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95화
29장. 파르마 상단 전쟁(3)
검괴라 불리는 얄쌍한 남자 검사는 작금의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저 창을 쥔 성기사.
보기만 한다면 이만한 실력자일 줄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자신보다도 레벨이 낮은 몬스터를 보며 강할 거라고 예상하는 유저는 아무도 없지 않나.
똑같은 이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얄쌍한 남자 검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시선으로 퍼시벌을 바라봤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불가능하다고밖에 설명이 안 된다.
검괴의 입장에서는 돼지가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보다도 황당한 일이 벌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마괴라 불리는 가냘픈 여자 마법사도 이해가 안 되는 건 마찬가지.
무엇보다 성기사인 퍼시벌보다도 더 유심히 보는 뒤에 있는 사제.
비슈누의 모습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가능한 거지?’
저 사제가 선보인 버프 컨트롤은 신들렸다고 표현해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그 효과는 또 어떻고.
물론 성기사가 완급 조절을 미리 한 거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불가능한 면모들이 많았다.
어쨌든 둘은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저들은 강자고, 약자는 자신들이라는 걸.
그리고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를 들쑤시고 다니는 게.’
‘저 녀석이었군.’
최근 결사대의 계획을 모조리 망치는 자가 있다고 보고를 받지 않았나.
그렇기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고.
한데 그게 설마 저들이었을 줄이야.
테라 교단이 움직였다고 들었을 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을 안 하고 있었는데.
이게 모두 저 둘의 소행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다시 말한다면 저 둘은 테라 교단을 움직일 만한 힘이 있다는 뜻.
검괴와 마괴는 그렇게 생각하자 저들의 강함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만한 능력이 있는 자들이니.
강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대로 당하고 있느냐.
그건 또 둘의 성미가 아니다.
“크하아아아아아압!”
“내가 지원하지.”
“좋다.”
마괴가 그렇게 대답하자 기합을 내지른 검괴가 얄쌍한 몸에 꿈틀꿈틀 핏줄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마괴 역시 마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스태프를 쥐었다.
둘을 보며 퍼시벌 역시 창을 쥐었고, 뒤에 있던 비슈누 역시 성경을 쥐고 그들을 바라본다.
둘 모두 지켜보고 있는 시청자?
당연히 난리가 났다.
-와, 본격적으로 싸우려나 본데?
-무조건 둘이 이기겠지?
-누구?
-비슈누랑 퍼시벌!
-야 근데 모르는 거야 여태 압도하긴 했는데 저 둘 다 레벨 150이상이야. 검사는 확실하지 않은데 적어도 마법사는 무조건임 마법 삼중화는 레벨 150이상만 배울 수 있는 스킬이니까.
-레벨 100초반이 150대를 사냥하고 있는 거다? 말이 되나?
-안되지. 근데 저 둘이니까 가능할 거 같지 않냐?
-야 다들 조용히해봐 검사가 뭐라 말한다.
영상에 집중하다 보니 채팅이 줄었지만, 인원이 인원이다 보니 여전히 채팅이 많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검괴가 입을 열자 확 조용해졌다.
“나는 비밀 결사대의 간부 검괴라고 한다. 저 뒤에 있는 마법사는 마괴라 하지.”
“간부라.”
“네놈들이 뭘 노리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순순히 넘겨줄 수는 없지.”
검괴가 그렇게 자기소개를 할 때 그의 꿈틀거리는 핏줄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모습에 퍼시벌 역시 준비를 했다.
아까보다도 훨씬 강화된 모습.
상처들 또한 핏줄들이 들러붙더니 재생하다시피 상처가 나았다.
징그러운 모습.
하지만 그런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퍼시벌이 처음 보였던 압도적인 속도와 비슷하게 달려드는 검괴가 있었으니까.
채앙!
거리가 상당했음에도 달려들자마자 퍼시벌의 창과 맞부딪쳤다.
충돌이 퍼져 나가며 주변에 자잘한 물건들이 순간 밀려난다.
그 둘의 충돌과 함께 먼저 주문을 완성시킨 건 마괴였다.
“마법 강화, 마법 삼중화, 포이즌 크로스.”
순식간에 생겨난 거대한 독의 십자가.
붉은색과 보랏빛이 도는 불길해 보이는 십자가들이 나타나 그대로 퍼시벌에게 날아들려던 순간.
