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78화 (404/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78화

24장.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1)

성민은 짙은 안개 속에서 빠르게 길을 찾아 나섰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

미궁과도 다름없지만, 엄연히 따지자면 미궁은 아니었다.

동굴 내부에 있는 거대한 장소일 뿐 벽이나 미로나 미궁처럼 가로막혀 있지도 않다.

그것 때문에 더 어려운 거다.

미궁이나 미로였다면 좌수법이나 우수법을 사용해서 빠르게 달리면 언젠가 출구가 나오게 마련.

하지만 여기에는 그런 게 없었다.

무엇보다 제한 시간까지 있다.

그 안에 모든 공대원들이 출구로 나와야 한다.

게다가 입장하자마자 모두 뿔뿔이 흩어지는 탓에 안개 속에서 의논도 할 수 없었다.

그거 때문에 발할라 길드가 얼마나 헤맸던가.

첫 번째 단계에서 실패한 게 상당했다.

‘처음이라면 보통 절대 못 깨지.’

성민은 그걸 알고 브리핑 없이 가자고 한 거였다.

처음 멜킹도 망설인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

하지만 겪어봐야 아는 게 또 있기 때문에 성민의 의견을 받은 거다.

우선 첫 번째 단계에서 실패하면 그 뒤에 알려주고 다시 도전하면 되는 거니.

차라리 먼저 겪은 다음에 설명하는 게 더 편하기도 했으니.

물론 성민은 그런 의도보다는 좀 골탕먹으라는 의도가 강했다.

첫 단계는 무조건 실패하리라 생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깨지 않을 순 없지.

‘내가 일등으로 들어간다.’

조금이라도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서 성민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이 짙은 안개 속에서 길을 확인하는 방법은 딱 하나였다.

바닥을 주시하고 달리며 안개꽃이 있는 걸 확인한다.

그리고 그 안개꽃을 기준으로 안개꽃이 꺾여 있는 곳을 향해 다시 달린다.

이제 그러면 또 다른 안개꽃이 나오게 되는데 그대로 달리면 된다.

처음에는 몰라서 헤맸지만, 공략법을 알기만 하면 너무나도 쉬워지는 공략이었다.

과연 비슈누와 퍼시벌이 어디까지 올지.

성민이 그걸 기대하며 비릿한 미소로 달리고 있었을 시점.

어디선가 빛이 보였다.

‘빛?’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짙은 안개 때문에 늘 어둠에 휩싸여 있는 곳이었거늘.

갑자기 빛이라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성민이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거센 빛살이 순식간에 주변을 휩쓸었다.

시리도록 환한 빛이 모든 안개를 집어삼켰다.

모든 걸 감싸 안는 환한 빛.

포근하고도 따스한 그 빛에 성민은 눈을 감았다.

“…….”

순간 눈이 시려 눈을 감았다 떠보니.

믿기지 않는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안개가 모두 소멸하고 공대원들이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어떻게 된 건가.

성민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고 있었을 때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여태 같았다가 달라졌다면 딱 하나.

두 인원을 추가하지 않았던가.

성민은 그 생각에 빛이 시작되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단 한 명.

비슈누가 아직까지 밝게 빛나고 있는 빛의 구슬을 두 손으로 훌훌 털어버렸다.

그러곤 말했다.

“영구적으로 정화했습니다. 앞으로 여기서 발목 잡는 일은 없겠네요.”

그 말에 다들 반응하지 못하고 있다 메시지가 떠올랐다.

비슈누의 말과 같은 메시지였다.

[땅의 안개가 강력한 정화의 힘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소멸합니다.]

[이제부터 1단계에서 안개가 생성되지 않습니다.]

메시지를 보고 나서야 실감이 났는지 공대원들의 눈이 모두가 휘둥그레지면서 다시 비슈누를 바라봤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던전의 오브젝트를 정화해 버린다고?

도대체 어떤 스킬이어야 가능한 일일까.

