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75화
23장 발할라 길드 루키팀(1)
현성은 메신저를 받고 미리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리베우스의 근면 스킬을 사용해 퍼시벌을 만들어서 가는 건 잊지 않았다.
저번에 만났던 카페로 향하자.
이번에도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비네샤를 볼 수 있었다.
저번과 같은 자리였기에 찾기 쉬웠다.
그렇게 현성, 그러니까 비슈누와 퍼시벌이 비네샤에게 다가갔을 때 비네샤도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여기예요!”
“…….”
“안녕하십니까.”
퍼시벌은 과묵하게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를 했고, 비슈누는 입을 열어 대답해 주었다.
퍼시벌과 비슈누가 그렇게 앉자.
비네샤는 그런 둘을 보며 싱긋 웃었다.
곧 만나리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 시기가 좀 빨라지긴 했다.
발할라에서도 상당히 곤란한 일이었으니.
용병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전설 등급 스킬북을 구한 우연도 있고, 마침 곤란한 일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 스킬북을 익힐 수 있다면 전설 등급은 확정이라는 거니까.’
비네샤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비슈누가 보이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미 충분히 전설등급으로서의 모습은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한 가지 다들 모르는 게 있었다.
정말 사제가 맞을까?
비네샤는 골렘을 부신 비슈누를 생각하며 생각했다.
정말 사제라면 전설이 아니라 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레벨 1부터 신등급?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하지만 만일 정말 사제 계열 직업이라면 그게 맞다는 증거도 되니.
그렇다면 정말 어떻게든 꽉 잡겠노라고 생각했다.
비네샤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을 때.
비슈누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먼저 의뢰비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아! 물론이죠!”
비네샤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킬북을 꺼냈다.
무려 전설 등급 스킬북.
비슈누, 아니, 현성은 그걸 보며 속으로 군침을 삼켰다.
꿀꺽.
진짜 전설등급 스킬이다.
그것도 사제 전용 공격 스킬.
현성이 바라 마지않던 그런 스킬.
진짜 얻을 수만 있다면 너무 좋을 스킬이 이렇게 눈앞에 오다니.
물론 이걸 가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우선 협상.
원래 현성이 말한 등급은 영웅 등급까지였다.
상식적으로 그랬다.
‘전설등급을 이렇게 들고 올 줄은 몰랐으니까.’
보통은 이런 스킬을 들고 온다면 자기 길드원을 주지 용병에게 주진 않으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머리를 굴렸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지.
비네샤 역시 그걸 기다리고 있는지 현성의 입이 열리기만을 기다렸다.
우선 현성이 말한 조건은 영웅 등급에 횟수 5번이었다.
유일등급이 3회였고 영웅등급이 5회이니.
수치만 따진다면 전설은 8회에서 10회가 적당하다.
그 가치를 생각하면 더 넣을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손해다.
잠시 고민을 하던 현성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둘을 동시에 쓴다면 횟수를 동시에는 3회, 각각 따로 고용하신다면 총 8회로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둘을 동시에 고용하면 총 횟수 6번이라는 뜻이고, 따로 한다면 8번까지 허락해 주겠다는 거다.
현성의 말에 비네샤 역시 고민에 빠졌다.
못해도 둘을 동시에 5회씩 얻을 수 있으리라 했지만.
고작 3회라니.
비네샤 역시 고민될 만하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다만 질문이 필요했다.
“1회의 기준은요? 한 던전을 용병으로 불렀다면 클리어까지 해주 거까지가 1회인가요? 아니면 1회 시도인가요?”
비네샤의 예리한 질문에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클리어 기준입니다.”
그래도 이 정도의 상도는 있었다.
단순히 시도 횟수로 차감하면 너무 양아치였으니.
무엇보다 여러 번 실패했다는 건 그만큼 어렵다는 던전이니 현성에게도 손해는 없었다.
비네샤는 그 대답을 듣고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이러면 손해는 아니다.
오히려 적당하다 싶었다.
둘을 동시에 3회.
이 기회는 상당히 귀하니까.
