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91화
28장. 태백 삼인방(2)
소백향은 눈을 찌푸리며 자신의 검을 바라봤다.
로사의 스킬을 파괴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NPC 성기사를 바라봤다.
자신은 물론 로사나 블랭크보다도 훨씬 떨어지는 레벨과 능력치.
한데도 스킬을 파훼했다.
즉, 방금 일어난 버프의 효과라는 뜻.
소백향은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비슈누를 바라봤다.
루키 1위라더니.
이건 루키 수준이 아니잖아.
정말 퍼시벌이 있었다면…….
상상만으로 전율이 돋았다.
자신들이 패배를 생각해야 한다니.
믿기지 않을 수준의 버프다.
‘막아야 해.’
더 버프를 주는 건 막아야 한다.
지금도 이럴진대 더 버프를 먹는다면?
저 성기사의 성장이 어디까지 갈지 모를 테니.
빠르게 달려가 비슈누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채앵!
그럴 수 없었다.
앞을 가로막는 성기사 때문에.
소백향은 그런 성기사, 마르시아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자신을 막아섰다?
아니, 정확히는 밀리는 중이다.
하지만 견디고 있다는 것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레벨 차이는 무려 40 이상.
한데도 버틴다.
빠르게 끝내야 한다.
소백향이 그렇게 생각하며 처음부터 강력한 스킬을 사용하려던 순간.
“홀리 바인드.”
비슈누의 목소리와 함께 소백향의 위에서 빛이 떨어지며 소백향을 감싸 안았다.
움직일 수 없게 만든 후.
로사와 블랭크가 빠르게 대처하려는 순간.
비슈누가 먼저 외쳤다.
“헤븐즈 링, 속성 부여-성, 태양의 세례, 솟구치는 빛, 샘솟는 용기, 미약한 기도.”
순식간에 6개의 버프가 추가로 들어간 마르시아가 두 눈을 부릅떴다.
급작스러운 성장에 놀랐으나 그럴 겨를도 없이 빠르게 로사와 블랭크의 스킬이 쏟아졌다.
콰가가강!
쿠궁! 쿵!
무수히 많은 화살비와 함께 떨어지는 화염마법.
서로가 마르시아를 쓰러뜨리려고 공격을 해온 거다.
하지만 폭음과 함께 연기가 사라지자.
마르시아는 굳건한 모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스러운 반투명한 방패와 함께.
그건 다름 아닌 마르시아의 스킬, 신성 방패였다.
능력치가 늘어나 두 스킬에도 끄떡없는 모습.
그 순간 소백향도 바인드가 풀려 그대로 마르시아에게 달려든다.
쏜살처럼 날아드는 소백향.
원래라면 반응도 뒤늦게 했을 속도였건만.
마르시아는 뒤처지지 않고 빠르게 반응해 방패를 들어 올렸다.
쿠웅! 콰직!
거대한 충격이 온몸을 휩쓸었음에도 굳건하다.
똑똑히 서 있었다.
마르시아가 내디딘 다리의 지면이 붕괴하듯 움푹 패였지만, 그럼에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방어를 한 직후 그대로 검을 휘둘러 공격을 한다.
마르시아가 휘두르는 검에 담긴 성속성.
거기에 마르시아의 스킬 신성참이 뒤섞여 말도 안 되는 빛을 머금은 검.
그 검이 그대로 소백향을 향해 떨어졌다.
소백향은 그걸 보고 유연하게 몸을 틀어 피하곤 다시 허공에서 허리를 틀어 그 회전력을 이용해 스킬을 사용했다.
다름 아닌 자신이 현재 가장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쾌검광참.’
웬만한 몬스터라면 일격에 목숨을 끊어버리는 스킬.
원래라면 마르시아를 죽이지 않기 위해 사용하지는 않았을 시킬이었다.
비슈누에게 사용할 스킬이었건만, 아꼈다가 이대로는 당할 거 같아 사용했다.
지금이라면 사용해도 마르시아는 죽지 않으리라.
소백향이 그런 판단을 하고 스킬을 머금은 채로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
비슈누의 목소리가 울렸다.
“샤이닝 레이.”
외침과 동시에 순간 모든 골목을 밝히는 광선이 뿜어졌다.
고작해야 화살보다도 얊은 광선.
