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97화
30장. 비밀 결사대(2)
아쉬운 표정으로 캡슐에서 일어난 현성.
플레이 타임은 아직 남아 있었다.
대충 2시간 정도.
그런데 나온 이유는 간단했다.
하필이면 터져 버린 기면증 때문이었다.
중요한 순간에 안 나온 게 어디냐 생각할 수 있었지만.
지금도 꽤 중요한 순간이었다.
비밀 결사대의 본부와 비밀을 듣지 않았던가.
무엇보다 로스트 이데아의 산업 스파이가 그들의 배후라는 것 역시 충격이었다.
‘뭐, 크게 달라질 건 없지만.’
애초에 현성이 운영진들과 아는 사이도 아니었고 연락처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렇기에 딱히 해야 할 건 없었다.
있다고 하더라도 단 하나.
순조롭게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것.
이데아도 그걸 원하고 있지 않나.
설마 운영진이 이데아로 자신에게 이렇게 특전을 줬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어쩌면 이데아의 의견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운영진과 그리 좋은 관계는 아니었으니까.
한데 이렇게 도움을 받을 줄이야.
받은 게 있으면 돌려주는 게 인지상정.
계획은 여전했지만, 그 각오가 달라졌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한다.’
본부로 가는 길도 이미 알고 있다.
거기다 비밀 결사의 레벨대도 이미 듣지 않았던가.
대충 180~190대.
최종 보스가 그 정도라고 했으니.
간부의 경우 이미 싸워보지 않았나.
본부에 가면 더 강한 이들이 있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삼총사가 말해준 바에 의하면 아무리 높아도 200은 넘지 않는다 들었다.
지금 현성에게는 조금 벅차지만 무리는 아니었다.
‘힘을 쓴다면 충분히 가능해.’
비밀 결사대.
정말 악독한 집단이었다.
삼총사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어 알게 되었으니까.
신들이 사라지고 나타난 이들.
그리고 신들이 자신들을 버렸다 생각하여 다른 차원의 신을 소환해 세상을 무너뜨리려는 조직.
그게 비밀 결사대였다.
하기야 산업 스파이에게는 너무 좋은 조건 아닌가.
아마 운영진도 여기에 속았을 공산이 컸다.
그냥 보기에는 그저 시나리오에 불과한 이벤트라 보일 수 있었으니까.
해결이 되리라 생각하고 넘겼을 수도 있다.
물론 그마저도 산업 스파이들이 공작을 쳐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을 수도 있고 말이다.
‘쉽지 않겠네.’
하지만 걱정 없었다.
다른 차원의 신?
나오라지.
마침 현성에게 아주 강력한 권능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다름 아닌 강림.
이데아 때 캐릭터 힘을 온전히 강림시킬 수 있는 권능.
그야말로 아직 최상위 랭커가 200대인 이곳에서는 그야말로 신이라 불리는 지경이었다.
‘소환되기 전에 막는 게 좋겠지만, 그전에 나와도 오히려 좋다.’
이거까지 생각하고 시기적절한 권능을 이데아가 준 느낌이었다.
오히려 좋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우선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래도 게임에 신경을 쓰긴 했지만.
방송도 나름 관리를 해야 하니까.
재환이 다 해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스스로 하는 것도 있어야지 않겠나.
그래서 들어갔더니.
여전히 난리였다.
진짜.
“와.”
-퍼시벌 비슈누 둘 합치면 아수라 이기는 거 아님?
-예전이었으면 개소리 하지 말라고 했을텐데 진짜 모르겠다;;;;
-아니 그래도 아수라...긴 한데 진짜 모르겠다.
-이쯤 되면 진짜 보고는 싶다.
-ㅋㅋㅋㅋ아니 안그래도 분석 튜버들은 둘 가상 싸움을 하는 것도 올리고 함!
-아니 진짜 비슈누나 퍼시벌 하나하나는 아수라에게 비비는 건 모르겠는데, 둘 합치는 건 모르겠다.
-ㅋㅋㅋ둘이면 난 무조건 이긴다 본다.
확실히 흥미로운 주제이긴 했다.
현성조차 궁금해서 고개를 갸웃거릴 만한 일.
하지만 성사될 수가 없다.
모두 현성 본인이지 않나.
그런 데이터가 나타나 싸운다면 또 모르겠는데.
솔직히 그런 게 아닌 이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진짜 궁금하긴 하네.’
과연 누가 승리를 할까?
현성은 진지하게 생각하던 중.
