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74화
22장 거대한 파도(4)
비네샤와 메신저를 주고받은 뒤 바로 다음 날.
그러니까 현성이 예린의 아버지인 차정민 회장을 만나고 다음 날이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고 나와 개운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을 처리하고 난 뒤의 개운함.
얼마 만에 이런 개운함을 느낀 건지.
현성은 그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게임 폐인이 스트레칭을 한다면 뭘 하기 위해서이겠는가.
“접속하자!”
기면증으로 애매하게 끊기지 않았던가.
어제 그렇게 기대하고 끊겼는데 빨리 들어가 봐야지.
현성은 뜸 들일 필요 없이 빠르게 캡슐 안으로 들어갔다.
접속을 하자마자 반겨주는 건 당연히 무수히 많은 메시지들이었다.
앞을 가려 시야가 쉽게 보이지 않는 메시지 창들.
그리고.
“오우! 주인님 오셨습니까요?”
“오냐.”
현성을 반겨주는 리베우스에게 현성도 인사를 하곤 다시 메시지를 살폈다.
현성은 그중 가장 먼저 뭘 처리해야 할지 고민했다.
물론 이미 정해놓은 게 있기는 했다.
원래라면 기면증 보상 먼저 받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궁금한 게 있긴 했다.
‘스토리 먼저 보자.’
직업 메인 스토리가 떴는데 어떻게 이걸 안 보고 배기겠나.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토리 메시지를 먼저 먼저 살폈다.
가장 먼저 떠올라 있는 스토리 관련 메시지는 이거였다.
[개인 스토리 시나리오에 대한 단서가 주어집니다.]
단서.
전에 이 단서를 얻었을 때는 그냥 스토리 없이 지나갔건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저거 말고도 메시지가 있었으니.
[타나노스의 스토리를 보시겠습니까?]
[잠시 시간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레이나에 대한 스토리를 엿볼 때 그러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그런 스토리가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아주 결정적인 단서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아무래도 시궁쥐 줄리아에 관한 스토리일 거 같은데.
현성이 메시지를 확인하자.
아니나 다를까 메시지가 떠올랐다.
[시궁쥐 여왕, 줄리아에 대한 스토리를 보시겠습니까?]
여기서 망설일 게 뭐가 있겠나.
현성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대답했다.
“물론!”
현성이 대답하자 메시지가 떠오르면서 어디론가 전이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레이나의 영상을 봤을 때도 이랬다.
[시궁쥐 여왕 줄리아의 이야기를 엿봅니다.]
그 메시지와 함께 어디론가 이동되는 느낌.
마치 기면증일 때 영혼 상태 때와 비슷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영화를 보듯 시야각을 어느 정도 조절해 준다는 것.
연출이 있는 모양이다.
현성은 일단 생각을 멈추고 집중했다.
무슨 단서가 지나갈지 모르니.
현성이 그렇게 집중하면서 보고 있었을 때 시궁쥐 여왕 줄리아의 인간형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니, 인간 형태라기보다 완벽한 인간인 모습.
과거에는 인간이었던 모양이다.
‘심지어 제단 같은 곳이네.’
약간 무녀와 비슷한 복장을 한 줄리아가 누군가에게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나 그녀는 아무런 응답도 아무런 반응도 없는 제단을 보며 고개를 들었다.
“부디, 부디! 풍요의 신이시여! 제 아들을 제발 가여히 여기시어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너무나도 간절하고 절절한 음성.
하지만 마찬가지로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자세히 보니 줄리아는 아주 어린 아이를 품에 안고는 제단을 향해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비단 줄리아만의 상황이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기도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쩍 곯아 뼈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절망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사람들은 절망했다.
특히.
툭.
숨이 끊어져 제 아들의 떨어지는 손을 부여잡고, 사람의 울음소리라 할 수 없는 괴성을 울부짖는 줄리아가 그랬다.
그토록 절절히 외쳤건만!
그토록 희망을 가지고 기도를 드렸건만!
그 누구도 자신들에게 희망 하나 내려주지 않았다.
“저주하리라!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썩어빠진 네놈들! 신들을 내 기필코 저주하리라! 내 영혼이 부서진다 한들!”
혼에 가득 담긴 악의를 외치는 줄리아의 뒤로 검은 로브를 쓴 몇몇의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런 줄리아를 보며 말했다.
“신들은 이미 우리를 버렸다.”
“…….”
