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83화
25장. 어스 드레이크 레이드(3)
사람들은 순간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맞닥뜨리면 보통 패닉에 휩싸이곤 했다.
지금이 딱 그랬다.
발할라 길드의 모든 공대원들이 패닉에 휩싸였다.
아니, 더 정확히는 패닉이라기보다 인지 부조화에 걸렸다는 게 가장 정확하리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다들 멍하니 성민 팀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불과 10초도 안 되는 사이만 해도 어스 레서 드레이크를 잡으면서 빨리 잡고 성민 팀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가 누굴 돕는다고?
“…….”
“……?”
“……?”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성민 팀을 바라봤다.
멜킹조차 모든 걸 보고 있었음에도 멍한 표정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으니까.
웃긴 건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라는 거다.
성민 팀도 이게 뭐지? 라는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자신들이 강하다는 건 성민팀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자기 객관화가 되는 이들이지 않나.
정확한 자기 딜링도 모르는데 어떻게 컨트롤이 좋을 수가 있겠는가.
다시 말해 이 정도의 위력이 나올 수가 없다는 말이다.
아무리 비슈누의 버프가 뛰어났다고 해도 나올 수 없는 딜링.
그렇다는 이야기는 딱 하나다.
‘비슈누 님이랑…….’
‘……퍼시벌 님 딜링이 그만한 위력을 가졌다?’
‘둘이 넷의 딜링보다 더 강하다고?’
‘허어.’
그거 말고는 지금 할 수 결론은 그거 하나였다.
원래라면 성민 팀의 극딜을 한다 하더라도 어스 드레이크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위력이 절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까 보지 않았나.
신창을.
정말 하늘에서 신이 내려준 창에 가까웠다.
진심으로 신화에 나오는 신창이란 생각이 절로 드는 창이었다.
하기야 그런 위력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한데 그때 비슈누가 입을 열었다.
“연계기로 인해서 위력이 더 강해진 모양이네요.”
“아?”
“아!”
연계기.
그러니까 마지막 모든 스킬들이 합쳐져 그 위력이 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간혹 그게 되는 이들이 있긴 한데.
의도적으로 그걸 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퍼시벌의 홀리 크로스와 홀리 웨이브와 같이 그리 강력한 스킬이 아니면 가능하긴 하다.
그건 성민 팀의 모두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극딜끼리를?’
‘연계한다고?’
‘그, 그게 되는 건가?’
아무리 그들이라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막강한 스킬들은 원래 서로를 상쇄시키는 경우가 훨씬 많았으니.
다시 말해 그냥 스킬을 때려 붓는다고 그게 연계기가 되는 게 아니란 거다.
절묘한 타이밍과 합쳐져서 스킬과 잘 어울리는 방향으로 연계를 해야만 가능하다.
그렇기에 극딜을 같이 연계할 수 있는 이는 극히 드물다.
아니,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이미 보지 않았나.
극딜끼리 연계가 되는 걸.
그리고 그걸 해낸 이들을 바라봤다.
퍼시벌과 비슈누.
그 둘이 그걸 해냈다.
성민과 각자 모두가 극딜을 퍼부었을 때.
나선을 머금은 신창이 모든 것을 휘어잡았고, 하늘의 분노가 그 모든 것을 포용했다.
다시 말해.
퍼시벌과 비슈누는 그게 가능한 컨트롤을 지녔다는 이야기다.
“허, 허허허.”
“하하하하.”
“아하하하!”
그저 웃음만 나오는 상황에 성민은 그런 퍼시벌과 비슈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질 수밖에 없다며.
저런 이들을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던 자신이 같잖아졌다.
다들 질렸다는 듯 퍼시벌과 비슈누를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다.
레이드의 결과가 나온 것은.
그리고 상당히 당연한 결과가 이어졌다.
[공적치 1위 퍼시벌]
[공적치 2위 비슈누]
[공적치 3위 성민]
…….
….