그 어떤 루키보다도 흥행이 보장되어있는 백지수표 아니던가.
비네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말했다.
“저번에 홍보를 해도 된다 하였으니 라이브 방송에도 출현할 수도 있습니다.”
이 정도 서비스야.
해줄 만하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나를 덧붙였다.
“단 저희도 개별적으로 라이브를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아! 그건 물론이죠! 오히려 저희 측에서도 좋아요.”
현성이 라이브를 키면 발할라 측 루키들도 홍보가 되는 것이니.
오히려 나쁠 게 없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
발할라 길드의 라이브에 현성이 나온다면 서로 도움이 되니까.
상부상조하자는 뜻이었다.
그 외에 자잘한 조건들을 모두 교환하고 나니.
현성은 고개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대로 비네샤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긴 하지만, 역시 비슈누 님이라 해야 할까, 철저하시네.’
손해는 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현성의 이득이 더 큰 건 사실이었다.
절묘한 선을 잘 짜르고 들어와 수완 좋은 비네샤도 건들 부분이 적었다.
이런 걸 보면 참 탐나는 인재이건만.
욕심은 부리지 말자.
비네샤는 딱 그렇게 생각을 하곤.
현성을 보며 말했다.
“길드장 권한으로 퀘스트를 나눠드릴게요.”
비네샤가 그렇게 퀘스트를 공유했다.
다소 기대하는 현성은 퀘스트의 제목을 보고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자신을 불렀군 싶었다.
현성이 웃은 퀘스트는 다름 아닌 이랬다.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
-등급: S-
-설명: 하르온 백작의 영애는 고질병으로 너무나도 약한 심장을 타고 태어났다고 합니다.
원인은 알 수 없는 저주 때문.
떄문에 하르온 백작은 자신의 딸을 위해 어떻게든 그 치료 방법을 물색한 결과 어스 드레이크의 피를 구해 약을 만든다면 저주를 깰 수 있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드레이크이라 한들 드래곤의 피가 약간이나마 섞인 용종.
그 어떠한 몬스터보다도 강력한 그 존재를 잡기 위해 당신들을 고용했습니다.
하르온 백작의 의뢰를 받아 어스 드레이크의 피를 구해오십시오.
-제한: 하르온 백작의 인정을 받은 거대 길드, 레벨 120 이하.
-보상: 성공한 길드에게 던전의 소유권이 인정됩니다.
-이 퀘스트는 30일간 유지됩니다.
*현재 21일 17시간 23분 남았습니다.
*시간 제안 안에 클리어하지 못할 시 하르온 백작의 분노를 사게 됩니다.
확실히 상당히 곤란해 보이긴 했다.
벌써 열흘 가까이 흘렀는데 그 발할라 길드가 깨지 못했다는 건.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나.
무엇보다 S-등급.
상당히 탐스러웠다.
현성은 탐욕에 젖은 눈으로 미소를 지었다.
A++ 퀘스트도 상당했는데 S-?
벌써 군침이 싹 돋는다.
무엇보다 거대 길드에게만 주는 퀘스트인데도 등급이 저러는 거다.
‘다시 말해 노다지라는 뜻이지.’
상당히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현성이 미소를 짓자.
그런 현성을 보며 비네샤가 말했다.
“그러면 저희 루키들이 있는 곳으로 가실까요?”
싱긋 웃으며 말하는 비네샤를 보며 현성, 그러니까 비슈누와 퍼시벌이 자리에 일어났다.
망설일 게 뭐가 있겠나.
무엇보다.
“2시간 뒤가 공략 시작이니 조금 서둘러야겠네요.”
“좋네요.”
“…….”
비슈누가 말하고 퍼시벌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이렇게 이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상당히 재미있게 됐다.
어디 진짜 드레이크는 또 어떤지 확인해 봐야겠다.
레서와 아닌 것의 차이가 어느 정도일지.
* * *
바라만틴 산맥 중간쯤 위치한 장소에 여러 유저들이 막사를 짓고 그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다름 아닌 발할라 길드의 진영.
레벨 100에서 120대의 루키들이 잔뜩 몰려 있는 발할라의 미래라고도 불리는 곳이었다.
