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80화 (406/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80화

24장.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3)

로스트 이데아에서 저주 함정이란 많은 유저들에게 좌절을 선사한 함정이었다.

괜히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이 생긴 게 아니었다.

발할라 길드 역시 그랬다.

특히 등급이 높은 던전에서 더 그랬다.

등급이 높을수록 까다롭고 강력한 저주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리고 어스 드레이크의 땅의 저주는 그런 류의 저주였다.

상당히 까다롭고 강력한 저주.

땅에 발을 디딘 사람의 수만큼 데미지가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데다가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용암 강을 건너야 한다.

다시 말해 지속 데미지를 입으면서 용암의 지속 데미지도 입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것만 하더라도 극악의 난이도이건만.

마지막 마법진에 가까워질수록 지속 데미지가 더 강해진다.

“깨라고 만든 단계가 아닌 거 같단 말이야.”

“동감.”

“하아, 진짜.”

“그래도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다들 속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들도 몇 번이나 실패했건만.

고작 한 번만 보고 비슈누가 한 번에 파악해 클리어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긴 어려우니까.

아무리 강력하더라도 시스템에 의한 저주이지 않나.

이걸 타파하려면 아무리 컨트롤이 좋아도 되기 힘든 일이다.

그나마 방법이 있다면 최대한 빠르게 다가가야 한다는 건데.

빠르게 다가갈수록 데미지도 더 커진다.

그렇기에 그걸 능가하는 회복력이나 저주 면역이 있어야 가능하다.

“성민 님 속도라도 힘들었잖아.”

“그러면 이번에는 퍼시벌 님이 시도하는 건가?”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3단계로 넘어가기 전.

저마다 떠드는 공대원들의 말에 성민도 거들었다.

“나도 이제 모르겠다.”

첫 트라이는 실패할 게 분명하다.

하지만 다음은 진짜 모른다.

성민의 말에 다른 팀원들이 의외라는 듯 그를 보며 말했다.

“이제 인정하는 거냐?”

“오오, 좀 성장했나?”

“흠.”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 걸 보며 성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그걸 보고 인정하지 않으면 내가 머저리이긴 하지.”

질투를 하던 성민조차 인정하는 실력.

그게 저 둘이었다.

멜킹이 느낀 대로 성민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둘이 있다 한들 저들 중 하나라도 이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분명히 이겨야 하는 상황인데 승부를 알 수 없다?

이것부터가 말이 안 되는 거다.

애초에 진 거나 다름없는 상상이지 않나.

성민도 이런 상황까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다.

“다음 트라이에 무조건 깨겠다.”

“안개도 사라졌으니.”

“안개가 사라진 스킬을 다음에는 3단계에서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도 있어.”

“그렇지.”

다들 희망적인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모두 3단계를 기대했다.

이번에 실패하겠지만.

비슈누가 분명 무언가를 얻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게 휴식 시간이 끝나자 멜킹이 외쳤다.

“3단계로 넘어간다!”

““예!””

모두가 우렁차게 대답을 하고 다들 넘어갈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3단계가 그리도 어렵다고 하니 당연히 현성도 긴장한 상태.

성자의 빛까지 사용할 수 없었으니까.

더 골치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게 하나 있었다.

‘그래도 다들 첫트에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니 다행이네.’

물론 그렇게 생각하는 건 현성도 그랬다.

두 번째에는 반드시 성공하리라.

그러니 이번에 최대한 많은 걸 느껴야 한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직전.

현성이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었을 때.

멜킹이 오더를 내렸다.

“움직이는 사람은 퍼시벌 님으로 합니다! 비슈누 님은 최대한 퍼시벌 님의 체력 관리를 신경 써주시면 됩니다. 다른 공대원들은 포션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 퍼시벌 님만 신경 써주십시오!”

멜킹의 말에 현성은 아바타와 함께 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바타, 그러니까 비슈누를 조종해 그대로 말을 전했다.

“우선 버프를 걸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비슈누는 각종 버프들을 사용했다.

