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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만 자도 랭커 2부-104화 (430/472)

잠만 자도 랭커 2부 104화

33장. 재앙신 강림(1)

[의식 저지에 실패했습니다.]

[긴급 직업 전용 퀘스트, ‘비밀 결사대와 수상한 의식’을 실패했습니다.]

[이제부터 재앙신이 강림합니다.]

그 메시지를 받은 현성이 인상을 가득 썼다.

위의 두 메시지는 현성에게만 보이는 메시지겠지만.

다음에 나온 메시지는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의 앞에 상당한 부상을 입고 나타난 태백 길드 삼총사.

보아하니 간부들에게서는 승리한 거 같긴 했다.

하지만 상태가 심각해 보인다.

대부분의 HP가 날아간 상태.

현성이 하나 모르는 게 있었다.

저 상처의 대부분은 다름 아닌 현성과 리움의 전투에 휘말려서 생긴 거라고.

‘죽을 뻔했다.’

‘아니, 어떻게 된 게 건물이 파괴가 아니라 소멸하냐.’

‘대, 대단하셔.’

다들 감탄과 두려움이 공존한 눈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어쨌든 그 덕에 간부들 역시 휘말려 겨우 이길 수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삼총사에게도 보인 메시지.

재앙신이 강림한다는 메시지.

거기에 의문을 표하고 블랭크가 먼저 현성의 아바타, 그러니까 비슈누에게 물었다.

“설마 실패한 건가요?”

그 물음에 비슈누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다.

이내 대답을 해줬다.

“아무래도 시간이 너무 끌린 모양입니다.”

“제기랄.”

“이, 이제 어쩌죠?”

“끝난 건가?!”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절망에 가까운 메시지.

[신의 강림까지 앞으로 1분 남았습니다.]

[준비하십시오.]

[대륙에 재앙이 찾아옵니다.]

아마 전 대륙에 있는 모든 유저들이 받은 메시지일 터.

삼총사 역시 당혹스러워하며 곤란해하고 있었을 때.

비슈누와 퍼시벌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가만히 있었다.

뭐,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만 보이는 메시지가 있었으니.

[직업 전용 퀘스트, ‘재앙신의 강림’이 생성됩니다.]

‘흐음.’

아무래도 역시 때가 온 거 같았다.

그걸 보며 현성은 생각했다.

지금 여기서 삼총사는 거슬린다.

그러니 자신만 간다.

그 이유는 뭐 적당히 댈 수 있었다.

“이제부터 여기는 저희 둘만 가겠습니다.”

“예?”

“저, 저희도 돕겠습니다!”

로사와 블랭크가 말하자.

현성이 아바타를 조종해 비슈누로 말하려고 했을 때였다.

그때 그런 둘을 소백향이 말렸다.

마치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갑작스러웠기에 현성도 순간 멈칫거렸다.

왜지?

순간 현성도 그런 생각으로 소백향을 바라보자.

소백향이 입을 열었다.

“아마, 직업 전용 퀘스트를 받으신 거야.”

“아.”

“아아!”

“막으실 수 있을 거야.”

거의 무한한 신뢰에 현성은 조금 당혹스러워했다.

심지어는 저 이유로 말하려고 했기에 더 당혹스러웠다.

뭐 덕분에 편해졌으니.

현성은 그 말에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으니.

게다가 뭐 구라도 아니지 않은가.

직업 전용 퀘스트에 막을 수 있을 수단이 있었으니까.

물론 저들은 직업 전용 퀘스트이니 무언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어쨌든.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현성은 그렇게 말하고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사라진 현성을 두고 셋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소백향도 겨우 버틸 수 있었다.

다름 아닌 가장 가깝게 리움과 현성의 파동을 막았던 인물이었으니.

그녀가 아니었다면 로사와 블랭크는 버티지 못하고 죽었으리라.

부상이 심할 만도 했다.

“어우, 하긴 우리가 가봐야 방해만 됐겠다.”

“그렇겠네.”

“…….”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셋 다 공통적으로 분해했다.

설마 도움조차 되지 못할 줄이야.

솔직히 말해 간부들을 퍼시벌과 비슈누가 상대했다 해도 별 차이는 없을 거 같았다.

자신들이 과연 도움이 되었을까?

그런 회의감에 짙은 혐오감이 들었다.

더 강해지고 싶다.

모두가 그걸 느끼고 있었을 때.

소백향이 그런 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더 강해지면 돼.”

“……그래.”

“퍼시벌 님과 비슈누 님의 밑으로 들어가자.”

서로 다시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치유에 전념했다.

혹시라도 이후 도움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도 몰랐으니.

어떻게든 준비하는 거다.

도움이 되기 위해서.

과거 아수라 길드가 그랬듯.

그들도 그랬다.

어떻게 해서든 도움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이다.

* * *

퍼시벌과 비슈누.

그리고 리베우스.

셋이 더 깊은 지하로 들어왔을 때.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불쾌하고 찝찝한 냄새와 분위기.

무엇보다.

“미친 놈들이네.”

“맞는 말씀입니다요.”

어두운 지하에 굴러다니는 뼈와 살점들.

이걸 보고 간단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인신공양.

어떻게 의식을 치렀는지 말이다.

무수히 많은 생명을 바치고 신을 소환하려 하다니.

그런 신이 정상일 리가 없다.

현성은 그렇기에 다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신이랑 싸운 적은 그리 많진 않았기에.

뭐 몬스터라 생각하면 똑같긴 하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해낼 수 있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이 받은 새로운 퀘스트를 바라봤다.

【재앙신의 강림】

-등급: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설명: 비밀 결사대가 어떤 존재의 도움으로 결국 의식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곧 재앙이 대륙에 찾아옵니다.