모두가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때 멜킹이 무언가에 홀린 듯 두 손을 들고 천천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짝짝. 짝짝짝짝.

멜킹이 시작이었다.

박수는 마치 전염되듯 점차 이어지더니.

이내 거센 환호로 이어졌다.

“와아아아아!”

“미친! 이걸 정화한다고!?”

“비슈누! 개쩐다!”

“최고에요! 비슈누 님!”

“이런 게 될 줄이야!”

“아니, 비네샤 님이 괜히 섭외한 게 아니었네!”

“난! 같은 비 씨라 그런 줄 알았지!”

“미친놈인가?”

“으데! 비 씨고!”

공대원들에 거센 환호에 비슈누는 다소 쑥스럽다는 듯 웃더니 감사하다며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비슈누를 보며 유일하게 조용한 사람.

다름 아닌 성민이었다.

그는 그저 멍한 눈으로 비슈누를 바라봤다.

“…….”

할말을 잃게 만드는 활약.

하지만 이건 특수성이지 않나.

성민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애써 고개를 젓는 성민을 보고 주변에 팀원들이 몰렸다.

그리고 위벨이 물었다.

“어때, 성민?”

“……특수한 스킬로 타파한 거니. 그럴 수 있지.”

“고집은.”

위벨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저걸 실력으로 보긴 스킬의 등급이 높고 효용성이 좋으면 실력이 좋은 건 아니니.

하지만 이만한 위력을 보였으면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하다.

아무 실력 없는 이가 엄청난 직업을 얻을 수 없는 거처럼 말이다.

하지만 성민은 그게 아니었다.

일단 말했다.

“진짜 실력은 다음부터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그래도 2단계도 무난하게 클리어하실 거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들 한마디씩 거드니.

성민은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묘수를 떠올렸다.

명분도 괜찮고, 상당히 괜찮은 방법.

성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2단계는 그러니까 둘이서 깨보라고 하자.”

“뭐?”

“우리는 쉬고?”

“그래, 그러면 확실하겠지. 실제로 둘이면 가능성은 있어 보이지 않나?”

“흐음, 그렇긴 한데.”

다들 좀 꺼려 하는 눈치긴 했지만.

이내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실력을 보면 2단계부터가 진짜긴 하니.

사실 이런 특수성보다 중요한 게 전투 실력이지 않겠나.

그걸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게 이번 트라이의 목적이었으니.

모든 팀원들이 허락하자.

성민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성민은 모두의 환호를 받고 있는 비슈누를 보며 생각했다.

‘아무리 저 둘이라도 2단계는 힘들 거다.’

자신이라도 고작 둘이서 2단계를 맡기엔 힘드니.

둘이 버겁다 생각했을 때 자신이 개입하면 그만이지 않나.

그러면 이제 콧대도 눌러줄 수 있고, 자신의 위신도 살게 되니.

성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흐뭇한 생각을 했다.

2단계에서 어떻게 나올지.

성민은 기대된다는 듯 피식 웃으며 비슈누에게 다가갔다.

“대단한 스킬이군요. 이만한 지형 전체를 정화하는 스킬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성민의 말에 비슈누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곤 말했다.

“아, 감사합니다. 성민 님.”

“그런 의미에서 2단계는 퍼시벌 님과 비슈누 님 둘이서 해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성민이 그렇게 말하면서 2단계에 대해 설명을 하려 했다.

한데 이게 웬걸?

“저희 둘이서요? 흐음, 그런 단계이군요? 팀이 셋이니 아마 보스급 몬스터 셋이 나오는 그런 패턴인가 보군요.”

상당히 예리한 추리.

그리고 그게 정답이었다.

팀을 셋으로 나눈 이유도 바로 2단계 때문이었다.

최소 인원으로 만든 이유가 3단계인 것처럼.

총 보스급 몬스터가 3마리나 나오는 단계.

각 팀별로 하나씩 맡아야 하는 단계였다.

성민은 예리한 비슈누의 추리에 흠칫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건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예, 맞습니다. 예리하시군요.”

