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77화
23장 발할라 길드 루키팀(3)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
던전 추정 난이도 S-급 퀘스트가 S-였으니 당연한 등급이다.
하지만 조건을 본다면 마냥 S-가 아니었다.
더 낮아지느냐고?
그럴 리가.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 퀘스트 조건은 거대 길드라는 조건이 달려 있었다.
하르온 백작과의 친분이 있는 거대 길드.
다시 말해 제국의 백작과 친분이 있는 거대 길드만 할 수 있는데 S-급.
다르게 말한다면 평범한 공격대에게는 S급을 받아도 이상할 게 없는 퀘스트라는 뜻이다.
시스템은 그러한 상황을 모두 고려하여 등급을 설정하는 편이었으니.
12 길드의 수장이라 불리는 발할라 길드 정도면 다른 거대 길드보다도 뛰어난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법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역시 S-급은 쉽지 않았다.
한데 그런 던전을 브리핑 없이 간다.
처음 시작하는 인원이 둘이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성민, 어쩌려고 그래?”
“브리핑 없이 하자고 제안하자니, 미쳤어?”
“흐음, 조금 조심성이 없었던 거 아닌가 싶다.”
성민의 팀원들이 모두 성민에게 책망하자, 성민은 그런 팀원들을 보며 히죽 웃었다.
질투를 느끼는 건 사실이긴 하다.
성민도 그걸 인정한다.
하지만 그냥 질투심에 꺼낸 건 아니었다.
“들어봐, 솔직히 랭커쯤 되는 인물들이면 브리핑보다 자신이 느끼는 게 더 크다고.”
“흐음.”
“그건 그렇지.”
“그렇다 한들 브리핑이 있어야 더 유연한 대처도 가능한 거 아닌가. 우리도 마찬가지고.”
말을 잘하지 않은 헤너스의 말이 맞긴 했다.
스스로 느끼는 바가 크더라도 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가 난다.
한데 그 말에 성민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걸까?
팀원들이 모두 궁금해하자 성민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어차피 브리핑을 하더라도 실패할 거다. 다들 알지?”
“흐음.”
“끄응.”
“왜 아픈 상처에 또 소금을 뿌리고 그러십니까.”
성민의 말 역시 맞았다.
무려 S-급이다.
아무리 실력자라고 한들 둘이 추가되었다고 바로 깰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
누구도 없다.
심지어 비네샤마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지금 최정예라 할 수 있는 루키 세 팀이 모였음에도 무려 10번의 트라이를 하지 않았던가.
그마저도 보스인 어스 드레이크는 보지도 못했다.
고작해야 세 번째 관문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그리고 초반 태반이 첫 번째 관문에서 실패했으니까.
바로 성공하리라고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비슈누 님이랑 퍼시벌 님이 대단해도 오늘 클리어할 순 없지.”
“그건 성민 말이 맞긴 해.”
“맞아. 근데 그래서 뭐?”
“우리보다 레벨도 낮은 80? 90? 대의 루키들의 실력은 그래도 확인해야지 않겠어?”
질투에 시작한 계획이긴 했지만, 충분히 일리가 있긴 했다.
그것도 상당히 말이다.
이런 공격대에서는 호흡을 맞추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한데 동료의 실력을 온전히 알 수 없다면 어떻게 호흡을 맞추겠는가.
팀장이 팀원의 실력, 혹은 스타일을 확실히 알아야 오더를 내릴 수 있는 거 아니겠나.
“확실히 영상으로 보긴 했지만, 실제로 보는 것과 또 다르니까.”
“실제로 확인을 해야 손발이 맞긴 하지.”
“브리핑 없이 하는 거야 말로 실력을 보기 딱 좋긴 하지.”
이제야 성민의 의도를 다들 알 수 있었다.
질투가 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필요한 과정.
게다가 팀장은 성민이지 않나.
총팀장인 멜킹 역시 허락하긴 했으니.
어차피 따를 거긴 했지만, 불만을 말한 거였는데, 생각 외로 심계가 깊었다.
물론 그렇게 큰 코를 꺾고 싶다는 건 잘 알고 있었으나.
그건 부가적인 일이니 넘어가기로 했다.
성민과 팀원들이 그렇게 떠들고 있었을 때 뒤에서 슬며시 두 사람이 다가왔다.
당연하지만, 퍼시벌과 비슈누였다.
“아, 성민 님이시군요. 당분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비슈누가 그렇게 말하며 손을 내밀자, 순간 성민은 고민했다.
받아줄지 말지.
하지만 성민 역시 성인이지 않나.
비네샤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것과 달리 한 팀의 팀장이다.
사적인 감정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어리숙하고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저 역시 반갑습니다. 성민이라고 합니다. 팀의 기사, 그러니까 근접 딜러 역을 맡고 있습니다.”
“위벨이라고 합니다. 팀의 탱커를 맡고 있습니다.”
“반가워요! 루시라고 합니다! 마법사예요!”
“헤너스, 궁수입니다.”
저마다 소개를 하자 비슈누도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모두 반갑습니다. 보다시피 저는 사제고, 제 동생 녀석은 성기삽니다. 저는 보조고 아마 동생 녀석은…….”
“근접 딜러, 보조 버퍼를 하겠습니다.”
묵묵하게 대답하는 퍼시벌을 보며 비슈누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미소를 지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누가 보더라도 형제인 모습에 다들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성민 역시 그 모습을 보며 다소 누그러지긴 했지만, 그래도 질투는 남아 있었다.
비네샤의 관심을 받은 게 너무 괘씸했으니.
그래도 공과 사는 잘 나누는 모습이 역시 프로는 달랐다.