비슈누가 빠르게 움직였다.
가장 먼저 쏘아낸 것은 라이트닝 애로우였다.
빠르게 날아드는 라이트닝 애로우와 함께 타오르는 빛, 그리고 홀리 애로우를 사용했다.
마괴보다도 느리게 발동했지만, 발동된 건 그보다 빨랐다.
독의 십자가들이 날아들기도 전에 허공에서 그것들을 격퇴했다.
쾅! 쾅! 쾅!
“크흑.”
“마괴!”
스킬이 허공에서 허무하게 터지는 걸 보고 마괴가 타격을 입은 건지 쿨럭거리며 피를 토했다.
마괴가 당하자 검괴가 순간 흔들렸다.
팽팽하던 끈이 끊어진 순간.
퍼시벌이 검괴의 검을 쳐냈다.
채앵!
“크흑.”
실수했다.
틈을 보이면 안 되는 거였다.
하지만 괜찮다.
검괴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향해 빛살처럼 날아드는 창을 바라봤다.
저 정도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검괴는 그리 생각하며 기다란 몸을 이용해 몸을 틀어 창을 피했다.
허공에서 회전을 하며 창을 피하고 앞으로 쏠린 퍼시벌의 모습을 보곤 허공에서 돌면서 그를 걷어찼다.
뻐엉!
콰지지지직!
타격이 상당했는지 밀려나는 퍼시벌.
땅에 기다란 두 선을 그으며 물러난 퍼시벌을 향해 검괴가 움직였다.
파앗!
몸을 틀어 기형적으로 착지를 하자마자 도약하는 검괴.
그리고 그 속도는 아까보다도 더 빨랐다.
방금 타격을 맞고 바로 반격을 준비할 수 없었던 퍼시벌은 그걸 보고 바로 스킬을 사용했다.
“어림없다!”
검괴는 그리 외치며 마찬가지로 스킬을 사용했다.
붉은 검기로 물드는 검.
무엇이든 갈라버릴 거 같은 위력이 담긴 검기다.
검괴는 그 상태로 스킬을 하나 더 사용했다.
자신의 스킬 중 가장 강력하다 할 수 있는 스킬.
소드댄싱.
춤사위를 추며 검을 휘둘러 위력을 증폭시키는 스킬이었다.
기다란 몸을 뽐내며 살랑살랑 검을 휘두른다.
그러나 그 속도가 상당히 매섭다.
모든 것을 갈아버릴 작정으로 검무를 추며 달려드는 검괴.
퍼시벌은 그런 검괴를 향해 신성 방패를 발동했다.
하지만.
챙그랑!
고작 1합도 버티지 못하고 깨져 버린 신성 방패.
버티지 못하고 깨져 버렸으나 짧은 틈은 생겼다.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퍼시벌은 그사이에 창을 꼬나쥐곤 스킬을 발동했다.
다름 아닌 거대하고 성스러운 십자가를 소환하는 스킬.
홀리 크로스가 발현되는 순간이었다.
쿠웅!
허공에 나타나 둘의 사이를 가로막는 성스러운 십자가.
하지만 그 역시 빠르고 매서운 검괴의 춤사위에 금방 사그라들고 말았다.
쩌저저저적!
사라져 버린 십자가를 뒤로하고 퍼시벌이 뒤로 물러나자 검괴는 인상을 찌푸렸다.
회심의 일격이었건만.
두 번의 방해로 스킬이 풀려 버렸고, 퍼시벌은 거리를 벌렸다.
검과 창의 대결에서 거리는 상당히 중요하다.
거리를 둔 상태로 검이 창을 이길 수 있는 확률?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실력 차이가 상당히 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검괴는 퍼시벌을 압도할 실력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다시 말해 퍼시벌이 상당히 유리한 고지라는 뜻이다.
지금도 봐라.
“제길.”
퍼시벌이 자세를 취하고 투창을 하려 하자 검괴가 다급히 움직이려 했다.
시청자들 역시 저게 어떤 건지 알고 있었다.
-나! 선! 투! 창!
-와! 아시는구나! 저거 겁. 나. 강. 합. 니. 다.
-진짜 ㅈㄴ 세지. ㅋㅋㅋㅋ
-와 끝인가?
-아니 알고 대비하려는 거 보니까 막을 수도?
-여태까지 저게 막혔던가?
-아니 없었지.
