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잠만 자도 랭커 2부-90화 (416/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90화

28장. 태백 삼인방(1)

블랭크, 로사, 그리고 소백향.

테루아로 향하는 그들.

목적은 단 하나.

비슈누였다.

이전 세대 루키 최강자들 셋.

그리고 현 루키 최강자라 불리는 비슈누.

언뜻 본다면 태백 길드 삼인방이 유리할 듯했다.

“글쎄?”

“흐음, 역시 그렇지?”

블랭크와 로사가 입맛을 다시며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백향?

그녀의 실력은 진짜다.

만약 한문석의 지원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스타덤에 빠르게 오를 수 있었을 터.

하지만 블랭크와 로사는 조금 애매했다.

무엇보다 컨트롤.

물론 그들 역시 랭커가 될 수 있는 재목이긴 하다.

그게 아니라면 한문석이 그들을 썼을 리가 있겠는가.

하지만 다르게 말한다면?

“우리는 랭커밖에 안 되는 수준이니까.”

“그렇긴 해.”

지원 덕분에 과거 루키 최강자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그뿐이었다.

머리가 커가 자신의 의뢰를 조금씩 기피한다고 한문석은 알고 있었으나 실상은 조금 달랐다.

‘힘이 역부족일 때가 많아지기 시작했어.’

‘이 위는 진짜들의 무대다.’

랭커라 할 수 있는 마의 190레벨대.

거기는커녕 지금 163임에도 벽에 꽉 가로 막혀 있는 듯했다.

견디기조차 힘든 지경.

지원이 있음에도 이 정도였는데 아니었다면?

둘은 진작 떨어져 나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백향은 달랐다.

‘우리 에이스다.’

‘소백향만 있으면 문제없어!’

블랭크와 로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그녀만 있다면 자신들 역시 정말 12 길드에 속할 수 있노라고.

물론 그게 그들의 목표인 건 아니었다.

한문석의 계획에 따르는 이유?

한문석을 따라 다른 게임에서 새로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렇기에 그를 돕는 거 아니겠나.

이유가 없다면 돕지도 않았을 터.

특히 소백향이 그랬다.

“……쉽지 않아.”

“흐음. 확실히 그렇지?”

“그렇긴 하지.”

셋이 있음에도 하나를 걱정한다?

그런 게 아니었다.

“퍼시벌과 비슈누 둘을 동시에 상대한다면 어렵지.”

“그 둘은 진짜 넘사야.”

블랭크와 로사의 말에 소백향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 역시 인정하는 둘이었다.

아니, 인정을 하건 말건 그 영상들을 봤으면 모르고 싶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괴물인지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하지 않던가.

그런 만큼 소백향은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레벨, 20 미만으로 차이 나면 필패.’

1대1로 싸웠을 때도 20 미만으로 싸웠을 때 필패를 생각하는 중이었다.

그만큼 비슈누와 퍼시벌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테루아에 도착했을 때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다들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퍼시벌과 같이 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우선 찾고 생각하자고.”

“그게 맞지! 빈칸아.”

“빈칸 아니라 블랭크라고!”

“그거나 그거나.”

“응.”

셋은 그렇게 시시콜콜하게 떠들며 테루아를 빠르게 돌아다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탐색은 궁수인 로사가 했다.

추적 스킬과 각종 시야 강화 스킬들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보다 누군가를 찾는 데 익숙한 이는 없을 터.

찾고 있던 순간.

로사는 시야에 들어오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으음?”

“왜?”

“음?”

멈춰 선 로사의 뒤로 소백향과 블랭크도 멈춰 섰다.

그러자 로사가 한쪽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마치 저 녀석이라는 듯이.

다른 둘이 바라보자 그곳에 테라 교단의 사제복을 입은 한 사제와 성기사를 볼 수 있었다.

테라 교단?

분명 비슈누는 교단의 문양이 없는 사제복을 입고 다니지 않았던가.

한데 갑자기 테라 교단?

거기다.

“퍼시벌도 아니고 NPC 성기사인데?”

“저 사람이 비슈누?”

둘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로사를 바라보자 로사는 다시 고갯짓을 했다.

이번에는 사제의 어깨를 가리키며 말했다.

“어깨를 봐. 뭔가 올라가 있잖아.”

“아.”

“음?”

