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81화
25장. 어스 드레이크 레이드(1)
벽을 깨고 들이닥친 거대한 지룡.
레서 드레이크가 왜 레서인지 알려주는 위용이었다.
크기만 얼핏 짐작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그런 녀석이 처음으로 발견한 건 다름 아닌 퍼시벌.
공룡, 그중에서도 티렉스를 닮은 녀석은 거대한 몸을 돌리며 기다랗고 육중한 꼬리를 퍼시벌을 향해 휘둘렀다.
공간 전체가 일그러지는 듯한 착각마저 드는 거대한 꼬리.
그야말로 산이 다가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꼬리에 모두가 외쳤다.
“피해!”
“퍼시벌 님!”
“피하세요!”
동시에 여럿이 외쳤지만.
다들 느끼고 있었다.
피하기란 너무 늦었다.
거대한 육체를 지닌 주제에 저리도 빠른 공격이라니.
애초에 이런 식으로 설계가 된 게 틀림없었다.
‘애초에 그러라고 만들어진 거야.’
‘제단이군.’
‘하나가 희생하는 구조였던 건가.’
‘비슈누 님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왔어도 힘들었겠어.’
저주진을 파괴한 자가 바로 어스 드레이크와 맞닥뜨려 사망하는 구조인 거다.
악랄하기 짝이 없는 구조.
공대원들은 모두가 생각했다.
그래도 헤븐즈 링이 있으니 부활을 할 수 있으리라.
처음부터 퍼시벌을 잃고 시작한다면 너무나 뼈저릴 터이니.
그만큼 비슈누의 존재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모두가 비슈누의 헤븐즈 링을 상기하고 있었을 때 퍼시벌이 두 눈을 빛냈다.
빠르게 날아드는 산과도 같은 꼬리를 보며 스킬 하나를 발동했다.
다름 아닌 거대한 십자가를 하늘에 꽂는 스킬.
“홀리 크로스.”
쿠웅.
말하는 즉시 나타나 바닥을 그대로 내려찍는 성스럽고도 거대한 십자가.
그리고 그 십자가에 스킬을 더했다.
“신성 방패, 홀리 웨이브.”
신성 방패와 홀리 웨이브.
그 둘이 합쳐지자 십자가에 성스러운 방어막이 생겨나면서 파동에 밀려 나가 그대로 날아드는 꼬리와 충돌한다.
파칭!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
거대한 일격.
신성 방패로 감싼 거대한 십자가조차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신성한 파동이 강하게 밀어붙이긴 했어도, 그게 끝이었다.
하지만 약간 버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게 중요하다.
퍼시벌은 그대로 허공 도약을 사용해 빠르게 허공 위로 뛰어올랐다.
시간을 벌었다.
회피를 하고는 그대로 뛰어올라 거리를 조금 벌렸다.
하지만 녀석의 덩치로 조금의 거리란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이대로 있다가 다시 퍼시벌을 공격하러 달려들 게 분명하다.
공대원들 역시 그걸 눈치채곤 빠르게 준비에 나섰다.
한데 그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빠르게 몸을 돌려 앞으로 튀어나오는 어스 드레이크.
“제길!”
“뭐 저리 빨라!”
“반응 속도가!?”
다들 경악을 금치 못하는 순간 성민의 팀이 빠르게 달려 나갔다.
먼저 달려 나가는 건 다름 아닌 성민.
이대로 있다가 퍼시벌의 아까운 목숨 하나가 빠지게 되는 것이니.
어떻게든 아껴야 하니.
성민이 태풍처럼 쏘아지며 나아갔지만 아직도 거리는 역부족이다.
녀석이 퍼시벌에게 달려들기 전에 도착하기는 요원했다.
그 순간 하늘에서 성스러운 빛이 떨어지며 녀석의 몸을 속박했다.
다름 아닌 비슈누의 홀리 바인드.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마법사 진영에서 몇몇 이들이 바인드를 사용했다.
시간이 생겨났다.
퍼시벌은 그 순간을 노리며 빠르게 뒤로 빠졌고, 그 사이를 탱커진들이 쏘아 나갔다.
“딜러들 다 빠져! 탱커들 빠르게 나아가!”
바인드가 걸린 순간 딜링 타임이라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딜러들이 나아갔다가 어그로가 관리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딜러들이 쓸려 버리는 거다.