자신과 비슷하게 진지하게 분석글을 써놓은 걸 볼 수 있었다.
[제목: 퍼시벌+비슈누 VS 아수라 분석.]
[작성자: 좋문가]
『요즘 이걸로 이슈 많지?
내가 해결해줌.
아수라가 은퇴를 하기 전에는 확실히 컨이 훨씬 깔끔해졌음.
판시아 때를 기준으로 잡고, 지금 퍼시벌하고 비슈누의 컨트롤을 분석한다.
영상 첨부할테니 보면서 비교한다.
여기서 보면 아수라는 움직임이나 컨트롤이 깔끔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투박하고 거칠 때가 엄청 많음.
물론, 예전에 이데아때는 기사 아수라로 엄청 깔끔한 컨트롤을 보여주긴 했는데, 나중에 판시아에서는 검은 가면만 썼잖음.
아예 좀 투박한 쪽으로 나갔는데.
그때 기준으로 봤을 때 컨트롤의 깔끔함이나, 세련됨은 퍼시벌과 비슈누가 아수라보다 반수에서 한 수 위야.』
여기까지만 봤을 때, 현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저 말이 맞았으니까.
판시아 때는 사실 더 깔끔하게 할 이유가 없었다.
도와주는 동료들이 있었고, 편하기도 더 편했으니까.
그렇기에 교정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사제와 성기사.
각기 다른 컨셉을 뒀기 때문에 컨트롤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래서 세련됨이나 깔끔함은 지금이 훨씬 낫다고, 현성도 자부했다.
‘하긴? 그렇긴 해.’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이어진 분석글을 읽었다.
『하지만 아수라의 컨트롤 자체의 깊이만 본다면 단언컨대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음.
컨트롤 하나만으로 게임을 제패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이 아수라잖음.
여기서 퍼시벌의 경우는 아수라보다 한 수도 아니고 두 수는 떨어짐.
근데 여기서 변수가 비슈누임.
ㅋㅋㅋㅋㅋㅋㅋ왜 사제했는지도 이해가 안되는데.
아마 높은 등급이겠지?
어쨌든, 비슈누는 사제라서 아수라와 비교하기 힘들긴 하지만.
과거 이데아때 파란 가면인 마법 아수라와 비교한다?
그럼 비슈누의 마법 컨트롤이 두수 이상 위임.
여기 봐바.
타이밍을 재는 거나 여러 가지 면모에서 보더라도 압도적임.
쿨타임이나, 딜레이 시간 상대의 움직임 모든 걸 고려하고 움직이는 게 비슈누.
아수라는 그에 비해서 직감으로 때려 누르는 감이 있음.
물론 이것만으로도 모든 랭커들 씹어먹을 정도지만.
비슈누는 그걸 뛰어넘었다는 거임.
그야말로 신에 가깝다 이말이야~
비슈누가 루키 1위인 거 이해 못하는 넘들 많아서 설명해줬다.
따라서 그런 비슈누 컨트롤은 아수라에 비해 반수도 차이 안난다 생각한다.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 떨어지는 수준.
물론 판시아 기준의 아수라의 컨트롤에서 말이야.
그러면 여기서 비슈누+퍼시벌 대 아수라?
난 비슈누랑 퍼시벌에 손을 들어주련다.
비슈누가 아수라보다 조금 떨어지더라도 그 부족한 걸 채우고도 남는게 퍼시벌임.
게다가 최근 라이브 보니까 퍼시벌 컨트롤도 폼이 점점 오름.
그거 생각하면 이제 아수라는 과거의 망령으로 보내줄 때가 아닌가 싶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상에 말이야.』
[댓글]
-와 진짜 깔끔한 분석이다;;;;
-소름;;;;
-ㅋㅋㅋㅋㅋㅋㅇㄱㄹㅇ
-솔직히 너무 맞는 말인 듯.
-아수라 빠새끼들 너무 많아. 이해는 되지만.
└퍼시벌하고 비슈누도 점점 늘어가고는 있음!
└ㅇㅇ!
-퍼시벌 비슈누 둘 합쳐서 아수라 이기는 게 맞지!
-ㅋㅋㅋㅋ데스X트에서도 둘이서라면 L 이긴다고 그러자늠! 그거랑 똑같은 거임!
-ㅋㅋㅋㅋ1+1=2라는 걸 모르는 넘들도 너무 많네ㅋㅋㅋ
현성은 그 글을 보며 피식 웃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좀 가물가물했다.
