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만 자도 랭커 2부 105화
33장. 재앙신 강림(2)
퍼시벌과 비슈누가 지하로 들어갔을 때.
마치 세상이 삼총사를 가로막듯 엄청난 결계가 생겨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자.
[곧 재앙이 강림합니다.]
메시지를 보며 삼총사는 생각했다.
부디 퍼시벌과 비슈누가 이길 수 있기를.
특수한 퀘스트, 혹은 직업적인 무언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는 듯 셋은 서로를 바라봤다.
마치 깰 수 있으시겠지?
딱 그렇게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근처에서 보랏빛 번개가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르릉!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정말 세계가 곧 멸망할 거 같은 모습의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대륙이 뒤집힌다 하더라도 믿을 거 같은 모습.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쩌──────적!
단순히 무언가가 찢어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소리?
아니다. 세계가 찢어지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걸 들은 셋은 침을 꼴깍 삼켰다.
이거 정말 이길 수 있는 거 맞을까?
도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치열한 전투?
아니면 생사가 오가는 엄청난 공방?
그도 아니라면 퇴마의 의식?
어떤 건지 알 수는 없었지만.
삼총사중 블랭크는 확신했다.
“분명 이 게임의 역사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을 거야.”
블랭크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만큼은 틀리지 않았으리라.
분명 그리 믿고 있었다.
하기야 어떻게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는가.
악신이자 재앙신이라 불리는 자와 알고 지내는 사이라니.
게다가 그 신의 제자라는 걸 그 누가 상상이라도 할까?
그들로서는 절대 알 턱이 없는 일이었다.
* * *
유리아가 악신?
악신은 몰라도.
재앙신이라는 건 알 것 같긴 하다.
신이 되기 전에도 그렇게 불리긴 했으니까.
이데아에서 대륙오천 중 재앙이라 불린 유리아였으니까.
뭐, 재앙신이라고 해도 이상할 건 아니다.
하지만 악신이라니.
이건 아니지 않나.
보통 악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 하고, 괴로워하게 하고, 괴롭히…….
다시 생각해 보니 어느 정도는 맞는 거 같긴 했다.
악신에 재앙신.
그랬구나.
현성이 혼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을 때.
감이 좋은 유리아가 눈을 가늘게 뜨면서 현성을 바라봤다.
【뭔가 되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 거 같은데, 현성아?】
“크, 크흠. 아닙니다, 스승님.”
【뭐! 됐어! 카론 그 영감탱이보다 내가 먼저 현성이 봐서 기분 좋으니까 봐준다.】
휴, 살았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찢어진 공간과 스파크가 튀는 걸 보곤 침을 꿀꺽 삼켰다.
저거 좀 잘못되어 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모습.
하지만 정작 유리아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하기야 최상위 신 중에서도 유별난 유리아이지 않은가.
마지막 이데아가 서버 종료 하기 전에는 최상위 신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그들이었으니.
저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거 같다.
원래라면 갑자기 이렇게 소환된 유리아를 걱정해야 하는 게 맞겠지만 유리아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현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아니, 근데! 현성아! 왜이리 약해진 거야!?】
“예? 아.”
【너무 약해진 거 아니니?!】
“오우! 주인님께서 많이 약해지시긴 했습니다요. 저도 그렇고요.”
【아아, 그래도 리베우스와 같이 갔구나! 좀 안심이 되네.】
“오우!”
유리아와 리베우스의 대화를 들은 현성은 벙찐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소리람.
얼토당토않다는 듯 어이없어하는 현성을 보면서 유리아는 헤헤 웃더니 입을 열었다.
【이 스승님이 또 누구겠니! 자애의 신이자 인자한 여신 아니겠니?】
“아, 예. 그렇죠.”
【그러니까, 이거 받아!】
파지지지지직! 파지지지지지직!
크──────────릉!
어마어마한 억제력.
이 세계가 유리아의 모든 것을 거부하려 들고 있었지만.
유리아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소환도 제대로 되지 않아 반쯤 끼어 있는 상태였건만 그 상태로 잘도 움직였다.
유리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뭔갈 찾듯이 뒤적거리더니.
현성에게 건넸다.
이게 뭘까?
현성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유리아를 보자.
유리아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그거 내 권능 스킬 중 하난데 가져!】
“네?”
【너무 약해져 있어서 그냥 갈 수가 있어야지!】
콰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엄청난 소리가 들리는데요?
현성은 그렇게 말하고 싶었으나.
유리아는 정말 아무렇지 않아 하는 표정이었다.
하기야 유리아가 무리를 하면서까지 저러는 성격은 아니었으니까.
현성이 그걸 받아 들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차원의 악신이자 재앙신으로부터 권능을 하사받았습니다.]
[엄청난 저주가 걸려 있을지도 모릅니다.]
[부디 주의하십시오.]
경고의 메시지들이 엄청 떠올랐지만.
현성은 애써 무시했다.
이런 스승님을 어떻게 무시하나.
암, 그렇고말고.
아무튼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유리아를 바라봤다.
점차 좀 힘들어 보이는 유리아는 그런 현성을 보며 배시시 웃더니 말했다.
【이 망할 영감탱이들이 계속 밀어내네! 뭐 어쩔 수 없긴 하지. 지금 이 세계는 그럴 만하니까.】
“음, 그게 무슨 소리시죠?”