근접 딜러들은 탱커진이 어그로를 관리하기 전까지 원래라면 나서면 안 된다.
원거리 딜러 역시 마찬가지.
다들 그러기에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퍼시벌을 구출하는 데 신경을 쓴 거다.
퍼시벌이 확실히 어스 드레이크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탱커들이 들어섰을 때.
녀석의 바인드가 풀렸다.
“아.”
“제길!”
“기회였는데!”
다들 아쉬워했지만, 어쩔 수 없다.
애초에 바인드를 여럿 걸었음에도 오래 걸리리라 생각하진 않았기에.
그나마도 비슈누의 홀리 바인드가 강력했기에 탱커진이 자리를 잡을 시간까지 있었던 거다.
아쉬워하는 와중에도 탱커진이 빠르게 탱킹에 집중했다.
거대한 방패들을 세우곤 녀석의 어그로를 관리한다.
“수호의 함성!”
“왜곡된 시야!”
“피아구별 제거!”
“포커싱!”
“타깃 온!”
모두가 한 곳에 어그로를 끌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그 한 곳은 다름 아닌 위벨.
여리여리한 여성의 몸이었음에도 위벨은 그 어그로를 모두 받고는 스킬들을 발동했다.
“무너지지 않는 신념, 불굴의 의지, 검은 무장의 육체, 타오르는 혈기.”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스킬들.
모두가 합쳐지자 무적기에 가까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
원래의 위벨의 스킬 자체가 뛰어난 것도 있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위벨은 평소보다도 훨씬 뛰어나진 효과를 느끼곤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뒤에 있는 한 인물을 바라봤다.
다름 아닌 비슈누.
그의 버프 덕분에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만한 능력치 상승이라면!
“와라.”
담백하게 말한 위벨의 말에 어스 드레이크가 반응하여 그대로 위벨에게 달려들었다.
처음 퍼시벌이 여러 스킬을 사용하고도 막지 못하고 고작 시간만 끌었을 꼬리 공격.
위벨은 방패를 들어 올렸다.
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는 모습.
그 모습에 다들 침을 꿀꺽 삼켰다.
꿀꺽.
땅을 휩쓸고 거칠게 대지를 가르면서 쏘아지는 거대한 꼬리.
하지만 그런 녀석의 꼬리를 보고 위벨은 담담하게 스킬을 발동했다.
“신뢰의 방패.”
방패 위로 생겨난 붉은색 오라.
스킬이 발동되고 붉은 오라를 감싼 방패와 녀석의 꼬리가 충돌했다.
──────────────!
거대한 충돌과 함께 엄청난 폭풍이 휘몰아쳤다.
사실상 사망했다 한들 믿을 거 같은 거대한 충격에 위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서 굳건하게 꼬리를 막아 세웠다.
크워어억!?
어스 드레이크조차 당황스럽게 만든 어마어마한 방어력.
그 순간 어스 드레이크 머리 위에 붉은 방패 모양의 심볼이 생겨났다.
심볼이 생겨난 순간 기회라는 걸 알고 멜킹이 외쳤다.
“근딜들! 돌격! 탱커진은 근딜들을 최대한 방어하라! 원딜들은 아직 대기!”
멜킹의 오더에 모두가 반응했다.
우선 근접 딜러들 먼저다.
원거리 딜러들까지 합친다면 너무 많은 딜량이 들어가 어그로가 튈 수도 있으니.
우선 대기를 하는 거다.
무려 다섯이나 되는 근접 딜러들이 움직였다.
그리고 퍼시벌 역시 거기에 속했다.
빠르게 거리를 주파했으나 퍼시벌과 성민이 가장 빨랐다.
성민은 폭풍을 휘감은 검을 쥐었고, 퍼시벌은 성스러운 빛이 휘감긴 창을 쥐고 빠르게 움직였다.
푸욱! 서걱!
둘 다 우선 스킬은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일반 공격.
하지만 그 일반 공격이 심상치 않았다.
푹! 푸푸푸푸푸푸푸푸푸푹!
서걱! 사샤샤샤샷샤샤샤샤샥!
태풍과도 같이 찌르고 베며 공격을 무지막지하게 넣었다.
다른 근접 딜러들이 오기도 전에 수십 번의 공격을 욱여넣은 둘.