재앙신을 저지하십시오.

현재로써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막지 못한다면 대륙의 운명은 끝납니다.

-제한: 타나노스.

-보상: 직업 전용 스토리, 타나노스의 권능, 외에 특전.

-실패 시 대륙 멸망.

실패 시 리스크가 대륙 멸망이다.

다시 말해 게임 서버 종료.

말도 안 되는 리스크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제한도 타나노스라고 떡하니 적혀 있지 않은가.

강림 스킬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로스트 이데아는 끝이다.’

그리 생각하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현성을 바라보던 리베우스는 말했다.

“오우! 주인님, 저도 있습니다요!”

“아아, 그래. 물론이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는 현성.

빈말로 한 말이 아니었다.

리베우스가 있어서 어찌나 든든한지.

솔직히 말헤 현성 혼자였으면 여기까지 오기도 힘들었을 거다.

이만큼 신성력을 얻은 것도 다 리베우스 덕이긴 했으니까.

리베우스 역시 그런 현성을 보며 히죽 웃고는 힘을 쓰기 위해 준비를 가했다.

그렇게 도착한 의식의 제단.

거기에는 방금까지만 해도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사제들이 마치 미라처럼 말라간 걸 볼 수 있었다.

어지간히도 끔찍한 광경.

하지만 현성은 거기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저딴 게 중요한 게 아닌 곧 강림이 될 악신인 재앙신이 중요한 거였으니.

‘곧이다.’

이제 1분조차 남지 않았으니.

의식의 제단에서 느껴지는 힘을 봐라.

이펙트만 보더라도 어마어마했다.

검은 기운이 넘실거리며 핏빛으로 빛나는 마법진.

허공에 떠올라 있는 기하학적인 무수히 많은 도형들과 마법진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암시하는 모습이었다.

점차 그 무수히 많은 도형들과 마법진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거대한 하나의 마법진을 이루며 방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핏빛의 붉은 마법진.

고대의 마법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불길하고 섬뜩한 그 모습에 현성 역시 준비를 마쳤다.

비슈누의 아바타는 집어넣었고, 오로지 퍼시벌의 모습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리베우스가 전투 모드로 돌입했다.

거기다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 원래의 모습으로 변한 리베우스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콰지지지지지지직!

공간 전체가 찢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니, 소리라고 해야 할까.

느낌? 감각?

도무지 청각으로는 들을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

마법진에서도 보랏빛 번개가 사방으로 치기 시작했다.

부하가 걸리는 모양.

확실히 급하게 의식을 치른 대가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공은 했다는 이야기.

재앙신은 온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곧 재앙이 강림합니다.]

다급하고 위급해 보이는 메시지.

현성은 그 메시지를 보고 다짐했다.

기필코 막아내리라.

아니, 이왕이면 잡을 거다.

하지만.

허공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튀어나오는 검은 화염과 검은 벼락.

어마어마한 그 기운에 현성조차 뒤로 밀려났다.

견디기조차 힘든 힘.

모든 버프를 자신에게 걸고 버티려 했으나 그마저도 힘들다.

불과 방금 리움과 싸우고 왔음에도 이 정도라니.

다시 말해 이곳에서 막을 수 있는 유저는 그 누구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대륙 10강이라 불리는 초월자들이면 또 모르겠는데, 올 리가 없지.’

NPC들이지 않나.

유저들과 다르게 메시지를 받을 수 없다.

그들이 이걸 느끼고 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대륙은 이미 멸망했으리라.

어떻게든 현성만이 막을 수 있다.

그렇게 거대한 마법진이 발동이 되었을 때.

세상에 어둠이 깔렸다.

“크흑!”

사방에 넘실거리는 어둠이 퍼져 나가고, 그 무엇조차 분간하기 힘든 상황.

한치 앞이 아닌 자기 자신조차 잃을 수 있을 법한 느낌의 어둠이었다.

모든 것을 앗아가는 어둠.

그걸 겪고는 현성은 느낄 수 있었다.

대륙 10강?

모두가 모여도 이건 막을 수 없다.

아직 강림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존재력만으로 세상 전체를 순간 어둠으로 물드는 재앙?

이건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최상위 신.’

이전 이데아 때도 몇 없었던 최상위 신 중 하나다.

그 이하의 신은 도무지 흉내조차 낼 수 없으리라.

분명히 그랬다.

이만한 신을 소환하다니.

마지막에 동정하긴 했지만, 교주 리움.

진짜 제정신이 아닌 작자긴 했다.

세상을 새로 만들기 위해 세상을 파괴하려 하다니.

하긴 이만한 신이라면 파괴하는 것 역시 어렵진 않으리라.

아주 확실하게 말이다.

교주 리움, 녀석은 아주 철저한 녀석이었다.

현성이 속으로 긴장을 풀기 위해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어디선가 섬뜩한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나를 불렀나?】

마치 머릿속에서 울리는 듯한 소리.

하지만 머릿속을 울리는 소리가 아니다.

단순히 머리가 아닌 목소리만으로 공간 전체가 울리는 느낌.

그런데.

짜증이 잔뜩 섞인 목소리다.

게다가 왜일까.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목소리.

아니, 악신이자 재앙신의 목소리가 익숙하다고?

“서, 설마?”

【응? 이! 이! 목소리는!?】

“어, 어어? 스, 스승님?”

【헐!? 현성이니? 너 왜 거기 있어!?】

그건 현성이 하고 싶은 말이었다.

최악의 악신이자, 재앙신이라 불리는 최상위 신.

그건 다름 아닌 현성의 스승, 재앙이라 불리던 유리아였다.

【에헤헤헤! 오랜만이다, 현성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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