그 말에 한때 풍요의 무녀였던 줄리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줄리아 역시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자신 역시 죽어가고 있었으나 눈빛만큼은 흉흉하게 빛내고 있는 줄리아.
검은 로브를 쓴 사람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그런 줄리아를 보며 말했다.
아니, 제안했다.
“우리와 함께 가겠나? 신이 우리를 버렸다면, 우리가 신을 만들어내면 된다.”
광기에 가득찬 눈빛.
그리고 줄리아는 그런 남자가 내민 손을 바라보고 씨익 미소를 지었다.
“이미 난 내 영혼을 팔았다. 나쁠 것 없지.”
그렇게 스토리는 끝이 났다.
정말 찝찝하고 기분 나쁜 스토리.
줄리아 역시 피해자라는 걸 깨닫자 좀 마음이 찝찝해졌다.
하지만 일단 게임이니.
그리고 오히려 좋다.
그런 줄리아의 끝을 내준 것 아닌가.
‘진짜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야겠네.’
궁금함을 떠나서 약간의 책임감까지 생겼다.
뭐라 해야 할까.
죄책감까지는 아니었지만.
신으로 인해 이리도 피해를 받는 이들이 있으니.
뭔가 게임이라고 해도 감정이 이입됐다.
현성이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떠나버린 신들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비밀 결사대에 대한 단서를 획득하셨습니다.]
[비밀 결사대의 최종 목표를 확인하셨습니다.]
[추후 직업 메인 스토리에 대한 실마리를 확보하셨습니다.]
[직업 메인 스토리의 영향으로 신의 권위로 획득하는 스킬이 보정됩니다.]
“어?”
현성은 그걸 보고 의아해했다.
스토리를 봤는데 신의 권위로 얻는 스킬이 보정된다고?
이게 무슨 말인가.
현성은 빠르게 그다음 메시지를 읽었다.
그리고 나타난 메시지는 이랬다.
[수많은 유저에게 칭송을 받아 신성력이 최대치인 50 상승합니다.]
[신성력의 총합이 350을 넘어 새로운 신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타나노스의 직업 스토리를 통해 신위에 오르는 과정을 체득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합니다.]
[신등급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새로운 신성 스킬이 신의 권위에 속하게 됩니다.]
“이게 무슨?”
생각해 보면 그렇게까지 이상할 메시지는 아니긴 했다.
현성이 이곳에 온 이유는 많은 신들이 도움을 청했기때문 아닌가.
그리고 당연히 그에 대해 단서를 얻어 신위에 오르는 과정을 체득했다는 건가.
다소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약간 이벤트 같은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더 힘들어지겠지.
현성은 그 정도로만 받아들였다.
이 이상 생각해 봐야 머리만 아픈 일이니까.
우선 비밀 결사에 대해 알았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신을 만든다니.
‘미치광이 집단이네.’
그래서 오히려 재미있어졌다.
어쩌면 신이 사라진 이유보다 이 비밀 결사를 먼저 처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 중간 보스 같은 존재겠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새로운 스킬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퀘스트 보상으로 전설 등급 스킬북과 아이템 상자를 얻었거늘.
이렇게 신등급 스킬을 얻을 줄이야.
역시 다다익선이 최고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우선 스킬을 살폈다.
과연 무슨 스킬일지.
그렇게 열어본 스킬.
현성은 멀뚱멀뚱 스킬 설명만 바라봤다.
지금 내가 뭘 본 거지? 이런 표정으로.
【성령】
《신》
『패시브』
「LvMax」
-설명: 신의 영혼은 그 어떠한 영혼보다도 고결하고, 성스럽다.
-효과1: 성혈의 효과를 강화한다.
-효과2: 성체의 효과를 강화한다.
-효과3: 신성력의 순도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진다.
-효과4: 모든 악의 천적이 된다.
성혈과 성체의 영혼 버전.
그런데 이게 뭔가.
성혈과 성체의 효과를 강화한단다.
현성은 그걸 보고 혹시나 해서 빠르게 스킬창을 열었다.
그리고 성혈과 성체를 확인했다.
【성혈】
《신》
『패시브』
「LvMax」
-설명: 신의 피는 그 어떠한 피보다도 고결하고, 성스럽다.
-효과1: 신성 스킬의 효과 100%상승.
-효과2: 신성 스킬의 쿨타임 30% 감소.
-효과3: 신성력의 순도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진다.
-효과4: 모든 악의 천적이 된다.
*성령의 효과로 강화되어 특수 효과가 개방됩니다.