하지만 그 광선이 소백향의 검에 닿는 순간 소백향은 검을 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몸을 날렸다.
───────!
그 순간 소백향은 자신이 놓아버린 검을 바라봤다.
스킬이 소멸하고도 검의 내구력이 바닥을 기는지 이는 다 갈렸다.
그걸 보고 소백향이 뒤에 있는 블랭크와 로사를 보며 고갯짓을 했다.
둘은 그걸 알아듣고 빠르게 흩어졌고, 소백향 역시 검을 회수하곤 빠르게 그곳에서 벗어났다.
도망치는 삼인방.
각자 다른 곳으로 흩어지는 모습에 순간 마르시아는 고민했다.
누구를 따라가야 하나.
하지만 비슈누, 현성이 외쳤다.
“쫓진 말죠.”
“……예?”
“쫓아봐야 불리해질 뿐입니다.”
“아.”
“일단 두죠. 아무래도 저 때문에 온 거 같으니.”
현성이 그렇게 말했고 마르시아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었다.
보통 전쟁에서 반격을 당하기 가장 좋은 때가 패잔병을 추격할 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저렇게 지능적으로 흩어져서 도망친다는 것부터가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이야기니.
쫓기보단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거다.
마르시아도 이성을 찾고 수긍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오진 않을 겁니다. 적어도 당분간은요.”
“아.”
“아마도 확신을 가지기 전까지 다시 오긴 힘들 겁니다.”
자신들이 이긴다는 확신을 가지기 전까진 오지 않으리라.
그 말이 맞았다.
마르시아 역시 만일 자신이 저들의 입장이라면 너무 서늘했을 거 같았으니.
그러니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다.
어쨌든 현성을 지킨 거니.
그보다.
‘도대체 이분은 대체…….’
도중에 테라 교단의 스킬까지 사용하지 않았던가.
한데 그 버프가 임명식 때 뵈었던 추기경보다도 더 뛰어난 신성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더 뛰어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그야말로 신 본인이라 생각마저 들 만큼 대단한 신성력.
이런 사람에게 자신이 감히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낯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도대체 자신은 무슨 생각을 한 거란 말인가.
신성력을 감춘 이유도 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 터.
너무나도 숭고한 그 신성력에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릴 터이니.
그렇기에 마르시아는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반성하자.’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말이다.
덕분에 마르시아는 그런 부끄러운 마음을 가지고 한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결코 남의 겉을 보고 오해하면 안 되는구나.’
뭐든 판단은 그 사람을 온전히 겪어보고 해도 늦지 않다.
그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여러 교훈을 얻긴 했지만.
“우선 저희는 저희 일을 하죠.”
현성의 그 말에 마르시아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현성에게만 보이는 메시지.
신성력이 또 10이나 올랐다는 메시지를 보며 현성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역시 신성력만 보면 이놈의 교단 사람들은 정신을 못 차린다니까.
물론 그런 녀석이 현성 주변에도 있긴 했지만.
“오우, 역시 주인님이십니다요. 신성력을 보이자마자 다른 신의 신도도 주인님을 숭배하게 됩니다요.”
“……그게 좋은 걸까?”
잠깐 현타가 오는 현성이었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뭐 신성력이 또 높아졌으니.
나쁜 건 아니겠지.
아마도.
그보다.
‘그 녀석들은 누굴까?’
가면으로 모두 얼굴을 숨기고 있어서 알아보진 못했다.
하지만 그만한 실력자들이라면 아무래도 유명한 이들일 터.
한데 자신을 사냥하러 왔다?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있었다.
자신을 사냥하는 이유도 모르겠다.
‘루키 1위라서?’
그러기에는 뭔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너무 전문적으로 치고 빠지지 않았나.
불리할 거 같으니 바로 빠지는 모습조차 너무나도 빨랐다.
아무래도 사냥을 전문적으로 하는 유저들이 틀림없다.
문제는 그 유저들이 왜 자신을 노렸냐는 거다.
보통 저런 놈들은 의뢰를 받고 하게 마련인데.
누군가 현성을 죽이라고 사주를 했다?
‘거대 길드 소행인가?’
하기야 최근에 발할라와도 같이 연계를 하고 했으니.
견제가 올 법도 하다.
다만 그렇기에 걸리는 점 한 가지.
‘내가 있는 곳은 어떻게 안 거지?’