당연하지만 그곳에서도 격차가 존재하긴 했다.
다 같은 루키는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성민이었다.
“후우, 비네샤 님이 왜 그리 신경쓰시는 지 이해가 안 된다.”
“또 왜 그래, 성민.”
그런 성민의 옆에 그의 팀원 중 하나인 탱커를 맡고 있는 위벨이 물었다.
왜 또 저러는지.
묻긴 했지만, 이유는 알고 있긴 했다.
아니, 오히려 성민의 팀 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위벨 옆에 있던 마법사 루시가 찌릿 하고 위벨을 노려봤다.
마치 왜 묻느냐는 듯.
성민은 그걸 보지 못하고 성질이 난다는 듯 씨익씨익거리며 말했다.
“후우, 이미 루키는 우리 길드 충분하잖아. 무엇보다 나는 그 비슈누인가 퍼시벌인가 하는 그 형제가 우리 팀보다 낫다고 보진 않는데?”
명백히 자신감이 깔려 있는 목소리였다.
당당하고 확신하는 이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성민의 팀원 중 그걸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루키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니, 유명했던 이였지 않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루키 랭킹 1위에 빛나는 성민이었다.
거기다 다른 팀원들도 늘 20위권 안에 드는 강자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비슈누와 퍼시벌이 등장하고 순위가 밀렸다.
그것도 두 계단씩 말이다.
“고작해야 레벨 100도 안 된 녀석들이잖아. 그런데 여기를 용병으로 부르겠다고? 말이 되나?”
분노한 거처럼 보이는 성민을 보며 마지막 팀원인 궁수 헤너스가 고개를 저었다.
왜 저러는지 이미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질투네.’
‘질투야.’
‘에휴, 또 질투하네.’
성민이 비네샤를 존경을 넘어서 좋아하고 있다는 걸 모를 팀원들이 아니었다.
진작 알고 있었다.
말만 안 하는 거였지만.
한데 그런 유망주였던 성민에게 관심보다 비슈누와 퍼시벌에게 신경을 쏟는 비네샤이지 않나.
질투가 날 만하긴 했다.
무엇보다 이해가 되긴 했다.
성민 역시 차세대 아수라 아니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으니.
더 그랬다.
비슈누나 퍼시벌.
둘 다 뛰어난 건 안다.
하지만 성민 역시 대단하다는 걸 팀원들은 잘 알고 있었으니.
비록 지금은 저렇게 좀 추잡스럽게 질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유저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
그러던 그때.
“길드장님이시다!”
“길드장님 오셨다!”
몇몇 길드원들이 소리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성민의 귀가 쫑긋거렸고, 팀원들은 못 말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길드장님이 오셨다고 하니 팀원들도 빠르게 그곳으로 갔다.
그러자.
“우와, 진짜 왔어.”
“와, 비슈누 님은 진짜 잘생겼네?”
“그러니까.”
“미친, 저런 미남이 컨트롤도 좋다고? 사기 아니야?”
다들 비네샤와 함께 온 비슈누를 보며 저마다 떠들기 시작했다.
남자 길드원들보다도 여자 길드원들의 목소리가 좀 더 크긴 했다.
거기에 성민의 팀원들은 슬쩍 성민의 눈치를 봤다.
아니나 다를까.
활활 타오르는 두 눈빛.
성민이 못생긴 건 아니지만, 그 뭐냐, 그래, 남자답게 생겼다.
아무튼 그랬다.
팀원들은 그런 성민을 보며 고개를 젓고는 생각했다.
‘사고만 치지 마라.’
‘아니, 쳐도 우리 앞에서 쳐라.’
‘우리가 말리게.’
팀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성민은 비슈누와 퍼시벌을 봤다.
기필코 저 둘을 압도해 주리라.
‘레벨도 낮으니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내가 이긴다.’
그렇게 투지를 불태우는 성민이었다.
당연하지만 리베우스는 그걸 보며 피식 웃었다.
마치 가소롭다는 듯.
‘오우, 또 부나방이 날아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