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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88화 (414/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88화

27장. 상업 도시 테루아(2)

상업 도시 테루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상업 도시인 만큼 상인들이 즐비하게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도시 곳곳이 시장통처럼 북적거릴 수밖에 없는 그런 도시라는 뜻이다.

항상 시끄럽고 호객행위가 넘쳐나는 도시.

한데 그런 도시가 이번만큼은 고요했다.

유저들도 NPC들도 모두 입을 다문 채 한 곳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름 아닌 테라 교단의 행렬.

룬 제국의 국교인 테라 교단의 행렬을 어찌 막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누구도 떠들지 않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는 이곳 테루아 지부를 맡고 있는 가밀 사제라고 합니다.”

지부를 맡은 사제가 고개를 숙이며 최대한 예를 취하는 인물.

테루아의 시장에게조차 고개를 숙이지 않는 가밀 사제이지 않은가.

다들 그걸 알고 있었기에 고요해질 수밖에 없었다.

유저들도 마찬가지.

“미친, 저 가밀이 저렇게 한다고?”

“교단에 충직하고, 신앙심이 그렇게 깊다는 사람이?”

“그렇다는 건 테라 교단의 높은 사람이라는 거 아니야?”

“그런데 유저인데?”

“유저 중에 그런 사람이 있었던가?”

모두가 테라 교단이 모시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했다.

그리고 그건 비단 유저들만 그러는 게 아니었다.

“허어, 도대체 누가 왔기에 저렇게 극진히 모시는 건지.”

“어쨌든 우리 도시에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대단하신 분이 오신 모양인데!”

“축복이라도 내려주시면 좋겠네요!”

“허허! 이왕이면 우리 가게에도 말이야!”

유저들도 NPC들도 모두가 입을 모아 떠들고 있는 유저.

그 유저는 다름 아닌.

“오우! 환영이 격하군요.”

“조용히 해, 그리고 숨어 있으라 했잖아.”

현성과 리베우스였다.

자꾸 튀어나오려는 리베우스를 품속에 다시 집어넣고는 현성은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히 눈치를 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누가 알아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비슈누가 테라 교단과 친분이 있다는 거?

사람들이 모를수록 좋을 테니까.

변장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으니.

그래도 아직까지 다들 모르는 눈치이기에 다행이었다.

‘조용히 가자.’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자.

가밀 사제가 주변까지 다가와 소곤거리며 말했다.

“저희가 감싸드리겠습니다.”

사제의 말이 있은 후 바로 주변에 성기사와 여러 교단 사람들이 현성을 둘러싸 현성을 보기 힘들어졌다.

가뜩이나 사제복을 깊게 눌러쓰고 있어서 판단하기 어려웠는데.

더 볼 수 없게 되었다.

현성은 그제야 좀 살겠다는 듯 가밀 사제에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허허, 아닙니다. 리안 님과 다니엘 주교님에게 들었습니다. 우선 지부로 가시지요.”

현성은 가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빠르게 신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하고 방에 들어가고 나서야 답답했는지 리베우스가 빠르게 튀어 나왔다.

“오우!”

탁 트인 숨을 몰아쉬며 싱긋 웃어 보이는 리베우스.

하여튼 못 말린다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밀을 봤다.

그리고 가밀은 그런 현성을 보며 다시 한번 인사를 올렸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 실례했습니다.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이곳 지부를 맡고 있는 가밀 사제입니다.”

“아아, 반갑습니다. 현성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통성명을 하고 난 뒤 가밀 사제는 현성을 보며 눈을 빛냈다.

겉으로 느껴지는 신성력은 거의 전무해 보인다.

신성력이 전혀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밀은 알아볼 수 있었다.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는 신성력.

밖으로 새어 나가진 않지만, 그 안에 응축되어 있는 신성력을.

‘엄청나신 분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가밀조차 그 신성력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곧 주교 위에 오를 가밀이 보기에도 알 수 없는 신성력이라는 이야기.

그걸 그렇게까지 정돈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소름이 돋았다.

감히 저걸 누가 할 수 있을까?

대주교? 아니, 대주교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최소 추기경.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운용 능력에 가밀은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고 말았다.

다니엘 주교와 리안이 이야기한 데에는 모두 이유가 있노라고.

‘그러기에 나 이외에 다른 아이들은 불만이 많은 거 같았지만.’

신성력이 전무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대우해 주는 이유를 알 수 없을 테니.

그거까지는 사실 의미 없었다.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된 것이거늘.

아직도 그 사실을 깨우치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런 이들을 이끄는 것 역시 가밀이 해야 하는 일.

하지만 그것도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현성의 일이 더욱 중요했으니.

가밀은 다시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현성 님이 이곳에 오신 이유는 다름 아닌 놈들 때문이라는 걸 들었습니다.”

“예, 바로 그렇습니다.”

“허허, 파이튼의 지하 수로에서도 현성 님이 활약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녀석들의 소행인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녀석들의 흔적은 지금 저희도 찾고는 있습니다만, 감쪽같이 숨은 상태입니다.”

현성은 그 말을 듣고 작게 탄식을 내비쳤다.

아쉽긴 했지만.

반대로 쉬울 거라고 생각도 안 했다.

비밀 결사대와 엮이고 어디 쉬웠던 퀘스트가 있었던가.

그럴 리가.

현성은 고개를 젓고는 피식 웃었다.

뭐 기대도 안 했으니.