이전까지만 해도 미행이 있진 않았건만.
미행이 붙은 것도 이 도시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근데 위치를 알았다?
뭔가 이상하다.
고민을 해봐야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지금은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데 집중해야겠다.
그래도 단서는 얻었으니까.
녀석들이 또 온다면.
‘그때는 물어봐야겠네.’
누가 자신을 노리는 거냐고.
물론 알려줄 리가 만무하겠지만.
* * *
현성이 다시 퀘스트에 집중을 한 한편.
삼인방은 약속된 장소로 다시 모였다.
추격은 없었다.
다행히 말이다.
“미쳤다.”
“씨X, 빌어먹을 정도로 강하네.”
“…….”
고작해야 몇 합을 겨뤘을 뿐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싸움이 이어졌다면 필패했을 것이다.
성기사만 강화하고 비슈누가 후방 지원만 했다면 승산?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슈누가 공격까지 한다?
그것도 견제 수준의 공격이 아닌 하나하나가 필살인 일격으로?
이건 이길 수 없다.
소백향이 그렇기에 빠르게 판단하고 도망치자 한 거였다.
그리고 그 판단에 모두가 동의를 한 것이었고.
“어쩌지?”
“이러다 보스 새끼가 지랄하는 거 아니야?
“보스는 아니지. 어쨌든 협력만 하는 관계니까. 고용을 받긴 했어도 우리에게도 거부권이 있고, 거기다 우리는 저들의 숨통을 쥐고 있기도 하니.”
“제기랄! 비슈누 하나도 이기지 못하다니. 체면이 말도 아니네.”
성질을 내는 로사와 그걸 분석하고 있는 블랭크.
그런 둘을 보며 소백향은 곰곰이 생각하다 말했다.
“우리 옮기자.”
“뭐?”
“흐음.”
로사는 알아듣지 못했고, 반대로 블랭크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지금 소백향이 무슨 말을 하는지.
그런 알아듣지 못한 로사를 위해 블랭크가 굳이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한문석을 버리고 비슈누와 퍼시벌에게 붙자는 거야.”
“뭐? 그게 돼?”
로사의 말이 맞았다.
하는 걸 떠나서 그게 가능하느냐는 질문.
그리고 대답은 소백향이 아니라 블랭크가 했다.
“가능하지. 애초에 한문석이 우리를 쓸 때가 언제야? 자기들 계획이 어그러질 때 가장 최종패로 쓰는 게 우리잖아. 다시 말해서 지금 비슈누의 행보가 한문석의 계획을 깨고 있다는 이야기지.”
“그, 그건 그렇지?”
“무엇보다 오더로 내려온 건 ‘사냥개, 비슈누를 죽여라’였어.”
“어? 그렇다는 건?”
“그래, 비슈누 역시 한문석의 반대편에 붙어 있다는 거지. 즉 로스트 이데아 측인, 플라톤 사의 측일 거다.”
순식간에 거기까지 추리하고 머리를 굴린 블랭크다.
그리고 그런 블랭크의 말을 소백향이 덧붙였다.
“우리에겐 증거까지 있어.”
“그러니 받아줄 수밖에 없지.”
“오!”
“비슈누를 만나보자.”
셋이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비슈누의 실력을 보고 그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문석의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라고.
이미 비슈누와 퍼시벌이 나섰다는 건 다르게 말한다면 한문석은 끝났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셋은 당연히 팽당하게 된다.
그렇게 당하기 전 다시 말해 동아줄을 바꾸자는 이야기였다.
증거도 있으니.
자신들을 충분히 받아주리라.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대단하신 분이니 밑에서 배우고 싶어.”
소백향의 진심이 묻어났다.
그리고 그건 다른 둘도 마찬가지였다.
압도적인 컨트롤.
비슈누에게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어느새 비슈누에게 동화된 셋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비슈누에게 증거를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슈누가 이 일에 연관이 1도 없다는 건 알지도 못한 채로 말이다.
#작가의 말
거진 두 달간 매일 연재 유지하면서 써왔는데 컨디션과 여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앞으로 주 5회로 연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주 7회를 더 유지하고 싶었지만, 앞선 휴재로 인해 계속해서 컨디션이 망가지고 퀄리티가 망가질 걱정이 들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주 5화로 줄이는 만큼 더 나은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