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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89화 (415/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89화

27장. 상업 도시 테루아(3)

현성은 마르시아를 보고 속으로 안심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신위를 회복해서 신성력을 숨길 수 있는 게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다만 가밀 사제의 반응을 보니 완전히 숨기기는 어려운 모양.

하기야 지금 현성이 가지고 있는 신성력을 보면 그럴 만도 했다.

각종 스킬들로 인해 순도가 어마어마하게 깊어졌으니.

온전히 감출 수는 없을 거다.

감추더라도 일정 이상의 신관이나 성기사들은 느낄 수 있겠지.

그래도 이만하면 다행이다.

‘마음에 드네.’

신성력을 새로 얻을 수 있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주지만 너무 시도 때도 없었다.

리안만 봐도 그랬다.

자신을 보자마자 신이냐고 물었던건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아찔했다.

결과가 좋았으니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극단적인 성기사가 봤다면?

신성모독이라고 덤비기라도 했으면 큰일이었으니.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웬만하면 정체를 숨기기로 했다.

지금도 그래서 좀 무시를 받기는 하지만.

뭐 그거야 상관없는 일이니까.

무시 좀 받으면 어떤가.

그럴 수도 있지.

‘아직 어려서 그런가 혈기가 왕성한 거지.’

위에서 명이 내려왔다고 지부 전체가 현성을 보좌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이곳이 소중하게 느껴서 그런 거이니.

척 봐도 나쁜 사람은 아닌 걸로 보였다.

지금도 봐라.

현성을 안내하면서 싫은 내색은 하지 않고 있다.

임무라 생각하고 성실히 임하는 모습.

보기 좋았다.

“이쪽입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임무인걸요.”

마르시아는 그렇게 대답하고 골목길 쪽으로 길을 안내했다.

현성은 그대로 따라가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상업 도시이다 보니 이런 뒷골목들의 질이 좋진 않았다.

빛이 밝을수록 어둠이 짙다고 하던가.

딱 그런 꼴이었다.

냄새가 지독하다.

오물이나 부랑자들 역시 즐비해 있는 골목길.

하지만 그 누구도 현성이나 마르시아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죽어 있는 느낌이네.’

들썩거리는 배나 코를 보면 살아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눈과 태도를 보아하니 정신이 죽은 모양.

원래 이랬던 걸까?

현성이 궁금해하자 마르시아가 곁눈질로 그걸 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저들의 사정이 딱하긴 한 모양인지 인상도 잔뜩 찡그린 채 말했다.

“상업 도시이다 보니 행상인들이 버리고 가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 부랑자들도 그런 이들이 중 하나죠. 상행을 갔다가 어디를 다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이렇게 버리기도 합니다.”

“지독하군요.”

“예, 그렇습니다. 저희 신전에서 부랑자들을 위해 돕기는 하지만…….”

“저렇게 포기해 버린 이들까지 돕기란 쉽지 않죠.”

“……예.”

현성의 말에 마르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곤 그대로 갈 길을 갔다.

도시의 뒷면을 봐서 그럴까.

골목길은 더욱 스산했다.

그렇게 쭉 안내를 받아 걸었다.

얼마나 갔을까.

너무나도 깊은 골목길이라 오물의 냄새도 옅어졌을 즈음.

마르시아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 부분입니다.”

“흐음.”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있는 거라고는 건물 사이에 가려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흔적을 남겼다는데, 여기까지 찾은 것조차 대단하다 느껴질 정도였다.

도대체 어떻게 찾은 건지.

현성은 그런 골목을 둘러보며 자신이 아는 표식이라도 있나 살폈으나 아쉽게도 그런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며 찾았음에도 보이는 건 별거 없었다.

‘흐음.’

혹시나 싶어 리베우스를 봤지만, 리베우스 역시 고개를 저었다.

저번 파이튼 때처럼 무슨 기운이라도 느끼나 싶었더니.

그런 것조차 없는 모양.

아쉽긴 하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 낭비일 뿐이다.

이곳에 있을 바에 다른 곳을 탐문하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다.

현성은 그렇게 결정하고는 마르시아를 보며 말했다.

“다른 곳으로 가시죠.”

“예, 안내하겠습니다.”

* * *

현성과 마르시아가 탐문을 나선 지도 벌써 1시간째.

하지만 진척은 여전히 없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르시아는 이럴 줄 알았다.

‘어림없지.’

신성력조차 느껴지지 않는 사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마르시아가 느끼기에 현성은 딱 그 정도였다.

기대조차 없는 모습.

조금의 질투를 느끼긴 했지만, 그마저도 이제 사라졌다.

자신은 그저 자신의 임무를 다할 뿐.

그러기에 마르시아 역시 조사를 철저하게 했다.

현성을 위해서가 아닌 신전을 위해서 말이다.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

현성을 보아하니 할 수 없어 보이니.

자신이라도 나서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성과 같이 찾고 있음에도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마르시아가 아니라 그의 선배들도 최선을 다해서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여간해선 찾기 힘든 흔적이 바로 녀석들의 흔적 아니던가.

한데 아직까지는 경험이 낮은 마르시아가 찾기란 요원했다.

그래도 현성에게 모든 걸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 열심히는 하는 중이었다.

“흐음, 여기도 없군요.”