시청자들도 뭐가 날아드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를 만족시키기라도 할 건지.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산들바람으로부터 시작해 겨울의 살을 에는 듯한 바람까지로 이어지는 폭풍.
폭풍이 창에 담기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본 검괴는 스킬을 빠르게 파훼하기 위해 달렸다.
어느 때보다 빠르게 달려드는 검괴.
하지만 그런 검괴가 퍼시벌과 거리를 3m도 남기지 않았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빛살들이 떨어진 것은.
“홀리 바인드.”
다름 아닌 비슈누의 홀리 바인드였다.
앞으로 몇 초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그 몇 초 사이에 저 흉측한 태풍과 폭풍이 담긴 창이 자신에게 날아들 것이란 사실을 검괴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절박하게 외쳤다.
이렇게 당할 순 없으니까.
“마괴!”
“알고 있어!”
마괴 역시 그걸 보고 빠르게 대비하기 위해 수인을 짜고 있었다.
사제의 방해를 받기 전에 빠르게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는 순간.
비슈누가 손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마괴를 겨눴다.
그러나 마괴는 비슈누가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 주문을 먼저 완성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비슈누의 주문이 빠르긴 하더라도 자신의 수인이 더 빠를 테니.
마괴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뒤까진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샤이닝 레이.”
퓻!
얇고 빠른 레이저.
그것이 비슈누의 손가락에서 쏘아져 마괴의 몸을 관통했다.
“커헉!”
마법이 완성되기 직전에 말이다.
덕분에 마법이 실패하고, 그로 인한 마나 역류가 일어났다.
“크허어억, 크헉헉!”
온몸을 관통하는 강렬한 고통.
누구라도 고통에 몸부림쳐서 마법을 더 펼칠 수 없을 게 분명하나.
마괴는 달랐다.
어떻게든 미완성된 수인을 완성시킨다.
마나 역류가 일어나 있는 상태에서 실패한 마법을 다시금 성공시키기 위해.
그렇게 그녀는 성공했다.
악독한 집념.
그리고 외쳤다.
“마법 강화! 마법 이중 강화! 포이즌 브레스!”
자신이 당장 낼 수 있는 가장 최강의 마법.
모든 것을 담아 퍼시벌에게 날렸다.
이대로 리타이어 되어도 상관 없다는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
거기서 비슈누가 무언가를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너무나도 빠르게 포이즌 브레스가 퍼시벌에게 날아들었다.
막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퍼시벌뿐.
타이밍이 그랬다.
퍼시벌 역시 그걸 느꼈고, 폭풍과 태풍이 담긴 창을 꼬나쥐곤 몸을 틀었다.
창을 쥔 손을 뒤로 빼며 어깨를 뒤로 젖힌다.
허리 역시 틀고 최대한 힘을 가할 수 있게.
몸을 최대한 튼 뒤 그것을 풀며 투창을 했다.
태풍과 폭풍이 담긴 창.
모든 것을 휩쓸기 위해 날아드는 그 창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독의 숨결을 결코 허용하지 않겠다며 모조리 휩쓸었다.
그렇게도 강렬한 포이즌 브레스였건만.
태풍과 폭풍에 가로막혀 제 힘을 내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태풍에 깎여나가고, 폭풍에 밀려 나간다.
눈 앞에서 펼쳐진 엄청난 모습에 검괴는 이를 꽉 다물었다.
곧 있으면 풀린다 하지만.
“제길.”
자신의 앞에 남은 건 오직 투창뿐이었다.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창이 검괴를 꿰뚫었고, 몸은 산산 조각나며 사라졌다.
마괴 역시 고통에 몸부림치다 마지막으로 실패한 마법까지 억지로 성공시켜 버려 내상이 상당했는지 발작을 하다 이내 멎었다.
둘 다 동시에 사망한 것.
-와.
-콤보 봐.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연계인가?
-퍼그신! 비그신!
-진짜 둘다 쩐다!
-타이밍 맞춰서 쏘는 비슈누나, 그걸 알고 있다는 듯 투창하는 퍼시벌이나 둘 다 대박이다.
-시원시원하다!
모두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때.
퍼시벌, 그러니까 현성은 메시지를 보며 웃고 있었다.
[비밀 결사대의 본부 지도를 획득합니다.]
[지하로 가서 마법진이 가동되는 것을 막으십시오.]
이 지긋지긋한 악연도 끝나가는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