주력으로 버프를 주는 건 당연히 현성, 그러니까 퍼시벌이었다.

하지만 광역 버프들도 있지 않은가.

우선 블래싱과 하늘의 은총을 사용했다.

하늘에서 단비처럼 내리는 하늘의 은총과 천사들이 몰려 축복해 주는 블래싱.

이팩트도 그랬지만,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다들 어안이 벙벙해지는 수준의 버프 효과.

“미, 미친.”

“이, 이게 뭐야?”

“아니, 이런 버프가 있다고?”

“이, 이거면?”

어쩌면 깰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3단계 역시 떠올랐다.

아직 부족하다.

이걸로 깨긴 힘들다.

모두가 그렇게 느꼈다.

다들 3단계를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러기에 아주 잘 알았다.

부족하다는 걸.

하지만 현성의 버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스킬.

“헤븐즈 링.”

현성이 스킬을 사용하자 하늘에서 찬란한 빛이 내리더니 그 빛이 뭉치면서 모든 공대원들의 손에 반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허억!”

“미, 미친!”

“부, 부활?”

“아니, 이, 이게 가능해?”

점차 공격대원들의 머릿속에 설마? 라는 생각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회복력 버프와 각종 버프에 부활까지?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비슈누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이걸로도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표정.

거기에 사람들은 희망이 조금씩 생겨났다.

과연 어떻게 될까.

멜킹 역시 그랬다.

이만한 버프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비슈누가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내자.

멜킹이 외쳤다.

“이동한다.”

그 말과 함께 모든 공대원들이 이동했다.

뜨거운 용암이 흐르는 용암의 강.

공대원들은 한쪽에 있는 공터에 있었다.

꽤 떨어져 있는 거리임에도 열기가 뜨겁게 느껴지는 용암에 눈살을 대부분 찌푸렸으나 단 두 사람만은 그러지 않았다.

비슈누와 퍼시벌.

사람들은 오직 저 먼 마법진만을 응시하고 있는 둘을 봤다.

그리고 떠오르는 메시지.

[어스 드레이크의 저주가 이 일대를 지배합니다.]

[땅의 저주에 걸렸습니다.]

[땅을 밟고 있는 한 인원만큼 이 일대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지속 데미지를 줍니다.]

[저주진에 가까워질수록 저주의 효과가 강력해집니다.]

[저주진을 파괴하지 않는 한 저주는 지속됩니다.]

모두에게 보이는 메시지.

이제 시작이다.

그 순간.

“엥?”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퍼시벌에게서 난 소리 같았으나.

다들 열기로 인해 잘 듣지 못했다.

멜킹은 착각했다고 생각하며 퍼시벌에게 외쳤다.

“시작해 주십쇼!”

그 말을 들은 퍼시벌, 그러니까 현성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자신의 앞에 뜬 메시지를 봤다.

저주의 내용이 너무 어처구니없어서?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진짜 영문을 알 수 없는 메시지가 떴기에.

[성혈과 성체가 저주에 저항합니다.]

[성령이 성혈과 성체를 강하게 만듭니다.]

[신의 권위가 성혈, 성체, 성령을 일시적으로 하나로 묶습니다.]

[저주에 면역됩니다.]

“……?”

현성은 그걸 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투구를 쓴 채로 뒤를 돌았다.

그러자.

“퍼시벌 님! 파이팅입니다!”

“비슈누 님도 파이팅!”

“멋있어요!”

“깰 수 있다!”

“진짜 버프들로 깰 수 있을 거 같아요!”

“퍼시벌 님! 하실 수 있으십니다!”

용암보다도 뜨거운 열띤 응원.

그걸 듣고 현성, 아니, 퍼시벌은 낯이 뜨거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니, 가만히만 있어도 저주 데미지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걸 보며 응원하는 공격대원들.

현성은 거기에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연기를 해야겠다.

우선.

파앗!

빠르게 허공을 박찼다.