“……그런 거 같습니다.”

현성의 말에 마르시아도 동의하곤 고민에 빠졌다.

이런 골목길을 아무리 뒤져도 나오지 않다니.

음지에 숨어 사는 녀석들답게 역시 숨는 데 달인이라는 걸까.

마르시아는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을 때.

문득 현성이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마르시아에게 물었다.

“혹시 다른 분들도 이렇게 골목길에서 흔적을 찾고 있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저희는 다른 곳으로 가죠.”

“예?”

“대로변으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갑자기 대로변이라니.

더 골목으로 들어가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대로변?

웃기지도 않다.

하지만 지금 마르시아는 현성을 모시고 있는 중이다.

현성의 말대로 따라야 하는 상황.

그렇기에 못마땅하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알겠다고 대답하는 수밖에.

마르시아는 그렇게 현성을 데리고 대로변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도대체 여기 와서 뭘 하겠다고.

마르시아가 딱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마르시아에게 말했다.

“나무는 숲에, 사람은 인파에 숨긴다는 말 혹시 아십니까?”

“……처음 듣는 말입니다.”

“음, 요점은 결국 많은 곳에 숨기는 게 효과적이라는 뜻이죠.”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다.

하지만 녀석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진짜 이런 대로변에서 활개를 치고 다니겠는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방금 현성이 한 말이야 일리 있는 말이긴 하지만, 그들이 진짜 그랬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현성이 골목길에서 지쳐 나온 거라고.

마르시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좀 더 찾는 척을 하다 돌아가자고 하겠지.

‘그래도 따라야 한다.’

마르시아는 그런 생각으로 현성을 따랐다.

이번에는 현성처럼 찾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흔적이 이런 곳에서 발견되리라 생각도 하지 않았으니까.

현성이 그저 쇼를 하는 것이리라.

딱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가지 않아 지워지고 말았다.

현성의 말에 의해.

“혹시 이 문장 본 적 있으십니까?”

길을 가다 갑자기 멈춰 선 현성.

그리고 현성이 건물 한 곳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언가 싶어서 마르시아가 현성이 가리킨 곳을 보자.

화려한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거대 상회의 건물.

당연하지만 큰 가게가 들어서 있었다.

설마 쇼핑을 하자는 건가?

마르시아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현성이 그 건물 외벽을 가리키는 걸 봤다.

“……!”

거대 상단 건물 외벽에 무언가 지웠던 흔적이 있다.

지우긴 했지만, 성기사인 마르시아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다.

어떠한 문양을 지운 흔적이.

다름 아닌 결사대의 문양.

테라 교단이 녀석들의 문양을 알아냈다는 걸 알고 지운 모양이다.

아무래도 다른 곳도 그러겠지.

하지만 성기사인 마르시아의 눈은 속일 수 없었다.

똑똑히 보곤 마르시아는 속으로 경악했다.

어떻게 이걸 발견할 수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어떻게 이걸 맞출 수 있는 걸까.

마르시아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능력이 있었던 건가?’

능력이라곤 없는 자라고 생각했다.

그저 시늉을 하기 위해 대로변으로 나온 거라 생각했거늘.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걸 발견했음에도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현성은 그대로 마르시아에게 말했다.

“흐음, 우선 이 건물을 체크하고 다른 곳도 찾아봅시다.”

“아, 예.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상대가 상대이니.”

마르시아 역시 수긍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 급습하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고작 둘이서 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우선 아닐 수 있지만, 거대 상단의 건물이지 않나.

만일이라도 연관이 되어 있다면?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자칫 잘못했다가 크게 충돌할 수 있었으니.

차라리 녀석들과 거대 상단이 같은 한패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그럼 더 곤란해진다.

현성은 그렇기에 다른 곳도 체크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다른 곳에도 문양을 지운 흔적이 있다면?

저 거대 상단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곳에는 전혀 없다면.

‘최악일 수도 있겠어.’

마르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거대 상단의 건물을 다시 바라봤다.

파르나 상단.

룬 제국에서도 꽤 이름이 알려진 상단 중 하나다.

5대 상단까지는 아니지만, 그다음을 이야기할 때 항상 거론되는 거대 상단 중 하나.

만일 녀석들이 저 상단과 한패라면?

상당히 골치 아파질 것이다.

아무리 테라 교단이라 한들 파르나 상단이라면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물론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상대해 볼 법도 하지만.

아니라면 상당히 곤란하게 될 테니.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그보다도 이렇게 현성이 발견한 걸 보고 작게 감탄했다.

‘조금 더 믿자.’

마르시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른 곳으로 현성을 안내했다.

부디 파르나 상단 건물에만 있지 않길 바라면서.

골치 아픈 전쟁이 자신의 지부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상당히 소란스러워질 테니.

자신의 소중한 이곳이 그렇게 되는 건 사양이었다.

부디 별일 없기를.

마르시아가 신께 그렇게 기도를 바치며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을 때였다.

멀찍이 떨어진 곳.

그곳에서 그 둘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찾았다.”

“역시 로사네, 바로 찾고.”

“맞아, 대단해.”

여자 하나와 남자 둘로 이뤄진 유저 무리.

그들은 마르시아가 아닌 현성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사냥을 슬슬 시작할까?”

“좋지.”

“비슈누의 실력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니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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