봉긋하게 부풀어 있는 왼쪽 어깨.

뭔가 있다는 거 같긴 했다.

거기다 꿈틀꿈틀거리지 않나. 분명 펫이다.

한데 저것만으로 비슈누임을 추측할 수 있다고?

좀 빈약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는 둘을 보며 로사가 상황을 설명했다.

“여기 돌아다니면서 사제 유저들 중 어깨에 펫을 올려놓은 사제는 단 하나도 없었어. 씨X 저 녀석만 빼고 말이지.”

“오호. 그러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네.”

“나는 확신한다.”

로사가 그렇게 말하니 남은 둘도 고개를 끄덕였다.

껄렁껄렁해 보여도 로사가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니.

그렇게 비슈누를 찾은 거다.

문제는 하나.

옆에 붙어 있는 NPC 성기사.

보아하니 레벨은 그리 높진 않은 듯했다.

하지만 테라 교단이지 않나.

건들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비슈누를 죽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

자칫 잘못하면 태백 길드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운이 좋네.”

“그러게 말이야.”

“맞아.”

다들 운이 좋다고 동감하고 있었다.

성기사를 잘못 건들면 운이 나쁜 걸 떠나 최악이겠지만.

어딜 봐도 퍼시벌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봐도 저 NPC 성기사만 있는 상태.

그렇다면 괜찮다.

NPC 성기사가 눈엣가시라 해도 퍼시벌보다는 아니니.

애초에 퍼시벌이 있었다면 그를 성가셔하는 이들이 이들이 모두 긴장하고 있었을 거다.

“성기사가 거슬리네.”

“동감이야, 에휴 일이 이따구로 꼬이네. 어떻게 할겨?”

“죽이면 안 돼.”

“그거는 맞지. 떨어뜨려 놓으면 좋겠지만, 그건 힘들어 보이니.”

“같이 쳐야지.”

“죽이지만 않으면 돼.”

뜻하지 않게 모두의 의견이 통했다.

NPC 성기사.

그것도 룬 제국의 국교인 테라 교단의 성기사다.

만일 이 셋이 그런 성기사를 죽인다면?

테라 교단이 사건을 파헤칠 거다.

그 과정에서 태백 길드가 걸린다면?

길드 자체가 사라지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죽이지 않으면 그만 아니던가.

비슈누만 죽인다면?

어차피 다시 살아나는 이방인이지 않나.

그런 이방인이 죽어도 교단에서 움직일 리까진 없지.

정말 비슈누가 테라 교단과 연관이 있다면 말이다.

“조금만 기다리고 외딴 곳으로 이동할 때가 기회다.”

“성기사 먼저 기절시키자.”

“레벨도 낮아.”

비슈누에게도 전투 능력이 출중하다는 걸 이중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투직인 퍼시벌보다 못하다는 건 당연한 일.

그렇기에 아무도 성기사를 걱정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NPC 성기사를 두려워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으니.

그렇게 뒤에서 그들을 조심히 쫓던 그들.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지난 후에 그들이 골목길로 향하기 시작했다.

기회가 생겼다.

‘그럼 움직이자.’

블랭크의 오더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사냥이 시작되었다.

* * *

태백 길드 삼인방.

그들이 미행을 하고 있었을 때 이미 비슈누, 아니, 현성은 알고 있었다.

현성에게는 무엇보다 뛰어난 레이더가 있지 않았던가.

“오우,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요.”

“무시무시? 비네샤나 리안 같은?”

“오우, 그 사람들은 무시무시가 아니라 위험무시라 했을 겁니다요!”

무슨 차이인가 싶었지만.

대충 알 수 있었다.

200은 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현성보다는 레벨이 상당히 높다는 거.

상업 도시라는 이름답게 이곳은 레벨 제한이 없는 도시였다.

다시 말해 레벨 200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는 것.

하지만 여기서 PK를 감행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골목이 아니라면 말이다.

‘어쩌지?’

그 순간 현성은 좀 고민했다.

마르시아도 있는 상황이기에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무리 막가파라도 테라 교단을 건들 정도로 어리석진 않을 테니까.

문제라면 자신이 문제다.

“레벨로 치면? 150 이상?”

“오우.”

리베우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덧붙였다.

“170 이하입니다요. 그중 하나는 180에 가까운 거 같습니다요.”