“하하, 아닙니다. 이 정도는 간단하죠.”

“그래서 어떠십니까?”

“흐음.”

성민의 말에 잠시 고민하는 비슈누.

그 모습에 성민은 살짝 초조했지만, 티 내진 않았다.

비슈누의 입장에서 충분히 거절할 만한 일이었으니.

거절하고 굳이 같이 사냥해도 실력은 볼 수 있으니까.

명분이 사라지는 거다.

과연 어떻게 될지.

성민이 속으로 조마조마하고 있자.

비슈누가 이내 고민을 끝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좋습니다. 저희가 맡아보겠습니다.”

“아! 예,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먹혀들었다는 거에 상당히 기뻐하는 성민.

그리고 그런 성민이 돌아가고 있었을 때.

멀리서 비슈누를 조종하고 있던 퍼시벌, 아니, 현성이 그걸 보며 히죽 웃었다.

그러곤 자신의 옆에서 올빼미의 모습을 한 리베우스를 보며 물었다.

“재미있겠지?”

“오우! 오우!”

올빼미의 모습으로 오우만 외치는 리베우스를 보며 현성은 투구에 가려진 채 가볍게 몸을 풀었다.

다음 보스를 위해서.

뭐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던전의 이름은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

그리고 도중에 보스급 몬스터가 나온다?

무엇보다 거대 길드 기준 S-급 퀘스트라는 것을 종합했을 때.

답은 간단했다.

‘어스 레서 드레이크.’

레벨 80대 레이드 보스로 유명한 레서 드레이크.

그중에서도 어스 레서 드레이크가 세 마리나 나온다라.

현성은 그걸 추측하며 미소를 지었다.

아마 던전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어스 레서 드레이크보다 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레서는 레서.

이미 현성이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잡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가볍게 몸을 풀며 생각했다.

‘이번에는 얼마나 걸리려나?’

이전 아이스 레서 드레이크를 잡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10분 정도 걸렸다.

그렇다면.

‘단축시켜야지.’

그것도 비슈누와 함께하니.

더 단축시켜야지 않겠나.

‘어디 한번 가볼까?’

* * *

성민은 지금 펼쳐지고 있는 광경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스 레서 드레이크.

레벨 80의 보스라고는 하지만 무려 레이드 보스다.

무엇보다 레벨 80대의 레이드 보스보다도 강하다.

수치로 본다면 레벨 100대의 레이드 보스의 수준 정도?

레벨 110대인 이곳의 사람들이라면 팀 하나면 레이드를 충분히 성공하고도 남을 수준이다.

하지만 단둘이서 깨라고 한다면?

힘들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10 이상이나 난다고 해도 레이드 보스는 레이드 보스.

간혹 솔로 레이드에 성공하는 이들도 있긴 하다.

성민도 그중 하나.

하지만 갖은 준비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한데 이게 무슨 일인가.

고작 둘이서 압도하고 있었다.

퍼시벌과 비슈누.

이 둘이서 레벨 100대의 레이드 보스를 압도하는 광경은 뭐라 해야 할까.

“…신들의 전투 같네.”

“진짜로.”

“말이 안 나오는군.”

“…….”

위벨을 필두로 말하는 팀원들을 보며 성민은 꿀꺽 침을 삼켰다.

이거 어쩌면….

“깨는 거 아니야?”

루시의 말에 성민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리 없다고.

첫 트라이에 성공한다고?

절대 불가능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쿠웅.

어스 레서 드레이크를 끝내 둘이서 잡은 퍼시벌과 비슈누.

걸린 시간은….

“……3분?”

“미쳤네.”

“허억! 야! 저 둘은 벌써 잡았어!”

“미쳤다!”

“아니, 저게 사람의 컨트롤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모든 공대원들이 놀라고 있었을 때.

성민은 생각했다.

어쩌면 진짜 깨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믿고 있었다.

‘3단계는 우리도 못 깼으니까.’

깨질 수 없으리라고.

아니,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첫 트라이에서는 말이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