원래라면 이대로 용암으로 추락해야겠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시 한번 허공을 밟는 퍼시벌.

스킬 허공 밟기였다.

그걸 본 사람들이 환호했다.

“으랴! 간다!”

“퍼시벌 님이 가신다!”

여기서 그냥 가만히 있으면 또 안 되는 거 아니겠나.

비슈누의 아바타에게 현성이 명령을 내렸다.

지속적으로 힐을 넣으라는 명령을.

사람이었다면 이해하지 못할 명령이었거늘.

아바타는 그대로 말을 듣고 바로 힐들을 쏟아부었다.

힐을 받으며 빠르게 도약하는 퍼시벌.

그리고 그런 퍼시벌을 응원하는 공대원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현성은 용암에 닿기 전 빠르게 신성 방패를 사용하곤 그걸 그대로 밟고 용암을 건넜다.

아쉽게도 신성방패는 지면이라 인식되지 않아 허공 밟기가 초기화되진 않았다.

풍덩.

이윽고 용암에 빠진 퍼시벌이었으나 이내 바닥을 찍고 빠르게 튀어나왔다.

용암으로 인한 데미지가 상당했다.

아무래도 레벨이 낮은 퍼시벌이 견디기에는 상당히 큰 데미지.

하지만 그럼에도 빠르게 튀어나와 다시 허공을 박차며 빠르게 나아간다.

“가라!”

“아아, 체, 체력이 거의 줄지 않았어!”

“미친! 비슈누 님의 힐이 엄청난 거다!”

“그만큼 뛰어나신 거지!”

“무야호!”

“뭔 미친놈이야?”

다들 응원하는 모습에 퍼시벌은 최선을 다해 뛰었다.

티 나지 않으려면 최대한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게 퍼시벌이 저주진에 가까워지고 있었을 때.

길드원들은 그걸 박진감 넘치게 쳐다보고 있었다.

진짜 깨는 거 아닌가!

다들 흥분하고 있는 사이.

보랏빛으로 형형하게 빛나고 있는 저주진을 볼 수 있었다.

‘저걸 깬다.’

그래도 저걸 깨는 걸 보여주려면 좀 임팩트가 있어야지 않겠나.

퍼시벌은 그대로 창을 꼬나쥐었다.

그저 창을 꼬나쥔 게 아닌 그대로 창을 뻗었다.

아직 저주진에 닿기에는 먼 거리.

하지만 퍼시벌은 신성파동을 사용해 넉백 효과로 자신을 밀었다.

빠르게 가속하는 속도.

쏜살처럼 쏘아지는 퍼시벌은 창을 내지르며 스킬을 사용했다.

“성스러운 섬광.”

찬란하고 성스러운 빛이 창 끝에 모이더니.

광선을 쏘아냈다.

모든 부정한 것을 깨뜨리는 거대한 섬광.

그 섬광이 그대로 보랏빛 저주진을 강타했을 때.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쩌──────────적!

깨지고 말았다.

그동안 발할라 길드를 괴롭혔던 저주진이.

드디어!

모두가 그걸 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정말로 해낼 줄이야.

진짜 이걸 깰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혹시 깬 게 아니라 다른 트릭이라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지만,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게 아니라는 듯이.

[저주진을 파괴했습니다.]

[땅의 저주가 사라집니다.]

그 메시지를 보고 모든 공대원들이 환호했다.

“으아아아!”

“깼다!”

“드디어 깼다!”

“으아아아! 진짜 대박이다!”

모두가 환호하고 있던 그때 현성만 좀 어색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날먹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나.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쿠구구구구구.

갑작스럽게 용암의 강이 있던 곳에서 땅이 솟아나고 퍼시벌이 있는 땅 앞의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무슨 상황인지 인지하기도 전.

벽이 갈라지고 그 속에서 거대한 형상의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그것은 지룡이었다.

레서 드레이크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진정한 지룡의 등장이었다.

[보스 어스 드레이크가 깨어났습니다.]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신나 있을 때가 아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