그 말에 현성은 고민했다.

레벨 160대 둘과 170 후반대 하나.

상당히 강력한 이들이다.

문제는.

‘내 힘을 쓰면 안 된다는 거지.’

아마 현성을 노리고 왔다는 건 비슈누라서 노린다는 거다.

여기서 퍼시벌이 쓰는 힘을 쓴다면?

악질답게 그걸 퍼뜨리고 다닐 거다.

그건 곤란하다.

둘이 동일인이라는 게 알려지면 비네샤와의 관계도 좀 위험해질 수도 있고, 아수라와의 연관성도 다시 생겨날 수도 있다.

그건 막아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다시 말해 지금 현성은 힘이 봉인된 상태라는 것.

근처에서 퍼시벌이 도우러 온 것처럼 꾸며야 하나 했으나 그 순간 앞장서는 마르시아를 볼 수 있었다.

‘흐음.’

마르시아가 둘을 막을 수 있을까?

재능이 있는 성기사라는 건 듣긴 했다.

그래도 레벨은 고작해야 130대 레벨이다.

160대 둘과 170 후반 하나를 막기엔 역부족.

하지만 현성의 버프를 받는다면?

이야기가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정 힘들다면…….

현성이 그러고 리베우스를 바라봤다.

그러자 리베우스 역시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외쳤다.

“오우.”

현성이 그렇게 대충 계획을 모두 세웠을 때였다.

그들이 움직인 건.

타탓. 탓. 또각.

셋이 동시에 그들의 앞에 나타나 착지를 했고, 현성은 알고 있었기에 무표정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마르시아는 달랐다.

“……누구냐.”

척 보더라도 쉽지 않은 상대들.

무엇보다 적의를 저리도 가지고 나타났다면 필히 적일 터.

하지만 유저인 것을 확인하고 우선 마르시아가 물었다.

그러면서 현성을 돌아보며 아는 사람이냐는 듯 눈짓을 했고,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현성도 모르는 이들.

그리고 적대적인 이들.

다시 말해.

“적.”

여자 검사가 그렇게 말하고 달려들었다.

너무나도 가볍게 뛰어오른 거였음에도 상당히 빠른 속도.

마르시아는 그 순간 두 눈을 부릅떴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반응조차 하기 힘든 속도.

자신보다도 훨씬 우위에 있는 자만이 낼 수 있는 속도였다.

하지만 지금 마르시아는 현성을 지켜야만 한다.

피할 순 없다.

그렇다면 막는 수밖에.

마르시아는 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움직이기 시작하여 겨우 반응해 여자 검사의 검을 그대로 방패를 들어 올려 막아냈다.

아니, 이걸 정녕 막아냈다고 해야 할까?

콰직!

“커헉!”

단숨에 방패가 일그러지며 골목 한 벽면에 처박히는 마르시아.

역부족이다.

아니, 역부족을 넘어선 불가능이다.

너무나도 강하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또 없다.

가만히 있다가는 여자 검사에게 다시 당한다.

그렇게 움직이려는 순간.

자신에게 날아드는 화살들을 보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걸 느꼈다.

“아.”

마르시아가 그걸 보며 멍하니 있던 순간.

거센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아아!

그야말로 빛의 세례.

축복을 넘어서 세례에 가까운 그 빛에 마르시아는 온몸에 어마어마한 기운이 샘솟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게 대체?

이해할 수 없는 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그 힘을 받고 난 뒤 너무나도 강렬해 보이던 화살이 별게 아닌 거처럼 느껴졌다.

착각일까?

마르시아는 그런 생각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향해 검을 뻗었다.

그러자.

서걱.

거대한 기운이 담겨 있던 화살을 베어내고 말았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

자신보다도 강한 이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을 느끼자마자 마르시아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았다.

전투 중에 결코 그래선 안 됐지만.

왜인지 모르게 그러고 싶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보며 축복을 내려준 거대한 후광이 비추는, 그야말로 신 그 자체를.

“아.”

그리고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어리석었노라고.

바로 곁에 모시고 있었음에도 알지 못하고 아둔했노라고.

그러니 그 사죄를 할 차례였다.

“크하아아!”

기합을 불어넣고 일어난다.

그리고 그런 마르시아를 여자 검사, 소백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이거 아무래도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