그걸 보며 모든 발할라 루키 팀이 감탄만 하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설마 진짜 첫 트라이에 해낼 줄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얼떨떨한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환호를 하며 퍼시벌과 비슈누에게 찬사를 보냈다.
“진짜 대단합니다!”
“아니, 미쳤는데?”
“아수라 님과 괜히 엮이는 게 아니구나.”
“그래, 저 정도는 되어야 아수라와 언급이 되는구나.”
“아니, 어쩌면 둘이 합치면 아수라보다 더 강할지도?”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반박을 못 하는 내가 밉다.”
“진짜야. 저 둘이면 진짜…….”
모두가 전율이 돋아서 더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업적을 이뤘다.
퍼시벌과 비슈누.
저 둘을 괜히 비네샤가 고용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진짜 첫 트라이에 성공해 낼 줄 누가 알았겠나.
그리고 그렇다는 건.
‘앞으로 기회는 더 있다.’
멜킹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빛냈다.
저 둘을 고용했다고 하면서 지금 고용 횟수가 총 3번이라 했다.
이번으로 한 번을 소모했다는 건.
아직 두 번이 더 남았다는 뜻 아니겠나.
멜킹은 그걸 떠올리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어려운 게 있더라도 저 둘이 온다면?
해결되리라.
그렇다는 건 자신들이 조금 더 빠르게 발할라 길드 1군에 합류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7대 길드도 머지않았다.’
현재 그 어떤 길드보다도 루키 팀이 강력하다는 소리를 듣는 발할라 길드였다.
적어도 루키 팀은 7대 길드도 반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
근데 거기서 비슈누와 퍼시벌이 합류한다?
말이 안 되는 거다.
다들 경외심이 피어오르며 둘을 바라봤지만, 퍼시벌과 비슈누는 담담하게 있을 뿐이었다.
물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그랬지 실상은 달랐다.
“오우, 큰일 날 뻔했습니다요.”
“후우, 그러게.”
올빼미 분장을 한 리베우스가 소곤거렸고 현성도 거기에 장단을 맞췄다.
뭐가 큰일 날 뻔했다는 걸까.
다름 아닌 공적치 순위였다.
하나서 둘, 둘이서 하나라는 칭호가 아니었다면 퍼시벌과 비슈누가 동일인물이라는 걸 들킬 뻔했으니까.
공적치가 뜨기 전에 리베우스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것이다.
진짜 천만다행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현성은 피식 웃으며 보상을 바라봤다.
공대원들이 보내는 찬사.
솔직히 좀 쑥스러워서 애써 무시하는 중이었다.
[모든 길드원이 당신을 찬양합니다.]
[한계까지 신성력이 차오릅니다.]
[수많은 유저에게 칭송을 받아 신성력이 최대치인 50 상승합니다.]
[신성력의 총합이 400을 넘어 새로운 신성 스킬을 획득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13
[레벨 80을 달성하셨습니다!]
[직업 전용 스킬을 획득합니다!]
[레벨 90을 달성하셨습니다!]
[직업 전용 스킬을 획득합니다!]
[레이드 공적치 순위 1위와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보상이 인벤토리에 들어갑니다.]
진짜 엄청난 메시지다.
무엇보다 레벨이 13이나 올랐다.
벌써 레벨 92.
현성은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상태창을 먼저 확인했다.
그렇게 나온 상태창.
【상태창】
『현성』
-Lv92
-직업:『타나노스《신》』
-칭호:『넌 전설이냐? 난 신인데.《신》』외 5.
「근력: 100(+70)」「순발력: 100(+70)」
「체력: 100(+70)」「마력: 150(+70)」
「신성력: 366(+35)」
-잔여 능력치: 108
시작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레벨 92다.
그걸 보며 현성은 질렸다는 듯 살짝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레벨 100을 달성하겠구만.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
또 다른 메시지가 떠올랐다.
[어스 드레이크가 사망하여 레어에서 빠져나옵니다.]