“그러면 바로 가는 겁니까?”
비슈누의 말에 성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통은 브리핑을 한다고 조금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이미 이전 브리핑은 끝났고, 비슈누와 퍼시벌이 와서 브리핑을 새로 하겠다고 시간을 비워놓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기에 조금 휴식 후 바로 가는 걸로 결정되었다.
무엇보다 다들 기대 중이었으니.
과연 퍼시벌과 비슈누의 둘이 동시에 사냥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어떨까.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사냥하는 걸 보려면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해야겠지만.
“브리핑을 하지 않아 공략하기 어렵겠지만, 정 힘드시면 말씀하십시오.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물론이죠.”
성민의 말에 비슈누는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보는 팀원들은 저마다 생각했다.
‘하여튼 저 저 못 말린다니까.’
‘어떻게든 우위에 서려고.’
‘흐음, 도와주는 건 필요하니.’
다들 한마디씩 하려다 참았다.
비슈누와 퍼시벌도 있는데 팀장을 나무라는 건 그리 좋지 못하니.
나중이면 몰라도 말이다.
“그러면 정비 후 다시 모이고 던전으로 향하도록 하죠.”
“예, 알겠습니다.”
“이따 뵈어요!”
“활약 기대하겠습니다.”
“이따 봅시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고 해산했다.
사냥 전에 준비할 게 저마다 많았으니.
당연하지만 퍼시벌, 현성은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나 때우고 있어야겠네.’
평생을 사냥 전 준비한 적이 없는 현성이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무려 거대 길드조차 10번이나 트라이 했음에도 보스의 얼굴도 보지 못한 던전.
얼마나 어려울까.
상당히 기대된다는 듯 현성이 웃었다.
12 길드의 수장이라 불리는 발할라 길드의 날고기는 루키들이 모였는데도 힘든 던전.
현성이라면 어떨까.
‘몇 번이나 도전해야 할까.’
현성도 과연 몇 번이나 트라이 해야 할까 고민하다 문득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현성이 살면서 몇 번이나 트라이 했던 던전이 있던가?
‘음, 없었네.’
생각해 보니 없었다.
이번이 최초가 되려나?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확실히 이데아보다도 어려운 로스트 이데아지 않나.
이번에는 또 다를 수도 있지.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아 쉬었다.
곧 있을 던전 탐사가 기다려졌다.
* * *
퍼시벌과 비슈누의 합류는 발할라 길드에도 상당히 호재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첫 트라이부터 성공하리라 믿진 않았다.
두 번째까지는 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 번째는 아직 멀었다.
물론 비슈누가 있으니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고도 보지만.
아직 발할라 길드 루키 팀들도 패턴을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관문이지 않나.
때문에 아직 요원하다 생각했다.
그래도 멜킹은 생각했다.
‘머지않았을 거다.’
기껏해야 다섯 번?
짧다면 세 번으로 생각 중이었다.
그 안에라면 호흡도 맞을 거고 손발도 엉키지 않으리라.
퍼시벌과 비슈누를 영입하고 그것도 못 하면 발할라 길드가 무능함을 알리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멜킹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만큼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라이브도 켜지 않았다.
클리어가 확실해졌을 때 라이브를 키는 게 맞지 않던가.
실패하는 걸 보여줘 봐야 이득이 없었으니.
멜킹은 생각을 정리하곤 모두 모인 사람들을 봤다.
모두 세 팀으로 이뤄진 공격대.
인원 제한은 없었지만 세 번째 단계를 위해서 최소한으로 줄였다.
이보다 적으면 클리어하기 힘들고, 이보다 많으면 세 번째 단계에서 실패했으니.
딱 좋은 인원이라 판단한 거다.
멜킹은 그런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모여 간단하게 목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지휘자, 멜킹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였다.
“퍼시벌 님과 비슈누 님이 오셨지만, 이번 트라이에 성공하리라 보진 않습니다.”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동의하는 거다.
멜킹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오늘 포인트는 세 번째 단계에서 비슈누 님이 얼마나 활약하는가. 그걸 확인하겠습니다. 이 이상 하면 브리핑으로 퍼시벌 님과 비슈누 님의 본 실력을 확인하기 어려우니.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짧게 마친 연설을 끝으로 다들 준비했다.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다만 퍼시벌과 비슈누는 그걸 보며 살짝 의아하다는 듯 보고 있었다.
보통 던전에 들어가기 전 전투태세를 갖출 텐데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무기를 인벤토리에 넣어놓는 경우도 있었다.
무슨 일일까.
궁금해하고 있던 그때.
멜킹이 던전의 문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입장하겠습니다!”
[히든 던전,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에 입장합니다.]
메시지와 함께 이동되는 몸을 느끼며 퍼시벌과 비슈누는 흐릿한 안개가 가득한 장소로 이동된 걸 느꼈다.
그리고 주변에 느껴지는 거라고 퍼시벌과 비슈누의 기척.
모든 기척이 사라졌다.
비단 퍼시벌과 비슈누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었다.
모든 이들에게 일어난 일.
그렇다.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이것.
미궁이었다.
짙은 안개에서 각자 개별로 출구를 찾아내는 것.
이게 첫 번째 관문이었다.
다들 퍼시벌과 비슈누가 꼈어도 힘들 거라 했던 이유도 여기 있었다.
첫 번째 관문부터 쉽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었다.
“뭐야 이거.”
[당신의 펫, 리베우스의 스킬, ‘성자의 빛’으로 모든 안개를 영구적으로 정화가 가능합니다.]
애초에 현성에겐 의미가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