-효과5: 스킬, 신언(神言) 사용가능.
-신언 사용 시 30초간 모든 신성 스킬 쿨타임 없이 사용 가능.
-쿨타임 24시간.
【성체】
《신》
『패시브』
「Lv Max」
-설명: 신의 육신은 그 어떠한 육신보다도 고결하고, 성스럽다.
-효과1: 신성력의 10%만큼 모든 능력치가 오른다.
-효과2: 마력을 대신해 신성력을 소모해 마력으로 치환할 수 있다.
-효과3: 신성력의 순도가 그 누구보다 뛰어나진다.
-효과4: 모든 악의 천적이 된다.
*성령의 효과로 강화되어 특수 효과가 개방됩니다.
-효과5: 스킬, 강림 사용 가능.
-강림 사용 시 30초간 모든 능력치에 신성력의 수치만큼 더한다.
-쿨타임 24시간.
확실히 둘 다 효과5가 생겨났다.
둘 다 액티브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효과.
한데 그 효과가 심상치 않았다.
우선 신언부터.
사용 시 30초간 모든 신성 스킬 쿨타임 없이 사용 가능?
말도 안 되는 효과다.
그러면 강림은?
강림은 모든 능력치를 신성력만큼 올린다?
다시 말해서 30초간 모든 능력치에 +신성력의 수치를 더한다는 말도 안되는 스킬이다.
사실상 필살기를 얻는 거나 다름 없었다.
거기다 쿨타임이 하루에 한 번?
“허.”
이건 현성이 자기 스킬이지만 보고도 말이 안 나오는 스킬들이다.
아니, 이런 걸 주면 너무 밸붕 아닌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다 순간 떠올렸다.
이데아 때 타나노스가 어땠는지.
그리고 납득할 수 있었다.
“아! 밸런스 조절한 거네.”
생각해 보면 이데아 때가 더 말도 안 되는 스킬이 많았던 거 같다.
게다가 30초지 않나.
30초면 현성이라면 할 거 다 하고도 남을 시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저 정도면 어느 정도 밸런스는 생각했다는 거니까.
이런 사기 스킬을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웬만하면 쓸 일이 없겠다고.
하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죽을 일은 없겠네.’
저걸 들고 죽는다?
진짜 말도 안 되는 거다.
갑자기 현성이 레벨 200 사냥터에 가서 보스를 잡으려 해도 저 스킬만 사용하면 잡을 수 있다는 거다.
물론 기간 제한이 있지만.
그 정도면 웬만하면 이길 수도 있다.
‘어우, 무섭네, 무서워.’
스킬 하나로 스킬 두 개가 생긴 기분.
현성은 그걸 보며 바로 전설 등급 스킬북을 깔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왠지 운이 너무 좋다.
뭔가 진짜 운수 좋은 날처럼 될 것만 같은 기분.
이렇게 전설 스킬북 쓰면 이상한 게 나올 것 같았기에 고개를 젓고는 참았다.
무엇보다 용병비로 준다는 전설등급 스킬이 있지 않던가.
그것도 생각하면 지금은 아끼는 게 맞다.
일단 오늘은 기면증까지만 확인하자.
뭔가 살떨려서 더 했다간 안 될 거 같다.
현성은 그렇게 기면증 보상을 살폈다.
[타나노스의 기면증으로 세 가지 중 보상을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잔여 능력치+5][랜덤 스킬][랜덤 아이템]
‘흐음.’
처음에는 스킬을 선택할까 하다가.
이번에도 잔여 능력치를 골랐다.
그리고 상태창을 살폈다.
【상태창】
『현성』
-Lv79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5.
「근력: 86(+70)」「순발력: 86(+70)」
「체력: 86(+70)」「마력: 150(+70)」
「신성력: 316(+35)」
-잔여 능력치: 85
상당히 준수한 능력치.
아니, 준수하다 못해 초월해 버리는 능력치였다.
당장은 잔여 능력치를 찍지 않아도 될 수준이었긴 하지만.
뭔가 그래도 보기 좋은 게 좋지 않은가.
신성력과 마력을 제외하고 모두 100으로 맞췄다.
잔여 능력치가 43이나 남긴 했지만 일단 두었다.
현성이 그렇게 대충 보상들을 모두 확인했을 때.
타이밍 좋게 메신저가 떠올랐다.
[비네샤: 저는 거의 도착했어요!]
그걸 보며 현성은 피식 웃었다.
드디어 큰 게 오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