[어스 드레이크의 레어 입구로 이동됩니다.]
메시지와 같이 던전 입구로 이동되었다.
하기야 던전도 클리어되었으니.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보상도 시스템으로 이미 통과하지 않았던가.
퀘스트도 클리어했으니.
현성은 그러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멜킹을 볼 수 있었다.
“오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저희 일을 했을 뿐인걸요.”
“그래도 정말 대단하셨습니다. 솔직히 첫 트라이에 클리어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하하, 그건 저희도 마찬가지라 뭐라 드릴 말이 없군요.”
비슈누를 조종해 말을 하는 현성은 그런 멜킹과 대화하는 비슈누를 보다 자신, 그러니까 퍼시벌에게 다가오는 성민을 봤다.
좀 꼬일 수도 있었으나 최대한 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종했다.
퍼시벌은 원래 과묵한 컨셉이니.
“퍼시벌 님.”
“예.”
마치 무슨 일이냐는 듯 퉁명스럽게 말하는 퍼시벌의 모습에도 성민은 먼저 나서서 손을 내밀었다.
“오늘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처음에 텃세 부리듯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괜찮습니다.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리고…….”
성민과 멜킹이 더 뭐라 말하려고 했을 때.
너무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당신의 신전이 곧 완공됩니다.]
[서둘러 당신의 신전을 찾아가 축복을 내려주십시오.]
[뜻하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입니다.]
[24시간 안에 반드시 신전을 찾아가십시오.]
사실상 강제하는 메시지.
그걸 보며 현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신전?
너무 뜬금없었지만 시간을 생각하면 그럴 때가 되긴 했다.
현실이라면 건축하는 데까지 말도 안 되는 시간이지만.
이곳은 게임이지 않나.
그것도 판타지 배경의 게임.
‘하아.’
기어코 완공이 되는구나.
옆에 있는 올빼미로 분장한 리베우스가 소리쳤다.
“오우! 오우!”
마치 신나기라도 한 듯 외치는 리베우스.
그리고 현성은 그런 리베우스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죄송합니다만, 저와 제 동생은 이만 가봐야겠군요.”
“아. 그러신가요.”
“아쉽군요.”
눈에 띄게 아쉬워하는 멜킹과 성민의 모습이었지만 현성은 죄송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이건 어쩔 수 없었다.
“갑작스럽게 긴급 퀘스트가 생겨서.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바쁘시면 당연히 그래야지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도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멜킹과 성민이 그렇게 인사를 하고 현성은 그걸 받아주고 다음에 보자는 말까지 한 뒤 그대로 마을로 향해 달렸다.
점차 멀어져 가는 둘을 보며 멜킹과 성민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원래 이런 던전이나 퀘스트를 깼을 때 회식을 하곤 했는데.
오늘 비슈누와 퍼시벌과도 회식을 하나 했거늘.
아쉽게 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둘만 아쉬워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정말 좋아하는군.”
“성민, 철들었는데?”
“흐음, 그럴 나이이긴 하지.”
자신의 팀이 구박하는 걸 보며 성민은 눈을 흘겼다.
그리고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저런 분이랑 뭔 대결을 하려 하냐. 저런 분들이라면 비네샤 님과 잘된다고 해도 질투 나진 않을 거 같다.”
“미친, 쿨한 척 뭐야?”
“나 지금 소름 돋았음.”
“성민답군.”
“뭐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는데 온갖 쿨한 척은 다 하는 성민이었다.
한편 현성이 빠르게 마룬 마을로 향하려는 순간.
테라 교단의 사제들이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해왔다.
이건 또 뭘까?
그리고 그중 사제 하나가 급하게 말했다.
“주교님께서 전달하라는 게 있어서 이리 급하게 찾아왔습니다.”
현성은 그 말을 들으며 사제가 건네는 쪽지를 받아들었다.
이게 대체 뭐기에.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쪽지를 펼치자.
인상을 팍 구길 수밖에 없었다.
“X 됐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