“괜찮습니다. 하다 못해 어디서 느끼셨는지라도 알 수 있을까요?”

“그건 너무나도 쉬운 일입니다. 저희 측에서도 계속해서 추적할 테니 같이 움직이시겠습니까?”

“그래주신다면 너무 감사한 이야기지요.”

양쪽에서 찾아 나선다면 더 빠르게 찾을 수도 있으리라.

현성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가밀 사제의 모습에 안심할 수 있었다.

역시 인생은 학연, 지연, 혈연이라더니.

그 말이 딱이었다.

주교와 고위 성기사의 빽이 있으니.

이렇게도 편한 걸 봐라.

난이도 자체는 어려울지 몰라도 숨쉬듯 너무 편하다.

여러 편의를 봐주니 당연한 이야기.

그렇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가밀 사제의 이야기를 모두 들었습니다.]

[직업 전용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좋았어.’

퀘스트가 있으면 아무래도 잘 온 거 같았다.

적어도 퀘스트가 없어서 이게 의미 없는 짓은 아니게 되었으니.

어디 퀘스트를 봐볼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렇게 떠오르는 퀘스트 창.

【테루아에 스며든 그림자】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

-설명: 상업 도시 테루아에 불온한 움직임을 테라 교단에서 발견했다고 합니다.

고위 성기사인 리안은 그 사실을 듣고 당신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파이튼의 지하 수로 사건 이후 불온한 움직임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테루아에 위치한 테라 교단 역시 그들을 찾으려 했음에도 아직까지 그 갈피를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테라 교단 테루아 지부에서도 그들을 찾아 나서고 있으나 일손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어느 쪽이든 발견하면 됩니다.

테루아에 스며든 그림자를 찾아내십시오.

-제한: 타나노스, 테라 교단의 고위층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저.

-보상: 권능의 파편(1/3), 다음 연계 퀘스트.

-실패 시 10일간 권능의 파편 획득 불가.

퀘스트 보상을 보고 현성의 울대가 요동쳤다.

꿀꺽도 아니고 꿀렁꿀렁.

‘미친.’

메시지로 보기는 했다.

신위가 회복되어 권능을 얻을 확률이 올라갔노라고 말이다.

한데 벌써?

물론 비록 파편이긴 하다.

3개에 나눠서 노나진 권능의 파편.

하지만 이것 역시 연계 퀘스트지 않은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주 뻔한 이야기가 된다.

현성이 모를 리가 없다.

‘연계 퀘스트를 완벽하게 해내면 권능 하나를 얻는다.’

이건 상당히 컸다.

현성의 만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

리스크도 상당히 심했으니.

뭐 실패하리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

가밀 사제가 도와주고 있었으니.

한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혹시 모르니 저희 측 아이를 붙여드리겠습니다. 이래 봬도 꽤 촉망받는 성기사입니다.”

“오오.”

현성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서도 충분하긴 하지만, 동료가 있으면 당연히 든든한 법이니.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사제님, 마르시아입니다.”

“들어오렴.”

가밀의 말에 마르시아라고 자신을 칭한 성기사가 들어왔다.

레이나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그 역시 앳돼 보이는 얼굴.

아직 어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레벨은 대략 130은 되어 보이네.’

하기야 테루아가 레벨 120의 활동 지역이지 않은가.

정식 성기사면 당연히 레벨 100 이상이라는 이야기고, 그중에서도 마르시아는 생각보다 강해 보였다.

확실히 유망한 성기사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다만 표정은 썩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유가 뭐지?

어쨌든, 성기사가 합류하게 되었으니 만족했다.

이러면 더 빠르게 찾을 수 있을지도?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마르시아라 소개한 성기사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현성이라 합니다.”

“……마르시아입니다.”

테루아 퀘스트의 시작이었다.

* * *

마르시아.

태어나자마자 테라 교단 앞에 버려진 가여운 아이.

하지만 고아였음에도 누구보다 성실히 살아왔다.

그가 촉망받는 성기사가 되었다는 것만 보더라도 그렇지 않은가.

재능도 있겠지만,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마르시아는 제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인간을 혐오했다.

마르시아가 보기에 현성도 그런 부류로 보였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겉으로 보이는 신성력은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고, 그마저도 교단의 사제복을 입었거늘 제대로 착용하지도 않았다.

다시 말해 각을 맞춰 입지 않았다는 뜻.

‘정말 싫어.’

가밀 사제가 극진히 모시니 일단 명령을 수행할 거다.

당연하다.

가밀 사제야말로 마르시아의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었으니.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것.

‘왜 그분께서 이런 놈을…….’

그건 사소한 질투였다.

언젠가 성기사 임명식 때 보았던 고귀한 성기사.

성기사 리안.

그때 이후로 마르시아는 리안을 동경하고 존경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래서 처음에는 기대했다.

리안이 도와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온다?

그것도 사제라고 한다.

어찌 기대가 안 되겠는가.

한데 그분이 추천한 인간이 이따위라니.

‘신앙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거늘.’

왜 다들 그렇게 저 사람을 빠는 건지.

질투에서 시작한 그 마음은 거세졌지만, 마르시아는 참아냈다.

어떻게든.

‘임무나 수행하자.’

잡생각은 하지 말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현성을 안내했다.

녀석들이 마지막으로 보였던 곳에 말이다.

#작가의 말

갑작스러운 휴재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 휴재했으면 연참으로 찾아뵈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ㅠㅠ 빨리 컨디션 되찾을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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