【혼돈의 힘이 너무 강하긴 해서, 더 있기 힘드네. 천천히 이야기 좀 나누고 싶었는데, 아쉽네. 아무튼! 현성아, 그러면 다음에 또 보자!】
“네, 네?”
유리아는 그렇게 상쾌하게 말하면서 다시 찢어진 허공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사라지는 허공의 공간.
그걸 보더니 현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다음에 다시 보자니.
여전히 도통 알 수가 없는 스승이었다.
현성은 그렇게 사라진 유리아를 보며 피식 웃었다.
여전한 거 같아 다행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해 보니.
‘유리아 스승님이 다시 오면 또 악신이 강림하는 거 아닌가?’
현성이야 좋긴 한데, 이 세계에는 과연 좋을지 또 모르겠다.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다.
상황을 파악해 봤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게다가 권능까지 받았다.
“오우! 운이 엄청 좋았습니다요!”
리베우스의 말대로였다.
운이 정말 좋았다.
이렇게 권능까지 얻었으니.
솔직히 아직까지 얼떨떨했다.
이렇게 날로 먹어도 되는 걸까?
게다가 권능까지?
잠깐?
‘퀘스트 보상으로도 있지 않았나?’
현성이 생각한 그 순간.
메시지가 떠올랐다.
[현재 퀘스트 클리어 여부를 판단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인류의 최고의 발명품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조차 바로 계산할 수 없는 업적에 현성도 피식 웃었다.
사실 유리아의 권능을 받은 것만으로 퀘스트 클리어 보상은 별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받으면 개꿀이긴 하니까.
보상도 엄청나지 않았던가.
현성은 다시 퀘스트 창을 열어봤다.
【재앙신의 강림】
-등급: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설명: 비밀 결사대가 어떤 존재의 도움으로 결국 의식에 성공하고 말았습니다.
곧 재앙이 대륙에 찾아옵니다.
재앙신을 저지하십시오.
현재로써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바로 당신입니다.
당신이 막지 못한다면 대륙의 운명은 끝납니다.
-제한: 타나노스.
-보상: 직업 전용 스토리, 타나노스의 권능, 외에 특전.
-실패 시 대륙 멸망.
직업 전용 스토리에 타나노스의 권능, 그 외에 특전까지.
사실 어떻게 보면 현성이 재앙신의 강림을 막은 건 아니었기에.
클리어했다고 보긴 어렵긴 했다.
과연 인공지능은 어떻게 판단할지.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때.
모든 계산을 마쳤는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모든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재앙신의 강림’의 분석한 결과 플레이어 현성이 아니었다면 대륙이 충분히 멸망했을 가능성을 파악했습니다.]
[측정한 확률은 87.8%]
‘유리아 스승님이 대륙을 멸망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성은 아무리 유리아라고 해도 진짜 그럴까 의심했다.
인공지능 이거 좀 이상한 거 아닌가?
게다가 저 높은 수치를 봐라.
아무리 그래도 자기 스승을 욕하는 거 같아서 그런가.
현성은 조금 기분 나쁘다는 듯이 메시지를 읽었다.
그러자.
[재앙신 유리아의 성미를 판단한 결과 갑자기 소환된 것에 불쾌해하며 혼돈의 힘을 발견 후 파괴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흐음.”
“오우…….”
왜일까.
저 메시지는 도무지 부정할 수 없었다.
역시 최고의 인공지능은 달랐다.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음 메시지로 넘어갔다.
[플레이어 현성이 아니었다면 이 세계는 유리아에 의해 제거되었을 겁니다.]
[따라서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재앙신의 강림’은 정당하게 클리어되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
이걸 클리어로 인정해 주다니!
역시 최고의 인공지능은 다르다니까!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식 웃고는 뒤의 메시지를 쭉 읽었다.
[타나노스 전용 퀘스트, ‘재앙신의 강림’을 클리어 하셨습니다.]
[보상을 획득합니다.]
[타나노스 전용 스토리를 획득하셨습니다.]
[스토리는 언제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타나노스의 권능 스킬북을 획득하셨습니다.]
[타나노스의 권능 중 하나를 랜덤하게 획득합니다.]
[마지막으로 특전이 부여됩니다.]
[다음 직업 메인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단서를 획득합니다.]
[직업 메인 시나리오로 흘러가는 단서는 타나노스 전용 스토리를 확인 후 새롭게 열리는 티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무수히 많은 보상들을 보며 현성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경험치까지 얻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건 없었다.
뭐 여기서 더 바라면 도둑놈이긴 하니.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피식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이렇게 한 건 해결하는구나.’
길고 길었던 비밀 결사대에 대해 클리어를 하고 말았다.
모든 비밀 결사대를 와해했으니.
왠지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그래봐야 로스트 이데아를 시작한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지만.
현성은 그러던 중 문득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페르노에서 보냈다는 그 산업 스파이들은 어떻게 됐으려나?’
뭐, 상관없는 이야기인가?
현성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갔다.
이제는 신경 쓸 일이 아니니까.
그러면 이제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가 볼까?
현성이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는 순간.
[‘타나노스의 기면증’ 스킬이 발동됩니다.]
[강제로 수면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앞으로 1시간 동안 캐릭터를 조종하실 수 없습니다.]
“아.”
“오우! 주인님의 진정한 모습이 강림하십니다요! 오우!”
역시 이래야 현성다웠다.