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99화
31장. 신성 도시 시그너(1)
신성 도시 시그너.
여러 신전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테라 교단이 국교인 룬 제국에서 흔치 않은 여러 사제들을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 말대로 상당히 많은 교단들과 사제들을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많은 교단의 어린 사제들이나 어린 성기사들이 이곳에서 수행을 하고 떠나기도 한다 했다.
적어도 룬 제국에는 성지가 없었으니.
이렇게 서로 모여 그 힘을 모으는 듯싶었다.
사제 계열 유저나 성기사 계열, 몽크 계열 유저들이 저렙 때 많이 찾는 장소였다.
레벨대도 상당히 낮았다.
30~60 사이의 유저들이 찾는 지역.
그래서일까? 다들 평화와 안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거니는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오우, 머리가 좋은 이들이군요.”
“그러게 말이야.”
상당히 심각한 표정으로 거리를 노니는 남자 하나.
다름 아닌 현성이었다.
현성은 이곳에 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설마 이곳에 비밀 결사대가 숨어 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신성 도시, 시그너.
확실히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사람을 숨기려면 도시에 숨기라 했던가.
그 말이 제격인 장소긴 했다.
녀석들같이 수상한 종교라면 이곳에서도 티가 나지 않았을 테니.
무엇보다.
‘제국에서 가장 많은 교단이 있는 곳이니까.’
이젠 그들의 목적을 알아낸 현성이지 않은가.
세상을 몰락시켜 새로운 신이 세계를 탄생하게 하려는 목적.
뭐 산업스파이들은 말 그대로 게임이 망하게 하려는 목적이었지만.
어쨌든 게임적 설정은 그렇다는 거다.
그리고 현성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퀘스트 창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퀘스트 창.
다름 아닌 불과 얼마 안 되어서 받은 긴급 퀘스트였다.
【비밀 결사대와 수상한 의식】
-등급: 직업 전용 퀘스트.
-설명: 비밀 결사대의 정체를 알아냈습니다.
그들의 정체는 다름 아닌 세계를 파멸로 이끌기 위해 다른 차원의 악신을 소환하려는 나쁜 집단입니다.
세계가 파멸로 이른다면 다시 시작하리라고 굳게 믿고 있는 그들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의식에 성공해 악신이 소환이 된다면 대륙이 파괴되고 말 겁니다.
하지만 의식이 끝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해야 3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획득한 지도를 통해 빠르게 녀석들의 본거지로 향해 처단하십시오.
-제한: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보상: 권능, 신기 둘 중 선택 가능.
-실패 시 강림에 성공한 악신과의 대적.
*특수한 현상으로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서둘러 주십시오.
내용만 보더라도 상당히 까다로운 성격의 퀘스트.
시간 제한이 걸려 있다.
그것도 3일.
현성에게는 지도가 있으니 괜찮지 않느냐고?
맞는 말이지만 딱 반만 맞았다.
현성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면서 지도를 펼쳤다.
확실히.
장소가 나오긴 했다.
다만.
‘자정에만 열린다라.’
지도에 적혀 있는 문구는 다름 아닌 어둠 속에서만 열린다는 거였다.
밤이 되어야만 열린다는 뜻.
그러기에 인상을 잔뜩 구겼다.
지금부터 기다려야 한다는 거니까.
당장 쳐들어가고 싶었거늘 그러지 못하니 답답하기만 했다.
솔직히 뭐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대충 추리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사신의 사슬 역시 모두 시험했으니.
우선 추리를 할 것은 하나.
어째서 이데아가 현성에게 강림 스킬을 주었는가.
‘이게 제일 의문이긴 해.’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과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리베우스를 봤다.
뭐 때문에 저리 생각하는 건지는 잘 모르지만.
어쨌든.
현성은 자신의 생각을 이었다.
이데아가 권능 스킬 중 하필이면 강림을 주다니.
이게 제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먼저 쳐들어갈 수 있게 해주면 되지 않나?’
굳이 신격이 나와야만 쓸 수 있는 스킬을 줬다.
그렇다는 뜻은.
‘이 3일의 시간이 있어도 의식이 빠르게 당겨질 수도 있다는 뜻이 되겠네.’
이데아가 막기 힘든 무언가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니겠는가.
그런 일이라면 이해가 되었다.
당연히 신격을 당장 상대할 수 있는 자?
아무도 없다.
그러니 현성에게 부여한 거다.
신격과 싸울 수 있는 힘을 말이다.
즉 그 뜻은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었다.
신이 소환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라는 것.
그렇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소환되고 빠져나가지 못하게 나도 빠르게 가야겠네.’
신이 소환되어 대륙을 곧바로 파괴하면 곤란하니.
바로 현성이 저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뜻.
다시 말해 소환되었을 때 현성이 그 위치에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별표로 쓰여 있지 않나.
3일이 정말 정시간이 아니니 주의를 하라는 메시지가.
그러니 무조건 소환된다고 생각하고 쳐들어가는 게 맞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그다음으로 문제는 단순했다.
이런 이데아나 산업 스파이를 생각하는 게 아닌.
딱 하나.
‘녀석들을 어떻게 처치하냐는 건데.’
신을 만나고 나서는 오히려 걱정이 없다.
원래의 힘으로 싸우면 되는 거니까.
한데 그전에 문제가 있다.
강력한 스킬들을 얻긴 했지만.
녀석들의 레벨은 듣자 하니 레벨 180대.
그것도 일반적인 180대보다는 강할 터.
넘겨짚어 보자면 레벨 200대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거다.
