긴 했다.

솔직히 루시아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아무리 퍼시벌이나 비슈누라고 해도 우리 애들도 만만치 않으니까.’

이건 나름의 자부심이었다.

만일 지금 루키들이 더 빠르게 성장해 1군까지 올랐다면?

이미 12 길드가 아닌 7대 길드 중 하나를 몰아내고 7대 길드에 속했을 거다.

루시아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의 루키들도 만만치 않은 이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루시아는 히죽 웃었다.

과연 어떻게 될지.

무엇보다.

“그 둘 거기에 보내려 하시는 거죠?”

“맞다!”

“S-급 던전에서 과연 그 둘이 어떻게 활약할지 기대되긴 하네요.”

S-급 던전.

결국 올 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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