현성이 느끼기에도 지금의 컨트롤이 예전보다도 폼이 점점 오르고는 있긴 했다.
나이가 들어도 떨어지기는커녕 더 날카로워지기에 신기하긴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잘 모르겠다.
컨트롤?
당연히 지금이 훨씬 좋다.
하지만 컨셉이나 여러 가지 변수도 있다.
무엇보다.
‘예전에는 그 날카로운 감이 있었지.’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확답을 내리긴 어려웠다.
부디 싸울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된다면 좋을 거 같았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걸 보려고 들어온 건 아니었는데.
방송에 대한 글들을 둘러보자.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며 이것저것 찾아보자.
비슷한 글이 올라온 걸 볼 수 있었다.
마침 방송을 두 개로 틀어서 어떤 의견이 있나 하고 들여다봤다.
[제목: 퍼시벌 비슈누 그냥 채널 합치면 안되나?]
[작성자: 융합]
『아니 그도 그럴게 시점만 다르다 뿐이지 같이 방송하면 합방으로 해도 될텐데?
굳이? 둘로 나눠서 하는 이유는 모르겠네.
그래도 개꿀잼이긴 하지만.
비슈누는 후방이라서 전반적인 상황을 봐서 좋긴 하고.
퍼시벌은 생동감 넘쳐서 좋으니까.』
[댓글]
-???이건 또 뭐누? 자문자답?
-ㅋㅋㅋㅋ지가 의문제기하고 자기가 해결하면 어쩌자는 거임?ㅋㅋ
-ㅋㅋㅋ그러네
└심심해서 올렸다고 합니다.
-근데 나는 오히려 시점 둘이라 좋았음.
-ㅇㅇ 나도.
└222222
└33333333.
-난 둘 다 켜놓고 시점 보고 싶은대로 즐김!
└이게 맞다!
‘다행이네.’
시점이 나눠져서 좀 안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잘한 모양이다.
좀 시험적이긴 했지만, 대부분 만족한 분위기였다.
하기야 좀 별로였다면 재환도 안 한다 했을 거다.
나쁘지 않았기에 허락해 준 거 아니겠나.
현성은 그렇게 넘기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다음 방송.
이번에도 라이브를 할 거 같긴 한데.
어떻게 해야 할까.
‘본부로 쳐들어가는 거 방송을 해야겠지?’
이런 영상 각은 상당히 드물었으니까.
한다면 당연히 해야한다.
하지만 만일 신이 소환된다면?
그러면 곤란하다.
싸우는 거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문제는 다름 아닌 타나노스의 캐릭터가 강림된다는 것.
‘진짜 신이 소환되면 강림을 써야 하니까. 그러면 아수라인 걸 들킬 수도 있지.’
이데아 때의 아수라는 워낙 유명하지 않나.
스킬이나 여러 가지로 말이다.
최대한 신이 나오기 전에 쳐들어가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곤 또 하나를 생각했다.
‘스킬이 좀 모자라.’
공격 스킬들이 아직도 좀 빈약한 면이 있었다.
특히 이번에 최강이라 할 수 있는 강림을 받긴 했지만 때문에 스킬 하나를 손해 보지 않았던가.
이번에 신성 스킬을 조금만 더 하면 얻을 수 있긴 하지만.
특수 상황이 아니라 등급은 낮을 터.
여기서 바랄 수 있는 거는 하나인가?
타나노스 기면증의 보상으로 스킬을 얻는 것.
‘이거뿐인가?’
이데아에게 더 바라야 하나?
그런 생각도 했지만,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만일을 대비해 강림도 줬으니.
여기서 더 바라는 건 도둑놈이지.
타나노스의 기면증 보상으로 적당한 거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현성은 우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머리를 좀 썼더니 배가 고파졌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
한편 현성이 여러 고민을 안고 밥을 먹으러 간 시점.
한문석과 이연희는 다소 흔들리는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현성의 화면이냐고?
반만 맞았다.
현성의 화면을 띄운 거였으나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뿐.
그리고 떠오르는 문구 하나.
[권한이 유효하지 않습니다.]
[블랙 등급만 열람할 수 있는 정보입니다.]
“아.”
“아아.”
한문석과 이연희는 그걸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저런 메시지가 뜨기 직전.
그들이 본 것은 다름 아닌 삼총사가 현성을 찾아가는 장면이었다.
한데 그때 저 문구가 뜨고 볼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
“사실상 들키기 일보 직전이군.”
“빠르게 손을 써야겠습니다.”
둘은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단계를 시작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