그런 녀석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
이기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녀석들이 시간을 끌라고 했을 때지.’
시간을 끌면서 어떻게든 버티려 든다면?
현성 역시 답이 없게 된다.
최대한 방어적인 고렙을 한 번에 제압할 수단이 그리 많지는 않으니.
물론 비슈누와 퍼시벌의 조합이라면 가능은 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상당히 오래 걸리니.
무엇보다.
3일이라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게 명시가 된 상황에서 시간을 번다는 건 현성에게 너무나도 곤란했으니.
퍼시벌과 비슈누를 동시에 써야 한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로 과연 충분할까?
검괴와 마괴와 같은 간부가 있다는 가정으로 그들이 버티려고 들었다면?
그래도 시간을 상당히 버텼을 거다.
거기에 교주라는 인물까지 남아 있으니.
교주를 죽인다고 의식이 저지가 되는 게 아닐 수 있으니.
‘후우.’
쉽지 않다.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였다.
리베우스가 반응한 것은.
“오우, 또 왔군요.”
“응?”
리베우스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들자 뜻밖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다름 아닌 세 명의 사람.
“응?”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실력은 당신과 퍼시벌 님께 비교하자면 부끄럽지만 큰 전력이 될 겁니다.”
“도울게요.”
다름 아닌 태백 길드 삼총사.
현성이 로그아웃 한 동안 이곳으로 와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건지.
이곳으로 현성이 오자마자 찾아와 말하는 걸 봐라.
그들을 보며 현성은 잠시 고민했다.
원래 이런 일로 도움을 잘 받진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예외이지 않은가.
‘소환되면 바로 끝난다.’
대륙이 바로 무너질 수도 있다.
재앙신이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모든 걸 파괴하는 파괴신 류의 악신.
지금은 사양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현성도 그걸 잘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건 모두 받아야 한다.
“좋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블랭크, 로사, 소백향이 그렇게 감사를 표하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생각했다.
이 셋이라면 그래도 간부는 맡게 할 수 있겠노라고.
그러면 남은 교주는 자신이 처리하면 된다.
이거 어쩌면?
운이 좋다면 정말 소환되기 전에 저지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만 되면 좋으련만.’
방해가 들어올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되는 일이니.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다른 이들을 봤다.
그러면 인원도 모였겠다.
계획을 세워볼까?
현성은 리베우스를 보며 고갯짓을 했다.
그리고 그걸 알아들은 리베우스가 근처에 퍼시벌 아바타를 만들어냈고, 현성은 그걸 조종하고 다가오게했다.
갑자기 퍼시벌이 나타나 다가오는 걸 보곤 셋은 다 놀랐다.
근처에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데 나타났기에.
확실히 그 모습에 다시 놀라워했다.
“대단하시네요.”
“기척 같은 건 전혀 못 느꼈는데.”
“역시 상당한 실력!”
모두가 감탄하긴 했지만.
현성은 그걸 보며 좀 어색해했다.
그냥 소환한 거라 그런 건데.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현성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작전을 설명하기 위함이었다.
* * *
현성과 삼총사가 힘을 모으고 있던 그때.
이연희와 한문석, 그리고 그 밖에 다른 산업 스파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로스트 이데아의 회사인 플라톤이 아닌 다른 장소.
이제 모든 계획이 끝날 차례였으니.
도망칠 일만 남았다.
물론 걸리지 않았다는 보장이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한문석은 자신이 있었다.
이연희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으니.
무엇보다 자신들의 회사인 인페르노가 어떻게든 지켜주겠다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걸 믿고 있었던 거다.
이연희 역시 그런 한문석을 보며 말했다.
“흔적은 웬만큼 지우긴 했는데, 자료를 미리 보존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그건 알지만, 그것 역시 인페르노 사에서 해결해 준다 했다. 우선 흔적만 지우면 된다.”
“예, 그건 처리했습니다.”
다른 직원들 역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듯 한문석을 바라봤다.
그리고 한문석은 그런 직원들과 함께 모니터를 바라봤다.
갑작스럽게 혜성처럼 등장한 한 유저.
그리고 그 유저 때문에 자신들의 모든 계획이 망가질 뻔했다.
지금 역시 이렇게 급하게 마무리를 지을 일도 없었을 텐데.
모두 현성 때문이었다.
으득.
이를 갈며 한문석은 그대로 큰 화면을 바라봤다.
이번에는 결코 마음대로 되지 않으리라.
재앙신은 기필코 소환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저 대륙은 끝이 나는 거다.
한문석은 그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리 생각했다.
물론 대륙 자체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있었다.
“너무 급하게 소환하는 터라 재앙신이 강림해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얼마나 되지?”
이연희의 말에 한문석이 되물었고.
이연희는 계산을 해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해야 3분입니다.”
“흐음.”
3분이라.
원래의 계획이었다면 하루는 소환할 수 있게 마련을 했을 거다.
한데 고작해야 3분이라니.
정말 제대로 망쳐주었구나.
하지만 괜찮았다.
신이다.
그런 신을 소환하는 데 고작 3분?
고작이 아니다.
무려 3분인 거다.
“대륙은 예정대로 끝난다. 그것도 오늘 말이야.”
한문석의 말에 모두가 화면에 집중했다.
드디어 오늘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고.
그리 믿고 있었다.
모두가 말이다.
#작가의 말
2부 완결 생각하시는 분들 계신 거 같아 작가의 말 첨부합니다.
2부 완결되려면 아직 한참 남았어요 ㅋㅋㅋㅋㅋㅋ
걱정하지 마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