성민은 그 모습을 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신보다 레벨도 한참이나 낮을 퍼시벌이지 않나.
한데 그런데도 자신보다도 빠르게 공격을 하다니.
솔직히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데미지가 미쳤다.’
평소의 데미지보다도 훨씬 높게 들어간다.
체감상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은 느낌.
능력치 역시 그랬다.
이만한 버프가 있다는 건 듣지도 못했거늘.
도대체 신성력 스탯이 몇이기에 이만한 버프를 걸 수 있는 걸까.
성민은 순간 잡념이 들며 비슈누를 바라봤다.
자신이 3위로 밀러난 거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았었건만.
이렇게 겪어보니 부정할 마음도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이자들과 함께 거론된다는 게 영광스러워졌다.
지금은 더 집중해야 한다.
성민은 잡념을 떨치고 더 빠르게 공격을 넣었다.
“흐압!”
“이야아아아!”
“죽어!”
뒤늦게 합류한 다른 근접 딜러들 역시 가세를 했을 때.
녀석의 머리 위에 떠올라 있던 심볼이 빠르게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근딜들 빠져! 탱커들 보호!”
다들 외치는 그 말에 의아했지만, 다들 오더에 빠르게 뒤로 빠졌다.
왜 벌써 빠지는 거지.
하나같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멜킹 역시 그랬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평소보다 배 이상은 데미지가 강력해졌다.’
이거 어쩌면 진짜 깨는 거 아닌가.
그런 희망찬 생각마저도 드는 순간.
탱커진이 외쳤다.
“히, 힘듭니다!”
“위벨 님 혼자서는 역부족이고 저희가 합류해도 녀석의 저항이 너무 심해요!”
“지원해 주셔야….”
그 순간 비슈누가 나섰다.
다른 버프들의 쿨타임이 돌았는지 그대로 개인 버프들을 위벨에게 쏟아주었다.
순간적으로 오른 능력치와 효과들을 살핀 위벨은 평소에 무표정한 표정에서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그걸 보며 놀라 했고, 위벨은 버프를 받고 나서 바로 외쳤다.
“이제 됐어.”
그러고 여러 방패 스킬을 사용해 거대한 어스 드레이크를 홀로 막아섰다.
쿠웅! 콰직! 콰아아아아앙!
하나같이 즉사기에 가까운 모든 공격들을 막아내며 흔들림조차 없자.
굳건한 붉은 방패의 심볼이 여러 개가 생겨났다.
완벽히 어그로를 끌었다는 증거.
멜킹은 그걸 보고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리며 비슈누를 바라봤다.
말이 나오자마자 스킬이 나왔다?
‘미리 예상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야.’
도대체 얼마나 예측이 뛰어나면 저런 것 하나하나 예측을 하고 반응을 하는 걸까.
멜킹은 전율이 돋는 걸 느꼈다.
만일 자신들 공대가 퍼시벌과 비슈누를 상대했다면 이길 수 있었을까?
그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 등줄기에 소름이 쫙 돋았다.
도무지 이길 수 있는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은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때 비슈누가 외쳤다.
“바인드 쿨 돌았습니다.”
“알겠습니다! 다들 바인드 대비! 폭격을 준비하라! 극딜 타임!”
모두가 폭격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 근접딜러들도 모두 자리를 잡았다.
멜킹의 외침과 동시에 비슈누가 외쳤다.
“홀리 바인드.”
하늘에서 떨어지는 신성한 빛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떨어져 녀석의 온몸을 난도질했다.
그 순간 녀석의 움직임이 멎었다.
그걸 본 사람들은 아까와 뭔가 이팩트가 달라진 바인드라는 걸 느끼긴 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모두가 딜링 타임.
원거리 딜러들 역시 강력한 스킬을 준비했다.
필살기는 아니지만, 모두가 그에 준하는 스킬들을 준비했고 사방에서 스킬들이 난무했다.
화살과 마법들의 향연.
그리고 근접 딜러들 역시 강렬한 공격을 휘감은 무기들을 휘둘러 녀석을 타격했다.
크워어어어어어어엉!
고통에 비명을 지르는 녀석.
그러자 땅이 갈라지며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름 아닌 어스 레서 드레이크들.
총 2마리나 되는 어스 레서 드레이크들을 보며 멜킹이 조용히 읊조렸다.
“미치겠군.”
2페이즈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